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부인은 멍해졌다.원철수는 이런 거에 관심이 없었다.그가 원 어르신의 제자가 된 후 수많은 사람이 그에게 찾아왔다.자기 의술에 대해 자신만만해하지만 만약에 실수한다면 큰일이다.게다가 신비감을 유지해야 자기 몸값도 올라갈 것이다."원 선생님. 의사로서 사람을 살려주셔야죠! 제가 수많은 의사를 찾아봤지만 소용없어요. 만약에 살려주실 수 있다면 명성을 크게 떨칠 거에요."주 부인은 계속 뒤에서 따라갔지만 원철수는 그녀를 무시했다.원철수가 곧 떠나는 것을 보고 주 부인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도대체 왜 안 살려주신 거죠? 설마 사기꾼이신가요?”“…….”발걸음을 멈추자 원철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원철수가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보니까 주 부인은 조금 두려웠다.‘망했다, 이런 말 하지 말라야 하는데…… 조금 더 참을 걸.’"누구보고 사기꾼이라고요?"원철수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사기꾼이다.원철수가 원 어르신의 진정한 제자가 아니지만 의술이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기껏해야 해명하지 않았을 뿐이다."제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용서해 주세요. 바쁘신 거 아는데 저도 너무 급해서……."주 부인이 말하다가 소리가 작아졌다.그녀는 도저히 원철수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원철수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녀가 방금 한 말을 회상했다.‘진 부장의 딸? 의사를 찾아봐도 소용없다고 했나?’자신이 그동안 실험에 바빴었지만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나가서 한번 돌아다니면 나으려나?’게다가 실험이 잘 진행하지 못한다면 사람을 살려갔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다.이렇게 생각하니, 그의 말투가 많이 평온해졌다."조카딸이 고질병에 걸렸다고 했었죠?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시겠어요?"그의 말을 듣고 주 부인은 눈이 밝아져 재빨리 대답했다.“원 선생님, 우리 조카가……."
한소은은 다음날에 바로 진가연을 집으로 초대했다.진가연은 공공장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게다가 집에서 더 편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에 한소은은 그녀를 집으로 초대했다.게다가 만약에 진 부장과 우연히 만나 치료를 방해하게 한다면 안 되니까.한소은은 진가연이 정신 뿐만 아니라 신체적 문제도 생겼다고 판단했다.검사를 해야 구체적인 문제를 알아낼 수 있다.그러나 결론을 내리기 전에 그녀는 이런 것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김서진도 그녀가 원 어르신의 제자라는 것을 몰랐다.한소은은 자기가 원 어르신의 제자인 것을 남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원 어르신은 너무나 유명해서 만약에 남들이 한소은은 원 어르신의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많은 사람이 찾아올 것이다.진가연은 좀 늦게 왔지만 선물을 가져왔다.은방울꽃이다.진가연은 한소은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서 희귀한 식물을 사서 그녀에게 주었다.한소은은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받으면 집에 둘 곳도 없다."다음에 선물을 안 줘도 돼."한소은은 웃으며 말했다."좋아하셔서 다행이네요." 진가연은 몇 걸음을 걷자 그 자리에서 쉬었다.그녀는 요즘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이 허약해지고 매일 어질어질했다. 한소은에게 치마를 달라고 했던 날은 그녀의 컨디션이 가장 좋은 날이다."그런데 자주 와서 선물을 준다면 집에 둘 곳도 없어.”진가연은 그녀의 피곤함을 보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네? 자주 온다고요?"진가연은 매우 예민했다."제가 자주 오지 않았는데요?"한소은은 그녀를 데리고 방안으로 가서 소파에 앉혔고 그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앞으로 네가 자주 올 수 있도록 많이 초대할 거야.""……."진가연은 조금 놀랐다.2초 동안 멍하다가 그녀가 말했다."실망하겠지만 저는 자주 오지 않을 겁니다. 제가 집에서 나가는 게 좀 싫어해요."그녀는 가족모임도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다.친척들은 아버지의 체면을 구길까 봐 말하지 않지만 자기를 경멸하게 보는 눈
