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진가연의 몸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원망만 얻게 될것이다.한소은은 잠시 읊조리다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볍게 부딪치며 생각했다.“진씨네 친척관계가 어떤지 알아?”“그 외숙모 가리키는 거야?”김서진은 그녀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어릴 때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고 진 부장은 너무 바빠서 돌볼 겨를이 없어 가정부외에는 외삼촌내외가 돌보고 있었데.”“외삼촌 집에도 딸이 하나 있는데, 둘은 서로 친구가 되어주면서 함께 자랐고.”사실 그는 별로 많이 알고 있지는 않다.다만 진 부장과 잘 아는 사이일 뿐, 겨우 한두 가지밖에 모른다.“그럼 사이가 엄청 좋겠네.”한소은이 다시 물었다.이상하게도 오늘 그 외숙모의 행동을 보면 그녀는 사이가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정말로 사이가 좋고 감정이 애틋하다면 다른 사람 앞에서 뚱뚱하다고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다.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말하면 사람의 마음을 매우 상하게 할 것이다. 정말로 아끼는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그건 몰라.”김서진은 고개를 저었다.“관심이 많아 보인다?”“사람이 좋은거 같아서...... 젊은 나이에 그런 치명적이지 않은 병에 시달리는 것도 가슴 아프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오늘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는데, 다시 초대하기는 힘들거 같아.”“네 말은...... 진 부장 쪽에서 방해한다고?”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주부인이 어떻게 사실을 부풀려 설명할지 눈에 선하다.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힘들게 모신 신의를 쫓아낸 죄인이다.......진가연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아빠의 차가 이미 세워져 있는 것을 본 후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렸다.주부인도 이를 분명히 보았고,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봤지? 아빠한테 어떻게 말하는지 두고 볼거야!”“외숙모...... .”그녀는 작은 소리로 불렀는데, 목소리에 간청이 좀 스며져있었다.그러나 주부인은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직접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신의라니요?”그는 곧 요점을 잡고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 .”말이 갑자기 끊어지자 주부인은 목이 메었다.“그...... 원씨 어르신 제자요.”“재세의 화타라고 불리는 원씨 어르신?”진정기는 바로 이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네! 맞아요! 형부가 전에 모실려고 했었잖아요, 근데 은거하여 집을 나서지 않아 오랫동안 본 적도 없고 말이에요. 심지어 죽었거나 불치병에 걸렸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었잖아요. 근데 그 중 제자 한명이 실력이 대단한데, 젊은 나이에 그의 인정을 받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어요. 그리고 그의 모든 제자 중에서 자질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데, 제가 줄곧 염려하고 있어 가까스로 연락해서...... .”“어디있어요?”다시 한 번 그녀의 말을 끊고 진정기는 심지어 그녀의 뒤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진가연이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주부인은 이 말을 꺼내자마자 슬픈 표정을 지었다.“말도 하지 마세요! 내가 얼마나 애를 써서 모셔왔는지 모르죠? 근데 그 김 사모님이사람을...... .”진정기는 눈썹을 찡그렸다.“김 사모님?”주부인은 자꾸 말이 끊어져서 좀 어리둥절했다.뇌는 아직 언어를 다시 조직할 겨를이 없었다.이때 진가연이 걸음 빨리 앞으로 다가왔다.“아빠, 소은언니예요. 전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언니네 집에 놀러간다고.”“맞아, 그 한소은이에요.”부부인은 앞으로 한 걸음 비집고 다가갔다.“형부가 가연이 좀 잘 타일러 주세요. 그 여자랑 만나지 말고 어떠한 연락도 하지 못하게! 보통 여자 아니예요! 심성도 바르지 않고 오늘 내가 모시고 간 신의도 쫓아냈어요! 내가 보기에는 우리 가연이가 좋아지는 걸...... .”“그래서 그 신의는 가연이를 진찰하지 않았단 말인거죠?”“네! 보려고 했는데, 그 한소은이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신의를 쫓아냈어요. 