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인 만큼, 분명히 해독제가 있을 것이다.독을 쓴 사람을 찾는 게 해독을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갑자기 “사망” 하다니?이렇게 큰 변수가 일어나니 그들은 모든 희망을 원청현에게 걸 수밖에 없었다.“원철수 몸에 있는 건 독이 아니라 촉매제입니다.”이 말 한마디에 원상철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원상철은 두 눈을 깜빡이며 자기가 들은 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촉매제? 그게 뭐지?’“미안한데 촉매제가 뭡니까?”촉매제라는 단어를 그는 처음 들어본 것이다.“설명하자면 중독된 것과 비슷해요. 이것도 사람의 몸을 해치는 것이에요. 하지만 일반 약품과는 달리 촉매제는 사람 몸의 세포를 가속 성장 및 분열을 하게 만들어요. 이로 하여금 사람의 신체 능력을 올리고 여러 방면의 수치를 최고로 만드는 것이죠.”한소은은 잠시 생각하다 그들이 이해할 만한 말로 설명해 주었다.그러자 원상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머뭇거리다 되물었다.“그럼, 흥분제와 비슷한 건가요?”“아니요. 비슷하긴 하지만 성질은 완전히 달라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어 갔다.“아무튼, 사람 몸속의 세포 분열과 성장을 최고 속도로 끌어 올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요. 원래 세포 분열과 성장에는 고정적인 규칙과 주기가 있는데 지금 약물로 그 주기를 강제적으로 속도를 높인 거예요.”“그렇기 때문에 지금 원철수가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만 원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어요. 그래서 지금 많이 허약한 상태에요. 세포가 한계치를 넘는 성장 속도를 보였으니 지금 많이 고통스러울 거예요.”한소은은 두 손으로 밧줄을 꽉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지금 원철수의 몸이 바로 이런 상태다. 조금만 더 잡아당기면 한계치를 감당해 내지 못해서 툭 끊어질 수 있는 상태다."짐승! 이런 짐승들!"원상철이 주먹을 꼭 쥐고 원한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지금 자기의 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대충 알 것 같
원상철은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에게 큰 일격을 가했다.한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안타깝지만 방법이 없어요. 약 성분이 이미 완전히 원철수의 몸과 융합되었고, 시간이 오래 지나서 손쓸 수 없는 상태에요.”“뭐라고요?!”한소은의 말은 원상철에게 있어서 의심할 여지 없이 심각한 타격이었다.원상철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되었고, 그는 허둥지둥 원청현을 바라보았다.“둘째 삼촌, 둘째 삼촌, 당신이 말 좀 해 보세요. 해결할 방법이 정말 없는 건가요? 삼촌은 신의 잖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구하셨으니, 철수도 반드시 구할 수 있겠죠?”“어휴…….”원청현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답을 주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다 한소은이 다시 입을 열었다.“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촉매제가 어떤 치명적인 독은 아니라는 거예요. 당분간은 목숨에 지장이 없을 거예요.”“다행은 뭐가 다행이에요? 지금 철수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어요!”원상철은 한 손으로 위층 방향을 가리키고 가슴 아파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슬픔과 괴로움과 분노의 감정이 뒤섞여 더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원상철은 차라리 자기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그의 정서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아내를 달래기 위해, 아내가 마음을 조금이라도 놓게 하기 위해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이 말을 들으니 순간 심적 방어선이 무너지고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확실히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겠죠.”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촉매제의 작용은 사람의 세포 속도를 올리고, 원래의 법칙에 어긋나게 해요. 인위적인 간섭은 원철수를 매우 고통스럽게 하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그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을 뿐, 근본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워요.”“덜 고통스럽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절이라도 할게요!”고개를 번쩍 치켜든 원상철의 눈은 환해졌다
“얼마나 많은 보물을 망가뜨렸는지 내가 원가의 두 배로 배상할게요. 하지만…….”한소은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술을 작게 치켜 올렸다.“내가 말한 것이 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음…….”말끝을 길게 늘어뜨린 원청현은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는다.“네가 너무 급하게 와서 내가 너 한테 물어볼 겨를도 없었네. 그쪽은 어떻게 되었어?”“이미 끝났어요. 해독제를 성공시켰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제가 어떻게 여기에 서 있었겠어요.”한소은은 아주 가볍게 대답했다.“정말이야?”원청현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하지만 내가 듣기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은데. 너희 쪽에서 스파이가 생겼다고?”한소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원청현이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살짝 비비고, 눈썹을 찌푸리더니 곰곰이 생각했다.“사부, 거기에 사람을 심어 두신 거예요?”“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특수 조직인 것처럼 말하네!”원청현은 허벅지를 두드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그건 내 문하생이 천하를 다 돌아다니는 거지!”한소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뒤집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네네, 스승님의 제자가 하늘 아래 가득한데, 당연히 제자가 말해줬겠죠! 그럼, 그 제자들이 실험 기지의 그 사람들이 어떤 세력인지, 세상을 통치하려는 건지 아니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건지 말해줬나요?”원청현이 수염을 비비며 말했다.“철수 그 자식이 말한 적이 있긴 있어. 그들은 정말 바이러스를 개발해서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 하지만 그들이 지금 만들어 낸 이런 것들은 이유를 모르겠어. 요즘 기승을 부리는 전염병과 철수의 몸에 있는 촉매제? 이런 것으로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까?”“당연히 말이 안 되죠. 다만, 일부 사람은 없앨 수 있을 거예요.”한소은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진지하게 생각했다.“전에 실험기지에 있을 때 그들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들이 단지 이런 바이러
