“그 말은 우리가 직접 뒤져도 된 다는 말인가? 당신 사람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도 움직일 수밖에 없어!”원상철은 주현철이 사람을 내놓지 않는 것을 확신하고 손을 흔들자 뒤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왔다.상황을 지켜본 주현철이 이내 굳은 얼굴로 외쳤다.“왜 우리 집에 사람 없을 것 같아요?”주씨 저택에도 경호원이 있었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 누군가가 다가와 막았다. 갑자기 두 무리의 사람들이 마주보고 대치하면서 곧 싸움이 날 것 같았다.유해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나 전화를 걸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먼저 주효영에게 돌아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원씨 집안 사람도 미쳤는지 여기에 와서 행패 부리는데 주효영이 이대로 돌아오면 반드시 손해를 볼 것이다. 유해나는 조용히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이쪽의 동정을 주시하면서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전화는 통하지 않았고, 그녀도 급해 땀방울이 흘러내렸다.안 그래도 주씨 부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김채림은 유해나가 언뜻 옆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보고 손에 핸드폰까지 쥐고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알아차렸다.“당신!”유해나의 손목을 잡고 힘껏 비틀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갑자기 손이 잡히자 유해나는 어리둥절해졌고, 이어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뭐 하는 거야! 감히 내 손을 잡아?!”“몰래 전화해서 도망가게 하려고? 그건 안 돼지!”콧방귀를 뀌며 김채림은 필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핸드폰을 빼앗았다.유해나도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두 여인이 서로 달라붙어 쌈박질 했다. “원상철 너, 너무 심하게 굴지 마!”아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주현철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누가 할 소리!”한 걸음 앞서서 그와 눈을 마주치며 원상철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인정 못하면 그냥 사람을 불러내 물어보시든가!”“효영이 여기 없다니까!”힘껏 소리를 지르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당신 이러는 거 일을 키우는 거야, 내가 법원에 고
“누가 감히 내 집을 건드려!”주현철도 급했다. 방금 사람들은 어디서 났는지, 언제 들어갔는지 전혀 몰랐다. 지금 원상철은 대놓고 이렇게 많은 부하들 앞에서 그의 집을 수색하려 하는데 만약 정말로 성공하면 그도 완전한 체면 상실이다.갑자기 원상철의 앞에 서서 그와 마주보면서 눈을 부릅뜨고 누구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한편 유해나와 김채림은 여전히 싸움질이다. 두 사람은 서로 잡고 뜯으며 서로 얽혀 있었다. 이때 빼앗은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두 사람 모두 멍하니 있다가 더 심하게 빼앗았다.유해나는 손가락으로 꽉 쥐어서 핸드폰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리고 가까스로 빠져나와 한쪽으로 비켜서 수화기를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뭐라고?”겁에 질린 얼굴과 갑자기 높아진 목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유해나한테로 집중되었다. 다시 한번 달려들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김채림조차 어리둥절해져서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말해봐?! 그게 무슨 개소리야!”유해나는 버럭 화를 내며 전화를 뚝 끊었다.그러나 모두가 유해나가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굴의 근육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었고, 영혼이 빨려 들어간 듯 눈빛은 허전했다.“누구 전화야?”아내의 기색이 안 좋아 보이자 주현철이 입을 열었다.남편의 목소리에 깨어난 주 부인은 멍하니 고개를 돌려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눈을 깜박이고 입을 벌리더니 갑자기 이를 악물었다. “사기꾼! 사기꾼이예요!”주현철이 믿었다.“사기꾼인데 왜 그렇게 흥분해? 신경 쓰지 마, 요즘 세상에는 입만 열면 욕지거리 하는 사람도 있어, 무슨 사람이든 두려워할 거 없어, 다 처리할 수 있으니까. 형부한테 전화해서 집에 미친개 몇 마리가 왔다고 해, 경찰서한테 미리 귀띔도 해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휴대전화도 울리기 시작했다. 벨이 울렸을 때 유해나는 충격을 받아 놀란 듯했다.얼굴을 찡그리며 주현철은 핸드폰을 꺼내서 막 받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달려드는 유해나에게 눌렸
“개소리 그만하고, 나…….”핸드폰 벨이 계속 울렸고, 주현철은 이를 악물었다. 그를 약 올리려고 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 일 또한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주현철도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주효영이 이런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전화를 누르고 스피커를 켠 다음 먼저 말했다.“효영아, 너 지금 실험 중이니? 바빠도 건강은 챙겨야 해! 참, 원씨 집안의 어른들이 널 찾아와 뭘 좀 물고 싶다고 하던데…….”그는 원래 주효영에게 곁에 사람이 있으니 말 조심해라는 뜻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저예요! 아가씨 사고 났어요!”주현철을 멍하니 잠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멀뚱멀뚱 원상철을 쳐다보더니 그제서야 이 말이 전화에 나오는 사람이 한 말이라는 것을 반응했다.“뭐라고?”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아가씨 사고 났다고요! 공장 건물에 폭발이 나서 아가씨가…… 탈출하지 못하고 그만…… 아까 사모님께 전화했는데 믿지 않아서, 저…….”그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소방차와 경찰차의 시끄러운 경적소리, 혼잡한 소란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바람이 소리를 지르며 휘몰아치고, 여러 명의 목소리와 함성이 어우러져 귀를 찢는 소리가 되었다.주현철은 온 몸이 마비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어떤 무거운 것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옆에 있던 유해나가 갑자기 꽥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휴대전화를 껴안고 수화기에 대고 소리질렀다.“거짓말! 거짓말! 너 누가 시킨 거야, 왜 우리 효영이를 저주해! 말해, 말해…….”“사모님, 저예요, 저…….”저쪽은 억울해 보였다. “빨리 와 보세요, 경찰이 이미 도착했습니다. 이쪽…….”주씨 두 부부도 그렇고, 원상철 부부도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고, 서로의 눈에서 의심을 알아차렸다.‘이게 우연일까?’그들은 분명 주효영에게 따지고자 여길 왔는데 하필 이때 주효영이 사고가
