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청아는 이것이 성연희가 지난번에 선물한 장난감 세트에 포함된 것임을 기억해 냈다.“정말 있었네!”장시원이 놀라며 두 개의 반지를 들고 웃었다.“이건 너무 작으니까 좀 개조해야겠어.”은색 반지는 열린 형태였고, 장시원은 우청아의 손가락 크기를 눈대중으로 살핀 뒤 반지를 적당한 크기로 조절했다.그는 자신의 반지에서 장미 모양을 제거하고, 단순한 둥근 형태로 만들어 자신의 손가락에 맞게 조절했다.“이제 됐어!”“삼촌 대단해!”요요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손 내밀어봐.”장시원이 우청아를 바라보며 말하자 우청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뒤로 숨겼다. “성의 공주에게 끼워줘요.”“당신이 내 공주야!”장시원이 우청아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그는 팔을 뻗어 우청아의 손을 잡고, 반지를 그녀의 약지에 끼우자 핑크색 다이아몬드 장미가 우청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장시원은 우청아의 손을 잡고,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정말 예뻐!”우청아는 숨이 멎는 것 같았고, 급히 손을 빼냈다.우청아는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뜨거워져,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다.장시원은 자신의 반지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나한테도 끼워줘요.”우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가만히 있자 장시원은 웃으며 반지를 요요에게 건네며 말했다.“엄마가 부끄러워하니 요요가 끼워줘.”“알았어요!”요요가 곧장 받아 장시원의 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정말 예쁘네.”장시원은 자신의 반지를 바라보며 눈이 즐거워 보였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죠?”요요는 눈을 굴리며 생각한 뒤 말했다.“엄마 안아줘요.”“그래!”장시원이 우청아를 바라보며 팔을 벌려 그녀를 안으려 했으나 우청아는 갑자기 일어났다.“그만, 이제 그만 놀고 자야 해요.”“하나도 안 졸려.”요요가 반짝이는 큰 눈으로 말했다.“졸리지 않아도 이제 자야 해. 엄마가 오늘 새로운 그림책 읽어줄게, 어때?”청아가 부드럽게 말했다.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말에 요요는
만약 이번 생에 다시 결혼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이 ‘결혼식’은 평생 마음속에 기억될 것이다.장시원이 요요를 달래기 위해 장난으로 한 말일까 봐, 우청아는 갑자기 두려워졌는데 그녀는 실제로 그 속에 빠져버렸고 또한 허홍연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결국 장시원에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다.자기 여자를 건드린 사람은 그 누구도 좋게 끝나지 않는다고 했던 장시원이었지만 그는 말을 잘못했다.장시원을 사랑했던 여자들이 좋게 끝나지 않았던 것이었다.요요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우청아는 그녀 옆에 몸을 숙여 누워, 그녀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심란하여 도무지 진정할 수 없었다,‘장시원과 떨어져 있어야 하나?’우청아는 이미 자신 앞에 절벽이 있고, 한 걸음 더 내디디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장시원은 샤워를 마치고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끊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한 시간 이상이 지났는데 우청아는 그와 인사도 하지 않자 문을 열고 나가, 닫힌 안방 문을 바라보았다.‘그냥 잠들었나?’우청아가 오늘 너무 피곤할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편안히 잠들도록 했다.장시원은 주방으로 가 물을 마시려 거실을 지나다가 발걸음을 멈췄다.거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우청아가 그에게 등을 돌리고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밤하늘 아래, 그녀는 무릎을 껴안고 앉아 있었고, 그녀의 가녀린 몸은 밤에 더욱 연약해 보였다.장시원은 잠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가, 주방으로 돌아가 물 대신 맥주 두 캔을 들고 발코니로 갔다.요요는 자주 발코니에서 놀기 때문에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고 장시원도 우청아처럼 바닥에 앉아서 그녀에게 맥주를 건넸다. “한 캔 할래요?”우청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맥주를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장시원은 다시 맥주를 가져가서 뚜껑을 열고 나서야 그녀 손에 넘겨주었다.우청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 남자는 언제나 이렇게 세심하고 배려심이 깊어서 장시원과 함께하는 사람이
