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들은 임유민과 같이 온 사람들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주변에 모여든 행인과 관광객들을 의식하며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서둘러 사과했다. 그들은 안단희의 조수를 제지하고 소희를 들여보냈다.단희의 조수는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어 분노하며 소희 일행의 뒷모습을 쏘아보더니 제작진에게 말했다. “감독님이 우리 단희와 소동을 구성혁 선생님을 설득하러 보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들여보내 문제를 일으키면 책임은 여러분이 져야 할 겁니다!”그러자 제작진도 난처해하며 조수를 달랬다.한편, 소희 일행은 앞마당을 지나 뒷마당으로 걸어가자 단희와 소동을 만나게 되였다. 단희는 소희를 보고 잠시 멈칫했고 어딘가 익숙함을 느꼈고 이내 생각이 났다. 예전에 쉘은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노명성과 충돌이 있어 기억이 남아있었다.그런데 여기서 소희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눈을 깜박이며 모자를 조금 더 내려쓰고, 마치 소희를 보지 못한 척했지만 옆에 있던 소동은 소희에게 인사를 건넸다.“언니가 여기에 왜 있어요?” 소동이 놀랐다는 듯 묻고 이내 소시연을 바라보자 깨달았다. “언니가 시연이 도우러 온 건가요?”소희는 소동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계속 걸어가자 소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 거기 가봤자 소용없을 거예요. 구성혁 선생님은 시연과 협력할 생각이 없으니까, 가도 문전 박대만 당할 거예요.”그러자 시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일에 신경 쓰지 말지?”소동은 순진한 척하며 말했다. “시연아, 나는 널 위해서 한 말인데, 감독님에게 다른 협력재단사를 찾아달라고 하는 게 나을 거야.”시연은 소동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소희를 따라갔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소동에게 어떤 표정이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무시했다.소동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소시연과 그녀의 동생이 왜 소희를 저리 믿고 따르는 지 몰랐다.특히 시연은 예전에 문제가 많았지만, 소희의 영향으로 변화하여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소
소희 일행이 뒷마당으로 들어가자, 마당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40대 남자가 보였다. 그는 구씨 집에서 일하는 것 같았고,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또 왔습니까? 구성혁 선생님은 여러분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합니다. 빨리 돌아가시죠, 그리고 다시는 선생님을 귀찮게 하지 마세요.”그러자 소시연이 애원했다. “우리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마지막으로요, 네?”남자는 시연이 여러 번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문전 박대를 여러 번 당했다는 것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는지 조금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한 번만 더 들어가 봐요. 선생님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마요. 안 그러면 저도 혼날 겁니다.”“감사합니다!” 시연이 서둘러 감사의 말을 전했고 소찬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렇게 거만한 거야?”임유민이 비꼬듯이 말했다. “예술 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뭔가 특별한 줄 아는데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임유민!” 소희가 뒤돌아서서 유민을 꾸짖자 유민은 그녀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입 다물게요!”시연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앞에서 비단을 자르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예의를 가득 차리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구성혁 선생님, 저 또 왔습니다!”성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눈살만 찌푸렸다. “당신들은 이렇게 찾아오는 게 질리지도 않나?”방 안은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대부분의 가구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것이었다. 낡고 역사적인 느낌이 나는 나무 선반에는 옷감과 여러 가지 수놓은 물건들이 가득했다.햇빛이 오래된 붉은 나무 문을 통해 비추고 있었고, 성혁은 회색 긴팔을 입고 있었고 머리가 희끗희끗했다. 마치 일제강점기 시절의 갑부를 보는 느낌이었다.“선생님,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이건 제작진이 준 미션이에요!”“당신의 미션은 당신이 해결하고 날 귀찮게 하지 마요!”성혁은 손에 들고 있던 목자를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소
