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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알았어.”

우해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서더러 나가라고 손짓했다.

“그만 나가봐. 좀 쉬고 싶어.”

비서가 눈치 있게 물러서자 우해민은 손을 사무실 내의 전화기에 갖다 댔다. 숫자 버튼을 살짝 눌렀지만, 수화기를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핸드폰이 없다. 유일하게 그녀에게 허락된 핸드폰은 우해영이 수시로 그녀와 연락하고 지령을 내리는 데 사용했었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것마저도 언니가 뺏어가 버린다.

우해민은 핸드폰에 어떤 앱도 깔 권리가 없다.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건 더더욱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우해영의 그림자일 뿐이다. 언니의 그림자로써 친구를 만들어서도 자기만의 사교가 있어서도 안 되었다.

그래서 우해민은 지금까지 주동적으로 김승엽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다만, 그의 전화번호는 진작에 머릿속 깊이 기억해 두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그에게 몰래 전화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우해영이 설치한 도청 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그녀에게 있어서 그 핸드폰은 감시카메라와 다름이 없었다. 회사의 전화에도 녹음이 항시 되고 있었다.

우해민은 잠시 고민하다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자기가 기억했던 번호로 전화했다.

한편, 전화가 울리자, 김승엽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던 참이라 그의 숨소리는 생각보다 거칠었다.

“여보세요?”

“김승엽 씨.”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그의 이름을 부르고 우해민은 입술을 꾹 닫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김승엽은 흠칫 놀라더니 이윽고 하하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허, 우씨 가문 아가씨께서 내게 먼저 전화를 걸다니! 혹시 드디어 생각을 바꾼 건가? 역시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이 당신을 위해서라는 게 느껴 지지? 이제야 나와 손을 잡을 생각이 든 거야?”

“무슨 일 때문에 회사에까지 전화한 거야?“

우해민은 전화기를 꼭 쥐고 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되물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의 김승엽이 어리둥절했다. 핸드폰에 찍힌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그녀가 회사에서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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