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류와 강솔이 함께한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이전 비서는 남자친구와 함께 해외로 떠났고, 그 후 석류가 회사에 지원해 들어왔다. 처음에는 배석류가 강솔을 조금 어려워하고 조심스러워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장난을 많이 치는 사이가 되었다. 강솔도 이런 편안한 분위기의 직장을 좋아했다.석류가 나가자, 강솔은 도안을 정리했다. 시간이 9분이나 지난 걸 보고, 진석을 찾으러 그의 사무실로 갔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강솔은 문을 두드리지 않고 살짝 밀어 틈을 만든 뒤 고개를 내밀어 안을 살폈다. 진석은 전화 통화 중이었고, 강솔이 들어오자 눈빛이 따뜻해지며 손짓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강솔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소파에 앉아 잡지를 집어 들고 조용히 그를 기다렸다.진석은 전화기 너머 사람에게 말했다. “좋아요, 그럼 그쪽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전 이쪽에서 일이 좀 있어서 며칠 있다가 갈 테니까.” 몇 마디를 더 전한 후 전화를 끊었다. 진석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강솔에게 다가갔다. 강솔은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다 끝났어? 이제 밥 먹으러 가도 돼?”“응.” 진석은 낮게 대답하고 안경을 벗은 뒤 한 손으로 강솔의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강솔은 본능적으로 발을 들어 진석에게 닿기 위해 발돋움했고, 그의 셔츠를 잡았다. 진석의 검은 눈동자는 깊은 소용돌이를 치며 강솔을 끌어들이고 있었다.사무실은 매우 조용했고, 햇살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들어오며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이 순간의 평온함은 마음속에 따뜻함과 나른함을 불러일으켰다.길고 깊은 키스가 끝났을 때, 강솔은 숨이 가빠졌고, 진석의 가슴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 목소리가 잠긴 채로 물었다. “출장 가는 거야?”“응, 며칠 후에 M국에 가야 해.” 진석은 강솔을 안고, 턱으로 강솔의 관자놀이를 살짝 스쳤다. 원래 지금 출발해야 했지만, 두 사람이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기에 진석은 떠나기가 싫었다.“배고프지 않아?” 진석은 강솔의 머리
진석은 자연스럽게 그 파란 상자를 받아 들고 장바구니에 던졌다. “괜찮아, 그냥 갖고 있어.”강솔은 당황한 채로 홍보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진석에게 손을 잡힌 채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강솔의 손바닥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조금 더 걸어가서야 강솔은 부끄러움에 진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런 걸 왜 사는 거야?”진석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미리 준비해 두는 거지. 필요한 순간에 와서 급히 살 수는 없잖아.”강솔은 할 말을 잃었다. 진석은 침착한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며 미소를 참지 못하고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집에 도착한 후, 진석은 장바구니 속 물건을 정리했다. 그는 간식을 강솔을 위해 준비한 간식 바구니에 넣고, 식재료는 주방으로 가져갔다. 마지막으로 그 파란 상자를 꺼내어 강솔에게 건넸다. “이거는 침대 옆 서랍 첫 번째 칸에 넣어.”“응...” 강솔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최대한 침착해 보이려 했지만, 진석은 강솔이 돌아설 때 귀까지 빨개진 것을 분명히 보았다. 강솔의 이런 반응에 진석은 살짝 혼란스러웠다. 강솔이 과거에 주예형을 그렇게 좋아했었다. 더군다나 예형도 분명 정상적인 남자였고,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을 리가... 진석은 마음이 씁쓸해졌지만, 이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아 주방으로 발길을 돌렸다.잠시 후, 강솔도 주방으로 들어왔다. 진석이 토마토를 썰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손으로 하나를 집어 입에 넣으려 했다. 그러나 진석은 강솔의 손을 가볍게 쳐내며 말했다. “손 씻었어?”강솔은 헤헤 웃으며, 곧바로 손을 씻으러 갔다. 손을 깨끗이 씻고 돌아온 강솔에게 진석은 그녀가 좋아하는 체리 한 접시를 씻어 건네주며 말했다. “가서 TV 봐.”강솔은 까만 체리를 입에 넣으며 입안 가득 퍼지는 과즙을 느끼고 나서 말했다. “아니, 나도 도와줄래.”진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뭘 도울 줄 안다고?”강솔은 주방을 둘
