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석!” 강솔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불렀다.“가고 싶지 않아. 그날 밤처럼 안고 잘래, 안 돼?” 진석은 강솔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며 묻자, 강솔은 그가 아팠던 일이 떠올랐다. “감기는 다 나았어?”“안 나으면 안 남을 수 있어?” 진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치 남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감기에 걸리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이에 강솔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살짝 코웃음을 쳤다. “내가 이미수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만든 대추차, 왜 안 마셨는데? 안 나아도 할 말 없지!”처음 듣는 말에 진석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뭐라고?” 곧 그는 깨달은 듯, 놀라 물었다. “정월 대보름 날 밤, 그 차를 네가 부탁한 거였어?”강솔은 진석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부탁한 거였지.”“나는 몰랐어!” 진석은 속으로 양재아가 오해하게 만든 것을 원망하며, 동시에 마음속에서 따뜻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는 고개를 숙여 강솔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네가 부탁한 거였으면, 내가 안 마실 리가 있겠어?” “나한테 화난 게 아니었어?”“아니야.” 진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날 챙겨주고 있다는 걸 알면, 화가 다 사라지지.”강솔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 정도는 돼야지!”진석은 강솔의 얼굴에 키스하며 천천히 침대 위에 눕혔다. 진석의 차가운 입술이 강솔의 턱선 주변을 맴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분명 전생에 너에게 빚을 졌을 거야. 아무리 갚아도 끝이 없네.”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맞닿았고, 강솔은 진석이 키스하는 동안 머리가 하얘지며 멍해졌다. 그러다 진석이 옷 뒤쪽 단추를 풀러 하자, 강솔은 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 “진석!”진석은 강솔이 아직 이전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내가 가서 씻을게. 자리를 하나 남겨 둬, 널 건드리진 않을 거야.”강솔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
강솔은 진석의 살짝 원망스러운 목소리를 듣고는 거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오늘 내가 산 물건이 있는데, 오빠한테 줄게.”진석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청혼 반지?”강솔은 순간 당황하며 얼굴이 붉어졌고, 가볍게 핀잔을 주며 말했다. “꿈도 크네!”“응, 꿈이 꽤 커. 오랫동안 꿈꿔왔거든.” 진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솔은 말문이 막혔고,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인형 강아지를 꺼내 들고 진석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이거 닮았지?”진석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나랑 닮았어?”강솔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침대에 엎드렸다. 결국에는 진석의 품에 파고들었다. 진석도 그녀를 안으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그렇게 잘생겼을 리가 없잖아!” 강솔은 눈물을 흘리며 웃었고, 그 빛나는 눈은 마치 별처럼 반짝였다. “이거 수리야, 어렸을 때의 수리, 닮았지?”진석은 인형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닮았네.”“그렇지?” 강솔은 더 뿌듯해하며 말하더니, 진석이 웃으며 물었다. “이거 나한테 주는 거야?”“응, 주는 거야. 그날 내가 말이 좀 심했지. 이걸로 사과할게.” 강솔은 앉은 채로 진지하게 말하자, 진석은 그녀를 살짝 안아 올리며 말했다. 강솔은 자신이 방금 한 말에만 집중한 나머지, 진석의 깊어지는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다. 진석은 목구멍이 살짝 울리며, 목소리가 약간 잠겼다. “그날 내 태도도 안 좋았어.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어쨌든, 내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됐지.”“그러면 그날 말한 건 다 화난 상태에서 한 말이었어?” 강솔은 순간 멈칫하고, 진석의 품에서 내려와 그를 노려보며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오, 오빠 왜 이렇게 나와?”진석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나왔다는 거야?”강솔은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나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잖아!”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진석은 당연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달빛이 너무 밝아서, 옆에 누운 강솔의 곡선이 드러난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그에게 자꾸만 무언가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나 진석은 그저 인형인 작은 수리와 눈싸움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때, 진석은 낮게 말했다. “강솔, 우리 결혼하면 강아지 하나 더 키우자.”그렇게 하면, 죽은 수리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강아지가 두 사람의 아이와 함께 자라게 할 수도 있었다.아무런 걱정 없이 누워 있던 강솔은 거의 잠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고, 그저 흐릿하게 대답했다. “응.”그 목소리만 들어도 강솔이 얼마나 피곤한지 알 수 있었다. 