"나가서 돌아다녀야지!" 한소은은 웃으며 말했다."차를 마셔봐."진가연은 아주 조금만 마셨다.찻잔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그녀는 한 모금 더 마셨다."왜 단 거죠?!"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마치 사고를 치는 듯이 황급히 잔을 내려놓았다.“설탕을 넣었어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한소은은 조용히 앉아 있고 그녀의 반응을 지켜본 후 천천히 말했다.“설탕을 안 넣었어. 찻잎 자체가 원래 단 거라서 그래.""그럴 리가요! 차가 원래 달다니! 그리고 저는 단 것을 원래 못먹어요!"그녀는 조급히 뱉으려고 했지만 조금만 마셔서 뱉지도 못했다."이것은 인삼 우롱차야. 원래 약간의 단맛을 가지고 있고 뿐만 아니라 혈압과 혈지를 낮출 수도 있어."한소은도 한 모금 마셨다.그녀의 말을 듣고 진가연의 눈이 밝아졌다."정말이에요?”"나한테 그렇게 잘해 줬는데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한소은은 그녀에게 한 잔 더 따라주었다."좀 더 마실래?"진가연은 한소은을 다소 믿고 있었다. 그녀가 찻잔을 들어 차를 다 마셨다."정말 맛있어요!" 그녀는 주전자를 가지러 가려고 했다. "더 주세요!"그러나 한소은은 갑자기 주전자를 들고 말했다."안 돼.""왜요?!"진가연은 이해하지 못해서 물었다."마셔도 괜찮다고 말했잖아요!""마셔도 좋지만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지." 진가연이 이해하지 못한 모습을 보고 한소은은 그녀에게 한 잔 더 따라주었다."천천히 마시고, 자세하게 맛을 봐라."그녀의 말을 듣고 진가연은 차를 천천히 마셨다."정말 달콤하고 향기가 가득해요. 이 차 정말 좋네요. 제가 처음 마셔봤어요.""음료수도 많이 못 마셔봤잖아. 솔직히 물도 많이 못 마시지 않아?"진가연은 말하려고 했지만 침묵했다.한참이 지나자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혹시 저를 도와줄 수 있어요?"그녀는 억지로 울음을 참았고 너무나 불쌍해 보인다."울지 마."한소은은 원래 그녀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진가연이 이렇게 빌니까 조금 불편했다."진짜요!"
사실 진가연도 자신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잘 알지 못했다.그녀는 비만뿐만 아니라 몸이 허약해서 가끔 쓰러질 때도 있다.한의원에서는 기혈이 허약하다고 하는데, 병원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내분비 질환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치료받아도 소용이 없다.처음에 진 부장은 그녀의 음식을 그다지 제한하지 않았고, 2년이 지나 그녀의 몸이 점차 나빠지자 진 부장이 그녀의 식사를 엄격하게 관리했다.처음에는 확실히 효과가 좋았다. 불과 보름 만에 5kg가 빠졌다.하지만 그 후에는 더 빠지지 못했고 오히려 살이 더 쪘다.진 부장은 매우 화가 났다. 진가연이 몰래 먹었거나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2년 동안에 진가연이 매우 우울했다. 만약에 한소은과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여전히 혼자 다닐 것이다.그날 그 블루베리 무스는 그녀의 가장 큰 행복이었다.그래서 그녀는 한소은에 대해 신뢰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녀를 보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소은아……"진가연이 말했다."그냥 이름을 불러도 돼? 나랑 친구하자. 나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난 너랑 같이 있으면 행복해. 나를 도와줄 수 있어?"한소은은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손이 너무 커서 잘 잡지 못했다.하지만 피부가 좋아서 아주 부드러웠다."손목 보여줘 봐." 한소은은 진맥한다고 하지 않았고 손목을 보여달라고 했다.망설이다가 진가연은 손목을 드러냈다.그녀의 손목은 매우 굵었다. 너무나 뚱뚱하기 때문에 진맥하기도 힘들다.한소은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진맥하기 시작했다.그녀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진가연은 비록 궁금했지만, 감히 말하지 못했다. 한소은이 그녀의 손목을 풀어준 후 진가연은 물었다."방금 진맥을 하는 거야?"한소은은 그녀를 보고 대답하지 않았다."나도 예전에 한의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잠시 멈추자 그녀의 볼이 약간 붉어졌다."내가 너무 뚱뚱해서 진맥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너도 방금 진맥하는 거야?""너무 긴장하지 마. 내가 의사가 아니