“잠깐만요!”잠자코 있던 원상철의 아내 김채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우리도 같이 가요!”“당신들 정말! 이런 상황에서도…….”그녀의 말을 듣자 유해나는 화가 나서 울부짖었다.그러자 옆에 서 있던 주현철이 유해나의 팔을 붙잡으며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마음대로 해!”주현철 부부는 차에 올라타 공장 쪽으로 질주했고, 원상철 역시 김채림을 끌고 자신의 차에 올라타 그들 뒤를 따랐다.두 대의 차는 경주를 하는 것처럼 앞다투어 교외의 어느 한 폐기된 공장 앞에 도착했다.그들이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검은 연기를 발견했다.근처에는 온통 검은 연기에다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귀를 찔렀다.주씨 가문의 차가 먼저 도착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차에서 뛰어내려 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사고 현장에는 경계선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간단하게 그들과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주현철 부부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그리고 원상철의 차도 곧 멈춰 섰다. 그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채림아…….”원상철은 차가워진 김채림의 손을 잡으며 작게 그녀를 불렀다.“이 두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요?”김채림은 숨을 한번 고르고 조심스레 원상철에게 물었다.“모르겠어요.”원상철은 굳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다시 떼었다.“일단 지켜보는 게 좋겠어요.”두 사람도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로 다가갔다.그러자 유해나가 그 자리에 서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계속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그런 유해나에 비해, 주현철은 오히려 침착해 보였다.하지만 주현철도 심각한 얼굴로 눈이 빠지게 창고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불길은 거의 다 잡혔다. 다만 창고 안에 아직 불이 살아 있고 연기도 심했다.멀리 서 있어도 연기와 열기에 눈과 목이 따가웠다.“화재 발생 원인은 아직 조사하고 있습니다. 초보적인 판단으로는 화학약품에 의한 폭발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창고
원상철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확실히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들것으로 들고나온 것은 천으로 덮인 것이어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얼굴을 덮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천 밑에서 한 귀퉁이가 드러난 옷을 유해나는 한눈에 알아봤다.“효영아…….”주현철은 순간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유해나는 들것에 몸을 던졌고, 그 위에 눕혀져 있던 시신이 우당탕 땅으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얼굴에 덮었던 천도 그대로 떨어졌다.“악!!”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얼굴에 유해나는 비명을 질렀다.뒤따라오던 김채림도 시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원상철은 그래도 반응이 빨라 곧바로 손으로 아내의 눈을 가렸다.“보지 마요!”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무서운 것 없는 남자도 그것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시신을 마주한 사람들은 온몸의 솜털이 모두 곤두서기 시작했다.시신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려 숯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김채림은 그 시신을 보고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 모습을 본 원상철이 아내의 두 눈을 가리고 품으로 끌어안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원상철의 품에서 바들바들 떨었다.반면, 유해나는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옆에 있던 사람들이 덩달아 놀라 유해나를 들것에서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주현철도 더 이상 시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흰 천으로 다시 시신의 얼굴을 가렸다.그중 한 사람이 그들에게 말했다.“시신은 여성이고 아직 신원이 불분명합니다.”“네. 수고하셨습니다. 남은 건 법의 조사관에게 맡깁시다.”“안에 아직 몇 구의 시신과 시신 잔해가 남아있습니다.”말이 끝나고 소방관들은 다시 창고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방금 기절하신 부인님께서 이 시신이 자기 딸이라고 하셨는데, 알아보시겠습니까?”경찰이 주현철을 한번 보더니 그에게 물었다.주현철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 정신을 가다듬고서야 경찰의 말에 대답했다.“이 옷은 우리