강솔은 얼굴이 빨개졌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밥 한 끼에 그런 걸 기대하다니, 꿈이 너무 야무진데?”진석은 태연하게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 “그런 게 뭔데?”강솔은 짜증이 난 듯 진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모른 척하지 마!”이에 진석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그냥 밥 먹고 나서 운전하기 싫어서 하룻밤 묵으라고 한 건데,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물론 네가 원한다면, 난 당연히 괜찮아.”강솔의 얼굴은 금방 보라색으로 변할 만큼 빨개졌고,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택시 타고 갈 거야, 됐지?”진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난 걱정되니까 차로 따라가야지. 내가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건가?”늘 말싸움에서 이기던 강솔도 이번에는 진석에게 당해, 결국 화난 듯이 말했다. “오빠, 정말 변했어!”진석은 두 손을 모으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변한 게 아니야. 네가 혼자 상상 속에서 뭔가를 자꾸 만들어내는 거지.”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강솔의 예쁜 눈동자에 진석의 모습이 비쳤다. 그녀의 마음은 순간 흔들렸고, 갑자기 긴장감이 몰려왔다. 진석은 손을 들어, 어릴 때처럼 강솔의 이마를 가볍게 튕기며 낮게 웃었다. “장난이야. 그만하고, 밥부터 먹자.”강솔의 이마가 살짝 붉어졌고, 그녀는 크게 눈을 굴리며 이 민감한 주제에서 빠져나왔다. 한입 크게 먹은 가지를 입에 넣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맛있어!”진석은 그 말에 두 시간을 들여 요리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함께 식탁을 치웠다. “난 서재에서 회의가 있어서 들어가야 해. 넌 여기서 책을 읽든가, 아니면 거실에서 TV 봐도 돼.”강솔은 거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TV 볼게. 방해되면 안 되니까.”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솔이 서재에 있으면, 집중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래, 가서 TV 봐. 나 금방 끝낼게.”
강솔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잠옷을 그렇게 많이 사서 뭐 하려고?”진석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내가 M국에서 돌아오면, 너 이리로 이사 와.”강솔은 더 놀라며 되물었다. “왜 내가 이사 가야 해?”진석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매일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줄 거야. 게다가 너 늦잠 자도 돼. 사장님이랑 같이 지각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할걸!”강솔은 그가 하는 말이 모두 핑계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이유는 차마 따질 수 없었다. 강솔은 대답을 하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저 애매하게 한마디 하곤 일어나서 잠옷을 가지러 갔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않아 진석이 뒤에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네가 이사 오기 전에 윤미래 이모께 먼저 여쭤볼 테니까.”강솔은 그 말에 깜짝 놀라 발이 미끄러질 뻔하며 뒤돌아 그를 바라봤고, 진석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왜? 이모가 반대할까 봐 걱정돼?”강솔은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 엄마는 아마 너무 기뻐서 얼굴에 붙인 팩이 떨어질지도 몰라.”강솔은 잠옷을 들고 게스트 룸으로 가려 했고, 마침 진석이 들어왔다. “안방 물이 너무 뜨거워? 아니면 너무 차가워?”“뭐라고?” 강솔은 이해하지 못한 듯 바라봤다.“왜 게스트 룸에서 씻으려고 하냐고 물어본거야.” “씻고 나서, 게스트 룸에서 잘 거니까.” 강솔은 얼른 말을 마치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잘 자!”하지만 진석은 갑자기 강솔의 손목을 잡고는 찡그리며 말했다. “게스트 룸에서 자겠다고?”강솔은 서랍 안에 있는 그 파란색 작은 상자를 생각하며 이 안방이 너무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같이 자면 잠을 못 잘 것 같아. 내일도 출근해야 하잖아.”“왜 잠을 못 잔다는 거야?” 진석은 침착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강솔은 그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게 짜증 나서 노려봤지만 진석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네 잠을 방해했어?”진석의 다정한 말투에 강솔은 오히려 민망해졌다.