신의는 화가 나서 가버렸는데, 난 다시 방법을 강구해 보아야 하는데 형부...... .”“아빠, 그렇지 않아요! 소은 언니는 아무 말도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본 진정기는 그윽한 한숨을 쉬며 천천히 앉았다.“가연아, 아빠한테 솔직히 말해봐. 오늘 뭐 함부로 먹었어?”그의 목소리는 매우 평온해서 이미 극력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진가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먹긴했는데, 함부로 먹지는 않았어...... 언니가 준 것만 건강한 음식만 먹었어...... 절대 살 찌는 음식이 아니야.”“언니가 그랬는데, 난 기초대사가 매우 높아서 기초대사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무슨 열량 부족이 있다고 했어. 그럼, 난 살을 뺄 수 있다고 했어! 아빠, 나 할 수 있을거 같아!”적어도 오늘 먹고 난 후 지금까지 그녀는 그다지 배고픈 느낌이 없다.예전에는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냈다.음식을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에 매일 무엇을 먹는지 미리 알고 있었다.토마토 오이 상추...... 각만 해도 토할 정도다.그녀는 감히 아빠에게 말하지 못했다.한동안 그녀는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끝내고 싶기도 했다.이렇게 참고 견디는 것은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다.아빠도 자기를 걱정한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기에 많은 말을 감히 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 둘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한소은을 만난 후, 그녀의 닫힌 마음은 마치 틈을 연 것 같았다. 마침내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드디어 나타난 듯했다.비웃지도 않고 조롱하는 눈빛으로 그녀의 먹는 모습을 보지 않고 말이다.아주 다정하고 부드럽게 천천히 먹으라며 말해주고 고기도 먹어도 된다며 알려 주었다.“그래서 넌 그 말을 믿어?”딸의 감정이 격해진 모습을 보면서 진정기는 오히려 의외였다.자기 딸은 자기가 제일 잘 알고 있다.그녀는 친구가 거의 없고, 사람에게도 비교적 냉담하며, 습관적으로 멀리하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친구를 주동적으로 사귀고 마음으로 사귀며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없다오늘 이렇게 잠깐 동안에 그녀는 이미 재삼 한소은을 위해 논박했다.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녀는 한소은을 정말 매
갑자기 그녀는 고개를 들어 굳게 말했다.“하지만 아빠, 한 번만 더 하게 해주세요! 마지막으로!”“우리...... 다이어트라고 생각하지 말고, 꼭 얼마나 감량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말아요. 지금 이상황으로는 더 이상 찔 곳도 없을 거예요. 그냥 내 마음대로 언니랑 함께 있게 해주세요. 언니랑 같이 있으면 엄청 기쁘고 절대로 절 헤칠 일이 없을 거예요.”진정기는 좀 의아했다.딸의 예쁜 눈을 보았는데, 확고한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랫동안 그녀의 이런 눈빛을 보지 못했다.그녀의 눈이 이렇게 빛을 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약간 마음이 흔들렸다.“가연아...... .”“절 위해서인 거 알아요. 근데 토마토 오이들은 정말 토할 것 같아요. 아빠가 몰라서 그렇지 저 진짜 몇번이나 토했어요...... 저 진짜 열심히 했었어요.”그녀는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저도 그 누구보다도 약해지고 싶어요. 예쁜 치마도 입고 싶고 춤도 추고 싶고...... 별의별 방법을 다 해봐도 안되잖아요. 위라도 잘라야 하나요?”“위를 자를 일이 있더라도 마지막을 해보게 해주세요!”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반년! 반년만...... 아니, 3개월만 시간 주세요. 3개월안에 제가 살이 더 찌면 그때 가서 수술 받을게요. 아니면 아빠가 하라는대로 다 할게요!”손을 들어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울수록 눈물이 줄줄 흘렀다.보는 진정기는 마음이 아팠다.그는 일어나 걸어와 딸의 두 어깨를 가볍게 껴안았다.체형 때문에 그는 심지어 안을 수 없었다. 두 손을 어깨 양쪽에 걸치고 작은 소리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가연아, 아빠는 너 밖에 없어. 아빠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네 건강이 걱정돼서 그래...... 건강에만 이상이 없다면 아무리 뚱뚱해도 괜찮아. 평생 이 모습이여도 가장 예쁜 아빠 딸이야!”“아빠...... .”줄곧 위엄이 있던 아빠가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진가연은 이런 아빠의 모습이 좀 의외였다.눈물어린 눈으로 앞
