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실험이 아직 성공하지 못했으니 지금 테스트하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마음을 가다듬은 이 교수가 입을 열었다.“이게 벌써 몇 개월째야!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 멍청이인 거야? 한의약이고 뭐고 다 쓰레기였어!”남자는 두 손을 주먹 쥐며 테이블에 쾅쾅 두드렸다. 그래도 분노가 가시지 않았는지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직 성공하지 못한 걸 테스트해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자, 비난하는 남자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이 교수는 그가 한의약을 모욕하는 말을 하자 더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제임스. 말은 바로 해! 이 실험은 보스가 중시하고 계속할 것을 요구한 프로젝트야. 당신이 이렇게 말하는 건 보스의 안목을 의심하는 건가?”이 교수는 보스를 가지고 그를 위협했다.R 선생님과 동행한 사람은 총 4명이다. 제임스는 R 선생님과 함께 온 사람 중 하나다. 네 사람 모두 생물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인데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모두 국내의 한의약을 업신여기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한의약을 그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허무하고 공허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보스의 명령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함께 연구에 참여한 것뿐이다.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연구하는 분야는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달랐다.그들이 무슨 실험을 하는지는 이 교수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네 사람이 하나의 실험실을 쓰면서 보안에 엄청 신경 썼다. 그 실험실로 들어가려면 동공 인식까지 해야 했다.이 교수가 그들의 실험에 대해 궁금함을 표시할 때면 보스는 이 교수더러 자기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라 했다. 제임스와 기타 3명은 자신들의 실험을 할 뿐만 아니라 이 교수 측의 연구 성과를 최종 실험하는 일까지 했다.이번이 벌써 몇 번째 실패하는 것인지 셀 수도 없었다. 제임스는 원래부터 한의약을 업신여겼는데 연이은 실패에 한의약에 대해 더욱 경멸했다.“보스로 날 위협하려 하지 마. 보스의 안목을 절대 틀리지 않았어. 다만 이 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멍청할 줄 생
같이 온 사람들이 제임스를 말리고 원철수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제임스는 그제야 이 교수의 목덜미를 놓아주었다.졸렸던 목이 풀리자, 순간 공기가 폐 속으로 밀려 들어와 이 교수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긴장이 풀리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으려 했다.이 교수는 간신히 몸을 겨누며 이런 오만한 사람 앞에서 주저앉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이 교수, 내가 경고하는데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실험이 다시 실패한다면 당신이 아무리 떼를 쓰고 입을 다물어도 한의약이 서양의학보다 못하다는 걸 반박할 수 없을 거야.”이 말을 마치고 제임스는 손목을 문질렀다. 그러고는 콧방귀를 끼며 다른 사람들을 불러 방에서 나갔다.“그만 가자고!”그 사람들이 방에서 나가자, 이 교수 혼자만 덩그러니 방에 남았다.이 교수를 찾지 못한 원철수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할 때 계단 사이의 모퉁이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한 손으로 벽을 붙어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목을 잡고 있었다.“이 교수님!”원철수는 단번에 이 교수를 알아보았다.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교수님, 한참 찾았어요! 급히 상의할 일이 있어요. 내가 자세히 생각해 보았는데 이 실험 불가능하지 않아요. 차라리 내게 맡기는 게 어때요? 한소은보다 잘 해낼 자신 있어요! 그 여자가 할 수 있다면 내가 못 할 거도 없죠!”한동안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했던 이 교수는 아직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했다.그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귓가에서 원철수가 끊임없이 지껄이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그가 정신을 완전히 차리고 발걸음을 멈추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원철수에게 되물었다.“뭐라고?”“그 실험 내게 맡기시라고요! 한소은보다 잘 해낼 자신 있다니까요!”“네가?”원철수를 바라보는 이 교수의 두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이 교수님, 향료 방면에서 내가 한소은보다 못하지만, 약초 방면에서는 한소은
