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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당신과 그럴 시간 없어!”

두 손으로 전화기를 꼭 쥐고 있던 우해민의 가슴이 떨렸다.

‘나도 당신을 만나고 싶지만…’

우해민은 벌써 꽤 오랜 시간 그를 만나지 못했다. 매번 꿈에서 그와 행복하게 데이트하고, 그가 들려주는 달콤한 말과 그의 뜨거운 입술, 촉촉했던 키스들이 나오곤 했다. 꿈에서만 느끼다 잠에서 깨어나면 씁쓸함이 배가되어 다가왔다.

김승엽이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거, 그가 했던 말에 진심은 거의 없다는 거, 그런 말들은 자기가 아닌 언니에게 했다는 거 모두 다 알지만 그래도 그에게 속고 싶었다. 그의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자기가 있다고 믿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우해민이 아닌 언니 우해영의 그림자로만 살아왔다.  하지만 김승엽은 그녀를 해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로맨틱하게 프러포즈하고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날부터, 우해민은 욕심이 생겼고 기대가 생겼다. 처음으로 자기의 인생을 살고 싶었고 언젠가는 평범한 여자들처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하지만  언니 우해영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

우해영은 가장 잔인한 말로 그녀에게 미래는 없다고 일깨워 주었다. 그녀가 바라는 행복은 영원히 없을 거라고, 그런 생각조차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했었다.

심지어 김승엽이 그녀에게 준 프러포즈 반지마저도 망가뜨렸다.

이걸 생각하니 우해민은 가슴이 무거워지며 숨결마저 굳어졌다.

“시간이 없다고?”

김승엽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녀가 발뺌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말했고, 그녀도 조금 마음이 바뀐 거 같으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김승엽은 전화로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잡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변덕스러운 여자가 또 생각을 바꿀까 봐, 그는 이 일을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당신 지금 회사에 있지? 내가 바로 당신 회사로 찾아갈게. 당신은 시간이 없지만 난 시간이 많거든. 우리 만나서 얘기 제대로 하자고.”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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