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금 많이 마신 소희는 차에 오르자마자 임구택의 어깨에 기댔고 구택은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고 미소 지으며 물었다.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많이 마신 거야, 아니면 기분이 안 좋아서야?”“임구택 사장님이 보내신 술이라 낭비할 수 없었죠.” 소희가 눈을 감은 채로 부드럽게 대답했다.“내가 그렇게 중요해?”“응, 당연하지!”구택은 칸막이를 올리고 소희의 턱을 잡아 소희의 입술에 키스했다. 구택의 키스는 조금 거칠고 급했기에 이미 어지러운 소희를 더욱 본인에게 의지하게 했고 키스가 끝나고 구택이 부드럽게 물었다. “진석 씨와 작은방에서 무슨 일 있었어?”소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진석 씨가…….”하지만 구택은 다시 소희의 입술을 막으며 소희를 의자에 눕혔다. “말하지 마, 그런 질문은 애초에 할 필요가 없었어.”소희는 구택의 눈을 바라보더니 머리를 돌려 구택에게 키스했다.……다음 날 아침, 소희는 조깅을 마치고 우청아의 집으로 아침 식사를 배달했다.예상대로 장시원이 문을 열었는데 금방 깨났는지 비몽사몽한 상태로 소희와 인사를 나눴다.구택이 소희 뒤에서 나타나며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이렇게 청아 집을 제집처럼 오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난 너처럼 옆집을 사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아. 너나 그런 불필요한 수고를 하지.”시원이 싱겁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자 구택이 농담조로 말했다.“본인은 이런 경험이 많았나 봐?”“난 그저 좋은 마음으로 귀띔해 준 것뿐이야.”소희는 한 발 물러나 구택을 가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시원 오빠, 저희 이제 갈게요!”“아침 고마워!”“아니에요!”문을 닫고, 시원이 아침 식사를 식탁에 놓자,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여 흘끗 보더니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엄마!”“며칠 동안 집에 안 들어오고, 또 어디를 싸돌아 다니는거야?”불만스럽게 말하는 김화연과는 달리 시원은 넉살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침부터 화내지
“별일 아니에요!” 시원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저 밥부터 먹자.”……점심때, 소희가 이정남, 미나와 함께 식사하던 중 임유민의 전화를 받았다.“밥 먹었어요?” 유민이 물었다.“왜, 나한테 밥 사줄 거야?” 소희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설마 또 학교에 가서 너의 둘째 숙모 행세해달라고 하는 건 아니지?”“행세라뇨, 이제 그럴 필요 없지 않아요? 이제는 진짜 제 숙모 시잖아요.”유민이 말하자 소희는 웃으며 물었다. “그럼 무슨 일인데?”“소찬호랑 같이 금강시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거기는 왜 가는 거야?” “찬호 누나, 소시연 알죠? 그 사람이 패션 디자인 리얼리티 쇼에 참가하고 있는데 지금 금강시에서 촬영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번 라운드에서 진 데다가 이번에 같이 콜라보 하는 연예인이 계속 압력을 주고 있다고 해요.”“아무래도 문제가 생겼는지 구체적인 건 모르겠는데 찬호랑 전화하면서 울어서 찬호가 마음이 안 놓이는지 누나 찾으러 간다는 거 나도 따라가려고 하는 중이에요.”유민이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자 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희 둘이서 가는 거야?”“네, 같이 가실래요?”“오늘 수업 없어?”“오후에 체조 수업만 있어서 방금 조퇴하고 나와서 찬호 만나러 가는 중이요.”“어디서 만나는데?”소희가 묻자 유민이 주소를 말했다.“만나고 나서 거기서 기다려. 나도 같이 갈게.”“좋아요, 빨리 와요!”소희는 몇 마디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고 식사를 다 하지 못했지만 도시락통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정남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세요?”“아 일이 좀 생겨서요. 이지민 감독님 오셨나요?”소희는 이지민 감독에게 월차를 내려고 했다.“이지민 감독님 안 계세요. 주훈 부감독님이 계시니까 급하시면 먼저 가세요. 제가 주훈 부감독님한테 말해드릴게요.”정남이 서둘러 말했다.“좋아요!”소희는 오후 일정을 이정남에게 부탁하고 차를 타고 떠났다.유민과 찬호가 만나