방 안은 조용했지만, 강솔의 머릿속은 조용하지 않았다. 밤에 진석이 한 행동과 말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또한 이불 위와 강솔의 코끝에는 진석의 향이 가득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강솔은 몸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약 30분쯤 지나서야 강솔은 잠든 척하며 몸을 돌려 진석을 향해 누웠다. 진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잠든 줄 알았는데, 그 순간 진석이 강솔의 손을 잡았다. 강솔의 가슴은 토끼라도 들어 있는 듯 뛰기 시작해 마음이 어지러웠다. 하지만 진석의 따뜻한 손길은 그녀에게 안정을 주었다. 진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손을 잡고 몇 번 문지른 후, 손을 꽉 쥐고 있었다. 강솔은 미소를 지으며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다음 며칠 동안도 이와 같았다. 두 사람은 함께 출근하고, 함께 회의하며, 함께 점심을 먹었다. 퇴근 후에는 진석의 집으로 돌아와 서로가 좋아하는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강솔이 확실하게 답을 하지 않자, 진석은 줄곧 예의를 지키며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았다. 금요일, 허경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강솔은 미리 진석에게 이야기하고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했다. 허경환은 강성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라,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많았다. 강솔이 온 것을 알고 허경환은 부인과 함께 직접 맞이하러 나왔다. 강솔은 마침내 허경환의 아내인 김은숙을 만났다. 50대 중반의 여성이었고, 피부는 하얗고 눈빛은 부드러웠다. 결혼 생활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이 느껴졌다. 김은숙은 강솔이 디자인한 목걸이와 진주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었고, 기쁘게 강솔과 악수했다. “고마워요. 이 보석 세트, 정말 아주 마음에 들어요.” 강솔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허경환님께 감사드려야죠. 여러 번 저와 디자인을 상의하면서 사모님께서 만족하실 만한 결과를 위해 애쓰셨거든요.” 김은숙은 자기 남편을 살짝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이 사람은 원래 참을성이 많아요!”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려요!” 강
강솔은 사원증을 유사랑에게 보여주었다. 사랑은 사원증을 본 뒤, 어색하게 웃고는 강솔에게 자신이 원하는 반지에 대해 말했다. “전 큰 다이아몬드가 좋고, 디자인도 크고 고급스러워야 해요!”조길영은 사랑이 7캐럿의 다이아몬드를 고른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기야, 이 다이아몬드 너무 크지 않아? 너 손이 작아서 작은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그러자 사랑은 바로 기분이 상했다. “당신, 돈 쓰기 아까워서 그러는 거 아니야? 오기 전에 뭐든 다 내 말대로 해준다더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그냥 제안한 것뿐이야.” 길영은 사랑을 달래며 변명했지만 사랑은 들으려 하지 않고,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신, 계속 나를 경계하고 있잖아. 내가 당신 돈만 보고 있는 줄 아는 거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결혼할 필요 없어!”“정말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어떻게 그럴 리가 있겠어?” 그러자 길영이 즉시 말했다. “널 위해서 난 이혼까지 했어. 이제 뭘 아까워하겠어?”“당신 이혼 얘기 좀 그만해! 그 여자한테 위자료 얼마나 줬는지 나한테 제대로 말도 안 했잖아!”두 사람은 강솔 앞에서 말싸움을 벌였다. 강솔은 점점 더 얼굴을 찡그렸다. 방금 허경환의 파티에서 돌아오며 감동에 젖어 있었는데, 이 두 사람 때문에 황당할 뿐이었다.이에 강솔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두 분이 먼저 이야기를 나누세요. 저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길영은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네, 강솔 씨 다녀오세요.”강솔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며 문을 닫으려는 순간, 사랑이 말했다. “당신, 왜 저 사람을 그렇게 쳐다봐? 나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거야?”길영은 급히 쉿 하며 무언가를 말했지만, 강솔은 문을 닫아버려 더는 들을 수 없었다. 참을 수 없는 마음으로 화장실로 향하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려고 할 때 강솔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진석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
