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토요일,오늘도 임씨 가문의 운전기사가 소희 데리러 왔다.가는 길에 소희는 차 안에서 교과서와 복습 자료를 뒤적거리며 강의할 내용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임유민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임유민의 과외를 맡기 시작해서부터 여러 번이나 개인 사정 때문에 오지 못했으니. 나중에 우정숙이 돌아오게 되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임씨 가문에 도착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소희는 잔디밭 쪽에서 전해오는 함성을 듣게 되었다.소리를 따라 찾아가 보니 임구택과 임유민이 공을 차고 있었다잔디밭에는 골포스트가 놓여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운동복 차림을 한 채 뛰어다니고 있었다.종래로 임구택이 축구하는 걸 본 적이 없었던 소희는 갑자기 조백림이 조직한 축구 경기를 볼 때 임구택이 했던 말이 생각나 순간 할 말을 잃었다.‘2년이나 지났는데 왜 갈수록 유치해지는 거야.’소희는 잔디밭 가장자리까지 천천히 걸어가 두 사람이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을 구경했다.두 사람은 축구공 하나를 둘러싸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심히 뛰어다녔다. 임구택은 줄곧 임유민을 양보하면서 기교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그러다 몇 분 후 임구택은 드디어 공을 넣었고 임유민은 멀리 굴러간 공을 주으러 갔다.그 틈을 타 임구택이 소희를 돌아보며 웃었다. "거기 서서 뭐 해, 물이나 가져다줘."이에 소희는 하얀 벤치에 놓인 생수 두 병을 들고 임구택 쪽으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거리를 임구택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가 다가가서 물을 건네주었다."나 손이 엄청 더러워. 열어줘."임구택의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은 흰 이마에 흩어져 붙어 있었고, 소희를 쳐다보고 있는 두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어둡고 깊어졌다.소희는 임구택을 한 번 흘겨보고는 물병 뚜껑을 열어 건네주었다.물병을 건네받은 임구택은 고개를 들어 물을 꿀꺽꿀꺽 크게 들이마셨다. 옆으로 흘러나온 물방울은 그의 각진 턱선을 따라 기복이 심한 목덜미를 지나 흰색 티셔츠 속으로 스며들었고, 티
"어서 수업하러 가야지."소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임구택을 한 번 노려보고는 임유민을 향해 정색해서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가방을 메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임유민이 임구택을 향해 눈썹을 한 번 올리더니 길게 한숨을 쉬었다."둘째 삼촌, 소희 쌤이 여전히 삼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은데, 더욱 분발해요."이에 임구택이 임유민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너도 분발해.""제가 뭘 분발해요?""둘째 삼촌과 둘째 숙모가 잘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줘야지."임유민이 듣더니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걱정 말고 저에게 맡겨요. 어차피 소희 쌤은 지금 삼촌보다 저를 더 좋아하니까."".....".‘그래, 둘째 삼촌 화병이 나 죽을 때까지 시비 걸어. 삼촌이 죽으면 너에겐 둘째 숙모도 없을 거니까.’......소희는 임유민의 방에 앉아 임유민이 샤워하는 동안 이번 주의 숙제를 전부 검사했다.그리고 임유민도 소희가 기다린다는 걸 알고 신속히 샤워하고 수업하러 나왔다."머리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소희가 임유민의 젖은 머리를 한 번 보고는 물었다."괜찮아, 금방이면 말라.""그럼 수업 시작하자."소희는 1교시에서 지난주의 내용을 복습하고 2교시에서는 다음 주에 배울 내용을 예습할 계획이었다.임유민이 자신의 주말 숙제를 소희에게 건네주며 물었다."어때?"방금 이미 한 번 훑어본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전보다는 많이 진보했어."적어도 시를 함부로 왜곡하지 않았으니."그럼 가서 둘째 삼촌에게 보여 줘."임유민이 웃으며 말했다."둘째 삼촌보고 우리 아빠에게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해. 안 그러면 아빠는 또 내가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았다고 의심하실 거야."한눈에 임유민의 꿍꿍이를 간파한 소희가 덤덤하게 웃었다."방금 네가 샤워할 때 내가 이미 너의 엄마에게 찍어 보냈어. 두 분 지금 함께 계시겠지?"순간 할 말을 잃은 임유민이 한참 지나서야 불만이 묻은 어투로 말했다."다음부터는 둘째 삼촌에게 시켜, 안 그러면 엄
