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차 밖에 진짜 사람이 있는 거 같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착하네."임구택이 웃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 했다.이에 소희가 임구택 먼저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내일 오후 유민이를 데리고 승마장으로 가자."소희의 뜬금없는 제의에 임구택이 잠깐 멍해 있더니 다소 불쾌해하는 어투로 물었다."우리 둘의 데이트인데, 유민이는 왜 불러?""성적이 오르면 사격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거든.""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전부 기억하고 있으면서 왜 나와 했던 약속은 마음에 두지 않는 거야?""내가 뭘 약속했는데?""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약속했잖아.""그건 당신이 먼저 질린다고 한 거잖아."소희의 대답에 임구택은 순간 가슴이 바늘에 찔린 것마냥 아팠다.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이때 갑자기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청아가 휴대폰 맞은편에서 밥이 거의 다 되어 간다고, 언제 돌아오냐고 묻고 있었다.이에 소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다."나 지금 집 아래에 있어, 곧 올라갈 거야."전화를 끊은 후 소희는 임구택과 작별을 고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내내 그윽하게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임구택의 눈빛에 소희는 결국 말을 삼켰다.임구택이 손을 들어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어서 올라가, 밥 많이 먹고.""응, 운전 조심해."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임구택이 자신을 계속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뒤돌아보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그리고 차에 앉아 있는 임구택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한 번도 돌아보지 않네. 모질긴.’소희가 청아의 집으로 들어서니 청아가 마침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를 보고 고개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왜 오늘 이렇게 늦게 돌아온 거야?""임유민이 일이 있다고 해서 수업을 늦게 시작했어."거실에서 놀고 있던 요요가 소희의 목소리를 듣고 소희한테로 다가갔다."소희 이모!""오전에 뭐 했어?""엄마랑 같이
가뜩이나 매일 온몸으로 출근을 거부했던 마민영이 듣자마자 이 감독을 찾아갔고, 마민영의 그런 모습에 대본을 보고 있던 이 감독이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민영 씨가 여긴 무슨 일이지?”“감독님, 왜 소희 씨만 주말을 쉴 수 있는 거죠? 저도 쉬겠습니다!”“누가 민영 씨한테 그런 소리를 했어?”“소동 씨요!”이 감독의 물음에 마민영이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소동을 가리켰다.그리고 마침 마민영에게 눈짓을 하려던 소동이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마민영의 행동에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저 여인 바보 아니야?’‘저런 지력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연예계에서 살아남은 거야?’이 감독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소동을 바라보았다.“소동 씨, 우리 제작팀의 촬영 진도가 이미 엄청 지체됐어, 그러니까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말아 줄래?”“저, 저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에요.”소동의 어눌한 대답에 이 감독이 한숨을 내쉬고는 마민영을 바라보았다.“민영 씨, 소희 씨는 우리 제작진의 직원이 아니라 북극에서 보내온 디자이너야. 그러니 북극의 직원이 북극의 규칙에 따라 주말을 쉬는 게 마땅한 거 아닌가? 그리고 매주 금요일이면 소희 씨는 토요일에 찍을 씬들의 의상을 아무런 누락도 없이 전부 다 정리해 놓고 쉬는 거야. 하지만 민영 씨가 당시 체결 한 계약서에는 명백히 적혀있었어, 제작진의 모든 합리적인 안배에 협조해야 한다고. 민영 씨 같은 배우들은 제작팀에 합류하게 되면 거의 휴식이 없다는 거 민영 씨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소동 씨 같은 경우는 민영 씨가 사적으로 청한 디자이너이니까 소동 씨의 휴무에 대해서는 민영 씨가 알아서 결정해.”“배우도 사람이에요, 정상적으로 쉴 권리를 누린다고요!”“그럼 민영 씨의 출연료도 일반 직장인들과 한 번 비교해 봐.”마민영의 계속되는 불만에 이 감독이 쌀쌀하게 웃으며 조롱했고, 팩트에 제대로 맞은 마민영은 순간 할 말을 잃게 되었다.이에 소동이 기회를 틈타 마민영을 타일렀다.“그래요, 민영 씨. 이
