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지.”한소은은 진가연이 기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말하는 것도 기운 없이 느릿느릿하고 전에 봤던 것보다 더욱 피곤해 보였다.“요즘 잠이 많지?”쿠션을 베고 기댄 진가연이 눈꺼풀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뚱뚱한 데다가 게으르기까지 하니 쉽게 피곤해져요.”“게으르다고?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한소은은 거실에 놓인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다 네가 돌보는 화분이지? 이렇게 정성스럽게 잘 가꾸는 사람이 게으를 리가!”그녀의 말을 듣던 진가연이 고개를 돌려 화분을 쳐다보았다. 파릇파릇하게 잘 가꿔진 화분은 확실히 정성을 들여 가꾼 티가 났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거실에 놓인 화분 모두 만화 캐릭터를 모티브로 잘 다듬어졌다는 것이다.“내가 한 건지 어떻게 확신해요?”진가연이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한소은에게 물었다.“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가꾼 것일 수도 있잖아요.”그녀의 말에 한소은은 고개를 저었다.“아주머니가 가꾸었다면 이렇게 정성 들여 만화 캐릭터로 다듬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동심을 잘 간직한 사람이거든.”“동심이라…….”진가연은 작게 중얼거리며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난 벌써 21살이에요. 동심은 무슨, 게다가 정말 동심을 잘 간직한 사람은 나 같은 모습으로 살지 않았겠죠.”진가연은 말하면서 자기의 배를 툭툭 치며 자기의 모습이 가증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한소은은 진가연이 과도 비만한 자기의 몸매에 대해 고민하고 초조해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한창 꾸밀 나이인 여자아이가 이렇게 살이 쪘으니 초조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하지만 한소은은 그녀에게 동심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좋은 집에서 태어나 한창 예쁠 나이에 마음껏 꾸미지 못하는 진가연에게 그런 말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다. 그녀도 예뻐 보이고 싶고 눈치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 눈앞에 나가길 원할 것이다.“어려서부터 이렇게 살이 찐 거야?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살이 찌기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과 다른 것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진가연이 자기의 일들을 말할 때마다 한소은의 눈을 관찰했다. 그녀의 눈에는 조금의 비웃음도 없었고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듣는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 한소은의 모습은 마치 환자의 상태를 곰곰이 체크하는 의사 같았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 기울여 들으며 병을 진단하는 것 같았다.순간 진가연은 한소은이 정말로 자기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려고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한소은 씨, 치료도 할 줄 아세요?”진가연이 느닷없이 물었다.그러자 한소은이 당황해하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난 그저 조향사일 뿐이야. 의사가 아니라고.”“그래요.”그녀의 대답에 진가연은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난 당신이 의사여서 날 구해주러 온 줄 알았어요.”“내가 그런 재주가 있을 리가…….”한소은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병은 의사에게 치료받는 게 맞아.”“전문적이든 어중이떠중이 의사든 내가 본 의사만 해도 수백은 될 거예요. 하라는 대로 다 하고 먹으라는 약도 다 먹었는데……. 어쩌면 내가 너무 게을러서 다 실패한 것일지도 몰라요. 운동만 했다 하면 구역질을 했어요. 그렇다 보니 헬스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내가……의지가 나약해서 안 되나 봐요.”진가연은 한숨을 푹 쉬며 테이블에 놓인 간식과 과일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당신이 저번에 알려준 방법은 효과가 조금 있었어요.”“응?”한소은이 흠칫 놀라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 블루베리 케이크 말이에요.”그녀가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자 진가연이 귀띔해 주었다.“그거 알아요? 