임유민이 보더니 바로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왜 날 그렇게 쳐다봐? 난 너에게 점심 먹고 가라고 권했잖아. 둘째 삼촌은 네가 거절할 줄 몰랐어."중도에 분명 임유민이 휴대폰을 만진 걸 본 소희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이때 임구택이 더욱 무고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에 임구택과 임유민이 서로를 한 번 쳐다보고는 빙그레 웃으며 소희의 뒤를 따랐다.차에 오른 후 임구택이 말했다."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 일단 밥 먹으러 가자.""점심에 청아 집으로 가서 밥 먹기로 했어.""미뤄."소희가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는 다시 말했다."이미 하고 있을 거야."임구택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다시 일깨워 주었다."전에 청아 씨가 치카고로 돌아가게 되면 어정으로 오겠다고 약속했던 거 잊지 마."소희가 듣더니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자신이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 생각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다 눈동자를 한 번 돌리고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리고 소희의 흔쾌한 대답에 임구택이 기뻐서 바로 물었다."청아 씨의 어머니 이미 퇴원하셨다고 들었는데, 청아 씨는 언제 돌아간대?""시원 씨가 알려주지 않았어?"소희의 의아함이 묻어있는 눈빛에 임구택이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물었다."뭘?""청아를 치카고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시원 씨가 장씨 그룹에서 청아한테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줬어.""......"임구택이 고개를 돌려 소희를 보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나를 가지고 놀았어?""아니."소희의 죽어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모습에 임구택이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마음속의 울분은 갈수록 벅차올라 얼굴색마저 어두워졌다.이에 순간 기분이 좋아진 소희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올라간 입꼬리는 여전히 임구택에게 포착되었다.웃고 있는 소희의 옆모습을 보노라니 임구택은 마음속의 울분과 불만이 단번에 많이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소희는 차 밖에 진짜 사람이 있는 거 같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착하네."임구택이 웃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 했다.이에 소희가 임구택 먼저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내일 오후 유민이를 데리고 승마장으로 가자."소희의 뜬금없는 제의에 임구택이 잠깐 멍해 있더니 다소 불쾌해하는 어투로 물었다."우리 둘의 데이트인데, 유민이는 왜 불러?""성적이 오르면 사격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거든.""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전부 기억하고 있으면서 왜 나와 했던 약속은 마음에 두지 않는 거야?""내가 뭘 약속했는데?""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약속했잖아.""그건 당신이 먼저 질린다고 한 거잖아."소희의 대답에 임구택은 순간 가슴이 바늘에 찔린 것마냥 아팠다.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이때 갑자기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청아가 휴대폰 맞은편에서 밥이 거의 다 되어 간다고, 언제 돌아오냐고 묻고 있었다.이에 소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다."나 지금 집 아래에 있어, 곧 올라갈 거야."전화를 끊은 후 소희는 임구택과 작별을 고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내내 그윽하게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임구택의 눈빛에 소희는 결국 말을 삼켰다.임구택이 손을 들어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어서 올라가, 밥 많이 먹고.""응, 운전 조심해."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임구택이 자신을 계속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뒤돌아보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그리고 차에 앉아 있는 임구택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한 번도 돌아보지 않네. 모질긴.’소희가 청아의 집으로 들어서니 청아가 마침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를 보고 고개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왜 오늘 이렇게 늦게 돌아온 거야?""임유민이 일이 있다고 해서 수업을 늦게 시작했어."거실에서 놀고 있던 요요가 소희의 목소리를 듣고 소희한테로 다가갔다."소희 이모!""오전에 뭐 했어?""엄마랑 같이