소시연과 임유민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구성혁과 소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소희가 성혁을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고 또한 그들 사이의 관계가 아주 좋아 보였다.시연이 앞으로 걸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희야, 너랑 선생님이 서로 아는 사이였어?”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 선생님과 구성혁 선생님이 오랜 친구셨어. 몇 년 전, 나와 선생님이 구성혁 선생님댁에서 잠시 지냈었고 너무 오래된 일이라 구성혁 선생님이 저를 잊으셨을까 봐 이야기하지 않은 거야.”소희가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첫 스승은 바로 성혁이었다. 그의 영향으로 소희의 스타일은 항상 고전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성혁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널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그때 널 네 스승한테서 데려와 제 제자로 만들고 싶었어. 너도 옷 만들기를 좋아했으니까. 아쉽게도 네 스승님은 너를 놓아주기 싫어했지.”소희는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성혁을 바라보았다. “제 마음속에는 선생님도 제 스승님이세요.”성혁이 물었다. “너 지금도 학교 다니고 있니?”“이미 졸업했어요. 선배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어요.” 소희는 공손하게 대답하자 성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선배도 잘 됐구나. 너희 두 사람 모두 너희 스승님께 큰 자랑이야.”이야기가 이어지자 구성혁은 다소 쓸쓸해졌다. 도경수 선생의 제자들은 많지만, 경수의 이 손기술은 이제 전승되기 어렵게 되였다.하인이 차를 가져오자, 구성혁은 소시연과 다른 이들에게도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그리고 소희는 소개했다. “오늘은 시연을 데리고 선생님을 만나러 왔어요. 시연은 제 여동생이자 함께 일하는 친구고 얘가 참여하는 버라이어티 쇼에서 선생님을 출연시키길 바라고 있어요. 여러 번 방문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잖아요.”“그리고 선생님이 출연을 원하지 않으신다는 걸 알고 다른 스승님을 찾으려 했지만, 제작진이 동의하지 않았어요.”성혁은 시연을 바라보자 시연은 그에게 기대와
구성혁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아 보였고 소희는 계속해서 성혁을 설득했다. “저는 믿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독특한 수놓은 작품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들은 희망의 씨앗이 될 겁니다.”“선생님은 그 씨앗들 가운데 좋은 것을 골라 심어서 재능을 키워야 하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의 기술은 정말로 잊힐 거고, 우리 모두가 그걸 매우 아쉬워할 거예요. 그리고 가장 아쉬워할 사람은 바로 선생님이실 거고요.”성혁은 소희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소희야, 너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잘하게 된 거야? 너 예전에는 항상 혼자 있기 좋아하고 말 별로 안 했잖아. 사실 아까 내가 알던 너랑 너무 달라서 알아보지 못할 뻔했어.”임유민이 끼어들어 말했다. “소희 선생님이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에요!”유민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참지 못했고 성혁은 잠시 생각한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아마 내가 너무 고집스러워서 계승자를 찾지 못한 걸지도 몰라.”소시연이 들떠서 말했다. “그럼 선생님 동의하시는 거예요?”성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동의할게.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가서 말해요, 나 이 프로그램 촬영에 참여하겠다고.”“정말요!” 시연은 감개무량하여 펄쩍 뛰었고 흥분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성혁에게 고개 숙여 고맙다고 연신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유민과 소찬호도 서로 눈을 맞추며 기뻐했고 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구성혁 선생님.”성혁은 웃으며 말했다. “만약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에 드는 제자를 찾게 된다면, 나야말로 너에게 감사해야지.”“분명히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소희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한편, 안단희와 소동은 밖에서 소희와 시연 일행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한참 동안 기다려도 안 나오자 초조 해졌다. 단희는 조급해하며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소동은 미소 지으며 말
