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서쪽으로 천천히 이동한 달은 게스트 룸의 창밖에서는 보이지 않았기에 방은 더욱 어두워 보였다.우청아는 샤워를 마치고 잠에서 깨어나 다시 침대로 돌아와 멍하게 남자를 바라보자 장시원은 그녀의 어리버리한 모습을 굉장히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몸을 숙여 우청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장시원의 목소리는 허스키하여 섹시하면서도 극도로 부드러웠다. “잘 자요, 나는 요요를 돌볼 테니까 깨어났을 때 내가 없어도 당황하지 마요. 나도 당신이랑 함께 있고 싶어도 참고 있는 중이니까.”우청아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목소리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다.“알았어요.” 우청아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장시원은 아쉽다는 듯 우청아를 바라보며 우청아의 턱을 잡고 또다시 입술에 키스했고 이불을 우청아에게 덮어주며 말했다. “잘 자요, 나는 바로 옆방에 있을게요.”장시원이 떠난 뒤, 우청아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였다.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많이 피곤했는지 잠이 몰려왔다.장시원은 방으로 돌아가 요요를 확인한 후, 방 안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는 거실로 나왔다.장시원은 발코니로 이동해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팔을 뻗어 창문을 열었다.바람이 얼굴을 감싸고 장시원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임구택도 금방 잠들었는데, 탁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자 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소희를 달래며 일어나 전화를 끊었다.다행히 소희는 깨어나지 않았고 임구택은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들고 침실 밖으로 나갔다.거실로 향한는 도중, 전화가 다시 울렸고 임구택은 빠르게 발코니로 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에서 장시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말 잘 보내!”임구택은 화가 난 상태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제발 용건이 있으면 전화하지?”아래층에 있는 장시원은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여 내뿜었고 그의 눈은 따듯하고도 맑았으며 웃음이 계속 났다.“여자가 관계 맺은 후에 먹는 약 중에서 어떤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다 뒷일도 고려하지 않은 건 시원의 평소의 처사 방식과 너무 달랐다.하지만 방금 구택과 통화를 하면서 시원은 순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청아가 이번 일로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그대로 낳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요요도 그렇게 예뻐해 줬는데, 자신과 청아의 아이라면 더 예뻐해 줄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구택보다 먼저 아이가 생길 것만 생각하면 마음 속의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시원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올랐다.어둠 속 뽀얀 담배 연기에 가려진 그의 눈동자는 유난히 빛이 났고, 눈빛 깊은 곳엔 유쾌함이 묻어 있었다.……청아가 다시 깨어났을 땐 날이 이미 밝았다. 밖에서는 시원과 요요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허리 쪽에서 전해오는 시큰거림은 간밤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강조해주었다.청아는 괴롭고 화가 나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나 정말 너무 충동적이었어, 어떻게 타협할 수가 있지?’‘틀림없이 유혹당했을 거야.’그런데 이때,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청아는 신속히 이불을 다시 덮고 계속 자고 있는 척을 했다.아무 생각 없는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시원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하는 게 분명했다.문이 열리고 시원이 천천히 침대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청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아직도 깨지 않은 건가?”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눈치챈 청아는 속눈썹이 통제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떨고 있었다.그러다 천천히 눈을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여기에 계세요?”“그럼 어디에 있어야 하는데?”‘원하는 걸 이미 얻었으면 가야 하는 거 아닌가?’“시원 씨.”청아가 두손으로 이불을 꽉 잡고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는 눈빛으로 시원을 바라보았다.“저 빚 다 갚은 거 맞죠?”“하룻밤으로 모든 빚을 다 갚은 셈 치겠다고? 우청아, 양심이 찔리지도 않아?”청아는 전혀 찔리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하지