김준은 눈을 비비며 방에서 걸어 나왔다.“엄마…….”“왜 또 일어났어?”한소은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김준을 안았고, 아이를 자기 몸 옆으로 끌어당겨 앉혔다.요즘 그녀의 배가 좀 더 나와 그를 안는 것이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아들을 밀쳐내지는 않았다.“엄마가 다시 간 줄 알았어요.”김준은 엄마의 품에 폭 안겼다.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행동으로는 마음속의 불안함을 들어냈다.한소은은 마음속으로 약간 미안해 했다. 최근 확실히 아들을 소홀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헤어졌으니, 아이는 틀림없이 자기를 매우 보고 싶어 했을 것이다.그러나 김준은 철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 가! 엄마 이제 어디도 안 갈 거야. 우리 같이 집에 가자.”김준의 머리를 비비며 한소은이 부드럽게 말했다.집에 가자라는 말을 듣자, 녀석의 눈이 번쩍 뜨였다.“정말? 우리 집에 가는 거예요?”“물론이지.”김준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한소은도 기뻐서 말했다.“네 아빠도 돌아왔으니 드디어 우리 가족이 모일 수 있어.”“좋아요!”이 말을 들은 김준은 더는 참을 수 없이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이를 본 원청현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김준을 막으며 말했다.“아이고, 이 놈아! 조심해!”간신히 뛰어다니려는 아이를 막아 다시 자신의 품에 안으며 원청현은 한소은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정말 준이를 데려갈 거야?”‘참 나, 이 영감 탱이. 지금 준이가 아쉬워서 이러는 건가?’“아님, 준이를 몇 달 더 보살펴 주실래요?”한소은은 농담조로 말했다.그러자 원청현은 또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됐어 됐어, 네가 그냥 데려가!”한소은은 웃기 시작했다.“사부, 아직도 그렇게 삐치는 걸 좋아하시네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일어서서 위층 방향으로 걸어갔다.“어휴…….”원청현이 막 입을 열려고 하자, 김준은 한소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녀가 갈까 봐 서둘러 쫓아가려 했다.그러자 한소은은 몸을 돌려 입술 앞에 손가락을 대
하지만 이 큰 방은 텅 비어 있었다.임상언이 방안을 둘러보며 남자의 모습을 찾고 있을 때 책상 뒤의 의자에서 왜소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그는 의자에서 뛰어내려 임상언의 앞으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야?”“주효영이 죽었답니다!”임상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 소식을 받았을 때 임상언도 충격을 받았다.심지어 이것이 가짜 소식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속이려는 속임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소식의 출처와 현재 밝혀진 정황으로 보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나도 알아.”남자가 고개를 들어 임상언을 바라보았다.가면 뒤의 눈은 약간 실눈을 뜨고 있었고 약간 불쾌해 보였다.임상언은 곧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몸을 웅크려 그보다 한 계단 낮게 앉았다.그제야 남자의 눈이 만족스러운 눈빛을 드러내었다.“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왜 멀쩡하던 공장이 폭발한 것일까요? 그동안 그렇게 많은 실험을 했는데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데, 그 여자가…… 거짓말하는 거 아닐까요?”임상언이 남자를 떠보며 물었다. 그는 이것이 남자와 주효영이 함께 짠 판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남자는 임상언을 깊이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며 뒤의 의자에 올라가 앉아 다리를 흔들며 말했다.“죽었는지 아닌지는 경찰서에서 부검 결과가 나오면 다 알 수 있을 거야. 나도 이런 사고가 날 줄은 몰랐어.”“그렇다면 보스가 계획한 게 아니라는 건가요?”의심스러운 듯 그를 바라보며 임상언은 여전히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다.“내가?”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소리를 내며 웃었다.“내가 왜 그런 짓을 하지? 주효영은 너와 같아. 내게 유능한 사람이야. 그녀가 죽으면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을까?”잠시 동안 임상언도 보스에게 무슨 이득이 있을지 대답하지 못했다.그런데, 너무 갑작스럽고 불가사의하다고 느꼈다.주효영처럼 날뛰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다니?게다가 실험하다가 폭발한 것이니 그녀로서는 정말 저급한 실수였다.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었다.“나는 네가 어떤 이유로
