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해영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더 뒤로 물러나며 등을 벽으로 바짝 붙였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이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김승엽은 깁스한 팔을 우해영의 몸에 딱 붙였다. 그러자 그녀가 입술을 한번 오므리더니 신기하게도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그 모습을 본 김승엽은 우해영이 다시 부드럽고 귀여운 그때로 돌아간 듯했다. 만약 이전이었다면 분명 지금 그녀가 귀여워 보여 놀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정신과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김승엽은 그녀의 정신이 이상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신이 이상한 것도 모자라 폭력적인 경향까지 있는 그런 여자를 보며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다만, 모처럼 그녀가 화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김승엽은 의기양양해서 자기의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말했다.“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니까.”우해영은 그를 한번 노려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엘리베이터가 드디어 1층에 도착해서야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렸다. 맨 뒤에 있던 두 사람도 앞다투어 내려갔다.김승엽은 더 이상 그녀를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병원에서 나간 후 우해영이 그에게 무슨 짓을 안 할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엘리베이터를 나가서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우해영이 갑자기 멈춰 서며 고개를 돌려 김승엽을 바라보았다.갑작스러운 그녀의 시선에 김승엽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자기의 모습을 한번 보았다. 하지만 어디가 이상한지 알 수 없었다.‘설마 생각을 바꿔서 내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바로 이때, 우해영이 갑자기 성큼성큼 그에게로 걸어왔다.김승엽은 당황하다 못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지금 도망가면 늦으려나?’머리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몸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우해영은 이미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방금...”“방금은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하늘에 맹세하는데 절대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김승엽은 겁에 질려 깁스를 한 손을 흔들었
김승엽은 그 자리에서 한참이나 생각해도 영문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오늘 우해영이 전과 다르게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정신과 진료까지 받는 사람이 이상하게 더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그녀의 반응을 보니, 아마도 그가 한 말을 믿는 눈치였다. 적어도 자기의 손에 있는 비적이 가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졌을 것이다. 이 생각에 김승엽은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어머니에게 가 그녀를 설득해 자기가 계획한 일을 도와달라고 할 생각이다.그는 병원에서 미리 사람을 시켜 준비한 물건을 가지고 바로 김씨 고택으로 달려갔다.아침 일찍 김승엽의 전화를 받고 노부인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온다는 말에 노부인은 느릿하게 밥을 먹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아침을 거의 다 먹었을 때, 김승엽이 집으로 들어왔다.그가 들어오기 전까진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있었는데 그가 들어오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의 몸이 불편한 것도 상관하지 않고 한걸음에 아들에게로 달려가 그의 팔을 붙어잡으며 물었다."어…어디서 다친 거야?"노부인의 두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 뿐이에요."김승엽은 자기가 우해영때문에 다친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와 이미 얼굴을 붉힐 대로 붉히고 이용까지 당했다는 건 더욱 말할 수 없었다. 만약 지금 어머니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마지막 기회마저 잃게 된다.김승엽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노부인은 아들이 다쳐서 돌아오니 마음이 아팠다."넘어졌다고? 어디서 넘어졌길래 뼈가 부러질 정도야? 몹시 아프지? 의사가 뭐라고 했어?"노부인이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들이 다치니 그녀의 마음은 칼로 찌르듯이 아팠다."정말 괜찮아요. 그냥 뼈에 조금 금이 간 거예요. 조금 쉬면 나아질 거예요."어머니가 걱정해도 김승엽은 아무렇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조금만 상처를 입어도 어머니는 긴장하며 호들갑을 떨었었다. 심지어 가끔은 아버지도 어머니의 호들갑이 너무 심하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노부인이 그가 마지막에 한 말을 듣고 정신이 멍해졌다.“뭐라고? 네가 훔친 비적이 가짜란 말이야? 그 비적이 가짜였던 거야?"“그래요. 내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우해영은 딱 보자마자 내가 가진 게 가짜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김서진 그 자식이 날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일부러 그런 거라고요. 어머니, 그날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를 화살에 맞아 내가 죽을 뻔했어요. 만약 그날 화살에 맞았다면 지금 난 어머니 뵈러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김승엽이 한숨을 한번 푹 쉬고는 이어서 말했다. “어머니는 내가 서진이 그 자식한테 너무 잔인하게 군다고 하셨죠? 그 자식도 잔인해요. 내가 무술 비적을 훔친 것이 잘못된 거지만 말로 경고해 줄 수 있는 거잖아요. 말로 하기는커녕 함정을 파놓고 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게다가 그렇게 위험한 화살까지 설치하고. 그 자식이 정말 날 작은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그건…”김승엽의 말에 노부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다.“내가 따지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가져야 할 것들을 빼앗아 오지 않으면 나중에는 목숨도 잃게 될 거예요.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니 서진이 그 자식도 어머니를 봐서 날 어떻게 하진 않겠지만, 만약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다면 난 분명 살길이 없을 거예요.”이렇게 말하면서 김승엽은 울상을 지었다.노부인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실 노부인도 항상 이게 걱정이었다.그녀는 자신이 죽고 나면 소중하게 키운 아들이 잘살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김서진의 성격으로 절대 그를 한집안 식구라고 생각하지 않고 너그럽게 대해주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어머니의 얼굴빛을 보고 김승엽은 자신이 어머니의 약점을 꼭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 내가 지금 이런 걸 계획하고 있는 것은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김씨 가문 가주의 자리에 오르고 나면 절대 서진이 처처럼 냉혈하게 가족을 대하지 않을 거예요.
