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가 입을 헤벌리고 우는 것보다 더 못난 웃음을 드러냈다.“걱정 마요, 저 그딴 쓰레기 때문에 바보짓까지 하는 사람 아니에요. 단지 저 자신 때문에 우는 거예요.”사리에 밝은 미나의 모습에 소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다시 한번 다독이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사무실에서 나오니 뜨거운 햇빛이 바로 몸에 내리쬐었다.벌써 늦여름에 접어 들었는데도 날씨는 여전히 짜증이 날 정도로 무더웠다.차를 몰고 넘버 나인으로 향하는 길에 슬피 울던 미나의 얼굴이 계속 소희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고, 소희는 눈썹을 찡그리며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가는 길이 너무 막혀 소희가 넘버 나인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오늘따라 석양은 평소처럼 그렇게 예쁘지만 않았다. 오히려 옅은 회색 안개가 낀 것 마냥 강성 전체를 뒤덮고 있어 유난히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소희가 주차하고 넘버 나인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희 씨!”소희가 듣더니 몸을 돌려 찬연하게 웃었다.“내가 가장 늦게 온 줄 알았는데.”“강솔의 꾸물거리는 성질로 봐서는 우리 둘이 제일 먼저 도착한 것 같은데요?”아니나 다를까, 예약한 룸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몇 분 후 진석도 도착했지만 강솔은 여전히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하영이 강솔에게 연락을 했고, 강솔의 해맑은 목소리가 바로 휴대폰 맞은편에서 들려왔다.[벌써 다 도착한 거예요? 저희 지금 길에 막혀 있어 좀 더 걸릴 것 같으니까 먼저 드시고 싶은 걸 주문하세요.]“주인공이 도착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음식을 주문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농담하지 말고요. 저와 뭘 그렇게 사양하시는 거예요?]“너랑은 당연히 사양 안 하지, 하지만 오늘 한턱 쏘는 사람이 네가 아니잖아.”하영의 농담에 강솔이 기쁨과 행복이 섞인 어투로 대답했다.[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요, 저희도 곧 도착해요.]“그래.”하영이 전화를 끊고 웃으며 말했다.“사랑에 빠진 여인은 역
“저의 남자친구, 주예형 씨예요!”강솔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모두에게 예형을 소개하고는 또 예형에게 소희, 하영, 진석을 차례대로 소개해 주었다.다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진석이 손을 뻗어 예형과 악수를 했다. 두 사람은 진작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그러다 자리에 앉은 후 예형이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제가 퇴근을 앞두고 갑자기 회의가 잡히고, 오는 길에 또 차가 막히는 바람에 많이 늦었어요.”“괜찮아, 이 세 분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야. 잠깐 기다려주는 건 물론이고 밤새 기다리라고 해도 아무 말 하지 않을 거라고.”소희 등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강솔이 먼저 대답했다.이에 하영이가 덤덤하게 웃으며 물었다.“네가 그러면 우린 예형 씨에게 벌주를 따라주고 싶어도 따라줄 수가 없잖아. 너 일부러 그런 거 맞지?”강솔이 듣더니 실눈을 뜨며 웃었다.“눈치채셨으면 속으로만 알고 계세요, 말하지 마시고.”“강솔의 친구면 저의 친구인 거나 다름이 없으니 제가 여러분에게 한 잔 올리겠습니다.”예형이 먼저 술잔을 들며 말했다. 그러자 기타 사람들도 잇달아 잔을 들어 함께 건배했다.그러고나서 강솔이 예형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요 며칠 위가 아프지는 않았어? 우선 뭐라도 좀 먹어.”자상하면서도 예형에게 의지하는 강솔의 모습을 진석이 덤덤하게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여 술을 마셨다.예형은 말주변이 없어 거의 다 강솔이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 진심으로 예형을 사랑하고 있는 게 뻔했다, 그를 바라보는 강솔의 눈에서 빛이 나고 있었으니까.중도에 소희가 화장실을 갔다가 나오는데 마침 손을 씻고 있는 예형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마침 세면대에 놓인 예형의 휴대폰이 울렸고, 수신번호를 확인한 그는 무음으로 전환하고 휴대폰을 뒤집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소희 아가씨.”소희가 듣더니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저 강솔의 친구이고,
