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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맞는데, 그쪽은 누구세요?”

원철수는 답답했는지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평소의 온화하고 우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저, 저는 주 부인이에요. 전에 한번 뵌 적이 있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전해오는 여자의 목소리는 억울함이 묻어있었다. 그러면서도 원철수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원철수는 주 부인이 누군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주부인? 어느 주 부인? 난 그런 사람 모르는데요!”

그는 집안의 친척과 학교 동기를 제외하고는 아는 여자가 거의 없었다. 누구의 부인, 어느 집안의 부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 부인이라고 말했을 때 원철수는 단번에 모른다고 대답했다.

부인이라 자칭한다는 건 유부녀라는 말인데 자기가 결혼한 여자와 알고 지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다만, 한소은은 예외였다.

전화기 너머의 주 부인은 원철수가 전화를 끊으려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황급히 말했다.

“원 선생님, 저는 주 부인이에요. 전에 한의약 세미나에서 만났었잖아요. 그때 서로 인사도 주고받고 얘기도 나눴는데. 그날 원 선생님이…….”

주 부인은 그날 한소은이 원철수에게 음료수를 뿌린 말을 하려다 이 말을 하면 원철수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릴까 겁나 급히 말을 다시 삼켰다.

“그날 원 선생님이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다 보니 잊으셨나 보네요. 허허……”

주 부인은 바로 말을 돌렸다. 행여나 원철수가 기분이 상해 전화를 끊을까 걱정이었다.

그녀가 입가까지 나온 말을 급히 삼켰지만 원철수는 앞의 말만 듣고 그녀가 하려던 말을 알아차렸다.

다만, 그녀가 누구인지 생각난 것이 아니라 그날 한소은이 자기에게 음료수를 뿌린 것이 생각이 났다. 그날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했었다.

‘그래 이 빚도 있었지! 한소은, 두고 보자고!’

“원 선생님, 제가 누군지 생각나셨나요?”

주 부인은 전화기에서 원철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그날 그렇게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이것저것 물었는데 원철수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주 부인을 기억할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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