“어머니, 아직도 날 믿지 못하시겠어요? 해영 씨가 날 도와주기로 했어요. 어머니, 벌써 잊으셨어요? 서진이 그 자식이 해영씨를 다치게 했었잖아요. 내가 김씨 가문 가주의 자리를 빼앗아 오게 되면 해영 씨와는 협력하는 사이예요. 우리 김씨 그룹과도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서진이 그 자식은 이미 우씨 가문과 얼굴을 붉힌 사이빈데 앞으로 회사에 어떤 위험을 가져다줄지 몰라요!“김승엽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어찌됐든 난 우리 김씨 가문을 위해서 이러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제발 이번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노부인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 정말 우리 김씨 가문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이 말에 김승엽이 흠칫 놀랐다.그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이렇게 물은 적이 없었다. 사실 그에게 있어서 김씨 가문을 위해서 든 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든 지 다 같았다.몇 초간 멈칫하다 그가 바로 대답했다.“그럼요. 당연하죠! 당연히 우리 가문을 위해서죠! 그리고 날 위해서이기도 해요. 어머니, 왜 이런 말을 하세요. 나도 김씨 가문의 사람인데 가문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면 뭐겠어요? 난 서진이와 달라요. 그 자식처럼 남을 위하진 않는다고요!”그러자 노부인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진이도 우리 김씨가문의 사람이야. 우리 김씨 가문의 손자란 말이야. 내가 아무리 그 애의 엄마를 싫어한다고 해도, 서진이는 김씨 가문의 손자야!”노부인의 말은 김승엽을 당황하게 했다. 왠지 모르게 오늘 자기의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이전과 달라 보였다.이전에는 항상 자기의 편을 들어 주었는데, 어떤 이유든 불문하고 자기의 말을 따라주었는데 오늘은 말 한마디마다 김서진 그 자식의 편을 들어 주는 것 같았다. “설마 그 자식이 먼저 와서 어머니를 설득한 건가? 아니면 유전자 검사 결과가 어머니의 마음을 변하게 한 건가?"이렇게 생각하니 김승엽은 마음이 급해졌다."그게 무엇이 같아요? 그 자식
두 눈 반짝이는 김승엽의 모습을 보며 노부인이 되물었다."그때가 되어서 서진이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그 자식은 가장 높은 곳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다시는 돈 가지고 우리에게 뭐라 할 수 없어요."김승엽은 아름다울 미래를 마음껏 상상했다. 예전엔 왜 진작 이런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는지 후회가 될 지경이다.'진작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다면,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벌써 가지고도 남았을 텐데…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어!'"가주의 자리도 회사도 모두 잃고 나서 '잡종'이라는 욕까지 들어야 할 서진이의 인생이 얼마나 힘들어질지 생각은 해봤어?""어머니, 왜 이렇게 그 자식을 걱정하는 건데요. 그 자식이 우리한테…""우리를 박대하진 않았잖아. 적어도 다들 부족함 없이 먹고 살게 해주었고, 너도 매일 하는 일 없이 많은 돈을 받아 좋은 집에서 좋은 스포츠카를 탈 수 있게 해주었어. 앞으로 김씨 가문의 고택도 너의 것이 될 테고. 이만하면 네가 가진 게 적은 건 아니지."예전의 노부인은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한 적 없었다. 그저 남편이 손자만 편애하여 자기 아들에게 남겨준 게 너무 적다고만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 적은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모든 걸 잃은 후의 김서진보다는 몇십 배 몇백 배 나은 삶을 살았다."어머니!"노부인의 말에 김승엽이 일어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자꾸 그 자식 편드는 거예요? 김씨 가문의 이 고택이 지은 지 오래되어서 다 낡아 빠진 거 좀 보세요. 김서진 그 자식이 지금 사는 집과 비교해 보란 말이에요! 그 자식 명의로 된 고가주택이 얼마나 되고, 별장이 얼마나 되고, 스포츠카가 몇 대인지 알아요? 그에 비해 나는요?""그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내 아버지가 벌어온 것들이잖아요! 다 우리 김씨 가문의 것들인데 그 자식은 그렇게 많은 걸 가지고, 아버지 친아들인 나는 왜 고작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게다가 난 그 자식 작은아버지예요! 내가 엄연히 웃
그가 유전자 검사 결과가 진짜든 가짜든 상관 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은 김서진이 정말 김씨 가문의 핏줄이어도 거짓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혈연관계인 사람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겠다는 말이다.“가짜 유전자 검사 결과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미 준비해 뒀거든요. 어머니는 그대로 읽기만 하시면 돼요.”그러면서 진작에 준비해 둔 가짜 검사 결과를 노부인의 손에 올려줬다.노부인은 아들이 전해준 가짜 검사 결과를 받아 몇 페이지를 읽어 보니 내용은 진짜 검사 결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였다. 노부인은 아들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정말 준비 한번 철저하게 했구나.”“어머니,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김승엽이 헛웃음을 두 번 삼키고는 이어서 말했다.“김서진 그 자식을 상대 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어머니도 잘하시잖아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그의 손에서 내 것을 빼앗아 올 수 없을 거예요.”“네 것이라고 했어?”그의 말을 듣고 노부인이 갑자기 화를 냈다.“잘 생각해. 그건 너희 아버지의 것이야. 모두 다 너희 아버지가 일궈낸 것들이라고!”자기 남편이 회사를 만든 건 맞았지만 김서진이 회사를 지금만큼 키워낸 것도 틀리지 않았다. 노부인은 자기 아들을 편애하지만, 눈이 멀지는 않았다.언제나 자기 말을 잘 들어주던 어머니가 갑자기 화를 내니 김승엽은 깜짝 놀랐다. 그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너희네, 어머니 말씀이 다 맞아요. 다 아버지 것이에요. 그럼 내가 아버지의 아들로서 내 것이어야 할 물건을 받아 가겠다는 게 무슨 잘못이에요. 큰형이 저세상으로 가고 큰형이 아들에게 주는 건 틀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아직 살아 있잖아요. 만약 내가 죽었다면 김서진에게 모든 걸 물려 주는 거 상관없어요. 그런데 내가 버젓이 살아있는데!”바로 이 부분이 김승엽이 가장 불만을 가진 부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살아 있으면서도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지 않고 그를 뛰어넘어 바로 손자에게 가업을 물려줬다. 이