“당신…….”우청아가 망설이며 말했다. “당신도 당신의 삶이 있잖아요.”장시원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내가 했던 말은 어떻게 생각해?”우청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당신의 병을 고쳐서, 빚을 갚는 게 어떨까요?”장시원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쥐었다. “우청아, 당신이야말로 내 병이야!”우청아는 심장이 쿵쿵 뛰었고 결국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장시원은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입술에 남은 맥주 자국을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낮고 천천히 말했다. “우청아, 당신은 남들한테 빚진 건 다 갚으면서, 나한테 빚지고는 왜 이렇게 태연한 거야?”우청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항상 기억하고 있어요!”“그럼 나한테 갚아요, 나는 세 달만 당신이 필요해요. 세 달 후에, 널 자유롭게 해 줄게, 강성에 남든 시카고로 가든 상관없으니까.”우청아는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정말로 세 달 만인 거예요?”“그래, 세 달.”장시원은 더욱 가까이 다가가 우청아의 손에서 맥주를 빼앗아 옆에 두고는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며 말했다.그날 밤 달이 유난히 밝았다.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빛 빛이 느껴졌고 장시원의 잘생긴 얼굴에 매력이 더해져 우청아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장시원이 다시 우청아의 삶에 나타난 순간부터, 그녀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알았다. 모든 저항은 결국 헛된 몸부림이었고 우청아는 갑자기 소희와 성연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장시원은 자신이 얻지 못한 것을 더 갈망한 것은 그는 거절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그가 우청아를 얻는다면, 우청아의 사랑은 사라질 것이었고 그녀의 삶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었다.우청아의 사랑을 장시원에게 쏟으면 그가 우청아를 자유롭게 풀어줄 것인가 아니면 우청아의 사랑은 애초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던 것이었을까?“제가 당신한테 빚진 하룻밤은 하룻밤으로 갚을 게요.”우청아는 떨렸고 눈물을 참으며 마지막으로 저
동쪽에서 서쪽으로 천천히 이동한 달은 게스트 룸의 창밖에서는 보이지 않았기에 방은 더욱 어두워 보였다.우청아는 샤워를 마치고 잠에서 깨어나 다시 침대로 돌아와 멍하게 남자를 바라보자 장시원은 그녀의 어리버리한 모습을 굉장히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몸을 숙여 우청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장시원의 목소리는 허스키하여 섹시하면서도 극도로 부드러웠다. “잘 자요, 나는 요요를 돌볼 테니까 깨어났을 때 내가 없어도 당황하지 마요. 나도 당신이랑 함께 있고 싶어도 참고 있는 중이니까.”우청아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목소리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다.“알았어요.” 우청아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장시원은 아쉽다는 듯 우청아를 바라보며 우청아의 턱을 잡고 또다시 입술에 키스했고 이불을 우청아에게 덮어주며 말했다. “잘 자요, 나는 바로 옆방에 있을게요.”장시원이 떠난 뒤, 우청아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였다.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많이 피곤했는지 잠이 몰려왔다.장시원은 방으로 돌아가 요요를 확인한 후, 방 안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는 거실로 나왔다.장시원은 발코니로 이동해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팔을 뻗어 창문을 열었다.바람이 얼굴을 감싸고 장시원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임구택도 금방 잠들었는데, 탁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자 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소희를 달래며 일어나 전화를 끊었다.다행히 소희는 깨어나지 않았고 임구택은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들고 침실 밖으로 나갔다.거실로 향한는 도중, 전화가 다시 울렸고 임구택은 빠르게 발코니로 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에서 장시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말 잘 보내!”임구택은 화가 난 상태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제발 용건이 있으면 전화하지?”아래층에 있는 장시원은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여 내뿜었고 그의 눈은 따듯하고도 맑았으며 웃음이 계속 났다.