시원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청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옆 얼굴에 입술을 살짝 맞추었다. 그러고는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순간, 청아는 온몸의 피가 얼굴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 힘껏 시원을 밀쳤다.“요요 보러 가요 어서!”시원이 소리 없이 가볍게 웃으며 경망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부끄러워하긴, 습관 되면 괜찮을 거야.”“시원 씨…….”청아가 가볍게 입술을 한번 말아 물고는 시원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시원이 곧 그녀의 말허리를 끊었다.“시원 오빠라고 불러야지.”“싫어요!”청아의 얼굴에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이에 시원이 한 걸음 양보하기로 했다.“그럼 저녁에 그렇게 부르는 걸로 하고.”청아가 조용히 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시원 씨, 우리 지금 어떤 관계인 거죠?”“연인 관계.”시원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어떤 연인 관계요?”“당연히 진지한 연인 관계이지.”“3개월이요?”시원이 잠시 멈추더니 되물었다.“3개월 후에 끝났으면 좋겠어?”청아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시원이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한번 도전해보자.”‘3개월이면 청아가 나의 마음속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아내기에 충분하겠지? 청아도 3개월 안에 나를 사랑할 수 있을지 도전해 볼 수 있고.’청아가 맑고 깨끗한 눈동자로 한참 고민하고 나서 천천히 대답했다.“그렇게 해요. 단 저는 우리의 관계를 공개하고 싶지 않아요.”자신에게 퇴로를 남겨주고 있는 것이었다.시원이 듣더니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하지만 표정 한번 변하지 않고 청아의 부탁에 승낙했다.“그래.”“그럼 먼저 나가줘요, 저 옷 갈아 입어야 해요.”“내가 보는 게 쑥스러워?”시원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농담을 내던졌다. 그러고는 청아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청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한번 맞추고는 애정이 묻은 어투로 말했다.“내가 요요를 보고 있을 테니까 불편하면 좀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나.”청아가 두 눈
“연희 이모!”요요가 연희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달려왔다.이에 연희가 요요를 들어 안아 두 바퀴 돌고는 말했다.“이모 오늘 요요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사왔는데!”요요가 연희의 품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단순한 즐거움에 주위의 어른들도 저도 모르게 따라 즐거워졌다.시원은 자신이 집에 있으면 청아가 많이 불편해할 것 같아 요요를 품에 안고 자상하게 말했다.“편하게 이야기 나눠요, 난 요요와 밖에서 놀고 있을 게요.”“어디 가는데요?”청아의 물음에 시원이 품속의 요요를 보며 물었다.“요요는 어디로 가 놀고 싶어?”“해피 놀이터요!”시원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아를 향해 말했다.“우리 해피 놀이터에서 놀다가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올게. 저녁에 구택이도 불러서 같이 밥 먹자, 내가 쏠 터니까.”옆에 있던 연희가 농담 묻은 어투로 끼어들었다.“경사가 나서 그런가? 시원 씨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네요?”청아가 어색한 표정으로 연희를 한번 노려보고는 요요를 향해 당부했다.“함부로 뛰어다니지 말고, 아저씨의 말을 잘 들어야 해.”“네!”놀이터를 엄청 좋아했던 요요의 작은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고, 청아의 당부에 시원의 어깨를 꼭 껴안고 대답했다.시원이 요요를 데리고 집을 떠난 후 연희가 가져온 디저트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청아를 향해 물었다.“어젯밤에 함께 있기로 한 거야?”분명 어제 낮에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주 이성적이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변해 있었으니.청아가 소파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고는 괴로운 표정을 드러냈다.“욕하고 싶으면 욕해, 나도 왜 승낙했는지 모르겠어.”“네 탓 아니야, 시원 씨의 매력이 흘러 넘쳐서 그렇지.”연희가 위로하 듯 청아의 머리를 다독이며 말했다.하지만 연희의 위로에 농담이 묻어 있다는 걸 눈치챈 청아는 더욱 난감해졌다.그러자 소희가 이미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마음 속의 결정에 따르면
