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94화

우해영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더 뒤로 물러나며 등을 벽으로 바짝 붙였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이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김승엽은 깁스한 팔을 우해영의 몸에 딱 붙였다. 그러자 그녀가 입술을 한번 오므리더니 신기하게도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그 모습을 본 김승엽은 우해영이 다시 부드럽고 귀여운 그때로 돌아간 듯했다. 만약 이전이었다면 분명 지금 그녀가 귀여워 보여 놀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정신과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김승엽은 그녀의 정신이 이상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신이 이상한 것도 모자라 폭력적인 경향까지 있는 그런 여자를 보며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다만, 모처럼 그녀가 화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김승엽은 의기양양해서 자기의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니까.”

우해영은 그를 한번 노려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1층에 도착해서야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렸다. 맨 뒤에 있던 두 사람도 앞다투어 내려갔다.

김승엽은 더 이상 그녀를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병원에서 나간 후 우해영이 그에게 무슨 짓을 안 할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나가서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우해영이 갑자기 멈춰 서며 고개를 돌려 김승엽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시선에 김승엽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자기의 모습을 한번 보았다. 하지만 어디가 이상한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생각을 바꿔서 내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바로 이때, 우해영이 갑자기 성큼성큼 그에게로 걸어왔다.

김승엽은 당황하다 못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지금 도망가면 늦으려나?’

머리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몸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우해영은 이미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방금...”

“방금은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하늘에 맹세하는데 절대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김승엽은 겁에 질려 깁스를 한 손을 흔들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