“여자가 관계 맺은 후에 먹는 약 중에서 어떤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다 뒷일도 고려하지 않은 건 시원의 평소의 처사 방식과 너무 달랐다.하지만 방금 구택과 통화를 하면서 시원은 순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청아가 이번 일로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그대로 낳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요요도 그렇게 예뻐해 줬는데, 자신과 청아의 아이라면 더 예뻐해 줄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구택보다 먼저 아이가 생길 것만 생각하면 마음 속의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시원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올랐다.어둠 속 뽀얀 담배 연기에 가려진 그의 눈동자는 유난히 빛이 났고, 눈빛 깊은 곳엔 유쾌함이 묻어 있었다.……청아가 다시 깨어났을 땐 날이 이미 밝았다. 밖에서는 시원과 요요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허리 쪽에서 전해오는 시큰거림은 간밤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강조해주었다.청아는 괴롭고 화가 나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나 정말 너무 충동적이었어, 어떻게 타협할 수가 있지?’‘틀림없이 유혹당했을 거야.’그런데 이때,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청아는 신속히 이불을 다시 덮고 계속 자고 있는 척을 했다.아무 생각 없는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시원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하는 게 분명했다.문이 열리고 시원이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청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아직도 깨지 않은 건가?”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눈치챈 청아는 속눈썹이 통제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떨고 있었다.그러다 천천히 눈을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여기에 계세요?”“그럼 어디에 있어야 하는데?”‘원하는 걸 이미 얻었으면 가야 하는 거 아닌가?’“시원 씨.”청아가 두손으로 이불을 꽉 잡고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는 눈빛으로 시원을 바라보았다.“저 빚 다 갚은 거 맞죠?”“하룻밤으로 모든 빚을 다 갚은 셈 치겠다고? 우청아, 양심이 찔리지도 않아?”청아는 전혀 찔리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하지
시원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청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옆 얼굴에 입술을 살짝 맞추었다. 그러고는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순간, 청아는 온몸의 피가 얼굴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 힘껏 시원을 밀쳤다.“요요 보러 가요 어서!”시원이 소리 없이 가볍게 웃으며 경망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부끄러워하긴, 습관 되면 괜찮을 거야.”“시원 씨…….”청아가 가볍게 입술을 한번 말아 물고는 시원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시원이 곧 그녀의 말허리를 끊었다.“시원 오빠라고 불러야지.”“싫어요!”청아의 얼굴에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이에 시원이 한 걸음 양보하기로 했다.“그럼 저녁에 그렇게 부르는 걸로 하고.”청아가 조용히 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시원 씨, 우리 지금 어떤 관계인 거죠?”“연인 관계.”시원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어떤 연인 관계요?”“당연히 진지한 연인 관계이지.”“3개월이요?”시원이 잠시 멈추더니 되물었다.“3개월 후에 끝났으면 좋겠어?”청아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시원이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한번 도전해보자.”‘3개월이면 청아가 나의 마음속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아내기에 충분하겠지? 청아도 3개월 안에 나를 사랑할 수 있을지 도전해 볼 수 있고.’청아가 맑고 깨끗한 눈동자로 한참 고민하고 나서 천천히 대답했다.“그렇게 해요. 단 저는 우리의 관계를 공개하고 싶지 않아요.”자신에게 퇴로를 남겨주고 있는 것이었다.시원이 듣더니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하지만 표정 한번 변하지 않고 청아의 부탁에 승낙했다.“그래.”“그럼 먼저 나가줘요, 저 옷 갈아 입어야 해요.”“내가 보는 게 쑥스러워?”시원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농담을 내던졌다. 그러고는 청아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청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한번 맞추고는 애정이 묻은 어투로 말했다.“내가 요요를 보고 있을 테니까 불편하면 좀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나.”청아가 두 눈
