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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다 뒷일도 고려하지 않은 건 시원의 평소의 처사 방식과 너무 달랐다.

하지만 방금 구택과 통화를 하면서 시원은 순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청아가 이번 일로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그대로 낳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요요도 그렇게 예뻐해 줬는데, 자신과 청아의 아이라면 더 예뻐해 줄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구택보다 먼저 아이가 생길 것만 생각하면 마음 속의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시원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올랐다.

어둠 속 뽀얀 담배 연기에 가려진 그의 눈동자는 유난히 빛이 났고, 눈빛 깊은 곳엔 유쾌함이 묻어 있었다.

……

청아가 다시 깨어났을 땐 날이 이미 밝았다. 밖에서는 시원과 요요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허리 쪽에서 전해오는 시큰거림은 간밤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강조해주었다.

청아는 괴롭고 화가 나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나 정말 너무 충동적이었어, 어떻게 타협할 수가 있지?’

‘틀림없이 유혹당했을 거야.’

그런데 이때,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청아는 신속히 이불을 다시 덮고 계속 자고 있는 척을 했다.

아무 생각 없는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시원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하는 게 분명했다.

문이 열리고 시원이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청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아직도 깨지 않은 건가?”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눈치챈 청아는 속눈썹이 통제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떨고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눈을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아직도 여기에 계세요?”

“그럼 어디에 있어야 하는데?”

‘원하는 걸 이미 얻었으면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시원 씨.”

청아가 두손으로 이불을 꽉 잡고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는 눈빛으로 시원을 바라보았다.

“저 빚 다 갚은 거 맞죠?”

“하룻밤으로 모든 빚을 다 갚은 셈 치겠다고? 우청아, 양심이 찔리지도 않아?”

청아는 전혀 찔리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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