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청아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올렸는데 그녀의 얼굴색이 변했다.장시원은 말을 마치고 자신이 잘못 말했음을 깨닫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주제를 바꿨다. “정말로 정씨 집안에서 요요를 안 받아준 건가?”우청아는 설명했다. “요요는 정말로 너무 어려요.”“아이 달랠 때나 쓰는 말로 나를 속이지 마!” 장시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사람들이 뭐라고!”장시원은 말하면서 일어나 거실에 가서 휴대폰을 가져오려고 했다.“장시원!” 우청아가 그를 급히 불렀다. “결혼식은 이미 끝났어요, 어쩌려고 그래요?”“결혼식이 끝났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죽은 건 아니잖아요!” 장시원의 얼굴은 차가웠고 우청아는 그가 화를 내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그가 화내면 이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말했다.“요요는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는 앞으로 정씨 집안과 아무런 관계도 없을 거니까 그냥 이대로 끝내요!”“그게 바로 문제야, 우청아! 네가 항상 약하게 물러서니까 사람들이 널 괴롭히는 거야. 넌 그렇다 쳐도 요요까지 괴롭히게 하고 싶어?”장시원은 우청아가 오늘 당한 비난과 조롱, 요요가 정씨 집안에게 무시당한 것과 우청아가 스스로와 요요를 위해 나서지 않고 계속 타협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이제 우청아는 장시원이 요요를 위해 나서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타협하는 모습이 장시원에게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정씨 집안과 싸워서 오빠의 결혼식을 망치고 싶어요?” 우청아의 눈이 빨갛게 변했다.“그건 네 오빠의 일이야. 그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건 그의 무능함이지만, 나는 요요가 조금이라도 억울함을 겪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우청아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장시원, 당신 미쳤어요? 요요는 제 딸이고 당신이 관여할 필요 없어요!”장시원의 눈빛이 흔들렸고, 그의 화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사라졌고 마음속이 텅 빈 것 같이 느껴졌다.우청아는 곧게 서서 입술을 꽉 깨물었고,
우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내가 잘못했어요. 함부로 화를 내고, 요요 앞에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 거 미안해요.” 장시원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우청아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우청아는 마음을 추스른 후에서야 말했다. “아니에요,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당신이 나와 요요를 위해 그런 걸 알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저는 너무 무능해서 요요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어요.”장시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당신을 비웃고 놀리는 걸 듣고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오늘은 당신 오빠의 결혼식이니까 참을게요. 당신은 강해질 필요 없이, 그냥 내 뒤에 서 있으면 돼요.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을 막지는 마요.”우청아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장시원 씨, 우리는 입장이 달라요. 당신은 나와 요요를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려 하지만 저는 오빠의 상황도 고려해야 해요. 만약 다른 사람이 요요를 괴롭힌다면, 저는 목숨을 걸고도 물러서지 않을 거지만 오늘은 오빠의 결혼식이니까,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니까 제 입장도 이해해 줘요.”장시원은 화가 나면서도 안타까워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당신네 가족 일에서는 당신이 항상 타협해야 하는 건가요?”우청아는 눈빛은 밝게 빛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오빠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장시원은 참을 수 없어 그녀를 꼭 안았다. “우청아, 당신은 정말 바보야.”우청아는 장시원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방금 전에는 정말 미안했어요.”그녀는 그녀를 챙겨주는 사람한테 상처 주지 말아야 했다.“날 자꾸 화나게 하지 마요. 정말 화나면 누가 당신을 챙겨줘요?”장시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우청아의 마음은 벌에 쏘인 것처럼 따끔하게 아팠다.“내 멍청함이 당신한테 옮지 않으려면 당신은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해요.”그러자 장시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이 조금만 똑똑해질
