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오는 소리를 들은 김승엽이 깜짝 놀라 졸음에서 깨어났다.고개를 돌려 차 안에 앉아 있는 우해영을 보고 기쁜 표정으로 그녀의 차를 향해 달려갔다.달려오는 그를 보며 데일이 어떻게 해야 할지 우해영의 의견을 물었다.“아가씨?”“신경 쓰지 말고 운전해!”우해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차가운 말투로 지시했다.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데일은 액셀을 힘껏 밟아 김승엽을 휙 스쳐 지나갔다.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김승엽이 조금만 느리게 피했으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김승엽은 당황함에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그의 눈앞에서 굳게 닫혔던 우해영 집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쫓아가려 했을 때 대문은 다시 굳게 닫혔고 그는 멈춰 서지 못하고 대문에 쾅 하고 부딪쳤다. 그러고는 그녀를 태운 차가 점점 더 시야에서 멀어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철로 만들어진 대문에 세게 부딪히니 전해져 오는 아픔에 김승엽은 얼굴을 확 찡그렸다.문전박대를 당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번에야말로 몸소 느낀 것이다. 김승엽은 어리둥절했고, 이윽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전 같았으면 그녀와 어떻게 해도 참았겠지만, 오늘은 절대로 참을 수 없었다.다들 여자의 마음은 책장 넘기는 것보다도 쉽게 변한다더니, 이건 책장을 넘기는 수준이 아니라 눈 한번 깜짝한 사이에 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김승엽은 너무 화가 나서 발로 대문을 쾅쾅 찼다. 철로 만들어진 대문이 발길질 몇 번으로 열릴 리가 없었다. 그의 발만 아플 뿐이다.문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김승엽은 고개를 들어 대문을 올려다보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검은 총자루 같은 것들이 자기를 겨냥하고 있었다.그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저번에 왔을 때만 해도 이런 것은 없었다.‘새로 설치한 건가?’하지만 그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한 게 있다. 전에는 우해영이 그를 들여보내 줬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막는 사람이 없었고 이런 방어시스템이 작동하지도 않았었다.잠시 당황하
만약 방금 그가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면 분명 화살을 빼곡히 맞고 개죽음을 당했을 것이다.‘이건 너무하잖아!’김승엽은 자리에서 일어서 빼곡히 박힌 화살을 한번 보더니 분노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우해영! 너 지금 다 듣고 있는 거 알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우린 끝인 거로 알아!”아무리 우씨 가문의 재산이 욕심나고 아무리 김서진을 가주의 자리에서 쫓아버리고 싶어도 이 순간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김서진을 무너뜨리기도 전에 희로애락을 예측할 수 없는 아가씨에게 목숨을 내놓을 뻔했다.이전에는 그녀가 화를 내거나 심한 일을 벌여도 참아 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정말 그를 죽이려는 속셈이다.어제까지만 해도 수줍은 얼굴로 자기의 청혼을 받아들였는데 오늘 갑자기 그에게 이런 짓을 하니 김승엽은 정말 그녀를 감당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사람이 하루아침에 극과 극으로 변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그래, 사이코패스! 우해영은 분명 사이코패스일 거야! 안 그러면 어느 여자가 이렇게 성격이 오락가락하냐고!”생각하다 보니 김승엽은 더욱 화가 났다. 그는 팔짱을 끼고 감시카메라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우해영, 나와! 이 미친 여자야!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로 해, 매일 얼굴은 무표정인 데다가 이랬다저랬다. 어느 남자가 너 같은 여자를 감당하겠냐고! 내가 그렇게 잘해주니까 이젠 우스워? 내가 이 화살에 맞아 죽길 바라는 거야? 날 뭐로 보고! 당장 나와! 무슨 뜻인지 설명하란 말이야! 거북이처럼 숨어 있지만 말고!”“네가 그렇게 대단해? 숨어있으면 다야? 당장 기어나와!”그 시각 방안에서 우해영은 벌써 옷을 갈아입고 쉬고 있었다. 방안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김승엽의 모습이 보였다.그는 대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었다. 아까 넘어지는 바람에 먼지를 뒤집어써서 지금 그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우해영은 자기의 동생이 이런 남자가 어디다 좋아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이