“거의 준비가 끝나 갑니다. 여기의 모든 것을 다 철수할 생각입니까?”“모두 철수해. 여기서 일하던 사람은 다 내보내. 우리가 섬에서 데려온 사람을 제외하고 한 명도 남기지 마!”그녀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녀가 어디를 가든 섬에서 데려온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그 자리에서 새로 뽑은 사람이었다.새로 뽑은 사람은 집 밖에서만 일하게 하고 절대로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해야만 그녀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없게 된다.데일이 명령받고 나가서 일을 진행 시키려고 할 때 그녀가 다시 불러 세웠다.“잠깐, 그 계집애는?”“방에 있습니다.”“할 말 있으니, 여기로 오라고 해.”“네!”데일이 나가자, 우해영은 더 이상 가슴의 답답한 느낌을 억누를 수 없어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순간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솟아 올라오더니 곧이어 피 한 모금을 토해냈다.그녀는 역시 심오한 무술은 몸에 무리가 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하루빨리 섬으로 돌아가 수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우해민은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걷는 소리가 거의 없었다. 가볍고 조심스럽게 걷는 그녀를 다른 사람은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우해영의 방문이 살짝 열려 있지만 그래도 노크를 두 번 했다. 방 안에서 들어 오라는 소리가 들려서야 조심스럽게 들어갔다.“언니가 날 찾는다고 해서...”방에 들어서 자 우해영의 입가에 피가 묻은 모습이 보여 우해민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언니, 왜그래...”“호들갑 떨지 마!”우해영은 언짢은 표정으로 그녀를 한번 쏘아보다 이어 말했다.“방에 들어왔으면 문을 닫았지!”위해 민은 곧바로 문을 닫고 언니 앞으로 다가갔다.“언니, 괜찮은 거야?”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이 정도로 죽지 않아!”우해영은 손으로 입가의 핏자국을 쓱 닦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녀는 이전에 수도 없이 많은 상처를 입었었다. 이 정도는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단한 무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우해민은 잠시 멍해졌다.우해민은 두 눈을 깜빡이며 마치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모른 척하기는. 고작 며칠 사이에 네가 그 남자를 잊었다는 거 안 믿어! 됐어! 그냥 물어보는 거뿐이야. 긴장하지 마!”우해영이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말했다.“아, 아니, 그게 아니라!”우해민이 연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정말 언니가 누굴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어. 언니, 그 사람 못 잊은 거 인정해. 하지만 그 사람은 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야. 내가 예전에는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만나봤던 남자는 그 사람 하나뿐이었고 게다가 여자를 홀리는 말만 하니 내가 홀랑 넘어가 버린 거야. 난... 난 잠시 매혹된 거뿐이야!”“언니가 욕한 게 다 맞아. 이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언니뿐이야. 언니만이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그 사람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난... 이제 그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우해영이 믿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우해민이 급하게 변명했다.“정말?”그러자 우해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정말이야!”우해민은 손을 들어 맹세하는 시늉을 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한마디 더 붙였다.“언니, 믿지 못하겠으면 지금 당장 섬으로 돌아가서 다시는 그 사람 보지 않을게. 난 지금 오직 언니를 위해서만 살고 싶어!”한참 동안 그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다 결국 믿었는지 우해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물어본 거뿐이야.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네가 잘 알면 됐어. 넌 평생 다른 사람과 같을 수 없어. 결혼할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없어. 너는 네 이름으로 살 수가 없어.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 네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인 거야. 내가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우해영은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녀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세뇌했다. 자신이 그녀를 남기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그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