한 남자가 웃으며 다가왔다. “강솔, 오래된 친구도 못 알아보는 거야? 나 추하용이야!” 강솔은 그제야 깨닫고 말했다. “선배!” 하용은 주예형과 같은 반 친구였고, 두 사람은 예전에 한 자선 활동에서 알게 되었다. 그는 그 후 곧 졸업하고 한동안 보지 못했기에, 처음에 강솔이 알아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하용의 이야기를 들은 건 설날 모임 때였는데, 오수재가 그때 활동 계획은 예형이 하용의 공을 가로챈 것이라고 말해주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강성에서 그를 만나게 될 줄이야. 하용은 강솔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여전히 예전처럼 예쁘네!” “감사해요!” 강솔은 웃으며 물었다. “선배도 지금 강성에 있나요?” “아니야!” 하용은 순박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해성에서 일하고 있어. 이번에 예형을 좀 만나러 왔지. 우리 동창 중에서 예형이 제일 능력 있거든. 나도 얼굴에 철판 깔고 온 거야.” 강솔은 좀 놀라며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주예형을 만나러 왔다고요?” “맞아. 우리 같은 동창들에게 항상 잘해줬어. 도움을 청하면 보통 도와주거든.” 하용은 강솔의 표정이 이상한 걸 보고 물었다. “왜 그래?” 강솔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주예형을 미워하지 않아요?” 이에 하용은 당황하며 물었다. “내가 왜 형을 미워해야 하지?” “그때 자선 활동에서, 주예형이 선배의 공을 가로채고 활동 기획안을 가져갔잖아요. 그래서 많이 미워하지 않았나요?” “뭐라고?” 하용은 깜짝 놀라 강솔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곧 약간 당황한 듯 웃으며 말했다. “강솔, 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 “오수재가요! 그때 다들 그 자선 활동에 참여했잖아요.” “알고 보니 그때 그런 오해가 있었구나!” 하용은 작게 웃으며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형한테 정말 미안하네!” “오해였다고요?” 강솔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정말 미안해. 형에게 괜한 짐을 지우게 됐네.” 추하용은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그 일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오해가 풀렸으면 됐죠.” 강솔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주예형을 만났어요?”“아직 못 만났어. 해성에서 막 도착해서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렸어. 형이 이 호텔에서 고객을 만나고 있다고 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지.” 하용은 웃으며 말했다. “강솔 너는 지금 뭐 하고 있니?”“난 보석 디자이너예요.” “정말 대단하네!” 하용이 감탄했다.“대단하긴요. 우리 모두 그동안 열심히 해왔잖아요.” 강솔이 말하는 도중, 아까 그 커플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지금 고객 만나러 나와서 이제 가봐야 해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내가 식사 한 번 살게요.”“좋아! 며칠 더 있을 테니, 연락하자!” 하용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넌 먼저 가봐. 나중에 통화하자!”강솔은 하용과 연락처를 교환하고, 룸으로 돌아갔다. 룸에 들어가자, 유사랑은 이미 승리감에 찬 표정으로 강솔을 향해 말했다. “강솔 씨, 저는 그 7캐럿짜리 다이아몬드로 할 거예요. 디자인해 주세요. 내 요구 기억하죠? 반드시 크고 고급스러워야 해요, 내 품격에 맞게요!”강솔은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더 개인적인 취향이나 요구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정말 몇 가지 더 있어요.” 사랑은 흥미진진하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강솔에게 설명했고, 강솔은 노트를 꺼내 차근차근 기록했다. 조길영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약간 불만이 있는 듯 보였지만 더 이상 강솔 앞에서 다투지는 않았다. 상담이 거의 끝났을 때, 남자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강솔이 아직 거절하기도 전에, 사랑이 바로 말했다. “강솔 씨도 바쁘시죠? 결혼식 때 강솔 씨를 초대해서 축하주를 함께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
가끔 서인이 몇 마디 맞장구를 쳤지만, 대부분은 임유진이 혼자 말하는 시간이었다.“옆 부서에 새로 들어온 인턴이 있는데, 자꾸 우리 사무실에 와요. 꼭 진구 선배가 있을 때 찾아와서, 다들 걔가 짝사랑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그런데 문제는 진구 선배가 그 애를 네 번이나 봤는데도 아직 이름을 기억 못 한다는 거죠.”“이번 워크숍에 그 부서도 같이 가는데, 혹시 이번 기회에 좀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죠!”“우리 동료 중 한 명이 집에서 페르시안 고양이를 키우는데, 벌써 한 살이 넘었대요. 내가 애옹이 사진 보여줬더니 완전 반하더라고요.”“나중에 둘이 고양이 맞선 한 번 보자더라고요. 물론, 이건 사장님 허락이 필요하죠!”...그렇게 신나게 이야기하던 유진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서인을 바라보았다. 이에 서인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유진은 입술을 앙다물다가, 문득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결혼하면, 매일 이렇게 같이 있는 거잖아요. 꽤 괜찮지 않아요?”