미나가 즉시 부름에 응하고는 소동을 향해 말했다.“프린트가 끝난 후 그냥 가져가시면 돼요. 난 저쪽에 일이 있어 먼저 나가볼게요.”“그래요, 가서 일 봐요.”미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삐 방을 나갔고 홀로 남은 소동은 의자에 앉아 프린트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무심코 소희의 컴퓨터 화면을 한 번 쓸었고,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문 쪽을 쳐다보았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소동은 즉시 마우스를 잡아 소희의 컴퓨터 화면을 켰다.소희의 컴퓨터 화면은 엄청 깨끗했다. 데이터 정리하는 소프트웨어, 갤러리, 디자인에 사용되는 소프트웨가 전부였다.소동은 디자인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열어 소희가 최근에 완성한 디자인 원고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원고들을 본 소동은 놀라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그중 몇 장은 가을 의상으로 스타일로 봐서는 GK의 느낌이 물씬했다.소동은 순간 가슴이 미친 듯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소희는 분명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배운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려낸 디자인 원고가 항상 예기치 못한 놀라움을 자아내는 거지?’‘게다가 많은 디자인 요소는 나조차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야.’어느새 샘솟기 시작한 질투심은 욕심으로 변했고, 욕심은 결국 그녀의 마음속에 나쁜 종자를 심었다.소동은 바로 그윽한 빛이 번쩍인 두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며 CCTV를 찾았다.지난번의 일 때문에 그녀는 이미 아주 큰 대가를 치렀으니 이번에는 절대 같은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다행히도 이 방은 이 감독이 특별히 소희에게 조용히 업무도 하고 휴식도 하라고 준비해 준 방으로 굳이 CCTV를 설치하지는 않았다.그걸 확인한 순간 소동의 심장박동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었다, 긴장하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여서.‘하느님이 나를 도와 주고있는 거야.’신속히 디자인 원고를 프린트한 후 소동은 폴더를 끄고 디자인 원고를 의상 리스트 맨 아래장에 숨겼다. 그러고는 막 떠나려는데 마침 미나가 뛰어 들어왔다.“아직도 안 끝났어요?”“아니요, 방금 작동이
소희가 어렸을 때 겪은 고통을 전부 알고 있었던 임구택은 초씨 집안을 엄청 증오했다.한참 후 소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아니, 신경 쓰지 말자.”추소용은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기가 죽어서는 식당을 나섰다.밥을 다 먹고 난 후 소희 등 세 사람은 차를 몰고 승마장으로 향했다, 승마하러 간 것이 아니라 총 게임하러.승마장의 동남쪽 언덕 부근에는 총 게임 실전 장소가 있는데 난이도에 따라 폐기 공장, 빙하 세계, 야외 삼림전, 묘지 보물찾기 등 몇 개의 작전 구역으로 나뉜다.소희 그들이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임구택은 바로 입장권 사러 갔고 소희는 임유민과 함께 장소를 선택했다.“쌤, 저 묘지 보물찾기 놀래요!”“그럴래?”“아, 아니다! 묘지는 너무 무서울 것 같고, 그냥 야외 삼림전을 놀아요!”“… 그럴까?”“아니요, 아니요!”“……”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장소를 선택하고 있는데 옆에 한 위장복을 입은 남자가 소희를 쳐다보며 웃었다.“저기요, 처음 놀러 오는 건가?”소희가 고개를 돌려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죠?”남자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그럼 우리한테로 올래? 오빠가 지켜줄게!”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린 소희는 아예 대꾸도 하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렸다.하지만 예쁘게 생긴 소희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는 단념하지 않고 또 몇 걸음 가까이 다가가 경망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나 여기 단골이야, 여기에 있는 구역은 눈 감고도 이길 수 있다고.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 오빠가 우승이 뭔지 보여줄게.”“싫다잖아, 당장 꺼져!”옆에 가만히 있던 임유민이 차마 들어줄 수가 없어 남자를 차갑게 쳐다보며 소리쳤고, 남자가 임유민의 태도에 잠깐 놀라더니 바로 웃음을 드러냈다.“어머, 보디가드도 달고 다녀?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자식이 벌써부터 미인을 위해 나서려는 거야? 하지만 적어도 2년