“얘네들은 함께 서야 해요!”요요의 눈은 반짝반짝해 진지하게 말했다.“그래!” 장시원은 그의 왕자 인형을 높은 탑 위에 놓았고, 우청아도 마지못해 공주 인형을 옮겼다.요요의 ‘꽃 소녀’가 천천히 다가가 장시원에게 말했다. “신랑은 신부의 손을 잡아야 해요.”장시원은 주저 없이 우청아의 손을 잡고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렇게 하면 돼?”“네!” 요요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탑 위의 왕자와 공주의 손을 잡게 하였다, “이제 선서할 수 있어요.”“어떤 선서?”우청아가 물었다.요요는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삼촌이 그랬던 것처럼 선서해요!”우청아는 장시원의 손을 빼내려고 하며 화제를 돌렸다.“늦었으니까 요요도 이제 자야 해요.”하지만 요요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결혼식이 나지 않아서 자면 안 돼요.”장시원도 우청아의 손을 계속 잡으며 말했다.“요요가 ‘꽃 소녀’ 되고 싶어 하는 걸 이루어주는 거잖아요. 진짜가 아니니까 무서워할 건 없잖아요?”우청아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만해요.”“뭘 그만해요?”장시원은 온화하게 웃으며 물었다.“아이를 달래고 있는 건데, 설마 진짜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우청아는 곧바로 부정했다.“물론 아니죠!”“그럼 왜 부끄러워해요?”“나, 나는…….” 우청아가 말을 더듬었다.“삼촌이 먼저 할게요!”요요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모르니까, 삼촌이 본보기를 보여주세요.”“알겠어, 내가 가르쳐 줄게!”장시원은 부드럽게 웃으며, 우청아의 손을 꽉 잡고 성 위의 왕자와 공주를 바라보았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나는 우청아를 아내로 맞아들이겠습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건강하든 아프든, 젊든 늙든, 평생 그녀를 챙기고 사랑하겠습니다.”우청아는 몸이 떨리며 손바닥이 뜨거워져 본능적으로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는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장시원은 그녀를 바라보며, 깊고 따뜻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그녀와 함께 내 인생을 나누고, 앞으로 함께 풍파를 견뎌내며,
우청아는 이것이 성연희가 지난번에 선물한 장난감 세트에 포함된 것임을 기억해 냈다.“정말 있었네!”장시원이 놀라며 두 개의 반지를 들고 웃었다.“이건 너무 작으니까 좀 개조해야겠어.”은색 반지는 열린 형태였고, 장시원은 우청아의 손가락 크기를 눈대중으로 살핀 뒤 반지를 적당한 크기로 조절했다.그는 자신의 반지에서 장미 모양을 제거하고, 단순한 둥근 형태로 만들어 자신의 손가락에 맞게 조절했다.“이제 됐어!”“삼촌 대단해!”요요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손 내밀어봐.”장시원이 우청아를 바라보며 말하자 우청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뒤로 숨겼다. “성의 공주에게 끼워줘요.”“당신이 내 공주야!”장시원이 우청아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그는 팔을 뻗어 우청아의 손을 잡고, 반지를 그녀의 약지에 끼우자 핑크색 다이아몬드 장미가 우청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장시원은 우청아의 손을 잡고,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정말 예뻐!”우청아는 숨이 멎는 것 같았고, 급히 손을 빼냈다.우청아는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뜨거워져,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다.장시원은 자신의 반지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나한테도 끼워줘요.”우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가만히 있자 장시원은 웃으며 반지를 요요에게 건네며 말했다.“엄마가 부끄러워하니 요요가 끼워줘.”“알았어요!”요요가 곧장 받아 장시원의 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정말 예쁘네.”장시원은 자신의 반지를 바라보며 눈이 즐거워 보였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죠?”요요는 눈을 굴리며 생각한 뒤 말했다.“엄마 안아줘요.”“그래!”장시원이 우청아를 바라보며 팔을 벌려 그녀를 안으려 했으나 우청아는 갑자기 일어났다.“그만, 이제 그만 놀고 자야 해요.”“하나도 안 졸려.”요요가 반짝이는 큰 눈으로 말했다.“졸리지 않아도 이제 자야 해. 엄마가 오늘 새로운 그림책 읽어줄게, 어때?”청아가 부드럽게 말했다.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말에 요요는