그날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오랜 시간 동안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 살았어요. 그날 먹었던 블루베리 케이크는 몇 년 동안 내가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어요.”한소은은 자기가 무심코 한 말이 그녀에게 그렇게 큰 감명을 가져다줄지는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정말이야. 사람은 자기 몸과 맞설 필요가 없어. 자기 몸과 타협하고 잘 지낼 줄 알아야 해.”한소은의 목소리는 마치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진가연은 몸을 일으켜 바로 앉고는 시선을 테이블 위의 간식에 고정했다. 먹음직스러운 간식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간식이 간절해 보였다.“먹어볼래?”한소은은 그녀가 간식을 먹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물어보았다.그러자 진가연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가장 작은 간식을 살짝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코끝에 가져가 간식의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코로 간식의 향기를 맡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는 얼른 간식을 맛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쉽게 간식을 입으로 가져가지 못했다. 진가연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하나 먹어봐. 괜찮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봐.”한소은이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진가연은 살짝 입을 벌렸다. 그녀는 지금 매우 신중하게 간식을 대하고 있었다. 마치 무슨 보물을 보는 듯 간식을 응시하더니 천천히 입속으로 가져갔다.간식이 입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낮고도 큰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한소은은 깜짝 놀랐고 진가연은 겁에 질리다 못해 손에 들고 있던 간식을 떨어뜨렸다.잘 만들어진 간식이 바닥에 떨어져 여기저기 부스러기가 널려졌다. 떨어진 간식을 보자, 진가연의 예쁜 두 눈에는 순간 실망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그러고는 금세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으며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소은은 할 말을 잃고 고개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양복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검은 얼굴빛을 하고 성큼성큼 그들에게도 다가왔다.그의 눈빛은 마치 천벌을 받을 잘못을 저지른 죄인을 보는 것 같았다.진 부장은 한소은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째려보고 진가연에게 물었다.“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고 물었어!”
한소은이 집에 도착했을 때 김서진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그는 거실에서 아들과 놀아주고 있었지만, 옷차림은 다시 나가려는 차림이었다.“오늘 약속 있어요?”한소은은 요즘 정신 없이 지내다 보니 자기가 무엇을 잊고 있는지 기억하지도 못했다.“아니요. 그냥 단순하게 가족 외식이나 할까 해서요.”김서진이 대답했다,“시간 없어요?”“아뇨. 시간은 많아요. 근데 오늘은 왜 일찍 오라고 전화하지 않았어요?”한소은은 시계를 한번 확인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생각보다 늦지 않았다.“급한 것도 아니잖아요. 당신 요즘 바쁜 거 아니까 조금 기다린 거죠.”김준은 비틀거리며 그녀를 향해 달려가 작은 손을 벌리고 안아달라고 했다. 작은 손가락이 그녀의 옷을 만지려고 할 때 김서진이 크게 기침했고 그러자 김준이 갑자기 멈추었다.조그마한 녀석은 알아들은 듯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한 번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였다.“엄마…… 뽀뽀…….”김준은 안아달라는 대신 입을 삐죽 내밀려 엄마에게 뽀뽀해달라며 칭얼댔다.그 모습에 한소은이 웃으며 허리를 굽혀 그의 작은 얼굴에 힘껏 뽀뽀했다.“우리 아들 착하지!”엄마의 칭찬을 받은 어린 녀석은 작은 얼굴을 들고는 교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자기의 아빠를 바라보았다.그러자 김서진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질투 나는 마음은 좀처럼 숨길 수 없었다.이 두 남자를 바라보던 한소은은 어이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문득 진 부장과 진가연의 모습이 떠올랐다.‘아이에게 아빠란 존재의 영향력은 정말 너무 커.’“이제 밥 먹으러 가요!”김서진이 아들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한소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사람을 따라나섰다.오늘의 메뉴는 스테이크다. 아직 어린 김준에게는 어린이 세트 메뉴를 주문해 주었고 두 사람은 각자 스테이크를 주문했다.레스토랑에 들어와서 부터 한소은은 말이 없었다.김서진이 작게 그릇을 툭 건드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한소은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그러자 자기를 걱