굳게 닫혀 있던 커다란 철문이 눈앞에서 열리는 것을 보고 김승엽은 잠시 머뭇거렸다.‘이건 들어오라는 뜻인가?’문이 열리자,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 좋게 욕하던 김승엽이 약간 주저했다. 그렇게 오래 그녀를 욕했는데 막상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주니 그녀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겁이 났지만, 체면을 잃을 수 없어서 감시카메라를 보며 비웃었다.“뭐, 당신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내가 들어갈 줄 알고? 난 들어가지 않을 거야! 내가 말했잖아, 우해영. 난 충분히 참았다고! 당신이 우씨 가문의 아가씨니까 당신을 존경하고 잘해준 거지, 더 이상 날 농락하는 건 참아줄 수 없어! 이래 봬도 난 김씨 가문의 아들이라고. 당신 요즘 정말 너무했어! 더 이상 잘해줄 거란 기대하지도 마!”그렇게 말한 후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거실에서 그가 돌아서 자기의 차가 세워진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데일이 고개를 살짝 수그리며 우해영에게 물었다.“아가씨, 제가 가서 잡아 올까요?”우해영은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데일은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김승엽을 잡으러 갔다.곧이어 오토바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데일은 빠르게 김승엽의 차가 세워진 곳으로 갔다.그 시각, 김승엽은 정말 이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그가 대문 밖에서 우해영을 이렇게 오래 욕을 하고 있을 때 그녀가 갑자기 문을 열어준 것에 대해 그는 분명 좋은 뜻으로 문을 열어준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항상 그가 먼저 사과하고 그녀를 달랬었기에 이번에야말로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들어가라고 문 열어줘도 안 들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 거야!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보자고!’김승엽은 자기가 떠나면 우해영이 참지 못하고 주동적으로 자기를 찾아올 거로 생각했다. 한번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인다면 분명 두 번, 세 번이 더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조금 떨어진 곳
김승엽을 끌고 들어가는 내내 데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오토바이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김승엽을 밧줄에 매달고 딱 그가 죽지 않을 만큼까지 끌고 오다 저택 앞에서 멈추었다. 저택 입구 계단에 서서 자기를 내려다보는 우해영을 보고 김승엽은 한마디 욕도 할 수 없었다.그는 진흙 덩어리처럼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입었던 고급 양복은 너덜너덜해져 곧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누군가 했더니, 그 유명한 김씨 가문의 아들이잖아. 왜, 더 욕하지, 그래?”그의 이런 보습을 보고 우해영은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녀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았다.그 누구도 그녀를 옥하고 도망칠 수 없었다. 누구나 다 그녀를 쉽게 욕할 수 있다면 그녀의 체면이 서지 않으니깐.김승엽은 여전히 그녀를 욕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듯 아파졌고 끌려오면서 피부도 바닥에 쓸려 피가 나고 있었다. 혹시 뼈가 부러진 것 일지도 모른다. 아픔보다 더욱 그를 미치게 만드는 건 눈앞의 이 여자가 자기에게 이런 모욕을 줬다는 사실이다.김씨 가문의 막내아들로서, 아버지의 편애를 받지 못하고 가주의 자리까지 조카에게 뺏겨버렸지만 자기를 목숨보다 아껴주는 어머니 밑에서 상처 하나 없이 곱게 자랐다.오랜 시간 동안 김서진이 본래 자신이 가졌어야 할 것들을 빼앗아 갔다고 불평했지만, 단 한 번도 이런 고난과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 제아무리 김서진이 그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해도 작은아버지라는 신분을 고려해 최소한의 존중은 해주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의 여자는 그를 개처럼 끌고 들어왔다. 게다가 높은 데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다.‘이 여자가 정말 어제 부끄러워하며 내 청혼을 받아들인 그 여자란 말인가?’김승엽은 겨우 일어나 앉으며 팔과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는지 움직여 보았다. 다행도 부러지진 않았고 그저 피부가 땅에 스쳐 피가 나고 있었다.우해영은 천천히 계단에서 내려와 그의 앞에 우뚝 섰다. 그러고는 거만하게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바닥에 나자빠져 있는 김승엽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우해영이 방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들어와!”