사실 원철수는 이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그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를 좋게 보지 않았다.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아닌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다만, 한소은에게 여러 번 면박을 당하고 둘째 할아버지가 자기보다 한소은과 더 친밀한 거 같은 데다 두 사람이 도대체 무슨 사이인지 알아내지 못해 그녀에 대한 승부욕이 생겼을 뿐이었다.원래는 한소은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지금 그는 한시라도 빨리 좋은 성과를 이루어 자기가 그녀보다 더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한소은이 그저 말로만 잘난 체하는 여자일 뿐, 평생 자기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이 교수의 허락을 맡고 원철수는 곧바로 밤낮 가리지 않고 실험에 몰두했다.심지어 밥을 먹거나 걷고 있을 때도 실험에 대해 생각했다.이전의 약초는 모두 달이는 방식으로 약한 불로 약성을 달여 냈는데, 불의 크기를 주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물의 양도 잘 조절해야 했다. 달인 약을 방치한 시간이 길어지면 약의 성분도 반절 될 것이다.이 실험은 약을 달여 마시게 해 약 성분을 몸에 들어가게 하는 게 아니라 휘발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게 하는 실험이다.우선, 휘발된 약 성분이 얼마에 달하고 인체에 또 얼마나 흡수될 수 있는지는 아주 큰 문제로서 약 성분이 불안정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원철수는 벌써 실험실에서 며칠 동안 몸을 담갔지만, 결과는 여전히 뭔가 모자랐다. 이리저리 생각해도 어디가 부족한지 떠오르지 않자, 둘째 할아버지에게 가르침을 청하기로 했다.원 어르신은 오래전에 의학에서 손을 떼었지만, 약초에 대한 연구에는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의 산장에 심은 약초들은 밖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신기한 약초들이다.더군다나 원 어르신은 산장 밖에 산업이 있었다. 듣자니 넓은 약초 재배원이 있다고 한다.하지만 원철수는 그 약초 재배원을 본 적 없다. 저번에 슬쩍 떠보았다가 오히려 꾸지람을 들었다.이번에 그는 밖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어머니 아버지도 자기들이 잘못 고를까 봐 많이 수소문해서 구매한 거래요. 이런 유명한 장인이 직접 만든 거예요. 한번 보실래요?”원철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선물상자를 내밀었다.어르신은 콧방귀를 끼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지금 광고에 나오는 장인 중 열에 아홉은 다 자기가 유명한 장인이라 칭하고 다니지. 남은 하나는 곧 장인이 될 사람이고. 네 엄마 아빠가 찾은 장인은 어느 장인이야?”만약 원철수가 말한 사람이 일반 사람이라면 아마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철수는 원 어르신의 이런 반응에 이미 익숙해졌다. 그는 산장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찻잔을 꺼내며 원 어르신에게 내밀었다.“이것 보세요. 양 장인이 손수 만든 거예요.”원 어르신은 한번 흘겨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이었다. 그를 꾸짖지 않았고 듣기 싫은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건 선물이 원 어르신의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다.오래전에 원철수는 원 어르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해외에서 사 온 선물이나 귀한 그림 같은 것은 보내오는 족족 원 어르신이 다 밖으로 내던졌었다.시간이 지나고 원 어르신에게 꾸지람도 몇 번 들으니 점차 원 어르신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원 어르신은 다른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해외에서 얼마나 좋은 물건을 선물로 사 와도 해외를 숭배한다는 말만 들을 뿐 물건이 귀하건 귀하지 않건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평생동안 좋아하는 게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약초고 다른 하나는 찻잎이었다.약초는 원 어르신의 산장에 있는 것보다 더 귀한 걸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찾아올 때마다 찻잎이나 찻잔을 선물로 가져오곤 했다.“됐어, 너 요즘 너무 자주 오는데 무슨 사고라도 친 거야?”원 어르신은 손에 들었던 부채를 흔들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부탁할 일이 없다면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원철수가 찾아온
