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뭔데 감히 날을 얕보고 있어!’아무리 그래도 그녀 앞에서는 의술, 한의약에 대해 언급하면 목청이 높아질 수 있다.그래서 그는 허리를 펴고 반박했다.“이의라도 있습니까?”“허허...... .”차갑게 웃으며 한소은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당신...... .”그녀의 태도를 보고 원철수 목속의 화도 문질러 타올랐다.얼굴도 어두워지고, 오는 길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와 잘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모조리 잊어버렸다.원래는 실험실 전의 그 데이터 기록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다.어쨌든 실험실에 있는 시간이 그보다 길고, 아는 것도 그보다 훨씬 많을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아마도 과거의 데이터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어 우회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이었다.그러나 그도 생각지도 못한 것은 세 마디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를 줄은 몰랐다.순식간에 그의 이성을 불태워 자신이 원래 해야 할 일을 잊게 하였다.그는 비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김 사모님의 뜻을 보아하니, 원모에 대해 믿으미 없는거 같네요. 저보다 더 고명한 후보가 있는거 같으니 전 그만 실례하고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주부인이 그를 단번에 잡아당겼다.“선생님, 이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우리 가연이 치료해 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이어 그녀는 바삐 고개를 돌려 한소은에게 말했다.“사모님이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 아마 원 선생님도 모르셔서 그러는 거 같은데, 원선생님은 원씨 어르신의 제자이자 전국적으로 유명한 신의입니다. 의술이 뛰어나서 다들 만나기 어려운 신이십니다. 저도 우리 가연이를 위해 간신히 모시고 온건데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오히려 우리 가연이를 헤치지말고요!”한소은은 들으면 들을수록 웃고 싶었다.“그래요? 원씨 어르신 제자였구나! 제가 실례가 많았네요!”원철수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칭찬같지만 한소은의 입에서 나오니...... .그녀는 원씨 어르신의 제
더 이상 겉치레가 아니라 원철수는 쉬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한소은도 자연히 입을 열어 만류하지 않았다. 그를 청한 적도 들여보내라고 한 적도 없기때문이다.한소은이 입을 열 의사가 없는 것을 보고 진가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게다가 이곳은 자기 집도 아니도 집주이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손님이 입을 여는건 다소 예에 어긋난다.주부인만 좌우를 둘러보고 급하게 쫓아갔다.“선생님, 저기요...... 신의...... .”그를 아무리 불러도 붙잡지 못하자 급한 나머지 소리쳤다.원철수는 별안간 발걸음을 멈추고 아주 빠른 속도로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온몸에 포악한 기운이 충천하였다.“신의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 여자가 나보다 능력이 있으니, 댁의 조카는 그만 저 여자한테서 치료하시죠!”말을 마치고 어두운 얼굴을 돌리고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밖으로 나갔다.2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주부인은 비로소 반응하여 바삐 또 쫓아갔다.“그러지 마시고 노여움 푸세요. 저런 사람이랑 성낼 필요 없잖아요.”“저 사모님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신의님의 대단함을 모릅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철 없는 여자입니다! 그러니 그만 성내시고 노여움 푸세요. 선생님 의술이야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저 여자가 부인하다고 해서 의술이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방금 우리 조카 상황도 보셨죠? 우리 조카 아빠가 진 부장입니다. 만약 선생님이 우리 조카를 치료할 수 있다면, 반드시 큰 보상이 있을 겁니다. 요즘 프로젝트 실험도 있지 않으십니까? 필요한게 있으시면 쟤 아빠가 반드시...... .”문어귀까지 쫓아가자 원철수는 차 문을 열고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제가 따지지 않아도 환자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방금 보시다 시피 조카님은 이미 한소은에세 현혹되어있던데요. 그 여자말말 들으니 저도 어쩔 수 가 없습니다.”“아니, 그냥 어린애잖아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순간......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철수는 이
