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그만하고, 나…….”핸드폰 벨이 계속 울렸고, 주현철은 이를 악물었다. 그를 약 올리려고 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 일 또한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주현철도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주효영이 이런 일을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전화를 누르고 스피커를 켠 다음 먼저 말했다.“효영아, 너 지금 실험 중이니? 바빠도 건강은 챙겨야 해! 참, 원씨 집안의 어른들이 널 찾아와 뭘 좀 물고 싶다고 하던데…….”그는 원래 주효영에게 곁에 사람이 있으니 말 조심해라는 뜻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저예요! 아가씨 사고 났어요!”주현철을 멍하니 잠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멀뚱멀뚱 원상철을 쳐다보더니 그제서야 이 말이 전화에 나오는 사람이 한 말이라는 것을 반응했다.“뭐라고?”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아가씨 사고 났다고요! 공장 건물에 폭발이 나서 아가씨가…… 탈출하지 못하고 그만…… 아까 사모님께 전화했는데 믿지 않아서, 저…….”그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소방차와 경찰차의 시끄러운 경적소리, 혼잡한 소란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바람이 소리를 지르며 휘몰아치고, 여러 명의 목소리와 함성이 어우러져 귀를 찢는 소리가 되었다.주현철은 온 몸이 마비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어떤 무거운 것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옆에 있던 유해나가 갑자기 꽥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휴대전화를 껴안고 수화기에 대고 소리질렀다.“거짓말! 거짓말! 너 누가 시킨 거야, 왜 우리 효영이를 저주해! 말해, 말해…….”“사모님, 저예요, 저…….”저쪽은 억울해 보였다. “빨리 와 보세요, 경찰이 이미 도착했습니다. 이쪽…….”주씨 두 부부도 그렇고, 원상철 부부도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고, 서로의 눈에서 의심을 알아차렸다.‘이게 우연일까?’그들은 분명 주효영에게 따지고자 여길 왔는데 하필 이때 주효영이 사고가
“잠깐만요!”잠자코 있던 원상철의 아내 김채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우리도 같이 가요!”“당신들 정말! 이런 상황에서도…….”그녀의 말을 듣자 유해나는 화가 나서 울부짖었다.그러자 옆에 서 있던 주현철이 유해나의 팔을 붙잡으며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마음대로 해!”주현철 부부는 차에 올라타 공장 쪽으로 질주했고, 원상철 역시 김채림을 끌고 자신의 차에 올라타 그들 뒤를 따랐다.두 대의 차는 경주를 하는 것처럼 앞다투어 교외의 어느 한 폐기된 공장 앞에 도착했다.그들이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검은 연기를 발견했다.근처에는 온통 검은 연기에다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귀를 찔렀다.주씨 가문의 차가 먼저 도착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차에서 뛰어내려 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사고 현장에는 경계선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간단하게 그들과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주현철 부부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그리고 원상철의 차도 곧 멈춰 섰다. 그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채림아…….”원상철은 차가워진 김채림의 손을 잡으며 작게 그녀를 불렀다.“이 두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요?”김채림은 숨을 한번 고르고 조심스레 원상철에게 물었다.“모르겠어요.”원상철은 굳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다시 떼었다.“일단 지켜보는 게 좋겠어요.”두 사람도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로 다가갔다.그러자 유해나가 그 자리에 서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계속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그런 유해나에 비해, 주현철은 오히려 침착해 보였다.하지만 주현철도 심각한 얼굴로 눈이 빠지게 창고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불길은 거의 다 잡혔다. 다만 창고 안에 아직 불이 살아 있고 연기도 심했다.멀리 서 있어도 연기와 열기에 눈과 목이 따가웠다.“화재 발생 원인은 아직 조사하고 있습니다. 초보적인 판단으로는 화학약품에 의한 폭발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창고
원상철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확실히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들것으로 들고나온 것은 천으로 덮인 것이어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얼굴을 덮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천 밑에서 한 귀퉁이가 드러난 옷을 유해나는 한눈에 알아봤다.“효영아…….”주현철은 순간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유해나는 들것에 몸을 던졌고, 그 위에 눕혀져 있던 시신이 우당탕 땅으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얼굴에 덮었던 천도 그대로 떨어졌다.“악!!”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얼굴에 유해나는 비명을 질렀다.뒤따라오던 김채림도 시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원상철은 그래도 반응이 빨라 곧바로 손으로 아내의 눈을 가렸다.“보지 마요!”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무서운 것 없는 남자도 그것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시신을 마주한 사람들은 온몸의 솜털이 모두 곤두서기 시작했다.시신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려 숯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김채림은 그 시신을 보고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 모습을 본 원상철이 아내의 두 눈을 가리고 품으로 끌어안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원상철의 품에서 바들바들 떨었다.반면, 유해나는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옆에 있던 사람들이 덩달아 놀라 유해나를 들것에서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주현철도 더 이상 시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흰 천으로 다시 시신의 얼굴을 가렸다.그중 한 사람이 그들에게 말했다.“시신은 여성이고 아직 신원이 불분명합니다.”“네. 수고하셨습니다. 남은 건 법의 조사관에게 맡깁시다.”“안에 아직 몇 구의 시신과 시신 잔해가 남아있습니다.”말이 끝나고 소방관들은 다시 창고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방금 기절하신 부인님께서 이 시신이 자기 딸이라고 하셨는데, 알아보시겠습니까?”경찰이 주현철을 한번 보더니 그에게 물었다.주현철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 정신을 가다듬고서야 경찰의 말에 대답했다.“이 옷은 우리