아빠의 허락을 받고 이튿날 아침, 진가연은 즐겁게 외출 준비를 했다.그녀는 한소은에게 알리지 않았다.만나서 이 좋은 소식을 그녀에게 공유할 생각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오늘 계속 한소은한테서 밥을 먹을 생각이다.심지어 어떤 맛나는 음식을 먹게 될지 기대도 되었다.막 외출하려고 할 때, 주현철이 큰 주머니을 쥐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외숙모가 아빠를 설득하지 못하여 외삼촌을 보낸게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연아, 어디 가?”그녀를 보고 주현철은 인사를 건넸다.“네, 근데 삼촌 이게...... .”그가 잔뜩 이고 온 물건들을 봐도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주현철은 웃으며 말했다.“네 아빠한테 볼일이 좀 있어서...... 아빠 계시지?”“...... .”과연 외숙모대신 설득하려고 온 것이었다.진가연은 무의식중에 입을 뗐다.“아빠 안 계신......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진정기의 목소리가 울렸다.“무슨 일이야?”=주현철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서야 가연이가 아빠는 집에 계시지 않는 다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그러나 한순간의 의혹일 뿐, 곧 정신을 차리고 물건을 들고 그녀를 넘어 곧장 걸어갔다.“매형, 이건 며칠 전에 연이가 남강에서 가져온 건데, 고모부한테 효도해야 한다며 가져가라고 했어요. 어디다가 둘까요?”“마음만 받을게. 나한테 필요없는 물건들이야. 그만 가지고 가게나.”진정기는 담담하게 말했다.“물건도 받으셔야죠! 연이 마음인데 제가 도로 가져가면 저한테 성을 낼겁니다. 아니면 매형이 직접 돌려주시든가요 걔 그 고집은 나도 감당이 안 돼서 말이에요...... 하하하하......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미 자각적으로 빈터를 찾아 물건을 모두 내려놓았다.진가연은 힐끗 보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근데 수량은 정말로 넘쳐났다.쌓여있었는데 공기 중에 옅은 초목 냄새가 났다.“가연아, 너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그녀가 거기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진정기가 입을 열었다.정
확실히 전에 가연이는 그의 전화를 받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었다.그는 그런 딸을 보고만 있었을 뿐, 마음속으로 조급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한 아이의 아빠로서, 어릴 때부터 모성애가 부족한 딸을 마주하면서 그는 정말 어떻게 소통하고 교류해야 할지 몰랐다.군인이었던 습관적으로 부대에서의 수법으로 딸을 요구했었다.엄격한 장군만이 좋은 병사를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마찬가지로 엄격한 아빠만이 말을 잘 듣는 자녀들을 단속할 수 있다고 여겼다.그의 생각은 맞았다.하지만 가연이는 지나치게 그의 말을 듣고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두려움만 가득차있었다.심지어 때때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이것은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랐다.어제 오후, 김서진이 공무로 찾왔을 때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이야기했었다.그는 이 젊은이를 매우 좋아한다.사고방식도 뚜려하고 안목도 있으며, 일을 하는 데 수단이 있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현재 상업인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매우 드문 사람이며 결코 자신의 신분과 지위 때문에 기회를 노려 어떤 이득을 얻은 적이 없다.뜻밖에도 그는 자기와 그의 부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원래 흥미는 없었다.다른 사람의 사생활에도 흥미가 없고 게다가 그 여자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때문이다.가연이를 꼬드겨 디저트를 먹게 하고 그녀에게 엉망진창인 이념을 주입시키고 말이다.만약 김서진의 체면을 보지 않았다면 그는 반드시 하인에게 그녀를 집에서 내쫓게 했을것이다.그러나 김서진은 그의 부인을 위해 사정한 것이 아니었다.옳고그름에 대해서 변명하지도 않고, 단지 두 사람 사이의 재미있는 일을 말했을 뿐이다.그는 처음에 이 여자는 단순하고 고집스러웠는데, 후에 함께 있은후에야 이 여자는 사실 명확한 자신만의 이념을 갖고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다만 입으로 말하는 것을 싫어하여 성과를 얻은 후에야 알 수