소희가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일하고 있는데 방해한 거 아니야?]“아니. 솔직히 나 지금 당신 생각하고 있어.”구택이 창문 앞에 서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이에 소희가 낮은 소리로 한번 웃고는 다시 물었다.[내가 평소에 먹던 약을 어디에 뒀어?]“누구에게 주려고?”[장시원 씨.]구택이 나지막하게 웃었다.“침실 캐비닛 두 번째 서랍에 있어.”[알았어. 계속 일 봐.]소희가 지니에게 인사하고는 구택의 집으로 들어갔다.구택이 손목 들어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방금 시원이 나에게 연락이 왔어. 나 이제 한 시간 더 있으면 돌아갈 거니까 저녁에 보자.”[응, 알았어.]소희가 전화를 끊고 침실로 들어가 서랍을 열었다. 그러다 안에 가지런히 놓인 약상자들을 보고는 순간 멍해졌다.전에 구택이 그녀에게 피임 약을 많이 준비했다고는 했지만, 서랍 가득 갖춰진 약을 직접 보고 나니 여전히 심장이 한번 움츠러들었다.‘구택 씨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야.’‘다들 구택 씨가 나를 그토록 사랑하는데 분명 아기도 엄청 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구택 씨는 반대로 이렇게 많은 피임약을 준비하고 있어.’‘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거지?’……소희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소시연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언니! 오늘 ‘여신의 옷장’ 첫방 날이야! 나 너무 긴장돼!]소희가 가볍게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침착해, 이건 첫 시작일 뿐이야.][나 꼭 언니가 쟁취해 준 기회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할 거야! 우리 엄마도 엄청 기뻐하셨어, 그러면서 집안 친척들에게 오늘 저녁 무조건 ‘여신의 옷장’ 첫방을 봐야 한다며 통지까지 하셨다니까, 하하! 언니, 나 정말 이번 기회는 언니가 쟁취해 준거라고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어.][괜찮아. 네 노력만 보여주면 돼.][그럼 이제 내가 방송에서 성공하고 유명해지면 그때 가서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하게 해 줘! 나 정말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진짜
하룻밤 사이에 프로그램은 여러 짤로 만들어져 각 동영상 사이트에 퍼졌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과 게스트를 토론하는 화제에 합류하였다.비록 방송에서 세 스타와 각 디자이너가 같이 제작해낸 작품이 심사위원의 점수에 의해 승패가 갈렸지만 프로그램이 대박을 치게 되면서 게스트 전부 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소희는 이른 아침 소시연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언니, 우리 성공했어!]휴대폰 맞은편에 있는 시연의 넘치는 기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축하해.][하지만 이번에 소동이에게 진 것만 생각하면 여전히 달갑지 않아. 다음 회차에서는 내가 반드시 소동이를 이길 거야!][꼭 그럴 수 있을 거야.]같은 시각, 인터넷에서 열띤 토론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많은 찬양 속에서 King의 팬이 갑자기 의문을 제기했다.[님들, 소동의 창작 스타일이 King과 비슷한 것 같지 않으세요?]그리고 곧 그 댓글 아래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맞아요, 정말 비슷해요. 어젯밤 첫방 볼때부터 느꼈는데.][지금 많은 디자이너들이 King의 스타일을 본뜨고 있으니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해도 크게 놀랄 필요는 없을 듯.][King이 국풍 디자인 쪽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첫방의 주제가 마침 고풍이고 하니 다들 비슷하다고 느끼시는 거 아닐까요?][국풍이 이미 King의 대명사로 되었으니 님들이 무의식적으로 King을 떠올리고 있는 걸 거예요. 소동 디자이너의 다음 번 작품이나 기대해봅시다.][그러게, 소동처럼 뛰어난 신인에게도 기회를 줍시다. 다들 먼저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말고 좀 더 지켜보자고요.]……이번 프로그램 때문에 기뻐하고 있는 건 소씨 가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세 명의 디자이너 중 두 명이나 그들 소씨 가문의 딸이었으니까.이른 아침, 진연과 하순희는 분분히 소씨 본가에 그 좋은 소식을 알렸다.순희는 프로그램이 대박 났고 시연과 소동 두 사람 모두 유명해졌다고만 전했다.하지만 진연은 특별히 강조했다.[소동