보스가 아들을 언급하자 임상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니요, 당연히 아니죠! 내게 약속했던 걸 잊지 마세요. 만약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의 이 실험을 망칠 거예요!”협박을 당했는데도 남자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입을 벌리고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좋아! 이런 각오가 있다니 다행이네. 임상언, 나 몰래 아들을 수십 번 이상 찾았었지? 그런데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을 거야.”인상언은 묵묵히 두 손을 주먹 쥐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그는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남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물론, 남자는 그가 대답하든 하지 않든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내 실력과 이 조직의 실력을 잘 알겠지? 너 같은 작은 상인이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도. 너뿐만 아니라 그 김서진이라는 사람도 아무런 방법이 없어. 그래서 내 말을 잘 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 귀한 아들이 언제까지 무사할지 장담할 수 없어.”“내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는 거 알았으면 해. 위의 사람들은 나보다 더 인내심이 없지.”남자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임상언은 보스의 위에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 있었다. 하지만 이건 보스가 처음으로 자기 위에 더 높은 신분의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보스의 말을 듣고 임상언은 조금 의아해했다.“내가 너와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의심하지 마.”남자는 두 손을 의자 양옆의 팔걸이에 올려놓고 무심코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네가 알아야 하는 건 천천히 알려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이제 주효영이 죽었으니 넌 내 유일한 유능한 조력자야.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너와 네 아들 모두 무사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이 세상의 사람이 절반 이상 죽어도 너와 네 아들은 무사할 거라고 약속하지.”“네!”임상언은 꼭 쥐었던 주먹을 풀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남자는 느릿하게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학술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고고한 척한단 말이지. 이런 사소한 명예를 얻으려 서로 싸우다니! 난 달라. 내 목표는 이 세계란 말이야!’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창문 앞으로 걸어가 아래층을 내려다보았다.이렇게 큰 실험 기지 안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그의 생각에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다.그때가 되면 여기뿐만 아니라 제성 전체,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그의 발 밑에서 기어 다니게 될 것이다.……극히 드물게 김서진과 한소은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 모여 행복을 누리고 있다.김서진이 아들을 품에 안고 방을 한 개 또 한 개 지나오며 아들의 까르르 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니, 한소은은 순간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고 너무 많은 경험을 했다.한 실험기지에서 다른 한 실험에 이르기까지 각종 바이러스와 실험은 그녀의 생활을 가득 채웠다.비록 한소은이 원청현을 따라 의학을 오랜 시간 배웠다고 하지만, 이렇게 의학 실험과 바이러스와의 대결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한소은은 방향을 바꾸고 향수를 만드는 데에 흥미를 느꼈었다.이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상이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것들이다.하지만 최근에 접촉한 것은 이 세계의 어두운 면을 보이게 했다.전염병,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발생한 일들은 모두 좋지 않은 일이었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재난이었다.일어난 모든 일들은 한시도 숨돌릴 수 없게 했다.한소은은 소파에 앉아 김서진과 김준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며 벌써 볼록하게 올라온 배를 만져 보았다.지금, 이 순간의 평화와 안일함이 얼마나 어렵게 얻어진 것인지 느꼈다.“엄마, 엄마…… 우리 집에 예쁜 누나가 오시는 거예요?”아이의 어린 목소리가 생각에 잠긴 한소은을 깨웠다.한소은은 정신을 차리고 김준의 작은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준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한소은은 이상하다 생각되어 먼저 말을 걸었다.“여보세요?”그럼에도 답이 없자 한소은은 핸드폰의 문제라 생각되어 전화를 끊으려 했다.그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사람이 말하는 목소리가 아닌 난잡한 환경 소리였다.바람 소리와 은은하게 경적 소리가 뒤섞여 신경질이 날 정도로 시끄러웠다.한소은은 멍해져서 핸드폰을 가져와 다시 전화번호를 확인했다.확실히 그녀가 모르는 낯선 전화였다. 다시 전화를 귓가에 가져가 한 번 더 물었다.“여보세요? 말씀하세요!”전화기 너머에서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옆에 있던 김서진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한소은에게 물었다.“왜 그래요?”한소은은 핸드폰을 그대로 들고 김서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1분이 되어서도 대답을 듣지 못하면 그대로 전화를 끊을 생각이었다.한소은이 곧 인내심을 잃으려 할 때, 전화기 너머에서 마침내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은 언니!”“가연이니?”여자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한소은은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곧 진가연이 지금 말하기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 왜 그래? 지금 어디야? 말하기 불편한 거야? 이 번호, 네 번호가 맞아? 이따가 다시 전화 걸까?”“아, 아니…….”진가연은 급히 한소은의 말을 끊었다.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는지 조심조심 말하고 있었다.“소은 언니, 나 지금 집에 있어. 이 핸드폰은 가시 도우미 아주머니 것인데 숨겨둔 거 내가 찾아낸 거야. 언니, 내 아빠가 정말 이상해진 거 같아. 내 사촌 언니에게 컨트롤 당하고 있는 거 같아.”“주효영이 컨트롤하고 있다고?”한소은은 이렇게 되물었지만 말하고 나서 주효영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이어서 말했다.“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 지금 어떤 상황이야? 위험한 거야? 네 아버지가 너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거야? 만약…….”“난 괜찮아. 요즘은 괜찮아졌어. 아빠가 날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