진석은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최근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 편히 자도록 내버려두었다. 진석은 강솔을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강솔은 대범한 성격처럼 보였지만, 사실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매우 신경을 쓰는 타입이었다. 단지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랐을 뿐이고, 속으로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진석은 달빛 아래 강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베개 위로 흩어진 강솔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졌다. 그러자 진석의 마음은 따뜻하고 촉촉했다....다음 날.강솔은 희미하게 잠에서 깨어날 때, 진석이 일어나서 욕실로 가는 소리와 진석이 옷을 입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진석이 가서 문을 여는 소리도 들렸다. 소리는 모두 은은하고 흐릿했지만, 강솔에게는 무척 편안하게 들려왔다. 그래서 다시 잠에 들고 싶어졌다.마치 어렸을 때 설날을 맞아 경성에서의 풍습대로 일찍 일어나 떡국을 먹고, 폭죽을 터뜨리고, 어른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던 때가 떠올랐다. 아직 해가 뜨기 전, 부모님은 이미 일어나셨고, 강솔은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 게으름을 피웠다. 희미한 잠 속에서 부모님이 대화하는 소리와 복도를 걸어 다니는
수요일 저녁 7시 정각 소희는 전위 호텔 앞에 나타났다.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소희는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아빠 소정인이었다. [소희야, 아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차가 좀 막히네. 먼저 들어가있어.]소희는 발걸음을 늦추며 이따 임구택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결혼 3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임구택이 이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부한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그렇다고 임구택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과거 소씨 가문의 회사가 위기를 맞자 뻔뻔하게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였고, 당시 임씨 가문의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한 터라 자연스레 그 약속은 차남 임구택이 이행하게 되었다.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당연히 소씨 가문에 좌지우지 당하지만은 않았다. 예물로 50억 원을 건네어 소씨 가문이 난관을 이겨내게 도우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뒤에 이 혼사가 자동 해지되는 것으로.3년 전, 그녀는 아직 법정 결혼 연령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대리인이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자마자 임구택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 해지를 석 달 앞두고 돌아왔다. 결혼을 거부한다는 태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그녀를 앞세워 다시 한번 그를 찾아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소희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였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아내에요!”그가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듣건대 임구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강성의 유명한 악질이었다고 한다. 강성의 흑과 백을 모두 통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섭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지만 며칠 전 TV의 경제 채널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거만하면서도 우아하고 듬직해 보였다.그녀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네, 감사합니다. 기사님.”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
소희는 멍해졌다.남자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왜 절 따라오시는 거예요? 강성대 학생이신가요?”그는 오는 길에서부터 이 여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멈추면 그녀도 무슨 일이 있는 척 멈추더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소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 반문했다. “여기가 당신 집으로 가는 길인가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을 왜 제가 따라다닌다고 하는 거죠?”남자의 눈동자의 싸늘한 빛이 스치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소희에게 올라오라고 눈짓했다.소희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꼬듯 말했다. “됐어요, 오해받을 만한 행동 안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계단으로 걸어갔다.그녀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남자의 가늘게 뜬 눈을 가렸다.소희는 임구택과 다시 마주칠까 봐 아예 계단으로 9층까지 올라갔다.회의실에 도착하니 조교가 학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교는 그녀를 보자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했다.그 옆에는 몇몇 학생들도 자료를 제출하러 왔는데, 그중 한 명은 따가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소희는 못 본 척 휴대폰을 꺼내 스도쿠를 했다.5분도 안 돼 한 판을 풀고 나니 밖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돌아온 지 얼마 안 됐죠? 출국한지 오래됐으니 돌아올 때 됐구나 싶었는데”교장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임구택도 소희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 머물지 않고 바로 지나갔다.학과장은 급히 마중 나가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방 교장은 그에게 소개하였다. “이 분은 LS그룹의 대표이사님이십니다. 예전에 우리 학교 학생이었지요. 참, 우리 학교 여러 항목의 장학금도 임 회장님이 후원한 것입니다.”그러자 학과장은 냉큼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임구택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마침 학생들에게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제출