금강시는 강성 동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거리는 차로 대략 한 시간 정도 가야 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건축물들이 완벽하게 보존된 작은 마을이었다.백 년 전, 금강시는 해상과 수로 교통의 요충지였기 때문에 국내외 상인들이 이곳에 모여 방직업과 해상 운수업을 주로 하며 매우 번성했다.하지만 이후 부두가 강성으로 통합되고 철도가 부상하며 수로 교통이 쇠퇴하면서 금강시도 침체기를 맞았다.그러나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많은 건축물을 보존하고 있어, 현재 금강시는 유명한 관광지이자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로 자리 잡았고 특히 국내 감독들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촬영할 때 이곳을 선호했다.‘여신의 옷장’ 프로그램은 지난번에는 고대로의 여행을 주제로 했으며, 이번에는 일제강점기 시절로 돌아가 당시 부자들의 멋을 보여주는 것이 주제였다.그래서 제작진은 촬영 장소로 금강시를 선택했다.세 사람이 금강시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2시가 다 되어갔다.소찬호가 소시연에게 전화를 걸자 시연은 찬호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고는, 먼저 커피숍에 앉아 기다리라고 한 뒤 서둘러 그곳으로 왔다.시연이 커피숍에 도착했을 때, 찬호 혼자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놀라 당황해하며 말했다. “소희, 임유민, 너희는 왜 왔어?”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찬호가 혼자 오려고 했는데, 나랑 유민이 모두 걱정되어서 같이 오기로 했어. 이왕 온 김에 구경도 하자고.”시연의 눈이 약간 부어 있었고, 울었던 흔적이 보였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 나중에 소유 씨랑 담당자한테 휴가 신청하고, 오후에 너희랑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여기 경치 좋은 데 구경시켜 줄게!”애써 괜찮아 하는 시연에 찬호가 말했다.“누나, 숨길 필요 없어. 소희 누나한테 이미 다 말했어.”시연의 눈가가 빨갛게 변하며 자책하며 말했다. “소희야, 난 정말 무능력한 가봐. 너 볼 면목이 없어.”“난관에 봉착했다고 너 스스로 부정하지 마.” 소희가 시연에게 커피를
소찬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일곱 번이나 쫓겨난 거야?”소시연이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찬호는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팠지만 소희는 오히려 기뻐했다. 이전의 시연은 성격이 드세고 조급했으며,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 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위해 일곱 번이나 방문한 것을 보니, 성숙해지고 안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이렇게 꿋꿋하게 버티는 그녀라면, 앞으로 분명 성공할 것이었다.“가자, 함께 구성혁 씨를 만나러 가보자.” 소희가 미소 지으며 말하자 임유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리는 바로는 꽤 까다로운 것 같은데, 정말 해결할 수 있을까요?”“한번 해보자. 여기 앉아서 막연히 추측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소희가 눈썹을 치켜 올렸지만 시연은 불편해했다. “안 가는 게 나을 거야. 그 사람은 말도 퉁명스럽게 하고 난처하게 할 거야. 괜히 가서 듣기 싫은 소리 듣는 거 보고 싶지도 않아.”“이미 온 김에, 한번 가보지? 머릿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니까, 어쩌면 우리가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소희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가요!” 유민이 자신의 가방을 메고, 냉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재단사 한 명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소희가 유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구성혁 씨 집에 가면 모든 걸 내 말대로 해야 해. 장난치지 마!”유민은 자신의 삼촌과 오랫동안 지냈고, 젊었을 때의 임구택을 많이 닮았다. 항상 고집스럽고 반항적인 기운이 감돌았다.“걱정 마세요!” 유민의 표정은 소년의 다부진 결심이 어린 표정이었고 이내 말했다. “여기에 계시는 동안 제가 하는 모든 걸 허락받고 할게요.”“그럼 가자!” 소희는 가방을 메고 커피숍 밖으로 나갔다.……구씨 수선집은 마을에서 유명한 금사강 강변에 위치해 있었다. 두 개의 입구가 있는 집이었는데 앞쪽 첫 번째 진입로는 거리에 접한 상가였고, 뒤쪽은 주거용이었다.구성혁의 경우, 성혁의 집안은 대부분 대를 이어 재단사로 활동