소유는 소시연의 손을 잡고 달려와서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구성혁 선생님이 정말 동의하신 거예요?”“네, 모두 소희 덕분이에요!” 시연이 웃으며 대답하자 소유는 소희를 바라보며 다소 미안해하며 말했다. “방금 제가 상황을 잘못 이해했어요, 미안해요.”“괜찮아요!”소희가 소유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다시 성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프로그램도 촬영이 있고, 편집도 해야 해서 시간이 촉박해요. 저는 선생님과 시연의 협업을 방해하지 않고 돌아가겠습니다.”“이번에는 네가 갑자기 왔지만, 다음에는 미리 알려줘. 여기서 며칠 더 머물고.” 성혁이 아쉬워하며 말했다.“시간이 되면 꼭 다시 찾아뵐게요!”“그래, 네 스승님께 안부 전해줘.”“네!”소희는 성혁과 정중하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임유민과 소찬호를 데리고 떠났다.시연은 그들을 따라 나와 카메라가 없는 곳까지 가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소희야, 정말 고마워. 구성혁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배우고, 좋은 옷을 만들어볼게!”“주말에 TV에서 네 작품 보기를 기대할게.”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시연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힘내요!”“누나 힘내!”임유민과 소찬호가 각각 소시연을 격려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소희를 따라 떠났다.시연은 그들이 차에 탄 뒤에야 돌아서자 시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소동의 이름이 떴다.전화를 받자마자 소동이 물었다. “시연아, 소희가 어떻게 구성혁 선생님을 설득한 거야?”시연은 아직까지도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다.“소희가 그냥 대단한 거야. 단 몇 마디 말로 구성혁 선생님 마음을 돌려서 출연하시도록 만들었으니까. 네가 불만이 있어도 소용없어. 어차피 소희가 너보다 뛰어난 건 사실이니까!” 소동은 화가 나서 말했다. “소희가 아무리 대단해도, 나는 걔보다 더 유명하고, 우리 소씨 집안도 나를 더 좋아해!”그러자 시연은 비웃으며 말했다. “소희는 그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 꺼려 해. 만약 소희가 참여하고 싶었다면, 네 자리는 없었을
소희는 임유민과 소찬호를 데리고 차를 몰아 시내로 돌아갔는데 찬호는 가는 길 내내 흥분하여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하였다.“소희 누나, 누나 너무 대단한 거 같아요! 원래도 리스펙 했지만 더 리스펙해요!”흥분한 찬호와 달리 유민은 침착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소희 선생님이 해결 못할 일은 없을 거라고. 도움이 필요하면 소희 선생님에게 부탁하는 게 최고야!”둘이 소희를 입이 침이 마르게 칭찬하자 소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하지 않아. 그저 우연히 구성혁 선생님을 알고 있을 뿐이었지.”소찬호는 앞좌석으로 몸을 기울이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누나, 구성혁 선생님을 어릴 때부터 아셨어요? 그분이 누나를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했다고요?”“응, 예전에 구성혁 선생님댁에서 잠시 지냈어. 제자 얘기는 사실 농담이야. 구성혁 선생님도 내가 스승님이 있단 걸 알고 계셨으니까.”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호의 질문에 대답했다.“그럼 누나의 스승님이 더 대단하신 거야?” 소희의 답을 듣자 찬호는 더욱 궁금해져 꼬치꼬치 캐물었다.“예술 분야에선 누가 더 대단한지 비교하는 건 의미 없어. 구성혁 선생님은 단지 세속에서 벗어나시기를 바라실 뿐이지.”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유민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미간이 찌푸려졌는데 소찬호도 알고 있는 소희의 스승님을 왜 자신만 모르는지 굉장히 불쾌했다.찬호와 소희가 즐겁게 이야기하며 말했다. “누나, 둘째 큰 아빠 집에 가지 말아요. 엄마가 동의하시게 내가 잘 말하면 누나도 우리의 진짜 누나가 될 수 있어요!”유민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눈썹을 치켜 올렸으나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 “네 엄마가 나를 인정할까?”“물론이죠! 내가 동의하면 우리 엄마도 동의할 거예요.” 찬호가 진지하게 대답하였으나 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 생각해 주는 마음은 고마워, 난 너희의 그런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이미 너희랑 소시연의 누나니까.”찬호는 조용히 말했