가뜩이나 매일 온몸으로 출근을 거부했던 마민영이 듣자마자 이 감독을 찾아갔고, 마민영의 그런 모습에 대본을 보고 있던 이 감독이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민영 씨가 여긴 무슨 일이지?”“감독님, 왜 소희 씨만 주말을 쉴 수 있는 거죠? 저도 쉬겠습니다!”“누가 민영 씨한테 그런 소리를 했어?”“소동 씨요!”이 감독의 물음에 마민영이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소동을 가리켰다.그리고 마침 마민영에게 눈짓을 하려던 소동이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마민영의 행동에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저 여인 바보 아니야?’‘저런 지력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연예계에서 살아남은 거야?’이 감독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소동을 바라보았다.“소동 씨, 우리 제작팀의 촬영 진도가 이미 엄청 지체됐어, 그러니까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말아 줄래?”“저, 저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에요.”소동의 어눌한 대답에 이 감독이 한숨을 내쉬고는 마민영을 바라보았다.“민영 씨, 소희 씨는 우리 제작진의 직원이 아니라 북극에서 보내온 디자이너야. 그러니 북극의 직원이 북극의 규칙에 따라 주말을 쉬는 게 마땅한 거 아닌가? 그리고 매주 금요일이면 소희 씨는 토요일에 찍을 씬들의 의상을 아무런 누락도 없이 전부 다 정리해 놓고 쉬는 거야. 하지만 민영 씨가 당시 체결 한 계약서에는 명백히 적혀있었어, 제작진의 모든 합리적인 안배에 협조해야 한다고. 민영 씨 같은 배우들은 제작팀에 합류하게 되면 거의 휴식이 없다는 거 민영 씨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소동 씨 같은 경우는 민영 씨가 사적으로 청한 디자이너이니까 소동 씨의 휴무에 대해서는 민영 씨가 알아서 결정해.”“배우도 사람이에요, 정상적으로 쉴 권리를 누린다고요!”“그럼 민영 씨의 출연료도 일반 직장인들과 한 번 비교해 봐.”마민영의 계속되는 불만에 이 감독이 쌀쌀하게 웃으며 조롱했고, 팩트에 제대로 맞은 마민영은 순간 할 말을 잃게 되었다.이에 소동이 기회를 틈타 마민영을 타일렀다.“그래요, 민영 씨. 이
미나가 즉시 부름에 응하고는 소동을 향해 말했다.“프린트가 끝난 후 그냥 가져가시면 돼요. 난 저쪽에 일이 있어 먼저 나가볼게요.”“그래요, 가서 일 봐요.”미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삐 방을 나갔고 홀로 남은 소동은 의자에 앉아 프린트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무심코 소희의 컴퓨터 화면을 한 번 쓸었고,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문 쪽을 쳐다보았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소동은 즉시 마우스를 잡아 소희의 컴퓨터 화면을 켰다.소희의 컴퓨터 화면은 엄청 깨끗했다. 데이터 정리하는 소프트웨어, 갤러리, 디자인에 사용되는 소프트웨가 전부였다.소동은 디자인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열어 소희가 최근에 완성한 디자인 원고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원고들을 본 소동은 놀라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그중 몇 장은 가을 의상으로 스타일로 봐서는 GK의 느낌이 물씬했다.소동은 순간 가슴이 미친 듯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소희는 분명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배운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려낸 디자인 원고가 항상 예기치 못한 놀라움을 자아내는 거지?’‘게다가 많은 디자인 요소는 나조차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야.’어느새 샘솟기 시작한 질투심은 욕심으로 변했고, 욕심은 결국 그녀의 마음속에 나쁜 종자를 심었다.소동은 바로 그윽한 빛이 번쩍인 두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며 CCTV를 찾았다.지난번의 일 때문에 그녀는 이미 아주 큰 대가를 치렀으니 이번에는 절대 같은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다행히도 이 방은 이 감독이 특별히 소희에게 조용히 업무도 하고 휴식도 하라고 준비해 준 방으로 굳이 CCTV를 설치하지는 않았다.그걸 확인한 순간 소동의 심장박동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었다, 긴장하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여서.‘하느님이 나를 도와 주고있는 거야.’신속히 디자인 원고를 프린트한 후 소동은 폴더를 끄고 디자인 원고를 의상 리스트 맨 아래장에 숨겼다. 그러고는 막 떠나려는데 마침 미나가 뛰어 들어왔다.“아직도 안 끝났어요?”“아니요, 방금 작동이