임구택이 소희와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강솔이 무심해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올바른 사람이라 아무도 강솔을 이겨낼 수가 없어.”소희는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강솔은 확실히 그런 사람이었다. 당차고 솔직했으며 그녀가 과거 주예형을 따라 미국으로 간 것도 망설임이 없었다.소희가 고개를 돌려 보니, 예형이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며 바쁘게 보였다.강솔이 노래를 끝내고 예형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오늘은 나랑 있기로 했잖아, 핸드폰 좀 그만 보고 나 좀 봐줄래? 내 노래도 안 들어주고!”예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최근에 회사 일이 좀 많아.”“알아, 하지만 너무 힘들게 하지 마. 밤에 꼭 해결해야 할 일은 없어.” 강솔이 부드럽게 말하자 주예형은 알았다는 듯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그래, 네 말이 맞아!” 곧이어 강솔이 소희와 진석을 불렀다. “너희 둘이서만 술 마시지 말고, 우리 같이 진실게임 하자!”하영이 전화를 끊고 다가오며 말했다. “좋아, 하자!”강솔이 게임 카드를 꺼냈다. “가장 간단한 거 패턴 비교하는 걸로 해.”강솔은 조커 카드를 빼고 각자 두 장씩 뽑았고 같은 패턴을 뽑으면 벌칙을 받아야 하는데 벌칙자는 다른 사람이 묻는 질문에 진실을 말하거나 ‘벤처’를 해야 했다. 벤처는 벌칙 설명서에 쓰여있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었다.첫 번째 라운드에서 강솔이 딜러였는데, 그녀는 두 개의 하트를 뽑았지만 하영이 강솔을 붙잡으며 말했다. “속임수 쓰지 마요!”“알았어요, 승부는 정정당당 해야 하는 거니까, 난 그럼 ‘벤처’ 할게요.” 강솔은 짧은 머리를 휘날리며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들 나를 조금이라도 봐줄 거라 생각해.”하영이 벌칙 설명서를 들고 말했다. “그거야 운에 따라야지.”“제발, 하느님, 부처님, 도와주세요!” 강솔이 손을 모으며 기도했고 하영이 소희에게 물었다. “아무 숫자나 말해봐.”소희가 눈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구.”하영이 아홉 번째 벌칙을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한 번만 봤어, 날 너무 과대평가를 한 거 아니야?”그러자 강솔이 투덜거렸다. “흥 안 믿어, 너 기억력 엄청 좋아서 한번 보면 사진 찍듯이 기억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예형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강솔이 오버해서 대답했다.“소희 씨가 그렇게 대단해?”“그럼, 소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을 일 년도 안 돼서 다 마쳤어. 게다가 강성대학교도 수석으로 합격했지. 정말 부러워 죽겠어!”주예형이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네!”진석이 옆에서 무심한 목소리로 소희에게 물었다. “근데 카드 게임에서는 왜 항상 지는 거야?”진석의 말에 소희의 미소가 굳어졌다. “아 선배, 저 괴롭히지 마요!”소희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다음 라운드에서 진석이 졌고 진석은 ‘진실’을 선택했다.“내가 물을게!” 강솔이 자처하여 나섰고 진석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진석 씨, 여기 이 방에 있는 사람 중에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진석은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뜨고 강솔을 응시했다. 진석은 아마도 그와 소희를 엮어보려는 듯했다.“진석 씨, 빨리 대답해요. 우리도 궁금해요.”하영이 흥미롭게 묻자 강솔이 말을 덧붙였다. “게임 규칙은 지켜야 하니까 거짓말은 안 돼요!”그러자 진석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요, 여기 이 방에 있어요.”소희는 놀란 눈으로 진석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진석 씨, 솔직하네요!”강솔이 말하며 소희를 흘끗 쳐다보았고 하영이 말했다.“질문이 너무 애매하잖아. 그냥 누굴 좋아하는지 바로 물어보면 됐을 텐데.”하지만 강솔은 그렇게 묻지 못했다.왜냐하면 소희에게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지나치게 드러내면 난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비밀은 서서히 밝혀져야 재밌는 법이니까 다음 라운드에서 다시 잡히면 물어볼게요!”강솔이 웃으며 카드를 섞었고 옆에서 주예형의 핸드폰이 진동했지만 예형은 잠시 쳐다보고는 한쪽에 두었다. 다음 라