소시연이 소희와 다른 이들을 이끌고 왔을 때, 구씨 집 앞에서 벌어진 큰 소동을 보고 당황했다. 시연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고 소유는 큰 모자를 쓴 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연 씨, 도대체 어디 갔어요? 우리는 파트너인데, 어디 가는지라도 말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당신이 도망간 줄 알았잖아!”소찬호는 소유의 태도가 나쁘다고 느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 누나가 잠시 사정이 있어서 못 온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당신이 누나를 샀습니까? 24시간 내내 당신 지키라고? 찾을 일이 있으면 전화하면 되지 않나요?”“당신은 누구야?” 소유는 당황하며 되묻자 시연이 서둘러 찬호 앞에 나서며 설명했다. “제 동생인데, 저를 보러 왔어요. 아직 어려서 말이 좀 거치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소유는 찬호의 교복을 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학생이라 이번은 봐준다.”소희는 시연에게 말했다. “우리 먼저 들어가서 구성혁 씨를 만나죠.”“잠깐만, 당신 누구세요?” 소유가 소희를 흘겨보며 물었는데 사실 소유는 아까부터 소희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소희의 뛰어난 외모가 특히 눈에 띄었고, 태양 아래 소희의 피부는 흠집 하나 없이 하얗고 이목구비가 섬세했으며 심지어 스타보다 더 뛰어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임유민은 소희를 보호하듯 소희 옆에 서며 차갑게 소유를 훑어봤다. “이 사람이 누구든 당신이 알 바는 아니지 않나요?”소유는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이 꼬맹이가!”유민의 얼굴이 굳어지며 소유에게 다가가려 하자 소유는 유민의 차가운 기세에 놀라 한 발짝 물러났다.“임유민!” 소희가 소리치자 유민은 자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소유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소희를 따라 구씨 수선집으로 갔다.소유는 화가 나 눈을 부라렸다. “도대체 어느 집 자식이길래, 저렇게 거만해!”구성혁 집 문 앞에서 소희가 다시 한번 막혔는데 소희를 막은 것은 안단희의 조수였다. 그녀는 소유보다 더 거만했다. “관광객이신가요? 우리
제작진들은 임유민과 같이 온 사람들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주변에 모여든 행인과 관광객들을 의식하며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서둘러 사과했다. 그들은 안단희의 조수를 제지하고 소희를 들여보냈다.단희의 조수는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어 분노하며 소희 일행의 뒷모습을 쏘아보더니 제작진에게 말했다. “감독님이 우리 단희와 소동을 구성혁 선생님을 설득하러 보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들여보내 문제를 일으키면 책임은 여러분이 져야 할 겁니다!”그러자 제작진도 난처해하며 조수를 달랬다.한편, 소희 일행은 앞마당을 지나 뒷마당으로 걸어가자 단희와 소동을 만나게 되였다. 단희는 소희를 보고 잠시 멈칫했고 어딘가 익숙함을 느꼈고 이내 생각이 났다. 예전에 쉘은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노명성과 충돌이 있어 기억이 남아있었다.그런데 여기서 소희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눈을 깜박이며 모자를 조금 더 내려쓰고, 마치 소희를 보지 못한 척했지만 옆에 있던 소동은 소희에게 인사를 건넸다.“언니가 여기에 왜 있어요?” 소동이 놀랐다는 듯 묻고 이내 소시연을 바라보자 깨달았다. “언니가 시연이 도우러 온 건가요?”소희는 소동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계속 걸어가자 소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 거기 가봤자 소용없을 거예요. 구성혁 선생님은 시연과 협력할 생각이 없으니까, 가도 문전 박대만 당할 거예요.”그러자 시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일에 신경 쓰지 말지?”소동은 순진한 척하며 말했다. “시연아, 나는 널 위해서 한 말인데, 감독님에게 다른 협력재단사를 찾아달라고 하는 게 나을 거야.”시연은 소동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소희를 따라갔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소동에게 어떤 표정이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무시했다.소동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소시연과 그녀의 동생이 왜 소희를 저리 믿고 따르는 지 몰랐다.특히 시연은 예전에 문제가 많았지만, 소희의 영향으로 변화하여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소