서인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무심한 듯 말했다.“도대체 네 머릿속에는 맨날 무슨 생각이 돌아가는 거야?”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사장님 생각이죠!”유진은 서인의 등 뒤에서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서인의 어깨가 살짝 경직되었고, 발걸음이 반 박자 느려졌다. 그러나 서인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안으로 사라졌다.유진은 애옹이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중얼거렸다.“너 말해 봐. 저 사람,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 맞지?”“냐옹.”애옹이는 맑은 크리스탈 같은 눈동자로 유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울었다.잠시 후, 오현빈이 다가와 유진을 불렀다.“유진아, 수박 가져왔어. 먹고 가!”유진은 애옹이를 내려놓고, 마당을 정리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달콤한 수박을 먹으며 쉬던 중, 손님이 들어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어서 오세요.”그러나 바로, 유진의 표정이 굳어졌고, 눈앞에
소희는 우청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고,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이제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더 좋아질 거야!”금요일, 샤부샤부 가게아침에는 영업하지 않기 때문에, 오현빈과 직원들은 늦게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가게 청소하며 테이블을 정리하고, 식재료를 구매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그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오전 10시. 막 가게 문을 연 순간, 임유진이 커다란 상자를 안고 들어왔다.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상자 안에는 애옹이를 위한 사료, 간식, 모래 등이 잔뜩 들어 있을 게 분명했다.현빈이 의아한 듯 물었다.“오늘 평일인데, 너 출근 안 했어?”유진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반묶음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회사 단체 워크숍이 있는데 안 갔어요.”이문이 다가와 상자 안을 들여다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워크숍 좋잖아. 맛있는 것도 먹고, 놀기도 하고.”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뭐가 좋아요? 차라리 집에서 푹 쉬는 게 낫죠.”현빈은 이문과 눈을 맞추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주된 이유는 워크숍에 사장님이 없어서겠지?”“사장님이랑 무슨 상관이죠?”유진은 턱을 치켜들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아주 자연스럽게 위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사장님, 아직 안 일어났어요?”현빈과 이문을 비롯한 직원들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 서인이랑 상관없다고 하더니, 바로 그의 일정을 묻다니!유진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상자 안에서 작은 공을 꺼내 현빈에게 던졌다.“뭘 웃어요?”“아직도 웃어요?”오현빈은 재빠르게 몸을 피하며 두 손을 들었다.“알겠어, 알겠어! 내가 잘못했어!”한바탕 장난을 친 후, 유진은 후원으로 가서 애옹이를 보러 갔다.한편, 서인은 아침 운동으로 샌드백을 몇 번 친 뒤, 아래층 주방에서 야옹이의 밥그릇을 챙겼다. 그리고 후원으로 가려고 문을 열었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작은 나무집
도설유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어졌다.“지금 나를 일부러 모욕하는 거예요?”심명의 얼굴에서는 이미 웃음기가 사라졌다고, 차갑고 무심한 눈빛으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내가 준 거울은 가져가고, 이제 꺼져요. 그 따위로 소희에게 덤비다니, 집에 거울이 부족했나 보군.”설유는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그래서 이 모든 게 일부러였다는 거네요!”설유는 심명의 말을 곱씹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리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설마, 당신도 임구택을 좋아하는 거예요?”‘그래서 자신이 임구택에게 접근하는 걸 막으려고 일부러 약혼식장에서 데려왔던 거라면?’콜록! 상상을 초월하는 말에 심명은 담배 연기에 기침이 나왔다. 그러고는 차가운 시선으로 설유를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장 꺼져요.”‘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거야?’설유는 계속 차에서 내리길 거부하며 버텼다. 그러자 심명은 그대로 차 문을 열어 설유를 밀어냈다.마침 밖에 있던 남자가 설유가 다치지 않게 잡아주려 했지만, 설유는 격분하며 그를 마구 밀쳤다.“건방지게 어디 감히 날 만져?”남자는 설유를 차갑게 쳐다보더니, 곧바로 손을 놓아버렸다.쿵! 그리고 설유는 땅바닥에 세게 내팽개쳐졌다. 그녀는 아파서 이를 악물었지만, 제대로 화를 낼 틈도 없이, 앞에서 스포츠카가 급가속하며 떠났다.