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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다음날 토요일,

오늘도 임씨 가문의 운전기사가 소희 데리러 왔다.

가는 길에 소희는 차 안에서 교과서와 복습 자료를 뒤적거리며 강의할 내용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임유민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임유민의 과외를 맡기 시작해서부터 여러 번이나 개인 사정 때문에 오지 못했으니. 나중에 우정숙이 돌아오게 되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임씨 가문에 도착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소희는 잔디밭 쪽에서 전해오는 함성을 듣게 되었다.

소리를 따라 찾아가 보니 임구택과 임유민이 공을 차고 있었다

잔디밭에는 골포스트가 놓여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운동복 차림을 한 채 뛰어다니고 있었다.

종래로 임구택이 축구하는 걸 본 적이 없었던 소희는 갑자기 조백림이 조직한 축구 경기를 볼 때 임구택이 했던 말이 생각나 순간 할 말을 잃었다.

‘2년이나 지났는데 왜 갈수록 유치해지는 거야.’

소희는 잔디밭 가장자리까지 천천히 걸어가 두 사람이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을 구경했다.

두 사람은 축구공 하나를 둘러싸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심히 뛰어다녔다. 임구택은 줄곧 임유민을 양보하면서 기교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러다 몇 분 후 임구택은 드디어 공을 넣었고 임유민은 멀리 굴러간 공을 주으러 갔다.

그 틈을 타 임구택이 소희를 돌아보며 웃었다.

"거기 서서 뭐 해, 물이나 가져다줘."

이에 소희는 하얀 벤치에 놓인 생수 두 병을 들고 임구택 쪽으로 걸어갔다.

멀지 않은 거리를 임구택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쳐다보았다.

소희가 다가가서 물을 건네주었다.

"나 손이 엄청 더러워. 열어줘."

임구택의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은 흰 이마에 흩어져 붙어 있었고, 소희를 쳐다보고 있는 두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어둡고 깊어졌다.

소희는 임구택을 한 번 흘겨보고는 물병 뚜껑을 열어 건네주었다.

물병을 건네받은 임구택은 고개를 들어 물을 꿀꺽꿀꺽 크게 들이마셨다. 옆으로 흘러나온 물방울은 그의 각진 턱선을 따라 기복이 심한 목덜미를 지나 흰색 티셔츠 속으로 스며들었고,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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