비록 매형의 이러한 성격은 알고 있었지만, 직설적으로 나오니 다소 민망했다.“매형, 아직 시간도 이른데, 뭐하러 급하게 가려고 그래요.”“이 처남이 매형이랑 다정하게 얘기 좀 하고 싶어서 그래요.”“요점만 말해! 난 너랑 그럴 시간이 없어!”진정기는 얼굴이 차가워졌다.진정기는 그의 이러한 번지르르한 말투와 얼굴을 싫어한다.그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 어쩔 수 없이 웃음을 거두고 정색하며 말했다.“있어요! 요점만 말할게요.”“그 듣기로는 영서의 입찰권이 매형 손에 있다고 그러던데...... .”그는 소식을 알아보고 곧장 달려왔다.한 걸음이라도 늦으면 다른 사람의 손에 떨어질까 봐 두려웠다.모두 기름진 물은 남의 밭에 흐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 매형은 고집불통이어서 여태껏 가족을 도와 이득을 좀 더 챙길 줄 몰랐다.그가 만약 더 이상 주동적으로 쟁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보나 마찬가지다.“들었어? 누구한테 들었어?”진정기는 눈썹을 찌푸리며 그가 이 일을 위해 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았다.소문이 났을 때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준동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몇번이나 와서 그를 떠보았지만 모두 화가 나서 돌아왔다.그래서 아침부터 이 처남이 이렇게 많은 물건을 들고 찾아왔을 때 부터 그는 이미 알았다.“밖에 소문 다 퍼졌어요.”주현철은 팔을 휘두르며 과하게 동작을 취했다.“그럼 이 일이 사실인가 봐요! 그럼 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 저부터 생각해 주면 안 돼요!”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헤벌쭉 웃었다.진정기는 그를 흘겨보고 입꼬리를 들추었다.“너?”그는 아주 긴 끝소리를 끌었는데, 목소리에는 의문이 가득했다.“네! 좋은 일이잖아요. 아이들을 위해 백신을 파종하고, 환난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라와 백성을 이롭게 하는 이렇게 좋은 일에 저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매형도 성실하게 일하고,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고 있는데, 저도 돕고싶고 옆에서 배우고 싶습니다!”그는 포부
“매형, 제가 모셔다 들릴게요.”주현철은 나가려는 그를 보고 바삐 말했다.“엊그저께 방금 차를 바꿨는데, 편안한지 좀...... .”진정기는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끗 보았는데,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곧 깨달았다.“아...... 알았어요! 겸곤하게 행동할게요.”얼굴에 웃음이 가득 쌓여 자신이 능한 그 수법을 나타내자 진정기는 그를 지그시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알긴 뭘 알아!’몇 번이나 말했는데, 그는 전혀 마음에 새기지 않았다.‘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 진정기를 보낸 후, 주현철도 먼저 집으로 돌아갔왔데, 문에 들어서자마자 아내가 막 나가려는 것을 보고 물었다.“너도 나가게?”“신의 찾으러 갈려고!”“근데 너도 라니?”손을 흔들며 직접 그녀의 이 화제를 생략하고 주현철이 말했다.“신의라니? 가연이가 싫다고 하지 않았어?”“어린애가 뭘 안다고 그래! 게다가 신의도 거부하지는 않았단 말이야! 다만 그 김사모님이랑 트러블이 좀 있어서 그렇지!”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주부인은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았다.“오늘 좀 이상하다? 전에는 내가 신의를 어떻게든 찾았으면 했잖아. 그래서 네가 네 매형한테 아부하려고 그러지 않았어? 오늘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니?”“퉤퉤...... .”연거푸 두 모금 뱉고, 주현철은 온통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헛소리 하지 마!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이대로 넘어가주지! 그 영서의 그 프로젝트말이야..... 내가 가져왔어!”“영서? 그 고깃덩어리?”주부인은 남편의 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최근에 이에 관련된 일을 자주 들었었다.경쟁이 너무 커서 그의 작은 회사의 규모와 실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그랬었다.그러나 이 고깃덩어리가 진정기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군침을 흘리며 자신의 입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생각하자니 화가 치밀었다.남편이 이렇게 득의양양한 것을 보고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말을 듣고 주부인도 기뻐하기 시작했다.“정말이야?!”“너를 속여서 뭐 해!”주현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