그녀의 긴장한 표정을 보고 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진가연을 진정시키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 치료할 수 있다."어, 어, 그래."고개를 끄덕이며 진가연이 말했다."하지만 우리 아빠는……."“아버지에게 알려주지 말고……나중에 서프라이즈를 주자.”"서프라이즈?!""맞아!"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자 말했다."만약 네가 컨디션을 조절하고 약간 살을 뺐다면 아버지에게 아주 서프라이즈겠지? 살을 뺐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잖아?"희망이 있어야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다.잠시 머뭇거리더니, 진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응!"한소은에게 부탁해서 진가연이 그녀를 무조건 신뢰했다.그녀의 태도보고 한소은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서로 믿어야 치료가 잘 될 수 있다.——주 부인은 진가연이 집에 없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우리 아가씨는 집에 안 계셔요." 하인이 대답했다."집에 없다고?" 주 부인은 믿지 않았다."너희 아가씨는 거의 맨날 집에 있잖아? 성질내서 핑계 대는 거 아니냐?""너희 아가씨한테 가서 말해라, 내가 이번에 제성에서……아니,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선생님을 모셔 와서 반드시 치료할 수 있을 거야. 가연아! 외숙모가 왔어! "주 부인은 들어가려고 했고 고개를 돌려 원철수를 불렀다."원 선생님, 들어오세요.""아직 애라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좀 두려워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방금 말씀드린 듯이 애가 너무 뚱뚱합니다. 게다가 몸도 허약하고 가끔 쓰러질 때도 있습니다. 아이고야 불쌍해라……"말을 마친 후, 주 부인은 고개를 돌려 하인에게 말했다."뭐하냐? 빨리 가라!""아가씨가 진짜 안 계셔요. 방금 초대장을 받았어요.""초대?" 주 부인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초대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희 아가씨는 친구도 없으면서 누구한테 초대받는 거야!""한 부인이 초대하셨습니다."
주 부인은 멍하다가 물었다."한 부인? 어느 한 부인을 말한 거야?""그건 잘 모르겠어요. 아가씨는 한 부인과 친구라서 오늘 초대를 받아 한 부인의 댁으로 가셨습니다." 하인은 감히 말을 많이 하지 못했다."한 부인……?"주 부인이 생각하고 있을 때 원철수가 갑자기 물었다."한소은을 말한 건가?"제성에서 진씨 가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문은 김씨 가문밖에 없었고 김씨 가문의 한 부인이라면 한소은일 것이다.‘허, 또 만나겠네!’"네, 그런 것 같습니다.""원 선생님은 한소은을 아세요?"주 부인이 궁금해서 물었다.원철수는 이를 악물고 냉소하며 말했다.“당연히 알죠!”"……?"두 사람은 입구에 서서 들어가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았다.집에 사람이 없다면 일단 떠나고 나중에 오는 게 정상인데 주 부인은 힘들게 원철수를 모셔 와서 그냥 떠나지 않으려 했다.주 부인은 생각하다가 말했다."원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조카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전화할게요!""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원철수가 말했다.“……?”"아가씨가 한 부인의 댁으로 가셔서 우리도 같이 가보시죠.”그는 웃음을 지었다.“환자분이 가끔 산책한 것도 좋은 일입니다. 여기서 기다리면 시간 낭비니까 차라리 우리가 아가씨를 찾으러 가시죠.”"어……."주 부인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소은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요.”"저 알아요." 원철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실험실에서 같이 일했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자료를 본 적이 있고, 거기에 집 주소가 나와있다."……?"——원철수는 직접 차를 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자 동네로 들어갔다.그는 콧방귀를 뀌었다.‘돈이 많아서 날뛰네. 남편의 덕분에 우리 둘째 할아버지와 관계를 맺었나 봐.”주 부인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원철수의 표정을 보고 조금 두려워했다.‘여기까지 찾아와서 진가연을 치료해 주는 게 너무 이상한데?’그런데 이틀 동안 고생해서 모신 의사 선생님에게