돌아오는 길에 김채림의 기분이 약간 가라앉았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었다. 방금 봤던 시신의 시각적 충격이 너무 강해서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생각하지 마요.”그녀의 한쪽 귀를 막고 가볍게 품에 안으며 원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김채림은 발버둥 치며 몸을 돌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원상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주효영이 정말 죽었을까요?”“나도 모르겠어요.”“어떻게 그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죠? 하필 우리가 그 여자를 찾으러 갔을 때 사고가 났어요! 더구나, 우리 사람들은 분명히 그 여자가 집에 돌아가는 것을 보았고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했어요. 그 여자가 버려진 공장에서 무슨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공교롭게도 폭발하는 사고 일어났는지, 모든 게 다 수상해요. 마치…….”김채림이 말끝을 흐리자 원상철이 물었다.“마치 뭐요?”김채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마치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 같지 않나요?”“당신 말은 그들 부부가 연기를 한다는 건가요?”사실 원상철도 이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연기를 하는 것이라면 주현철 부부는 정말 음침한 사람이다.원상철은 이미 가능한 한 내색하지 않고 모두 비밀리에 진행하게 했다. 그런데 주현철이 어떻게 진작 알아차리고 그들이 대응하려 이런 일을 꾸몄을까?게다가 이런 일을 꾸며 주효영이 가짜로 죽게 할 필요가 있을까?하지만 김채림은 남편의 생각을 읽은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들이 연기를 하는 거 같지는 않았어요. 만약 정말 연기를 한 것이라면 너무 무섭지 않나요? 연기대상을 받아도 될 만한 연기인걸요! 전에 유해나라는 사람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비밀을 숨길 수 있는 사람 같지는 않았어요.”방금 유해나가 시신에 덮쳤을 때 바로 기절했었다. 그건 연기로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만약 이게 연기라면 그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 속아
차가 원청현의 정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다.도시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밤하늘의 별빛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도시의 번쩍이는 네온등이 없어 조용하고 온화했다.오는 길에 원상철은 먼저 원청현에게 전화를 했었다.아니나 다를까 원상철이 입만 열었을 뿐인데 바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주효영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분명히 멈칫하는 것 같았다.나중에는 한참 침묵하다 그제야 그들이 가는 걸 막지 않았다. 그저 간단하게 오는 길에 미행당하지 말라고 당부만 했다.그래서 그들이 원청현의 정원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고 들여보내 주었다.두 사람을 태운 차는 소리 없이 들어와 멈춰 섰다.원상철이 차에서 내릴 때 그들의 차 옆에 또 한 대의 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낯선 번호의 고급 차가 있었다. 원상철은 이상하다 싶어 두어 번 더 보았다.‘손님이 있나?’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있었다. 원청현의 집에 손님이 거의 찾아오지 않았었다. 게다가 이렇게 늦은 시간이니 더욱 이상했다.오기 전에 원청현이 물어보지 말아야 하는 건 묻지 말라고 당부했기에 원상철은 다른 말 없이 아내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원청현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 그 외의 다른 사람은 없었다.그러자 원상철은 더욱 의심이 들었다.분명 낯선 차가 있는데 손님이 없다니?“이 늦은 시간에 굳이 오겠다고 난리냐?”원청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한숨을 쉬었다.“둘째 삼촌,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방금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요.”원상철이 말을 마치기 전에 원청현이 그의 말을 끊었다.“됐어, 이상하긴 무슨! 너희 두 사람이 아들 보고 싶어서 온 거잖아!”이 한마디가 정곡을 찌르자, 원상철의 얼굴이 뜨거워졌다.반면, 김채림은 그다지 게연쩍어하지 않았다.그녀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둘째 삼촌 말이 맞아요. 난 아들이 보고 싶어서 온 거에요. 내가 낳은 자식이고 어려서 부터 부족할 거 없이 키웠어요. 이렇게 마음 아플
“주효영이 정말 죽었다고?”어디선가 낯선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자, 원상철은 어리둥절하여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어떤 여자가 뒷마당에서 걸어 들어오며 손의 먼지를 툭툭 털로 옆의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나서 수건으로 닦는 모습이 보였다.원상철은 그렇게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그 여자가 자기 앞으로 다가와서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원청현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둘째 삼촌, 이분은?”원청현은 코를 쓱 만지더니 말했다.“내 제자야.”“안녕하세요. 한소은이라고 합니다.”한소은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원상철은 한소은이라는 이름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껴졌다.