강솔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진석 씨한테 그런 질문을 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잖아.”하영은 묵묵히 웃을 뿐이었다.작은방은 노래방의 더 작은방으로 분리된 곳이라 불도, 창문도 없어서 굉장히 깜깜해 손가락조차 보이지 않은 이 방은 게임 벌칙을 위해 만들어진 방이었다.소희와 진석이 들어가자, 진석은 휴대폰의 플래시를 켜 방안을 밝혔다.방 안에는 더블 소파 하나만 있었고 소희는 소파에 앉으며 놀란 눈으로 보았다. “휴대폰을 가지고 오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진석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난 휴대폰이 두 개야.”소희는 그에게 리스펙 한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방은 여전히 어둡고 잘 보이지 않았다.진석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지난주에도 넌 나를 피했어. 하지만 영원히 스승님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소희는 소파에 기대며 부드럽게 말했다. “선배, 스승님 앞에서 저 좀 도와줘요.”진석은 눈을 흘기며 물었다. “정말 그렇게 좋아?” 진석은 소희를 잘 알고 있었다. 배신당한 후에는 결코 용서하지 않는 성격인 소희가 다시 임구택 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정말 깊이 사랑한다는 증거였다. “그럼 선배는 강솔을 얼마나 사랑해요?”소희는 반문에 진석은 잠시 멈칫했다.진석은 방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 방에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소희에게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소파에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래 좋아하면 습관이 되어버려. 나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소희는 갑자기 진석이 전에 말했었던 게 생각이 났다.진석이 좋아하는 사람이 진석을 좋아하지 않아서 계속 혼자였다고.근데 좋아하는 사람이 강솔이라니!소희는 목이 타는 듯했다.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진석은 강솔을 오래전부터 좋아했지만 강솔이 좋아하는 사람은 주예형이었다. 강솔은 진석에게 주예형에 대한 애정을 매일 표현했고, 예형의 마음을 분석해 달라고 부탁하며 어떻게 해야 예형을 꼬실 수 있을지를 물어봤다.진석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방 VIP 룸.조백림이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오진수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아래층에서 본 사람이 소희였나?”백림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임구택이 오늘 나올 수 있었던 건 여기에 소희가 있기 때문이지.”진수의 눈빛이 번뜩였다. “구택이 소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 확실해?”그러자 조백림이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무슨 말이야, 소희가 구택이 몰래 여기에 온 줄 알았어?”“그래서 구택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 중이야.”조백림은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저었다. “구택이 분명 알고 있을 거니까 입 다물고 있어.”“알겠어, 본 적 없는 걸로 하지.”“뭘 본 적 없는 걸로 하는데?”구택이 갑자기 다가와 그 두 사람의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미소 짓자 진수는 얼굴색이 변해 백림을 쳐다봤고 백림은 담배를 꺼내며 차분하게 말했다. “소희를 오랜만에 보지 못해서 구택이 언제 외출할 때 소희도 데리고 오면 좋겠다고 했어. 유정이도 소희를 자주 언급하거든.”구택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소희 지금 넘버 나인에 있는데 봤어?”백림은 바로 말했다. “어, 구택이 넘버 나인에 오자고 한 건 소희가 여기 있기 때문이라고 아까 말하고 있었어. 너한테 말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필요 없었네.”구택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희가 친구들과 작은 파티하고 있어. 어느 방으로 갔어?”“아래층 907호.”진수는 바로 대답하자 구택은 일어나며 말했다. “나 소희 좀 보러 갈게. 먼저 놀아.”“응 알았어.”구택이 떠난 후, 진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한대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네.”하지만 백림은 갑자기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뭔가 이상해.”“뭐가 이상한데?”백림의 표정은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구택은 계단을 내려와 907호로 직접 갔다.방 안에서 하영이 시계를 보며 웃었다. “이제 십분 정도 됐죠?”하지만 강솔이 손짓을 하며 해맑은 미소를 지