리듬을 늦추고 음식을 잘근잘근 씹어 음미해보니 평소에 맛볼 수 없는 맛이 나기 시작했다.음식이 주는 미묘함으로 온몸에 쾌적함까지 느끼게 했다.밥을 먹은 후, 한소은은 푸룬 주스 한 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천천히 마셔.”“그래도 돼요?”눈썹을 찌푸리며 은은한 향기를 맡아 보았는데, 아무래도 음료수인 것 같았다.“나 못 믿어?”한소은은 바로 되물었다.그러자 진가연은 고개 가로저었다.그녀는 한소은을 굳게 믿고 있다.그 누구보다도 그녀를 철썩같이 믿고 있기에 흔쾌히 몸 조리를 맡기고 그녀와 점심을먹고 있는 것이다.“이런 기분 정말 오랫만이에요.”진가연은 감개무량하며 말했다.오늘, 여기서 그녀는 갑자기 음식과 화해한 것 같았다.음식이 더 이상이 적이 아니라 식사가 더 이상 투쟁이 아닌것 처럼 말이다.그녀는 음식이 필요하고 음식도 그녀의 요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조화로운 모습이다.푸룬 주스를 한 모금 마시자 달콤한 맛이 혀끝에 퍼졌다.그녀는 눈을 감았는데, 마치 귀여운 푸룬 열매가 혀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절로 마음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와 입꼬리가 올라갔다.이때, 김씨 가문의 한 하인이 밖에서 들어와 곧장 한소운의 곁으로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사모님, 밖에 원 선생님이 와계십니다. 사모님을 뵙고싶어 합니다.”“원 선생님?”한소은은 그 고루하고 진부하며 안하무인인 남자를 생각하자 눈살을 찌푸렸다.“꺼지라고 그래.”알게 된 이래로 한소은은 진가연에게 늘 상냥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었다.이렇게 짜증나는 말투로 말하는 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시선이 집중 되었다.“...... .”하인은 명을 받고 물러났다.곧 목숨을 걸고 물러났다.진가연은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소은언니, 그 원 선생님이라고 하시는 분이 누구세요? 많이 싫어하나요?”“좀.”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말을 마치자마자 하인이 다시 들어오자 한소은은 곧 회의했다.“그래도 가려고 하지 않는 거지?”지난번에 작업실에서도 그랬었
“...... .”한소은은 두 사람이 함께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가연이의 외숙모만 들여보내라고 그랬지 원철수까지 들여보내라는 말은 하지않았다.하지만 이미 들어온 이상 면전에 대고 다시 쫓아낼 수는 없다.하여 그녀는 입꼬리를 힘껏 올리며 원철수를 보고 말했다.“그러네요. 이렇게 또 보게 되네요. 제가 요즘에 재수가 좀 없나봐요.”두 사람이 입을 열자 불꽃이 사방으로 튀는 기세였다.무슨 관계인지 몰라도 옆에 있던 주 부인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은근히 느꼈다.처음에 그녀는 원철수가 김 사모님을 알고 그녀의 집까지 알고 있으니 친구라도 되는 줄 알았다.그러나 그가 자신의 성을 보고하고 하인이 가서 지시를 청하자 깔끔하게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바뀌었다.지금 두 사람은 대면하자마자 서로 칼을 휘두르고 있다.겉으로는 웃음기를 머금고 눈밑으로는 불빛을 내뿜는 원철수를 보고 또 다시 이 집의여주인을 보았다...... .이때 주 부인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어, 당신...... .”“그...... 그...... 그 날 원 선생님 얼굴에 음료수 뿌린 그 여자 맞죠!”그녀는 단지 이 얼굴이 매우 낯익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문뜩 생각이 난것이다.그날 세미나에서 그녀가 원철수의 얼굴에 주스만 뿌리지 않았더라면 그와 말이라도 걸 수 있었을 것이었는데...... .원철수는 화가 났는지 얼마 있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었다.말을 꺼내자마자 자신이 누구의 집에 서 있는지 알아차리고 바삐 입을 막았다.한 쌍의 눈으로 양쪽을 살펴보았는데, 두 사람이 왜 이런 모습인지 알 거 같았다.두 사람은 친구가 아니야 원수다!‘가연이는 왜 원 선생님 원수랑 엮이게 된거야? 만약 선생님이 화를 내시기라도 한다면...... 내가 헛고생 한거잖아.’“소은 언니, 지금 이게...... .”진가연만 지금 이 상황을 알 수 없어 그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물었다.“가연아, 어떻게.....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