그녀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던 김승엽은 그녀의 옆에 큰 얼음덩이처럼 서 있는 남자를 보고 말없이 따라 들어갔다.발을 들자, 온몸이 아파왔다. 김승엽은 이를 악물고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는 무표정으로 서 있는 데일의 옆을 지나갔다. 그는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오늘 겪은 수모를 갚겠다고 굳게 다짐했다.그가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우해영은 이미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타고 있었다.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김승엽은 자기 옷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면서도 그대로 소파에 풀썩 앉았다.그런 그를 한번 보던 우해영이 입을 열었다.“데일, 김승엽 씨 데려가서 씻게 하고 깨끗한 옷 한 벌 내어줘.”데일이 그녀의 지시를 받고 한발 다가 가자 김승엽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필요 없어요! 난 지금, 이 상태가 좋아요. 얼마나 특별해요. 다른 사람이 하고 싶어도 못 할 스타일인데! 당신 집 옷은 내가 감히 입지도 못하겠어요. 다른 건 다 집어치우고 본론부터 말해요!”김승엽은 한껏 비꼬듯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여생을 함께 할 결혼 상대가 아닌 그저 비즈니스 상대로만 생각하니 그녀 앞에서 잘 보이려 하고 싶지도 않았다.그의 무례한 태도에 데일은 못마땅했다. 하지만 우해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데일, 넌 나가있어.”“......”우해영의 말에도 데일은 여전히 눈앞의 남자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아가씨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이 나가야만 했다.방에는 우해영과 김승엽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우해영은 느릿하게 차를 두 잔 따라 김승엽에게 한잔 건네주며 말했다.“차 한잔 마시면서 목부터 축여요.”그러자 김승엽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는 사양하지 않고 찻잔을 받아 들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반면, 우해영은 찻잔을 들고 있기만 할 뿐, 차를 마시지 않고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당신네 김씨 가문에 무술 비적이 있다는
“하지만 어제...”김승엽은 어제 그녀가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일을 말하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가 뱉은 말을 번복하는 일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니 다시 말을 삼켰다.그러자 우해영이 그의 생각이라도 읽은듯 그가 예상했던 대답을 해주었다.“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에요. 어제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들였지만, 오늘은 아니죠. 그리고 당신이 그런 쪽팔린 일을 하니 지금 온 세상 사람이 모두 내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공개 프러포즈라니, 지금 난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라고요.”다시 생각해도 우해영은 화가 났다. 어제의 그 장면, 제일 중요한 건 우해민 그 계집애가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거지 자기가 받아들인 게 아니다.“???”김승엽은 그녀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기분 좋게 프러포즈를 받아들여 놓고 오늘 그 일 때문에 화가 나다니!“그래서 다른 사람이 구경한 게 화가 난 거예요?”김승엽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화날 이유가 이것밖에 없었다.“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김서진 손에서 그 비적을 뺏어 올 수 있는지 없는지예요!”우해영은 김승엽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이 비적을 자기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지 없는지만 확실하게 대답해 주길 원했다.“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까 말했던 우씨 가문의 지분은...”만약 우해영이 정말 자기에게 우씨 가문의 지분을 준다면 실권을 가지지 못했어도 김서진과 맞설 밑천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달 조금씩 받아먹는 김씨 가문의 배당금과는 달리 이건 오직 자기의 자산이 된다. 솔직히 자기가 얼마만큼의 배당금을 가질 수 있는지는 김서진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다.하지만 우씨 가문 30%의 지분을 가지게 되면 우씨 가문의 주주가 되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우씨 가문에 가문을 이을 자식이 적어 우해영의 손에만 70%의 지분이 있다. 나머지 30% 중 15%는 가문 장로들의 손에 있고 남은 15