소희 일행이 뒷마당으로 들어가자, 마당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40대 남자가 보였다. 그는 구씨 집에서 일하는 것 같았고,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또 왔습니까? 구성혁 선생님은 여러분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합니다. 빨리 돌아가시죠, 그리고 다시는 선생님을 귀찮게 하지 마세요.”그러자 소시연이 애원했다. “우리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마지막으로요, 네?”남자는 시연이 여러 번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문전 박대를 여러 번 당했다는 것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지 조금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한 번만 더 들어가 봐요. 선생님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마요. 안 그러면 저도 혼날 겁니다.”“감사합니다!” 시연이 서둘러 감사의 말을 전했고 소찬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렇게 거만한 거야?”임유민이 비꼬듯이 말했다. “예술 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뭔가 특별한 줄 아는데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임유민!” 소희가 뒤돌아서서 유민을 꾸짖자 유민은 그녀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입 다물게요!”시연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앞에서 비단을 자르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예의를 가득 차리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구성혁 선생님, 저 또 왔습니다!”성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눈살만 찌푸렸다. “당신들은 이렇게 찾아오는 게 질리지도 않나?”방 안은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대부분의 가구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것이었다. 낡고 역사적인 느낌이 나는 나무 선반에는 옷감과 여러 가지 수놓은 물건들이 가득했다.햇빛이 오래된 붉은 나무 문을 통해 비추고 있었고, 성혁은 회색 긴팔을 입고 있었고 머리가 희끗희끗했다. 마치 일제강점기 시절의 갑부를 보는 느낌이었다.“선생님,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이건 제작진이 준 미션이에요!”“당신의 미션은 당신이 해결하고 날 귀찮게 하지 마요!”성혁은 손에 들고 있던 목자를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소
소시연과 임유민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구성혁과 소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소희가 성혁을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고 또한 그들 사이의 관계가 아주 좋아 보였다.시연이 앞으로 걸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희야, 너랑 선생님이 서로 아는 사이였어?”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 선생님과 구성혁 선생님이 오랜 친구셨어. 몇 년 전, 나와 선생님이 구성혁 선생님댁에서 잠시 지냈었고 너무 오래된 일이라 구성혁 선생님이 저를 잊으셨을까 봐 이야기하지 않은 거야.”소희가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첫 스승은 바로 성혁이었다. 그의 영향으로 소희의 스타일은 항상 고전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성혁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널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그때 널 네 스승한테서 데려와 제 제자로 만들고 싶었어. 너도 옷 만들기를 좋아했으니까. 아쉽게도 네 스승님은 너를 놓아주기 싫어했지.”소희는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성혁을 바라보았다. “제 마음속에는 선생님도 제 스승님이세요.”성혁이 물었다. “너 지금도 학교 다니고 있니?”“이미 졸업했어요. 선배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어요.” 소희는 공손하게 대답하자 성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선배도 잘 됐구나. 너희 두 사람 모두 너희 스승님께 큰 자랑이야.”이야기가 이어지자 구성혁은 다소 쓸쓸해졌다. 도경수 선생의 제자들은 많지만, 경수의 이 손기술은 이제 전승되기 어렵게 되였다.하인이 차를 가져오자, 구성혁은 소시연과 다른 이들에게도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그리고 소희는 소개했다. “오늘은 시연을 데리고 선생님을 만나러 왔어요. 시연은 제 여동생이자 함께 일하는 친구고 얘가 참여하는 버라이어티 쇼에서 선생님을 출연시키길 바라고 있어요. 여러 번 방문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잖아요.”“그리고 선생님이 출연을 원하지 않으신다는 걸 알고 다른 스승님을 찾으려 했지만, 제작진이 동의하지 않았어요.”성혁은 시연을 바라보자 시연은 그에게 기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