소희가 소녀를 차갑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난 딱히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데?”“너!”소녀의 눈에는 순간 분노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고는 바로 이를 갈며 다리를 들어 소희의 배를 향해 걷어찼다.하지만 소희의 속도가 더 빨랐다. 소희는 단번에 소녀의 발목을 잡고 앞으로 잡아당긴 후 다시 뒤로 밀쳤다. 그러자 소녀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정신을 차린 후 경악을 금치 못한 눈빛으로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는 소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조금 있다 우리랑 한 번 붙어, 어때?”소녀가 소희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도발적으로 소리쳤다.이에 소희가 고개를 돌려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좋아.”“진 사람이 무릎 꿇고 상대방에게 용서 구하기!”소녀는 눈썹을 찌푸린 채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소녀의 세상 두려울 게 없는 표정을 쳐다보며 소희가 덤덤하게 입꼬리를 한 번 올리고는 밖으로 나갔다.‘뭐야! 저 여인이 지금 날 멸시한 거야? 허!’소희의 두 눈에 묻은 경멸의 빛을 읽어낸 소녀는 어이가 없어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줍고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밖에서는 임구택과 임유민이 이미 옷을 다 갈아입고 소희를 기다리고 있었다.다 같은 위장복, 검은색 가죽 부츠, 모자에 고글차림이었는데 임구택이 소희를 한참 주시하고 나서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너무 많이 달라졌어. 확실히 컸네.”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 임무 수행했을 때의 일을 말하고 있다는 걸 소희는 단번에 알아차렸다.‘그게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소희가 임구택을 흘겨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많이 늙었어.”임구택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이제 겨우 서른 살인데 늙었다고?’‘소희에 비하면 확실히 늙긴 했지만.’소희 그들은 딱 세명뿐이라 실전 게임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낯선 관광객을 몇 명 더 초청해 한 팀을 맺어야 했다.그래서 한창 논의하고 있는데 장명 그들이 다가왔고, 방금 소희의 길을 막았던 소녀가 도발적으로 그들을 바라
언뜻 임유민의 표정을 본 장명은 그들이 확실히 처음으로 실전 게임을 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표정이 더욱 역력해졌다.모든 준비가 다 끝난 후 코치가 먼저 장명에게 다가와 비비탄총의 사용법과 대전의 규칙에 대해 알려주려 했다.하지만 장명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우리는 단골이니까 말해줄 필요 없고, 저 사람들한테나 설명해 줘요.”장명 뒤에 있는 몇 사람은 다시 하찮다는 듯 비웃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여유가 흘러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마치 이번 대결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 모습에 코치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소희에게 규칙 말해주러 갔고, 소희와 임유민은 매우 진지하게 들었다.그렇게 규칙을 다 말하고 난 후 코치가 다시 한번 임구택과 확인했다, 정말로 3명이서 게임하는 게 맞냐고.이에 임구택이 고개를 끄덕여 맞다고 했지만 코치는 그들에게 두 사람을 더 찾아 함께 게임할 것을 재차 건의했다. 아무래도 세 사람이 여섯 명을 상대하는 건 인원수에서부터 이미 열세에 처한 게임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아니요, 셋이서도 충분해요.”임구택의 태도는 여전히 덤덤하면서도 확고했고, 더 말해도 쓸모없다는 걸 안 코치가 눈썹을 올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팀은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소희팀이 블루팀이었다.팀을 나눈 후 그들은 각자의 장비를 점검하고 삼림으로 들어갔다.그러던 중 임구택이 소희를 향해 손을 들며 말했다.“다시 한번 같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거에 하이파이브, 어때?”하지만 소희가 차갑게 콧방귀를 한 번 뀌고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임구택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전에 한 말은 없던 걸로 할래. 성질은 예전과 똑같잖아.”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임유민이 더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저기요, 어린애도 있는데 조금만 자중해 주시죠? 산책하러 온 것도 아니고.”임구택이 듣더니 웃음을 드러냈다.“조금 있다 실컷 쏘게 해 줄게.”이때 소희가 갑자기 발걸음을