소희가 어렸을 때 겪은 고통을 전부 알고 있었던 임구택은 초씨 집안을 엄청 증오했다.한참 후 소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아니, 신경 쓰지 말자.”추소용은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기가 죽어서는 식당을 나섰다.밥을 다 먹고 난 후 소희 등 세 사람은 차를 몰고 승마장으로 향했다, 승마하러 간 것이 아니라 총 게임하러.승마장의 동남쪽 언덕 부근에는 총 게임 실전 장소가 있는데 난이도에 따라 폐기 공장, 빙하 세계, 야외 삼림전, 묘지 보물찾기 등 몇 개의 작전 구역으로 나뉜다.소희 그들이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임구택은 바로 입장권 사러 갔고 소희는 임유민과 함께 장소를 선택했다.“쌤, 저 묘지 보물찾기 놀래요!”“그럴래?”“아, 아니다! 묘지는 너무 무서울 것 같고, 그냥 야외 삼림전을 놀아요!”“… 그럴까?”“아니요, 아니요!”“……”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장소를 선택하고 있는데 옆에 한 위장복을 입은 남자가 소희를 쳐다보며 웃었다.“저기요, 처음 놀러 오는 건가?”소희가 고개를 돌려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죠?”남자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그럼 우리한테로 올래? 오빠가 지켜줄게!”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린 소희는 아예 대꾸도 하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렸다.하지만 예쁘게 생긴 소희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는 단념하지 않고 또 몇 걸음 가까이 다가가 경망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나 여기 단골이야, 여기에 있는 구역은 눈 감고도 이길 수 있다고.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 오빠가 우승이 뭔지 보여줄게.”“싫다잖아, 당장 꺼져!”옆에 가만히 있던 임유민이 차마 들어줄 수가 없어 남자를 차갑게 쳐다보며 소리쳤고, 남자가 임유민의 태도에 잠깐 놀라더니 바로 웃음을 드러냈다.“어머, 보디가드도 달고 다녀?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자식이 벌써부터 미인을 위해 나서려는 거야? 하지만 적어도 2년
소희가 소녀를 차갑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난 딱히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데?”“너!”소녀의 눈에는 순간 분노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고는 바로 이를 갈며 다리를 들어 소희의 배를 향해 걷어찼다.하지만 소희의 속도가 더 빨랐다. 소희는 단번에 소녀의 발목을 잡고 앞으로 잡아당긴 후 다시 뒤로 밀쳤다. 그러자 소녀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정신을 차린 후 경악을 금치 못한 눈빛으로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는 소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조금 있다 우리랑 한 번 붙어, 어때?”소녀가 소희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도발적으로 소리쳤다.이에 소희가 고개를 돌려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좋아.”“진 사람이 무릎 꿇고 상대방에게 용서 구하기!”소녀는 눈썹을 찌푸린 채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소녀의 세상 두려울 게 없는 표정을 쳐다보며 소희가 덤덤하게 입꼬리를 한 번 올리고는 밖으로 나갔다.‘뭐야! 저 여인이 지금 날 멸시한 거야? 허!’소희의 두 눈에 묻은 경멸의 빛을 읽어낸 소녀는 어이가 없어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줍고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밖에서는 임구택과 임유민이 이미 옷을 다 갈아입고 소희를 기다리고 있었다.다 같은 위장복, 검은색 가죽 부츠, 모자에 고글차림이었는데 임구택이 소희를 한참 주시하고 나서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너무 많이 달라졌어. 확실히 컸네.”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 임무 수행했을 때의 일을 말하고 있다는 걸 소희는 단번에 알아차렸다.‘그게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소희가 임구택을 흘겨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많이 늙었어.”임구택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이제 겨우 서른 살인데 늙었다고?’‘소희에 비하면 확실히 늙긴 했지만.’소희 그들은 딱 세명뿐이라 실전 게임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낯선 관광객을 몇 명 더 초청해 한 팀을 맺어야 했다.그래서 한창 논의하고 있는데 장명 그들이 다가왔고, 방금 소희의 길을 막았던 소녀가 도발적으로 그들을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