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가 설유의 얼굴을 향해 뿜어졌다....연회장에서 소희와 우청아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희는 심명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소희야, 너 때문에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까지 들었어!]뒤에는 벽에 숨어 우는 이모티콘이 붙어 있었다. 소희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어이가 없었다.[그 여자가 나한테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어?]심명은 단호하게 답장을 보냈다.[안 돼, 네가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면 안 돼.]소희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그래서, 무슨 짓을 했어?]심명은 여전히 장난스러
소희는 임구택의 넓고 단단한 어깨에 몸을 기댔다. 소희의 섬세한 눈매에는 부드러움이 깃들었고, 손가락은 그의 어깨선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러나 그 순간, 구택의 손이 소희의 손을 단단히 붙잡아 가슴으로 끌어안았고, 따뜻하고 촉촉한 입맞춤이 소희의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도설유는 화원으로 돌아와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물었다.“아까 장시원 사장 옆에 있던 남자, 키 크고 잘생긴 사람 누구야?”설유의 질문에 몇 명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짐작했다.“장시원 사장이랑 친한 사람이라면, 임구택, 조백림, 장명원 정도인데, 누구 말하는 거야?”설유는 직감적으로 대답했다.“임구택? 임씨 그룹의 사장?”“맞아, 임구택!”도설유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그 사람, 결혼했어?”그 말을 듣자 상대방은 흥분한 듯 대답했다.“당연하지! 엄청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어. 그때 인터넷에서도 라이브로 방송됐었는데!”설유는 곧바로 호텔 복도에서 마주쳤던 여자를 떠올리고는 비웃듯이 말했다.“그 사람 와이프, 성격 엄청 안 좋아 보이던데? 그런 남자가 왜 그렇게 무서운 와이프를 골랐을까?”그때, 옆에서 부드럽고도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임구택에 대해 알고 싶으면 나한테 물어보지 그래요? 난 그의 모든 걸 알고 있는데요?”도설유가 뒤를 돌아보자, 순간적으로 눈이 커졌다. 베이지 캐주얼 슈트를 입고, 귓가에는 흑요석 귀걸이가 반짝이는 남자.그는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미남이었고, 요염한 매력까지 풍기자, 설유의 눈빛이 흔들렸다.“당신 임구택 사장을 알아요?”그 남자는 능청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당연하죠!”남자는 입꼬리를 날렵하게 올리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고, 도발적인 눈길은 상대를 본능적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설유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속삭였다.“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나 나눌까요? 궁금한 거, 다 알려줄게요. 심지어 네가 임구택을 쫓아다니게 도와줄 수도 있어요.”설유는 살짝 당황한 듯 입술을 깨물
도설유는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한 발짝 더 앞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그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나가요.”그 목소리에 설유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셔츠를 놓칠 뻔했다. 당황과 수치심이 뒤섞인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옷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황급히 방을 나섰다.잠시 후, 임구택이 침실에서 나왔다. 그는 셔츠 단추 몇 개를 풀어놓아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 있었고, 그 차가운 분위기와 섹시한 매력이 묘하게 어우러졌다.구택은 소파 앞에 서서 설유가 놓고 간 셔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냄새를 맡아보더니, 얼굴을 찌푸리고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구택은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소희야, 어디야?”소희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정원에 있는데, 나 안 보였어?]소희는 전화를 받으며 두리번거리다가 중얼거렸다.[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구택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자기 남편이 사라졌는데도 몰랐어? 누가 주워 가면 어쩌려고?”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응수했다.[누가 감히 내 남편을 건드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내가 직접 가서 이를 몽땅 부숴 줄 거야!]그제야 구택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나 지금 2층에 있어. 