한소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웃었다.“그건 나보다도 네 외숙모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진가연은 몇 가지 더 묻고 싶었는데, 문 밖에서 주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연히 알고 있죠!”소리에 따라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는데 얼굴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문에 들어서자마자 한소은을 보고 말했다.“제가 어렵게 모셔온 사람인데, 사모님 몇 마디에 성이 나셔서 가셨습니다! 사모님은우리 조카의 고충을 모르셔서 그러시지 이게 얼마나 중요한 기회인지 아십니까!”그러자 한소은은 웃으며 말했다.“저기요,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거라면 여긴 우리 집인데요. 우리 집에 누굴 들여놓고 누굴 내보는건 제 의사에 달리거 아닌가요?”아직 그녀에게 추궁도 하기전에 도려 적반하장으로 먼저 묻고 있어 한소은은 벌떡 화가 났다.“당신...... .”주부인은 그녀에게 화를 내기가 불편해서, 고개를 돌려 진간연에게 화를 냈다.세 걸음 앞으로 다가가 단 번에 진가연의 손을 잡았다.“집에 가자!”엉겹결에 잡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진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싫어요! 저 여기 있고 싶어요.”“있긴 뭘 있어! 내가 어렵게 모셔온 신의도 화가 나서 가버렸는데! 얼른 집에 가자! 늘 착한 얘가 왜 갑자기 말썽을 부리고 그래! 밖에는 별의별 인간이 다 있어! 그 사람들 하는 말 다 듣지 마! 너만 나쁘게 변해.”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기려고 했다.그러나 진가연은 덩치가 커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리고 주부인이 한 말은 한소은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한소은은 눈동자를 숙이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논쟁하지 않았다.오히려 진가연이 화내기 시작했다.“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소은 언니는 제 친구예요! 그리고 지금까지 신의를 도대체 얼마나 많이 데리고 오셨어요? 외숙모 마음은 알겠는데, 그만 힘 빼시고 얼른 가세요! 저 신의든 뭐든 보고 싶지 않아요! 친구 집에 좀 더 있다가 갈래요.”숨이 헐떡거리는 주부인은 체력이 고갈되고 나서야 진가연
말하면서,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탁자 위에 반쯤 남은 푸룬 주스를 움켜쥐었다.“이게 바로 증거야!”한소은이 눈썹을 들썩이자 주부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왜? 발뺌할거야? 이게 주스가 아니라고?”“가연이 어떤 상황인지 아무리 몰라도 이렇게 뚱뚱한 사람한테 음료수를 먹이는건 아니지! 오전에 이곳에 왔으니깐, 점심도 여기서 먹었겠네? 점심에 뭐 먹였어!”진가연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녀는 점심에 고기를 좀 먹었다.비록 한소은은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될 수 있는한 양을 억제하며 죄책감을 덜려고했다.지금 외숙모에게 이렇게 언급되자 갑자기 자신이 먹은 것이 모두 독약인 것 같아 순간 죄책감이 폭발했다.“내가 손님을 접대하는데, 당신한테 보고할 필요가 있을까요?”한소은은 느슨하게 기대어 한소은은 눈꺼풀을 들어 그녀를 보는 것조차 귀찮았다.가연이의 체면만 아니었더라면 그녀가 이곳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을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뭔데 감히 여기서 지적질이야!’“너...... .”순간 말 문이 막힌 주부인은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래! 하지 마! 근데 가연이 아빠는 나랑 달라. 네가 가연이 몸을 조금이라도 망치게했다면 너는 물론이고 김서진도 어쩔 수 없을 거야!”“외숙모,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언니도 좋은 마음에...... .”그녀도 아빠가 알까 봐 두려웠다.비록 아빠는 공과 사가 분명하여 그녀의 일을 위해 일부러 다른 사람을 괴롭힐 정도는 아니지만, 만약 그녀가 밖에서 음식을 훔쳐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더욱 엄격한 통제가 찾아올것이다.토마토, 오이, 상추를 떠오르니 구역질이 났다.“좋은 마음은 무슨! 네가 어려서부터 금의옥식으로 키워져서 인심을 몰라! 가족외에는 너한테 진심으로 잘 해주는 사람 없어! 따라와!”주부인은 강제로 잡지않고 그녀를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외숙모의 손을 보면서 조금 망설였다.사실 그녀는 이렇게 일찍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한소은 집에서 전례없는 편안함과 자유를 느꼈기때문이