소정인이 멋쩍게 한번 웃고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위층에서 소동은 지훈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소동아, 나 정말 널 다시 보게 되었어. 넌 나의 자랑이야!]휴대폰 맞은편의 지훈이 기뻐서 말하자 소동이 쑥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저 지훈 씨를 속이지 않았죠? 이 프로그램 정말 대박 났어요.”[그것도 다 네 덕분이지. 오늘 우리 아버지께서 특별히 나를 호출해 엄청 칭찬해 주셨어, 나의 안목이 독특하다고, 또 이번 프로그램의 광고 협찬이 우리 가문에 큰 효익을 가져다주었다고. 고마워, 소동아! 우리 저녁에 만나자, 내가 너의 대박을 축하해주려고 식당까지 예약했거든.]그날 이후, 소동과 지훈은 이미 여러 차례 데이트를 했었다. 하지만 소동은 지훈에게 쉬운 여자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아 결국 거절했다.“오늘 저희 부모님도 저를 축하해 주기 위해 식당을 예약해서요, 저희는 아무래도 다음번에 만나야 할 것 같네요.”[하지만 나 지금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매일 밤 네가 보고 싶어 잠도 오지 않을 지경이야.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회의할 때도, 시도 때도 없이 네 생각이 나 미칠 것 같아.]지훈의 애정 멘트에 소동은 마음이 흔들렸는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일에 만나요.”[그래, 그럼 네 말 대로 하루만 더 참을 게.]그렇게 두 사람은 애정 멘트를 한참 더 주고받고 서야 겨우 전화를 끊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동의 휴대폰이 또 울렸고, 수신번호를 확인한 순간 소동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휴대폰 벨 소리는 소동이 받기전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기세로 계속 울리고 있었다.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소동은 결국 언짢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누나, 축하해. 인터넷 보니까 누나가 참가한 그 프로그램이 대박 났더라?]휴대폰 맞은편에서 추소용이 히죽거리며 말했다.이에 소동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인데? 나에게서 돈 요구할 생각이면 끊어, 너에게 줄 돈이 없으니까.”[누나, 사실 나 친구랑 같이 투
소동이 전화를 끊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진연이 바로 흐뭇하게 웃으며 물었다.“소동아, 엄마가 너의 첫방 대박을 축하해 주려고 사이 꽤 좋은 친구 몇 명을 불렀는데, 가고 싶은 식당이 있어?”소동이 듣더니 속으로 냉소를 드러냈다.‘내가 아직 쓸모 있는 것 같으니 바로 이렇게 태도가 돌변하네.’하지만 소동은 모든 원망과 불쾌함을 마음속에 묻어둔 채 해맑은 웃음을 드러내며 진연의 곁으로 달려갔다.“엄마가 알아서 결정해요, 전 아무런 의견도 없어요.”진연이 자신의 품에 달려든 소동을 껴안고 부드러움과 사랑이 가득 찬 눈빛으로 소동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소동이 제일 장해! 이번에 누가 감히 또 우리 소동의 험담을 하는지 엄마가 두고 볼 거야.”“제가 그랬잖아요,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거라고.”소동의 애교에 진연은 더욱 기뻐했다.“우리 착한 딸!”그런데 이때 소정인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오늘 우리 쪽에서 한턱 쏘는 날이고 또 이렇게 큰 경사가 났는데 이 기회를 빌려 소희도 불러오자, 다 함께 앉아 밥 먹으면서 오해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잖아.”진연이 듣더니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어차피 이 일은 그 아이와 상관도 없는데.”이에 소동이 눈빛 한번 반짝이더니 바로 웃으며 말했다.“엄마, 화내지 마요. 아빠도 그냥 언니를 불러와 가족끼리 오손도손 밥을 먹으려고 그러시는 거잖아요. 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괜찮긴 뭐가 괜찮아?”하지만 진연은 다시 냉소를 드러냈다.“넌 이렇게 좋은 일만 있으면 그 아이를 생각하지만, 그 아이는 언제 네 생각을 한 적이 있어? 항상 널 밟고 올라갈 생각만 하고 있잖아.”정인이 듣더니 바로 정색하여 진연에게 귀띔했다.“소동이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마.”“아무튼 난 그 아이를 불러오는 거에 동의하지 않아. 게다가 나 오늘 손님도 초대했단 말이야. 우리 한 번도 소희를 공개한 적이 없는데 그때 가서 어떻게 유 부인과 하 부인에게 소희를 소개해?”“그럼 이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