임구택은 그날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명우는 제일 먼저 천위 호텔의 CCTV를 조사했다.이상하게도 7시와 9시 두 시간대 모두 공백 상태였고 천위 호텔의 보안요원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당시 인터넷이 끊겼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그래도 명우는 한 사람을 찾았다. 서이연.서이연은 B급 배우로 청순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노선을 걷고 있으나 줄곧 뜨지 못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쯤 그녀가 천위 호텔에 들어가 연풍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CC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후 CCTV 기록에는 공백이 있어 그녀가 어느 방으로 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9시 5분경 서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부축하고 연풍관 밖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그 뒤로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우는 서이연이 어떤 차를 타고 떠났는지 몰라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그녀는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명우는 이미 차트를 확인했는데 낙상이었다.그날 밤, 강성의대 부속병원.VIP706호. 병상에 누워있는 여인은 두 손을 맞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맞은 켠 소파에 앉은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다리 어떻게 다쳤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이연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반쯤 늘어뜨린 눈꺼풀 아래 눈물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과 관련이 있나요?”“숨길 필요 없어요, 사람을 시켜 이미 CCTV를 확인했으니까. 어젯밤 9시쯤 매니저가 당신을 부축해서 차를 타고 떠날 때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죠. 그날 밤 제 방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맞나요?” 임구택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손님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천위 호텔은 카메라가 객실 창문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이연이 어디서 뛰어내렸는지는 볼 수 없지만,
여인이 달려들며 손에 들고 있던 꽃들은 소희의 몸에 던져졌다. 힘껏 소희를 뒤로 밀치고는 소연을 품에 끌어안았다.진원은 긴장한 채 소연의 몸을 살펴보며 물었다. “다친 거야? 혹시 피났어? 어디 아프니?”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온 바닥에 흩어지고 꽃의 가시가 소희의 목덜미를 찔러 따끔거렸다. 그녀는 여인의 긴장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소정인은 이내 다가와 소희에게 물었다.“안 다쳤니?”진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무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소연이를 죽이려는 거니?”소희는 여인의 눈에 비친 혐오와 원한을 보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소연은 소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급히 진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엄마, 오해예요. 제가 언니한테 머리 좀 잘라달라고 했어요. 언니는 절 다치게 하지 않았어요.”“그렇구나!”소정인은 ‘하하’하고 웃으며 진원을 원망했다. “당신은 항상 너무 급해서 문제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낸단 말이야. 당신 때문에 소희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진원은 자신이 소희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무안해하며 변명했다. “들어오자마자 소희가 가위를 소연이의 목에 대고 있길래... 머리를 자르는 건줄도 모르고...”“그만 해!”소정인은 진원에게 눈짓을 하고는 소연에게 말했다. “언니 데려고 가서 옷 좀 갈아입혀. 옷이 다 더러워졌네.”“언니, 이리 와!”소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희는 어깨의 꽃잎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2층 침실로 들어가자 소연이 사과했다. “언니,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이 시간에 돌아올 줄 몰랐어. 나 때문에 언니가 다쳤네.”“너 때문이 아니야!”소희의 순수한 얼굴에는 한 줄기 미소를 띠고 있었다.소연은 옷방에 가서 흰색 티셔츠를 가져와 소파에 놓았다. “언니, 이건 새거야, 한 번도 안 입었어. 옷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기다릴게.”“응.”소연이 문을 닫자 소희는 소파 위의 옷을 보며 안색이 흐려졌다. 한쪽에서는 머리를 잘라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