셔츠가 더러워졌어. 와서 갈아입혀 줘.”소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짧게 대답했다.[알겠어, 갈게.]구택은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빨리 와.”...설유는 기분이 상한 채 객실을 나섰다. ‘이렇게 무시를 당하다니!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저렇게 거만한 거야?’설유는 화를 삭이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문 앞에서 한 여자가 서비스 직원에게 방 번호를 묻고 있는 것을 보았다.설유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녀가 지나갈 때, 일부러 자연스럽게 말했다.“방금 나랑 만나고도 곧바로 다른 여자를 부르다니! 믿기지 않으면 직접 가서 확인해 봐요.”“지금쯤이면 그 사람 셔츠에 와인 자국이 남아 있을 거예요. 우리랑 술 마시다가 튄 거거든요. 그런 바람둥이 조
우청아는 멀리서 고태형이 한 여자와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난 선배랑 같이 올 줄 알았어요.”하성연 역시 그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태형이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널 얻지 못해도 나를 택하지는 않겠다는 거야.”청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어쩌면 태형 선배도 언젠가 선배의 가치를 깨닫게 될지도 몰라요.”하지만 성연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담담한 체념도 깃들어 있었다.“그냥 운명에 맡기기로 했어.”마지막으로 성연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청아야, 행복하길 바랄게. 넌 그럴 자격이 있어.”청아도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고마워요. 선배도 꼭 자기 행복을 찾길 바라요.”성연은 가볍게 청아를 끌어안았다....요요는 풍선 한 움큼을 손에 쥔 채 구택의 앞에 달려갔다.“구택 삼촌, 나 설희 보고 싶어요. 언제 다시 삼촌 집에 놀러 갈 수 있어요?”구택은 드물게 부드러운 눈빛을 띠며 두 손을 포갠 채 허리를 숙였다.“넌 심명을 삼촌이라고 부르잖아. 그럼 난 뭐라고 불러야 하지?”요요는 반짝이는 눈을 굴리더니 곧바로 대답했다.“구택 아빠!”구택은 즉시 웃음을 터뜨렸다.“아주 착하네!”구택은 핸드폰을 꺼내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청원에 가서 설희를 데려와.”이에 명우는 즉시 응답했다. 그리고 요요는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뛰었다.“고마워요, 구택 아빠!”구택의 긴 눈매가 웃음으로 가득 찼다.“고맙긴, 당연한 걸.”얼마 지나지 않아 설희가 도착했다.처음에는 바깥으로 나와 신난 표정을 짓던 설희였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요요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활짝 열렸던 입이 순식간에 당황으로 굳어졌다.설희는 본능적으로 차로 도망치려 했지만, 요요가 재빠르게 꼬리를 잡았다. 설희는 앞발로 차문을 붙잡은 채,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명우조차 웃음을 참지 못했다....한편, 구택과 시원은 몇몇 지인들
“그냥 나랑 같이 있는 게 좋겠다. 우리 남편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니거든.”성연희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휴대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달콤해졌다.“자기야!”반대편에서 명성이 낮게 말했다.[속이 좀 불편해.]연희는 바로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명성은 찡그리며 말했다.[아침에 밥 먹고 질투 먹어서 그런가 봐.]연희는 순간적으로 명성이 자신을 빼놓고 뭘 먹었다고 생각하다가, 바로 깨달았다. 그러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속이 불편한 게 아니라, 질투로 배가 부른 거겠지!”연희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심명은 옆에서 팔짱을 낀 채 흥미롭게 지켜보며 말했다.“그렇게 대놓고 당하고도 창피하지도 않아?”연희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한숨을 쉬었다.“임구택한테 배운 게 많네.”심명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난 아까 아버지를 봤어. 아직 내가 돌아온 거 모르시니까, 잠깐 가서 인사 좀 드리고 올게. 끝나면 너희랑 소희 찾을게.”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 기다릴게.”심명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린 후, 멋지게 걸어 나갔다.오전 10시, 약혼식장.청아가 시원의 팔을 살짝 끼고 등장했다. 그녀는 연한 금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드레스의 치맛자락에는 금실 자수가 새겨져 있어, 조명이 비칠 때마다 실크 위에서 흐르는 듯한 광택을 냈다.이 드레스는 소희가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청아의 깨끗하고 온화한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머리에는 작은 데이지를 테마로 한 화관을 썼으며, 그 화관에는 여러 가지 보석이 장식되어 있어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자아냈다.청아의 눈은 맑고 부드러웠으며, 오뚝한 콧날과 둥근 볼이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청아가 웃을 때면 눈빛이 반짝이며, 희미하게 보이는 보조개가 더욱 매력적으로 빛났다.그리고 청아 옆에 선 시원은 그 누구보다도 눈에 띄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청아는 그 곁에서도 결코 빛이 바래지 않았다.장씨 집안 사