주부인은 그녀를 경멸하여 입을 삐죽거리고 가려고 서둘렀다.“얼른 가자!”신의까지 내쫓은 바람에 더욱 재수없게 느껴졌다.그리고 다시 모시고 오기위해 스스로 방법을 강구해서 다시 한 번 잘 만회해야 한다.“소은 언니, 오늘 미안해요!”나가기 전에 진가연은 여전히 매우 미안해했다.여하튼 자기는 손님으로 왔는데 결국 자기 가족이 달려와 한바탕 소란을 피웠으니말이다.게다가 언니가 싫어하는 손님까지 데리고 왔으니 미안하기만 했다.“괜찮아. 앞으로 자주 와.”진가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에서 떠드는 외숙모를 보고 고개를 돌려 따라갔다.차 안에 앉자, 주부인은 여전히 중얼거리고 있었다.“가연아, 너 왜 저런 여자랑 놀아? 보통 여자 아니야!”“김서진이랑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남자친구 집이 풍비박산 나고 김서진 삼촌도 걔가 그래서 산속으로 들어간거라고 들었어. 그리고...... .”“외숙모, 다 어디서 들은 소문이에요!”진가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소 불쾌하게 말했다.“뭐가 이렇게 엉망진창이에요.”하지만 주부인은 켤코 불복하지 않았다.“소문아니야. 나랑 카드치는 사모님들이 그랬어. 그 사람들은 발이 넓어 소식도 정확하고 모르는 게 없어. 암튼 그 김 사모님은...... .”“발이 넓은게 아니라 오지랖이 넓은 거겠죠!”진가연은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외숙모의 그 친구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부잣집 사모님들이 매일 모여서 잡담을 하고 헛소문이나 퍼뜨리고 다닌다.그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비웃고 깔보고 그랫는지 다 알고 있다.게다가 한소은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보았다.어리석지 않은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친구를 맺는건 불가능한 일이다.“외숙모한테 그런 말 하면 못 써! 이제 겨우 그 여자 만난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빗나간거야? 버릇없이!”말을 끝내자 그녀의 손에 쥐어 있는 주머니에 시선이 떨어졌다.“어디 좀 봐봐, 얼마나 허름한지 좀 보자!”하지만 진가연은 꽉 쥐고 손을 놓으려 하지
만약 진가연의 몸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원망만 얻게 될것이다.한소은은 잠시 읊조리다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볍게 부딪치며 생각했다.“진씨네 친척관계가 어떤지 알아?”“그 외숙모 가리키는 거야?”김서진은 그녀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어릴 때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고 진 부장은 너무 바빠서 돌볼 겨를이 없어 가정부외에는 외삼촌내외가 돌보고 있었데.”“외삼촌 집에도 딸이 하나 있는데, 둘은 서로 친구가 되어주면서 함께 자랐고.”사실 그는 별로 많이 알고 있지는 않다.다만 진 부장과 잘 아는 사이일 뿐, 겨우 한두 가지밖에 모른다.“그럼 사이가 엄청 좋겠네.”한소은이 다시 물었다.이상하게도 오늘 그 외숙모의 행동을 보면 그녀는 사이가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정말로 사이가 좋고 감정이 애틋하다면 다른 사람 앞에서 뚱뚱하다고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다.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말하면 사람의 마음을 매우 상하게 할 것이다. 정말로 아끼는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그건 몰라.”김서진은 고개를 저었다.“관심이 많아 보인다?”“사람이 좋은거 같아서...... 젊은 나이에 그런 치명적이지 않은 병에 시달리는 것도 가슴 아프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오늘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는데, 다시 초대하기는 힘들거 같아.”“네 말은...... 진 부장 쪽에서 방해한다고?”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주부인이 어떻게 사실을 부풀려 설명할지 눈에 선하다.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힘들게 모신 신의를 쫓아낸 죄인이다.......진가연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아빠의 차가 이미 세워져 있는 것을 본 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렸다.주부인도 이를 분명히 보았고,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봤지? 아빠한테 어떻게 말하는지 두고 볼거야!”“외숙모...... .”그녀는 작은 소리로 불렀는데, 목소리에 간청이 좀 스며져있었다.그러나 주부인은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직접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신의라니요?”