“만약 나도 안된다면 이 일을 맡길만한 사람이 더 없을 거 같네요.”김승엽이 일어서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비적을 꼭 찾을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그를 제외하고 김서진의 가까이에서 비적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더 없을 것이다. 사실 우해영이 정말 다른 방법이 없어 이런 조건까지 내걸면서 자기에게 부탁을 한 것이라고 확신했다.이렇게 생각하니 우씨 가문 30% 지분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 쉽게 30%를 주겠다고 하는 건 그 비적이 결코 이 정도의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한다. 하지만 김승엽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비적을 손에 넣은 후 다시 그녀와 협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때가 되면 오늘 당한 부상, 그리고 그녀가 지금껏 자기에게 준 멸시와 모욕을 모두 돌려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얘기가 끝나고 자리를 뜨려던 김승엽이 문득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돌려 우해영을 바라보았다.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 보더니 찻잔을 쥔 그녀의 손에 시선이 멈추었다.김승엽이 말없이 자기를 바라보니 소름이 돋은 우해영이 조금 언짢은 말투로 물었다.“또 왜 그러는데요?”“내가 어제 준 프러포즈 반지는요?”반지가 얼마나 비싼 건 아니었지만 그건 그가 나름대로 신경 써서 고른 반지였다. 지금 보니 그녀가 반지를 끼고 있지 않았다.‘역시 이 여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네. 내가 손에 쥐고 주무를만한 여자가 아니야’“아...”우해영이 자기의 손을 한번 보더니 자기가 꾸겨버린 반지를 보물처럼 아끼던 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너무 싸구려라 잃어버렸나 봐요. 왜요, 쪼잔하게 반지 돌려달라는 건 아니죠? 똑같은 걸로 배상이라도 할까요?”“......”그녀의 말에 김승엽은 이를 악물더니 주먹을 꽉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확실히 비싼 반지는 아니었어요. 잃어버렸으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이제 얘기가 다 끝났으니, 잃어버린 것도 어쩌면 잘된 일일 수 있겠네요.”그러고는 뒤도 돌아
“왜, 아직도 불만이야?”우해영이 짜증 섞인 말투로 물었다.‘어제 그렇게 혼냈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단 말이지?’우해영은 줄곧 우해민이 지금껏 살아있는 건 모두 자기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자기의 그림자가 아닌 그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우씨 가문의 다른 아가씨로 살아갔다면 벌써 죽임을 당했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하지만 지금, 우해민은 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자기에게 대들고 심지어는 이런 모습까지 보이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우해영은 이런 그녀가 분명 김승엽 그 자식에게 현혹된 것이고 미친것이라고 확신했다.우해영의 물음에 우해민은 대답은커녕 말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넋 나간 사람처럼 바닥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그녀가 이럴수록 우해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젠 내 말도 들은 체 만 체한다. 이거지?’우해민의 말 없는 반항에 우해영은 더 이상 그녀가 자기의 그림자로서 자기의 대체품으로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네 꼴을 봐! 나를 위협하려고 이러는 거야? 너 없으면 내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웅크리고 있는 우해민의 앞에 서자, 우해영이 이룬 거대한 그림자는 우해민을 집어삼켰다.여전히 말 없는 그녀에 화가 치밀어 오른 우해영이 손을 뻗어 우해민을 힘껏 잡아당기며 지하실에서 그녀를 끌어냈다.몇 번 발버둥 치다 우해영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걸 느낀 우해민이 포기한 듯 발버둥을 멈추었다. 우해영의 손에 끌려서 환하게 불이 켜진 거실 바닥에 내팽개쳐졌다.우해영은 거울을 가져와 그녀를 비추었다.“네 꼴을 봐봐. 어떤 모습인지 잘 보란 말이야! 지금 네 모습이 이 모양인데 앞으로 어떻게 내 그림자 역할을 하려고 그래? 지금 네 모습이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지 보란 말이야!”“난, 원래부터 언니를 닮지 않았어.”우해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녀는 거울에 비친 창백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질 것 같은 하얀 피부에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은 흐린 두 눈, 게다가 날이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