우청아는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오랫동안 연락을 안 해서 괜히 방해될까 봐 조심했어.”이제니는 단호하게 말했다.“무슨 방해? 그런 거 신경 쓰지 마!”그러고는 그녀에게 다가가 와락 안아주었다.“앞으로 우리한테 숨어 다니지 마!”청아는 그저 웃었다. 서현진이 제니가 함께 와준 것이 정말 기뻤다.그때, 청아는 깨달았다. 어떤 인연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약혼식장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찼지만, 아직까지 청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기에 하객들은 자연스레 궁금해했다.‘도대체 장씨 집안 며느리가 될 여자가 누구길래?’그중 몇몇 사모님들은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들리는 말로는, 장시원 사장이 저 여자한테 몇 년을 공들였대요. 나중에 여자가 시카고대학교에 합격하자, M국까지 따라갔대요.”“나도 들었어요! 두 사람, 시카고에서 이미 결혼까지 했다고 하던데요? 심지어 딸까지 있다던데요?”“그러니 여자가 돌아오자마자, 장씨 집안에서 서둘러 약혼식을 올린 거겠죠.”“예전엔 장시원 사장이 바람둥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의외로 한결같네요!”“그러니까요! 이렇게 헌신적인 사랑이라니, 정말 부럽네요!”...마침 연회장을 지나가던 성연희와 심명은 이 대화를 듣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심명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 소문, 너무 황당하지 않냐?”연희는 넌 아직도 몰라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런 소문은 당연히 장씨 집안에서 퍼뜨린 거야. 그래야 청아랑 요요를 둘러싼 이상한 뒷말이 안 나오니까.”심명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그럼 장씨 집안에서 청아를 꽤 신경 쓰고 있다는 거네?”연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니었으면 청아가 그 고고한 성격에 쉽게 결혼을 결정했겠어?”“청아는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있고, 자존심도 강한 사람이야. 절대 대충 타협할 사람이 아니지!”연희는 자랑스럽게 말했다.한편, 시원과 청아의 사랑 이야기를 궁금
7월 16일, 우청아와 장시원의 약혼식이 예정대로 거행되었다.장씨 집안이 운영하는 호텔, 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연회장, 맞춤 제작된 3미터 높이의 레고 성, 그리고 데이지로 가득 채워진 정원. 맑은 하늘에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그야말로 완벽한 날씨였다.이른 아침부터 호텔 앞뜰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섰고, 정장을 갖춰 입은 남녀들이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갔다. 약혼식장은 생동감 넘치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다.그때, 청아의 대학 동기인 고윤정과 몇몇 친구들이 호텔에 도착했다. 다들 연회장의 규모와 화려한 장식에 그야말로 넋을 잃었다. 윤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호텔 직원에게 물었다.“여기가 정말 우청아 씨 약혼식장 맞나요? 혹시 다른 사람도 오늘 약혼하는 거 아니에요?”이 호텔은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하루에도 여러 건의 결혼식과 약혼식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청아가 이런 엄청난 재력을 가진 집안과 약혼했다는 사실을.호텔 직원은 공손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늘 이곳에서 진행되는 약혼식은 단 하나, 바로 우청아 씨와 저희 사장님의 약혼식뿐이에요. 혹시 우청아 씨의 친구분인가요?”윤정과 친구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는, 그제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희는 청아의 대학 동기예요.”직원의 태도는 더욱 정중해졌다.“그렇다면 초대장을 보여주시겠어요? 확인 후 입장 도와드릴게요.”하지만 윤정은 순간 당황했다.“그게 초대장이 없어요. 그냥 청아가 약혼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들렀어요.”직원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예의 바르게 말했다.“죄송해요. 사장님께서 특별히 지시하신 사항이라 초대장이 없는 분은 입장이 불가능해요. 양해 부탁드려요.”이때,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말했다.“그럼 청아한테 전화해서 우리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되잖아요?”하지만 직원의 태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죄송해요. 오늘은 우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