“연희 이모!”요요가 연희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달려왔다.이에 연희가 요요를 들어 안아 두 바퀴 돌고는 말했다.“이모 오늘 요요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사왔는데!”요요가 연희의 품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단순한 즐거움에 주위의 어른들도 저도 모르게 따라 즐거워졌다.시원은 자신이 집에 있으면 청아가 많이 불편해할 것 같아 요요를 품에 안고 자상하게 말했다.“편하게 이야기 나눠요, 난 요요와 밖에서 놀고 있을 게요.”“어디 가는데요?”청아의 물음에 시원이 품속의 요요를 보며 물었다.“요요는 어디로 가 놀고 싶어?”“해피 놀이터요!”시원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아를 향해 말했다.“우리 해피 놀이터에서 놀다가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올게. 저녁에 구택이도 불러서 같이 밥 먹자, 내가 쏠 터니까.”옆에 있던 연희가 농담 묻은 어투로 끼어들었다.“경사가 나서 그런가? 시원 씨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네요?”청아가 어색한 표정으로 연희를 한번 노려보고는 요요를 향해 당부했다.“함부로 뛰어다니지 말고, 아저씨의 말을 잘 들어야 해.”“네!”놀이터를 엄청 좋아했던 요요의 작은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고, 청아의 당부에 시원의 어깨를 꼭 껴안고 대답했다.시원이 요요를 데리고 집을 떠난 후 연희가 가져온 디저트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청아를 향해 물었다.“어젯밤에 함께 있기로 한 거야?”분명 어제 낮에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주 이성적이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변해 있었으니.청아가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고는 괴로운 표정을 드러냈다.“욕하고 싶으면 욕해, 나도 왜 승낙했는지 모르겠어.”“네 탓 아니야, 시원 씨의 매력이 흘러 넘쳐서 그렇지.”연희가 위로하 듯 청아의 머리를 다독이며 말했다.하지만 연희의 위로에 농담이 묻어 있다는 걸 눈치챈 청아는 더욱 난감해졌다.그러자 소희가 이미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마음 속의 결정에 따르면
소희가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일하고 있는데 방해한 거 아니야?]“아니. 솔직히 나 지금 당신 생각하고 있어.”구택이 창문 앞에 서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이에 소희가 낮은 소리로 한번 웃고는 다시 물었다.[내가 평소에 먹던 약을 어디에 뒀어?]“누구에게 주려고?”[장시원 씨.]구택이 나지막하게 웃었다.“침실 캐비닛 두 번째 서랍에 있어.”[알았어. 계속 일 봐.]소희가 지니에게 인사하고는 구택의 집으로 들어갔다.구택이 손목 들어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방금 시원이 나에게 연락이 왔어. 나 이제 한 시간 더 있으면 돌아갈 거니까 저녁에 보자.”[응, 알았어.]소희가 전화를 끊고 침실로 들어가 서랍을 열었다. 그러다 안에 가지런히 놓인 약상자들을 보고는 순간 멍해졌다.전에 구택이 그녀에게 피임 약을 많이 준비했다고는 했지만, 서랍 가득 갖춰진 약을 직접 보고 나니 여전히 심장이 한번 움츠러들었다.‘구택 씨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야.’‘다들 구택 씨가 나를 그토록 사랑하는데 분명 아기도 엄청 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구택 씨는 반대로 이렇게 많은 피임약을 준비하고 있어.’‘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거지?’……소희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소시연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언니! 오늘 ‘여신의 옷장’ 첫방 날이야! 나 너무 긴장돼!]소희가 가볍게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침착해, 이건 첫 시작일 뿐이야.][나 꼭 언니가 쟁취해 준 기회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할 거야! 우리 엄마도 엄청 기뻐하셨어, 그러면서 집안 친척들에게 오늘 저녁 무조건 ‘여신의 옷장’ 첫방을 봐야 한다며 통지까지 하셨다니까, 하하! 언니, 나 정말 이번 기회는 언니가 쟁취해 준거라고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어.][괜찮아. 네 노력만 보여주면 돼.][그럼 이제 내가 방송에서 성공하고 유명해지면 그때 가서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하게 해 줘! 나 정말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