만약 이번 생에 다시 결혼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이 ‘결혼식’은 평생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장시원이 요요를 달래기 위해 장난으로 한 말일까 봐, 우청아는 갑자기 두려워졌는데 그녀는 실제로 그 속에 빠져버렸고 또한 허홍연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결국 장시원에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다.자기 여자를 건드린 사람은 그 누구도 좋게 끝나지 않는다고 했던 장시원이었지만 그는 말을 잘못했다.장시원을 사랑했던 여자들이 좋게 끝나지 않았던 것이었다.요요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우청아는 그녀 옆에 몸을 숙여 누워, 그녀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심란하여 도무지 진정할 수 없었다,‘장시원과 떨어져 있어야 하나?’우청아는 이미 자신 앞에 절벽이 있고, 한 걸음 더 내디디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장시원은 샤워를 마치고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끊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한 시간 이상이 지났는데 우청아는 그와 인사도 하지 않자 문을 열고 나가, 닫힌 안방 문을 바라보았다.‘그냥 잠들었나?’우청아가 오늘 너무 피곤할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편안히 잠들도록 했다.장시원은 주방으로 가 물을 마시려 거실을 지나다가 발걸음을 멈췄다.거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우청아가 그에게 등을 돌리고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밤하늘 아래, 그녀는 무릎을 껴안고 앉아 있었고, 그녀의 가녀린 몸은 밤에 더욱 연약해 보였다.장시원은 잠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가, 주방으로 돌아가 물 대신 맥주 두 캔을 들고 발코니로 갔다.요요는 자주 발코니에서 놀기 때문에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고 장시원도 우청아처럼 바닥에 앉아서 그녀에게 맥주를 건넸다. “한 캔 할래요?”우청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맥주를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장시원은 다시 맥주를 가져가서 뚜껑을 열고 나서야 그녀 손에 넘겨주었다.우청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 남자는 언제나 이렇게 세심하고 배려심이 깊어서 장시원과 함께하는 사람이
“당신…….”우청아가 망설이며 말했다. “당신도 당신의 삶이 있잖아요.”장시원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내가 했던 말은 어떻게 생각해?”우청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당신의 병을 고쳐서, 빚을 갚는 게 어떨까요?”장시원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쥐었다. “우청아, 당신이야말로 내 병이야!”우청아는 심장이 쿵쿵 뛰었고 결국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장시원은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입술에 남은 맥주 자국을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낮고 천천히 말했다. “우청아, 당신은 남들한테 빚진 건 다 갚으면서, 나한테 빚지고는 왜 이렇게 태연한 거야?”우청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항상 기억하고 있어요!”“그럼 나한테 갚아요, 나는 세 달만 당신이 필요해요. 세 달 후에, 널 자유롭게 해 줄게, 강성에 남든 시카고로 가든 상관없으니까.”우청아는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정말로 세 달 만인 거예요?”“그래, 세 달.”장시원은 더욱 가까이 다가가 우청아의 손에서 맥주를 빼앗아 옆에 두고는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며 말했다.그날 밤 달이 유난히 밝았다.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빛 빛이 느껴졌고 장시원의 잘생긴 얼굴에 매력이 더해져 우청아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장시원이 다시 우청아의 삶에 나타난 순간부터, 그녀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알았다. 모든 저항은 결국 헛된 몸부림이었고 우청아는 갑자기 소희와 성연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장시원은 자신이 얻지 못한 것을 더 갈망한 것은 그는 거절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그가 우청아를 얻는다면, 우청아의 사랑은 사라질 것이었고 그녀의 삶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었다.우청아의 사랑을 장시원에게 쏟으면 그가 우청아를 자유롭게 풀어줄 것인가 아니면 우청아의 사랑은 애초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던 것이었을까?“제가 당신한테 빚진 하룻밤은 하룻밤으로 갚을 게요.”우청아는 떨렸고 눈물을 참으며 마지막으로 저