그는 곧 요점을 잡고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 .”말이 갑자기 끊어지자 주부인은 목이 메었다.“그...... 원씨 어르신 제자요.”“재세의 화타라고 불리는 원씨 어르신?”진정기는 바로 이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네! 맞아요! 형부가 전에 모실려고 했었잖아요, 근데 은거하여 집을 나서지 않아 오랫동안 본 적도 없고 말이에요. 심지어 죽었거나 불치병에 걸렸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었잖아요. 근데 그 중 제자 한명이 실력이 대단한데, 젊은 나이에 그의 인정을 받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어요. 그리고 그의 모든 제자 중에서 자질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데, 제가 줄곧 염려하고 있어 가까스로 연락해서...... .”“어디있어요?”다시 한 번 그녀의 말을 끊고 진정기는 심지어 그녀의 뒤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진가연이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주부인은 이 말을 꺼내자마자 슬픈 표정을 지었다.“말도 하지 마세요! 내가 얼마나 애를 써서 모셔왔는지 모르죠? 근데 그 김 사모님이사람을...... .”진정기는 눈썹을 찡그렸다.“김 사모님?”주부인은 자꾸 말이 끊어져서 좀 어리둥절했다.뇌는 아직 언어를 다시 조직할 겨를이 없었다.이때 진가연이 걸음 빨리 앞으로 다가왔다.“아빠, 소은언니예요. 전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언니네 집에 놀러간다고.”“맞아, 그 한소은이에요.”부부인은 앞으로 한 걸음 비집고 다가갔다.“형부가 가연이 좀 잘 타일러 주세요. 그 여자랑 만나지 말고 어떠한 연락도 하지 못하게! 보통 여자 아니예요! 심성도 바르지 않고 오늘 내가 모시고 간 신의도 쫓아냈어요! 내가 보기에는 우리 가연이가 좋아지는 걸...... .”“그래서 그 신의는 가연이를 진찰하지 않았단 말인거죠?”“네! 보려고 했는데, 그 한소은이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신의를 쫓아냈어요. 신의는 화가 나서 가버렸는데, 난 다시 방법을 강구해 보아야 하는데 형부...... .”“아빠, 그렇지 않아요! 소은 언니는 아무 말도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본 진정기는 그윽한 한숨을 쉬며 천천히 앉았다.“가연아, 아빠한테 솔직히 말해봐. 오늘 뭐 함부로 먹었어?”그의 목소리는 매우 평온해서 이미 극력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진가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먹긴했는데, 함부로 먹지는 않았어...... 언니가 준 것만 건강한 음식만 먹었어...... 절대 살 찌는 음식이 아니야.”“언니가 그랬는데, 난 기초대사가 매우 높아서 기초대사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무슨 열량 부족이 있다고 했어. 그럼, 난 살을 뺄 수 있다고 했어! 아빠, 나 할 수 있을거 같아!”적어도 오늘 먹고 난 후 지금까지 그녀는 그다지 배고픈 느낌이 없다.예전에는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냈다.음식을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에 매일 무엇을 먹는지 미리 알고 있었다.토마토 오이 상추...... 각만 해도 토할 정도다.그녀는 감히 아빠에게 말하지 못했다.한동안 그녀는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끝내고 싶기도 했다.이렇게 참고 견디는 것은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다.아빠도 자기를 걱정한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기에 많은 말을 감히 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 둘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한소은을 만난 후, 그녀의 닫힌 마음은 마치 틈을 연 것 같았다. 마침내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드디어 나타난 듯했다.비웃지도 않고 조롱하는 눈빛으로 그녀의 먹는 모습을 보지 않고 말이다.아주 다정하고 부드럽게 천천히 먹으라며 말해주고 고기도 먹어도 된다며 알려 주었다.“그래서 넌 그 말을 믿어?”딸의 감정이 격해진 모습을 보면서 진정기는 오히려 의외였다.자기 딸은 자기가 제일 잘 알고 있다.그녀는 친구가 거의 없고, 사람에게도 비교적 냉담하며, 습관적으로 멀리하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친구를 주동적으로 사귀고 마음으로 사귀며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없다오늘 이렇게 잠깐 동안에 그녀는 이미 재삼 한소은을 위해 논박했다.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녀는 한소은을 정말 매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