임구택이 들어간 뒤, 서빙 직원이 두 병의 와인을 들고 들어왔고 강솔이 웃으며 말했다. “역시 임구택 사장님, 클래스가 다르시네요.”그 두 병의 와인은 합해서 최소 십억은 됐었고 구택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희 친구들은 곧 저의 친구니까, 작은 선물입니다. 그럼 모두 즐겁게 놀아요.”주예형이 일어나 구택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임구택 사장님! 저는 고리라 테크놀로지 그룹의 사장, 주예형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가 곧 임씨 그룹과 협력을 시작할 예정인데 담당자가 귀사의 진우행 팀장이라 아직 만나지는 못했습니다.”임구택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진우행 팀장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주예형 사장님은 자수성가하신 능력 있는 분이시라고. 실리콘 밸리에서 여러 기술 연구 성과를 얻은 뒤 귀국한 지 얼마 안 돼 고리라 테크놀로지 그룹을 상장시켰다 하던데. 대단하시네요!”예형은 구택의 강한 카리스마에 기가 눌리지 않고 겸손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임씨 그룹 계열사 퀸텀소싱의 성과에는 아직 못 미치겠지만, 최선을 다해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구택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에게 물었다. “게임 중이었어?”그러자 소희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남아서 같이 놀래?”“아니 조백림이랑 할 일이 좀 남아서. 끝나면 연락해, 같이 집에 가게.”구택은 고개를 저으며 따듯하게 말했다.“알겠어!” 소희가 대답하자 구택은 모두에게 인사하고 방을 떠났다.강솔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임구택 사장님의 카리스마 대단한 것 같아. 방금 말도 못 하겠더라고.”그러자 주예형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랜 기간 권위 있는 자리에 계셨으니,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기품이 있어.”“임구택 사장님이 보내주신 와인, 고마워요. 계속 게임할까요?”“물론이죠!” 하영이 웃으며 말하자 강솔이 예형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누가 두려워한다고 그래?”모두가 다시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승패가 엇갈리며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소희가 화장실에 갈 때,
오늘 조금 많이 마신 소희는 차에 오르자마자 임구택의 어깨에 기댔고 구택은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고 미소 지으며 물었다.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많이 마신 거야, 아니면 기분이 안 좋아서야?”“임구택 사장님이 보내신 술이라 낭비할 수 없었죠.” 소희가 눈을 감은 채로 부드럽게 대답했다.“내가 그렇게 중요해?”“응, 당연하지!”구택은 칸막이를 올리고 소희의 턱을 잡아 소희의 입술에 키스했다. 구택의 키스는 조금 거칠고 급했기에 이미 어지러운 소희를 더욱 본인에게 의지하게 했고 키스가 끝나고 구택이 부드럽게 물었다. “진석 씨와 작은방에서 무슨 일 있었어?”소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진석 씨가…….”하지만 구택은 다시 소희의 입술을 막으며 소희를 의자에 눕혔다. “말하지 마, 그런 질문은 애초에 할 필요가 없었어.”소희는 구택의 눈을 바라보더니 머리를 돌려 구택에게 키스했다.……다음 날 아침, 소희는 조깅을 마치고 우청아의 집으로 아침 식사를 배달했다.예상대로 장시원이 문을 열었는데 금방 깨났는지 비몽사몽한 상태로 소희와 인사를 나눴다.구택이 소희 뒤에서 나타나며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이렇게 청아 집을 제집처럼 오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난 너처럼 옆집을 사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아. 너나 그런 불필요한 수고를 하지.”시원이 싱겁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자 구택이 농담조로 말했다.“본인은 이런 경험이 많았나 봐?”“난 그저 좋은 마음으로 귀띔해 준 것뿐이야.”소희는 한 발 물러나 구택을 가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시원 오빠, 저희 이제 갈게요!”“아침 고마워!”“아니에요!”문을 닫고, 시원이 아침 식사를 식탁에 놓자,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여 흘끗 보더니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엄마!”“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오고, 또 어디를 싸돌아 다니는거야?”불만스럽게 말하는 김화연과는 달리 시원은 넉살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침부터 화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