"알아요."김서진은 차분하게 말했다."제성 사람들 다 알죠. 진 부장의 딸은 어릴 때부터 총애받아 아주 뚱뚱하고 성격도 매우 이상해요. 명문의 아가씨들과 친하지도 않아요.”그래서 진가연이 한소은에게 선물을 줄 때 김서진은 조금 신기했다.그러나 한소은도 원래 남다르다."총애받았다고……?."한소은은 중얼거렸고 한숨을 쉬었다."왜요? 아닌가요?""글쎄요, 확실히 아이를 사랑하지만 방식이 틀렸어요."한소은이 말했다."진 부장의 집에서 뭘 봤어요?""아니에요, 그냥 준이가 진가연처럼 뚱뚱하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궁금해서요." 그녀는 말하다가 옆에 앉아 있던 아들을 가리켰다.김준은 부모의 말을 못 들었고 스스로 밥 먹는 연습을 하고 있다. 숟가락을 잡아 스파게티를 먹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숟가락을 떨어트렸다.퍼닥-소스가 김준의 얼굴에 튕겼다.“……”김준은 부모와 닮아서 아주 예쁘게 생겼다. 가끔 김서진은 아들을 볼 때 매우 자랑스럽다.방금 아내의 말을 듣고 김서진은 아들 뚱뚱한 모습을 상상했는데…….‘어…….’아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고 김서진은 미안한 마음을 생겼다.상상만 해도 소름 돋았다.김서진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요!""에이, 만약이라고요." 한소은이 말했다.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김서진은 단호하게 말했다."내 아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그럼 진 부장이 옛날에 어떻게 생각했을까요?"그녀가 물었다."설마 진 부장은 애초에 자기 딸이 뚱뚱해질 거라고 예상했나요?"“…….”"아니, 여보, 남을 얘기하고 있는데 왜 준이 얘기해요?"비록 준이가 가끔 김서진을 화나게 하지만 아무래도 아들이니까 뚱뚱한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안 좋아졌다.……‘좋아,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하자.’한소은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사실 진가연이 뚱뚱하는 게 진 부장과 관련이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총애를 받는지 잘 모르지만 진
"사람이 밥 안 먹으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알아요?’김서진은 바로 대답했다."어디서 봤는데 일주일 정도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고개를 끄덕이자 한소은은 계속 말했다."사람은 운동하지 않아도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어요. 맨날 침대에 누워 잠만 자도 에너지를 소모하거든요. 맨날 에너지가 소모되고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 상태가 나빠지겠죠.”"……."김서진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다이어트를 해도 원동력이 있어야죠.""아무튼, 지금 다이어트 방식이 틀렸어요. 이러다가 그녀의 정신상태도 나빠질 거예요."사실 진가연의 정신이 이미 무너질 것 같았다.이러다가 그녀는 거식증이나 폭식증에 걸릴 것이다."그녀를 도와주고 싶어요?" 김서진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소 이해됐다."구세주가 아니라서 남을 구하지 못해요.”그녀가 고개를 숙여 담담하게 말했다.2초 동안 침묵하다가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렇지만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요."예전에 치마를 살 때 점원 때문에 한소은은 진가연과 오해가 조금 있었지만 그녀는 진가연의 본성이 착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게다가 진가연에게 아주 귀중한 선물을 받아서 답례라도 줘야 한다."도와줄까요?" 김서진은 습관적으로 물어봤는데 그녀가 항상 필요 없다고 대답했었다.“도와줘요!”김서진은 의외롭고 조금 기뻐했다.한소은은 매우 독립적이라서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아주 멋진 성격이지만 김서진은 남자로서 아내를 도와주고 싶었다.만약에 한소은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김서진은 자기가 쓸모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어?" 김서진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 "어떻게 도와줄까요?"한소은은 대답했다."당신의 명의로 진가연을 우리 집으로 초대할 예정입니다.”"……이게 다요?"“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중요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게 다라고?’김서진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한소은은 말했다.“원래 이럴 생각 없었는데 진 부장은 융통성이 없어서 대화하기가