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원청현이 한소은보고 제자라 부른 것이다.그렇다는 건, 자기 눈앞의 이 여자가 바로 원청현의 마지막 제자라는 말이다.‘둘째 삼촌의 마지막 제자가 여자였어?!’원청현의 가장 친한 친척으로서 그가 마지막 제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당연히 소문으로 돌던 자기 아들이 마지막 제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밖에서는 다들 원철수가 마지막 제자라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고, 원청현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었다.지금 그가 주동적으로 인정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방금, 주효영이 죽었다고 했나요?”멀리서 들어서 인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한소은이 다시 물었다.“밖에서 들어오면서 살짝 들었거든요.”“당신도 주효영을 아세요?”원상철은 흠칫 놀랐다. 원청현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이어서 말했다.“맞아요. 나와 내 아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어요. 그 폐기된 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는데 들것에 실려 나온 사람이 주효영이라 하더군요.”“직접 보셨다고요?”한소은은 놀라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이렇게 쉽게 죽었다고?’원상철은 잠시 생각하다 말을 바꾸었다.“음…… 그러고 보니 확실하게 단정 지지는 않았어요. 그 시신은 불에 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거든요.”“그렇다면 당신은 그 시신이 주효영이라는걸 어떻
독인 만큼, 분명히 해독제가 있을 것이다.독을 쓴 사람을 찾는 게 해독을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갑자기 “사망” 하다니?이렇게 큰 변수가 일어나니 그들은 모든 희망을 원청현에게 걸 수밖에 없었다.“원철수 몸에 있는 건 독이 아니라 촉매제입니다.”이 말 한마디에 원상철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원상철은 두 눈을 깜빡이며 자기가 들은 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촉매제? 그게 뭐지?’“미안한데 촉매제가 뭡니까?”촉매제라는 단어를 그는 처음 들어본 것이다.“설명하자면 중독된 것과 비슷해요. 이것도 사람의 몸을 해치는 것이에요. 하지만 일반 약품과는 달리 촉매제는 사람 몸의 세포를 가속 성장 및 분열을 하게 만들어요. 이로 하여금 사람의 신체 능력을 올리고 여러 방면의 수치를 최고로 만드는 것이죠.”한소은은 잠시 생각하다 그들이 이해할 만한 말로 설명해 주었다.그러자 원상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머뭇거리다 되물었다.“그럼, 흥분제와 비슷한 건가요?”“아니요. 비슷하긴 하지만 성질은 완전히 달라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어 갔다.“아무튼, 사람 몸속의 세포 분열과 성장을 최고 속도로 끌어 올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요. 원래 세포 분열과 성장에는 고정적인 규칙과 주기가 있는데 지금 약물로 그 주기를 강제적으로 속도를 높인 거예요.”“그렇기 때문에 지금 원철수가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만 원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어요. 그래서 지금 많이 허약한 상태에요. 세포가 한계치를 넘는 성장 속도를 보였으니 지금 많이 고통스러울 거예요.”한소은은 두 손으로 밧줄을 꽉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지금 원철수의 몸이 바로 이런 상태다. 조금만 더 잡아당기면 한계치를 감당해 내지 못해서 툭 끊어질 수 있는 상태다."짐승! 이런 짐승들!"원상철이 주먹을 꼭 쥐고 원한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지금 자기의 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대충 알 것 같
원상철은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에게 큰 일격을 가했다.한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안타깝지만 방법이 없어요. 약 성분이 이미 완전히 원철수의 몸과 융합되었고, 시간이 오래 지나서 손쓸 수 없는 상태에요.”“뭐라고요?!”한소은의 말은 원상철에게 있어서 의심할 여지 없이 심각한 타격이었다.원상철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되었고, 그는 허둥지둥 원청현을 바라보았다.“둘째 삼촌, 둘째 삼촌, 당신이 말 좀 해 보세요. 해결할 방법이 정말 없는 건가요? 삼촌은 신의 잖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구하셨으니, 철수도 반드시 구할 수 있겠죠?”“어휴…….”원청현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답을 주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다 한소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촉매제가 어떤 치명적인 독은 아니라는 거예요. 당분간은 목숨에 지장이 없을 거예요.”“다행은 뭐가 다행이에요? 지금 철수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어요!”원상철은 한 손으로 위층 방향을 가리키고 가슴 아파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슬픔과 괴로움과 분노의 감정이 뒤섞여 더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원상철은 차라리 자기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그의 정서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아내를 달래기 위해, 아내가 마음을 조금이라도 놓게 하기 위해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이 말을 들으니 순간 심적 방어선이 무너지고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확실히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겠죠.”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촉매제의 작용은 사람의 세포 속도를 올리고, 원래의 법칙에 어긋나게 해요. 인위적인 간섭은 원철수를 매우 고통스럽게 하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그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을 뿐, 근본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워요.”“덜 고통스럽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절이라도 할게요!”고개를 번쩍 치켜든 원상철의 눈은 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