“둘째 할아버지, 약초를 달이는 것은 모두 흔히 알고 있는 방법입니다. 약의 효과를 조절하고 인체가 얼마나 흡수하는가에 대해서는 마음속에 답이 있지만, 약의 성분을 기체로 만들어 호흡하는 방식으로 인체에 흡수하게 만드는 건 정말 조절하기 힘들어요.”원철수는 한껏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할아버지는 경험이 많으니, 약의 성분을 기체로 만드는 것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겠죠?”말을 하면서 그는 원 어르신을 한번 흘겨보았다. 그러자 원 어르신은 입을 삐죽이며 웃었다.“왜, 연구소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실험했으면서 그렇게 기초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거야?”“그런 게 아니라…….”원철수는 한소은이 진작에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들었다. 다만 지금 자기가 한소은보다 더 잘났다는 걸 증명하려면 한소은의 데이터를 의지하지 않고 홀로 연구해 내야만 했다.게다가 사실 그는 한소은이 이 문제를 정말로 해결했다는 걸 믿지 않았다. 어쩌면 그 여자가 자기 입으로 성공했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약초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자신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한낱 여자가 해결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아마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한소은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말만 믿고 그런 줄로 알았을 것이다.한의약은 넓고 심오한데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원 어르신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인내심이 없었다. 그는 느릿느릿하게 부채를 저으며 말했다.“하긴! 네 녀석의 어중이떠중이 실력으로도 그런 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곳 사람들의 실력이 어떤지 보지 않아도 알 거 같구나. 무슨 성과를 얻지 못해도 이상하지는 않지.”원래 원 어르신에게 꾸지람을 받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지만 지금 원철수는 이곳에 온 신경을 몰두한 상태인 데다가 자기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원 어르신의 말에 바로 반박했다.“둘째 할아버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할아버지 앞에서 제 실력은 어중이떠중이이지만
“둘째 할아버지, 제가 잘못 했어요. 이런 걸 물어보지 말아야 했는데. 화내지 마세요! 더는, 더는 묻지 않을게요!”“저리 꺼지지 못해?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원철수가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원 어르신은 주위에서 던질만한 물건을 찾았다. 한참을 둘러봐도 던질 만 한 게 없다 보니 바닥에 내팽개친 부채를 다시 들어 원철수의 얼굴에 대고 내리쳤다.“이 망할 놈의 자식! 하루가 멀다고 찾아와서 날 화나게 하다니! 내가 반평생을 살아서 네놈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는 거야? 저리 꺼져, 다시는 여기로 찾아오지 마!”몸에 맞은 부채는 아프지 않았지만 이렇게 얼굴에 바로 맞으니 원철수는 아파서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원 어르신이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는 말에 원철수는 크게 당황해하며 말했다.“둘째 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묻지 않을게요, 가면 되잖아요! 화 푸세요! 몸이 상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나중에 다시 찾아뵐 테니 화 푸세요!”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문밖으로 뛰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황량하게 도망가는 모습이다.지금 원 어르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것이다.“꺼져! 저리 썩 꺼져!”원 어르신은 문 앞까지 쫓아가 고함을 지르면서 부채로 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향해 내던졌다. 원철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서야 문을 붙어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사실 원 어르신은 그렇게 화가 난 것도 아니다. 그저 원철수를 쫓아내려 일부러 더 화가 난 척 한 것이다.그 녀석이 계속 이것저것 묻게 되면 나이가 많은 자기가 그의 말에 넘어가 홀랑 말해버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만약 한소은이 자기가 실수로 말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다시는 그를 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니 원 어르신은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엇따,————원철수는 원 어르신의 산장에서 도망치다 싶이 빠져나왔다.자기의 차로 올라타 크게 숨을 고르고는 물 한 병을 꺼내 몇