돌아오는 길에 김채림의 기분이 약간 가라앉았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었다. 방금 봤던 시신의 시각적 충격이 너무 강해서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생각하지 마요.”그녀의 한쪽 귀를 막고 가볍게 품에 안으며 원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김채림은 발버둥 치며 몸을 돌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원상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주효영이 정말 죽었을까요?”“나도 모르겠어요.”“어떻게 그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죠? 하필 우리가 그 여자를 찾으러 갔을 때 사고가 났어요! 더구나, 우리 사람들은 분명히 그 여자가 집에 돌아가는 것을 보았고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했어요. 그 여자가 버려진 공장에서 무슨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공교롭게도 폭발하는 사고 일어났는지, 모든 게 다 수상해요. 마치…….”김채림이 말끝을 흐리자 원상철이 물었다.“마치 뭐요?”김채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마치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 같지 않나요?”“당신 말은 그들 부부가 연기를 한다는 건가요?”사실 원상철도 이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연기를 하는 것이라면 주현철 부부는 정말 음침한 사람이다.원상철은 이미 가능한 한 내색하지 않고 모두 비밀리에 진행하게 했다. 그런데 주현철이 어떻게 진작 알아차리고 그들이 대응하려 이런 일을 꾸몄을까?게다가 이런 일을 꾸며 주효영이 가짜로 죽게 할 필요가 있을까?하지만 김채림은 남편의 생각을 읽은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들이 연기를 하는 거 같지는 않았어요. 만약 정말 연기를 한 것이라면 너무 무섭지 않나요? 연기대상을 받아도 될 만한 연기인걸요! 전에 유해나라는 사람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비밀을 숨길 수 있는 사람 같지는 않았어요.”방금 유해나가 시신에 덮쳤을 때 바로 기절했었다. 그건 연기로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만약 이게 연기라면 그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 속아
차가 원청현의 정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다.도시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밤하늘의 별빛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도시의 번쩍이는 네온등이 없어 조용하고 온화했다.오는 길에 원상철은 먼저 원청현에게 전화를 했었다.아니나 다를까 원상철이 입만 열었을 뿐인데 바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주효영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분명히 멈칫하는 것 같았다.나중에는 한참 침묵하다 그제야 그들이 가는 걸 막지 않았다. 그저 간단하게 오는 길에 미행당하지 말라고 당부만 했다.그래서 그들이 원청현의 정원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고 들여보내 주었다.두 사람을 태운 차는 소리 없이 들어와 멈춰 섰다.원상철이 차에서 내릴 때 그들의 차 옆에 또 한 대의 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낯선 번호의 고급 차가 있었다. 원상철은 이상하다 싶어 두어 번 더 보았다.‘손님이 있나?’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있었다. 원청현의 집에 손님이 거의 찾아오지 않았었다. 게다가 이렇게 늦은 시간이니 더욱 이상했다.오기 전에 원청현이 물어보지 말아야 하는 건 묻지 말라고 당부했기에 원상철은 다른 말 없이 아내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원청현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 외의 다른 사람은 없었다.그러자 원상철은 더욱 의심이 들었다.분명 낯선 차가 있는데 손님이 없다니?“이 늦은 시간에 굳이 오겠다고 난리냐?”원청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한숨을 쉬었다.“둘째 삼촌,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방금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요.”원상철이 말을 마치기 전에 원청현이 그의 말을 끊었다.“됐어, 이상하긴 무슨! 너희 두 사람이 아들 보고 싶어서 온 거잖아!”이 한마디가 정곡을 찌르자, 원상철의 얼굴이 뜨거워졌다.반면, 김채림은 그다지 게연쩍어하지 않았다.그녀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둘째 삼촌 말이 맞아요. 난 아들이 보고 싶어서 온 거에요. 내가 낳은 자식이고 어려서 부터 부족할 거 없이 키웠어요. 이렇게 마음 아플
“주효영이 정말 죽었다고?”어디선가 낯선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자, 원상철은 어리둥절하여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어떤 여자가 뒷마당에서 걸어 들어오며 손의 먼지를 툭툭 털로 옆의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나서 수건으로 닦는 모습이 보였다.원상철은 그렇게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그 여자가 자기 앞으로 다가와서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원청현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둘째 삼촌, 이분은?”원청현은 코를 쓱 만지더니 말했다.“내 제자야.”“안녕하세요. 한소은이라고 합니다.”한소은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원상철은 한소은이라는 이름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껴졌다.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원청현이 한소은보고 제자라 부른 것이다.그렇다는 건, 자기 눈앞의 이 여자가 바로 원청현의 마지막 제자라는 말이다.‘둘째 삼촌의 마지막 제자가 여자였어?!’원청현의 가장 친한 친척으로서 그가 마지막 제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당연히 소문으로 돌던 자기 아들이 마지막 제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밖에서는 다들 원철수가 마지막 제자라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고, 원청현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었다.지금 그가 주동적으로 인정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방금, 주효영이 죽었다고 했나요?”멀리서 들어서 인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한소은이 다시 물었다.“밖에서 들어오면서 살짝 들었거든요.”“당신도 주효영을 아세요?”원상철은 흠칫 놀랐다. 원청현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이어서 말했다.“맞아요. 나와 내 아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어요. 그 폐기된 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는데 들것에 실려 나온 사람이 주효영이라 하더군요.”“직접 보셨다고요?”한소은은 놀라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이렇게 쉽게 죽었다고?’원상철은 잠시 생각하다 말을 바꾸었다.“음…… 그러고 보니 확실하게 단정 지지는 않았어요. 그 시신은 불에 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거든요.”“그렇다면 당신은 그 시신이 주효영이라는걸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