동쪽에서 서쪽으로 천천히 이동한 달은 게스트 룸의 창밖에서는 보이지 않았기에 방은 더욱 어두워 보였다.우청아는 샤워를 마치고 잠에서 깨어나 다시 침대로 돌아와 멍하게 남자를 바라보자 장시원은 그녀의 어리버리한 모습을 굉장히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몸을 숙여 우청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장시원의 목소리는 허스키하여 섹시하면서도 극도로 부드러웠다. “잘 자요, 나는 요요를 돌볼 테니까 깨어났을 때 내가 없어도 당황하지 마요. 나도 당신이랑 함께 있고 싶어도 참고 있는 중이니까.”우청아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목소리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다.“알았어요.” 우청아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장시원은 아쉽다는 듯 우청아를 바라보며 우청아의 턱을 잡고 또다시 입술에 키스했고 이불을 우청아에게 덮어주며 말했다. “잘 자요, 나는 바로 옆방에 있을게요.”장시원이 떠난 뒤, 우청아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였다.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많이 피곤했는지 잠이 몰려왔다.장시원은 방으로 돌아가 요요를 확인한 후, 방 안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는 거실로 나왔다.장시원은 발코니로 이동해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팔을 뻗어 창문을 열었다.바람이 얼굴을 감싸고 장시원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임구택도 금방 잠들었는데, 탁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자 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소희를 달래며 일어나 전화를 끊었다.다행히 소희는 깨어나지 않았고 임구택은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들고 침실 밖으로 나갔다.거실로 향한는 도중, 전화가 다시 울렸고 임구택은 빠르게 발코니로 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에서 장시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말 잘 보내!”임구택은 화가 난 상태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제발 용건이 있으면 전화하지?”아래층에 있는 장시원은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여 내뿜었고 그의 눈은 따듯하고도 맑았으며 웃음이 계속 났다.“여자가 관계 맺은 후에 먹는 약 중에서 어떤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다 뒷일도 고려하지 않은 건 시원의 평소의 처사 방식과 너무 달랐다.하지만 방금 구택과 통화를 하면서 시원은 순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청아가 이번 일로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그대로 낳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요요도 그렇게 예뻐해 줬는데, 자신과 청아의 아이라면 더 예뻐해 줄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구택보다 먼저 아이가 생길 것만 생각하면 마음 속의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시원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올랐다.어둠 속 뽀얀 담배 연기에 가려진 그의 눈동자는 유난히 빛이 났고, 눈빛 깊은 곳엔 유쾌함이 묻어 있었다.……청아가 다시 깨어났을 땐 날이 이미 밝았다. 밖에서는 시원과 요요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허리 쪽에서 전해오는 시큰거림은 간밤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강조해주었다.청아는 괴롭고 화가 나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나 정말 너무 충동적이었어, 어떻게 타협할 수가 있지?’‘틀림없이 유혹당했을 거야.’그런데 이때,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청아는 신속히 이불을 다시 덮고 계속 자고 있는 척을 했다.아무 생각 없는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시원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하는 게 분명했다.문이 열리고 시원이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청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아직도 깨지 않은 건가?”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눈치챈 청아는 속눈썹이 통제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떨고 있었다.그러다 천천히 눈을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여기에 계세요?”“그럼 어디에 있어야 하는데?”‘원하는 걸 이미 얻었으면 가야 하는 거 아닌가?’“시원 씨.”청아가 두손으로 이불을 꽉 잡고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는 눈빛으로 시원을 바라보았다.“저 빚 다 갚은 거 맞죠?”“하룻밤으로 모든 빚을 다 갚은 셈 치겠다고? 우청아, 양심이 찔리지도 않아?”청아는 전혀 찔리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