진 부장은 그녀의 식사를 아주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딸에게 나가서 친구를 사귀라는 얘기도 많이 했었다. 다만 진가연은 심한 열등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잘 나가지 않았다.‘이게 도와주는 게 맞냐?’김서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이때 아들은 갑자기 웃음을 지었고 마치 김서진을 비웃는 것 같다.“뭘 웃어!”한소은이 말했다.“그럼 이렇게 할게요, 진 부장이 당신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요.”"응."김서진은 콧소리를 내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주 부인은 연구소 입구에서 이틀 동안 기다렸지만 원철수를 보지 못했다.‘내가 잘못 들었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아니면 원철수가 애초부터 안 왔나? 그럴 리도 없을 텐데!’‘아하, 의술이 뛰어나서 맨날 출근할 리가 없지.’원래 하인을 시켜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면 되는데 성의를 보여 주기 위해서 주 부인은 직접 왔다.이틀 동안 잠도 잘 못 자고 오래동안 차 안에 있으니까 얼굴도 부었다.그녀가 곧 포기하려고 할 때 원철수가 연구소에서 나왔다.‘안에 있었네? 언제 들어갔었지?”주 부인은 멍해졌다.사실 원철수가 이틀 동안 연구소에 있었고 나오지도 않았다.원철수의 정신 상태도 안 좋았다. 그는 그 문제를 꼭 해결할 것이라고 맹세해서 이틀동안 연구소에 있었다.‘이틀이나 지났어…….’그는 한숨을 쉬며 연구소에서 나왔다.‘성공하지 못하면 한소은보다 못한다고 얘기했었는데 정말 치욕스럽다.’기분이 초조해서 그는 돌아가서 조금 자고 다시 돌아올 생각이다.온종일 연구실에 있으니까 머리가 조금 아프다.차가 연구소 바깥의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원철수는 주차장에 들어오자마자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다. 하이힐의 뚜벅뚜벅 소리를 들으며 머리가 더욱 아파졌다.고개를 돌려보니 여자가 숨차는 소리도 들렸다."원 선생님, 원 선생님……."몸 상태가 나빠서 원철수는 그 사람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이때 그 사람은 원철수에게 다가가자 갑자기 넘어졌고 그에게 덮쳤다.
원철수는 피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힘들어서 움직이지 못했다.쿵-그는 여자와 부딪쳐서 넘어졌다.주 부인도 깜짝 놀랐다."원 선생님, 원 선생님 괜찮으세요?" 그녀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원철수를 여러 번 눌렀다.원철수가 너무 아파서 이를 악물고 주 부인을 밀어냈다. 그는 화나게 말했다.“누구세요? 미쳤어요?”"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주 부인을 매우 창피했다.원래 자기의 성의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원철수를 죽일 뻔했다. "원 선생님, 고의가 아니었어요. 제 하이힐이 부러져서 넘어졌어요. 보세요……."주 부인은 원철수가 자기를 믿지 않나 봐 신발을 벗어 보여주려고 했다.원철수는 매우 화났고 소리쳤다."오지 마요! 좀 떨어져요!"신발을 신고 주 부인이 말했다.“원 선생님, 오랫동안 기다렸어요."제가 여기서 이틀이나 기다리고 있었어요!""이틀이라고요?" 원철수는 놀랐다."여기서 이틀 동안 기다렸다고요?!""맞아요!"주 부인은 원철수가 감동을 한 줄 알았다.“제가 전화해 드렸는데 선생님은 너무 바쁘신 거 같아서 여기 와서 기다렸어요. 확실히 매우 급한 일이라서, 제 조카가…….""아니, 저를 막으려고 이틀이나 기다렸다고요?" 원철수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네, 네!" 주 부인은 멍해졌다.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원철수는 확실히 기분이 안 좋았다.그뿐만 아니라 조금 두렵기도 했다.‘정말 미쳤냐? 날 막아내려고 연구소 입구에서 이틀이나 기다렸다니 사이코패스 아니야?’‘앞으로 조심해야 하겠군, 너무 무섭다.’그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주 부인은 잠깐 멍하다가 바로 쫓아갔다."원 선생님, 원 선생님…….""따라오지 마세요!" 원철수는 몸을 돌려 주 부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좀 떨어져요!""원 선생님, 제 조카딸은 고질병에 걸려서 제발 애를 살려주세요. 돈은 문제가 아닙니다. 제 조카딸은 진 부장의 딸이라 치료해 주신다면 원하는 것을 다 드리겠습니다!"주 부인은 재빨리 말했다."아니면 무엇을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