“맞는데, 그쪽은 누구세요?”원철수는 답답했는지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평소의 온화하고 우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저, 저는 주 부인이에요. 전에 한번 뵌 적이 있었는데!”전화기 너머에서 전해오는 여자의 목소리는 억울함이 묻어있었다. 그러면서도 원철수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고 있었다.하지만 원철수는 주 부인이 누군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주부인? 어느 주 부인? 난 그런 사람 모르는데요!”그는 집안의 친척과 학교 동기를 제외하고는 아는 여자가 거의 없었다. 누구의 부인, 어느 집안의 부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 부인이라고 말했을 때 원철수는 단번에 모른다고 대답했다.부인이라 자칭한다는 건 유부녀라는 말인데 자기가 결혼한 여자와 알고 지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다만, 한소은은 예외였다.전화기 너머의 주 부인은 원철수가 전화를 끊으려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황급히 말했다.“원 선생님, 저는 주 부인이에요. 전에 한의약 세미나에서 만났었잖아요. 그때 서로 인사도 주고받고 얘기도 나눴는데. 그날 원 선생님이…….”주 부인은 그날 한소은이 원철수에게 음료수를 뿌린 말을 하려다 이 말을 하면 원철수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릴까 겁나 급히 말을 다시 삼켰다.“그날 원 선생님이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다 보니 잊으셨나 보네요. 허허……”주 부인은 바로 말을 돌렸다. 행여나 원철수가 기분이 상해 전화를 끊을까 걱정이었다.그녀가 입가까지 나온 말을 급히 삼켰지만 원철수는 앞의 말만 듣고 그녀가 하려던 말을 알아차렸다.다만, 그녀가 누구인지 생각난 것이 아니라 그날 한소은이 자기에게 음료수를 뿌린 것이 생각이 났다. 그날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했었다.‘그래 이 빚도 있었지! 한소은, 두고 보자고!’“원 선생님, 제가 누군지 생각나셨나요?”주 부인은 전화기에서 원철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날 그렇게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이것저것 물었는데 원철수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주 부인을 기억할 리가
이어 전화를 탁 끊고 주 부인의 번호를 차단했다.‘이런 이상한 사람이 어디서 내 번호를 알게 된 거야?’원철수는 차에 시동을 걸어 액셀을 밟고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으로 마음속의 짜증을 날려버리고 싶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에서 주 부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끝났는데 왜 멍하니 서 있는 거야?”옆에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에는 짜증이 가득 섞여 있었다.주 부인인 핸드폰을 들고 우물쭈물하다 대답했다.“원 선생님이 전화를 끊었어요.”“끊었다고?”남자는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가 이윽고 크게 웃었다.“그래, 그래! 당신이 한 일좀봐! 무슨 사람을 어떻게 부탁했길래 전화 한 통도 제대로 못 해?”“그 사람이 무슨 신의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면서 가연이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더니, 결국에는! 그쪽에서 상대하려 하지도 않잖아! 전화마저도 끊어버리다니!”남자는 화가 많이 난 듯 주 부인에게 불만을 표출했다.주 부인은 억울함에 고개를 푹 숙였다.“이렇게 모셔 오기 힘든지 나도 몰랐다고요! 어렵게 얻은 전화번호인데. 내가 이렇게 까느냐고 하는 게 다 누구 때문인지 당신도 잘 알잖아요! 말도 몇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이런 비난을 받는 게 기분 좋은 줄 알아요?”주 부인은 말하면 말할수록 억울해져 소파에 털썩 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울, 울긴 왜 울어!”남자는 주 부인이 울자, 당황해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한숨을 내쉬었다.“이틀 뒤면 가연이의 생일이잖아. 가연이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기로 했는데 이젠 다 물 건너갔어. 당신이 말한 것처럼 대단한 의사를 찾아와 가연이의 병을 치료해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전화 한 번 더 해보는 건 어때?”주 부인은 울음을 멈추고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 부인의 얼굴이 다시 울상이 되었다.“내 번호를……차단한 거 같아요.”그녀의 말에 주현철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