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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김승엽은 안에 들어갔던 사람이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도무지 피할 겨를도 없이 우해영과 딱 마주쳤다.

한껏 긴장한 그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우연이네.”

갑자기 나타나는 김승엽의 모습에 우해영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곧바로 표정을 굳히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야.”

“그게...”

김승엽이 깁스를 한 팔을 흔들며 헛웃음을 삼켰다.

“하하!”

다친 팔을 일부러 보여주며 우해영이 조금 자괴감을 느끼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의 다친 팔을 보고 멈칫하더니 어리둥절해 물었다.

“다쳤어?”

“그야 당신때문에...”

우해영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그녀의 눈을 마주친 순간 덜컥 겁이나 말을 바꾸었다.

“됐어, 내가 제대로 서지 못한 탓이지.”

“내가 그랬어?”

우해영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날 일을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무렇지 않다는 그녀의 표정에 김승엽은 더욱 화가 났다.

‘자기가 해놓고 기억도 못 하는 거야 그날 얼마나 세게 밀쳤는데. 내가 넘어졌을 때 똑똑히 봐 놓고 지금 와서 모른 척이야?’

하지만 김승엽은 그녀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만약 그녀의 비위를 거슬렀다가 한 번 더 밀치기라도 하면 금이 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 아니. 당신이 한 게 아니고 내 잘못이라고. 내가 제대로 서지 못해서 그런 거야.”

김승엽은 괴상한 말투로 말하며 눈으로는 정신과를 힐긋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야?”

“난...”

뜬금없이 묻는 그의 말에 우해영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김승엽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분명히 보았다. 우해영은 귓가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친구가 부탁해서 약 가지러 왔어. 그럼, 이만.”

“친구? 정신에 문제라도 있는 거야?”

김승엽은 그녀를 따라가며 집요하게 물었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어느 친구인지 궁금해서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를 골탕 먹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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