소희가 운전하며 후방 거울로 임유민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 소희가 묻자 유민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랑 소찬호 중에 누구랑 더 친해요?” 소희는 뜬금없는 유민의 질문에 잠깐 놀라다가 질문 수준이 너무 하찮아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거야?”“기분 나쁘기는 무슨, 그냥 물어본 거예요!” 유민은 강하게 부정했지만 다들 알다시피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었다.“너희 둘 다 내 동생이야, 똑같이 친해.” “동생이라니, 저희 삼촌이 들으시면 또 혼내시겠네요.”유민이 툴툴거리며 말했다.“네 삼촌이 네가 이렇게 쪼잔한 줄 알면 너도 혼낼 거야.”소희가 웃으며 말하자 유민은 눈을 굴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위험에 처하면 그때도 이렇게 걱정해 줄 거예요?”소희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되물었다.“아니면 어쩔 거라고 생각하는데?”유민은 자신이 납치되었을 때 소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생각을 하자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됐어요, 어차피 앞으로 소희 선생님은 우리 임씨 가문의 사람이 될 거니까. 일단은 찬호랑 비교하지는 않을게요.” 임씨 저택임구택은 집에서 물건을 찾아가려고 차를 주차하고 거실로 들어가자, 집사인 진수미가 맞이했다. “둘째 도련님, 고운서 씨가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으셨어요.”구택은 거실에 앉아 있는 여성을 보고 놀랐다. “무슨 일이야?”고운서는 일어서며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 이모님과 큰형님 내외가 돌아올 예정이라 왔어요. 어머님과 큰형님을 오랫동안 못 뵈어서 한번 뵈려고요.”구택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께서 일이 생겨서 내일 밤 비행기로 바꿨으니까 기다릴 필요 없어.”“그럼…….”운서는 눈이 반짝반짝해서 말했다.“괜찮아요, 당신한테 할 얘기도 있어서 온 거니까.”운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잠깐 올라가도 돼요?”구택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따라와.”두 사람은 3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갔고 구택은 책장에서 문서를 찾으며 말했다
임구택은 차가운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난 너를 죽이지 않을 거야. 넌 내가 미워할 가치도 없으니까 나와 소희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돼.”고운서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이미 당신과 충분히 멀어졌어요. 소희를 괴롭힌 적도 없어요. 오늘 여기 온 건 주시후를 용서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예요. 내 이모님을 만나게 해주고 바로 떠나게 해주세요.”“불가능해.” 구택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신후가 돌아오면 나는 신후의 목숨을 노릴 거고 소희가 입은 모든 상처를 신후에게 되돌려줄 거야.”운서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우리 거의 30년을 알고 지냈어요. 내 얼굴을 봐서라도 조금의 여지를 주지 않을 건가요?”“우리의 우정은 네가 소희를 다치게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미 끝났어.”“소희, 소희!” 운서는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왔다.“당신 마음속에 정말 나에 대한 조금의 마음도 없나요?”구택은 차갑게 대답했다. “그런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마.”운서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말이 맞아요. 내가 정말 어리석었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당신에 대한 기대를 가졌던 거요.”운서는 뒷걸음질 치며 손에 스프링 나이프를 들고, 날카로운 칼날을 손목 위에 대고 울어서 빨갛게 된 눈으로 구택을 응시했다.“내가 시후 오빠가 소희에게 빚진 것을 대신 갚을게요. 다 갚으면 당신은 만족할껀가요?”구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나를 협박하는 거야?”“당신이 나를 신경 쓰지 않는데, 내가 무엇으로 당신을 협박할 수 있겠어요?” 운서는 구택을 아프게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목숨으로 소희에게 했던 죄를 물을 수 있으면 시후 오빠를 용서해 줄 수 있나요?”위험해 보이는 운서의 모습이었지만 운서를 바라보는 구택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였다.“고운서,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럼 한 번 더 바보가 돼 보죠.”운서는 결연한 표정으로 손목을 세게 그었다. 구택이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