소희가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만일이라도.”“그래도 하지 않아.”소희의 확고한 대답에 임구택이 좌절을 느끼고 한숨을 내쉬었다.“나 너무 실패적인 것 같아.”그러는 임구택의 모습에 소희가 입술을 오므린 채 한참 망설이다 낮은 목소리로 해석했다.“당신과 상관없어. 단지 내가 홀로 문제 해결하는 거에 익숙해져서 그래.”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말에 임구택이 다시 반짝이는 두 눈을 들어 소희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앞으로는 나한테도 기대.”임유민이 보는 앞이라 소희가 바로 손을 빼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속의 갑갑함이 그제야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임구택이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그리고 이때 통화를 끝낸 소녀가 차갑게 소희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우리 남편이 강성시의 사격 국가선수야, 너희들 오늘 다 끝났어!”임유민이 듣더니 바로 비웃었다.“우리가 무서워할 줄 알고?”옆에 있던 코치가 쌍방의 오가는 대화에 눈알을 한 번 돌리더니 소희한테 또 놀 거냐고 물었고, 소희와 임유민이 더 놀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챈 임구택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한판 더 할게요.”“우린 당연히 이대로 갈 수 없죠. 안 그러면 어떤 분들이 우리가 무서워하는 줄 안다고요.”임유민도 냉소하며 말했다.레드 팀이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두 팀은 일단 쉬기로 했고, 레드 팀은 그 틈을 타 함께 둘러앉아 지형과 숨겨진 보루를 연구했다.그리고 그들과 10여 메터 떨어진 거리에서 임구택이 목에 두른 손수건을 풀어 땅에 깔고는 소희를 불렀다.“이리 와 앉아.”소희가 보더니 다가가 손수건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고는 바로 땅바닥에 앉았다.“그렇게 유난 떨지 않아도 돼.”“……”임구택이 손수건을 손에 쥐고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유난을 떨긴 했지.’이때 뒤에 있던 임유민이 눈알을 한 번 돌리더니 히죽거리며 말했다.“둘째 삼촌, 먼저 소희 쌤이랑 얘기하고 있어요. 제가 가서 물을 가져올게요.”“그래,
하지만 소희는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섰다.“내가 가서 찾아볼게.”“잠깐.”임구택이 떠나려는 소희의 손목을 잡고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다.“저기 봐, 오고 있잖아.”소희가 듣더니 임구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임유민이 물 몇 병을 안고 느릿느릿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앳되고 잘생긴 얼굴로 주위를 진지하게 살피고 있는 임유민의 모습은 정말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정찰병 같았다.그리고 그러는 임유민을 한참 쳐다보고 있던 임구택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소희에게 물었다.“우리 아들도 나중에 크면 딱 저런 모습일 거 같지 않아?”임구택의 뜬금없는 물음에 소희가 잠깐 놀라더니 바로 덤덤하게 대답했다.“너무 앞서 갔어.”“딸을 낳아도 돼. 어차피 한 명만 낳을 것도 아니고. 아들 둘, 딸 하나면 제일 좋을 것 같아.”들으면 들을수록 터무니없는 임구택의 환상에 소희는 아예 일어나 레드팀의 사람이 왔는지 확인하러 갔다.그리고 마침 도착한 임유민이 임구택에게 물 한 병을 건네주며 물었다.“소희 쌤 왜 저래요?”“부끄러워하고 있는 거야.”“삼촌이 무슨 얘기를 했기에 소희 쌤이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데요? 소희 쌤 그렇게 쉽게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이 아닌데.”임유민의 물음에 임구택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소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소희는 내 앞에서만 부끄러워해.”“……”임유민이 입을 삐죽거리며 믿지 못하겠는 표정을 드러내고는 소희한테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유일한 한 병의 주스를 건네주었다.이에 소희가 주스를 따서 한 모금 마시고는 남은 초콜릿을 임유민에게 건네주었고, 임유민이 보더니 바로 놀라서 물었다.“어디서 난 거예요?”“옷 갈아입을 때 사 온 거야.”“둘째 삼촌도 있어요?”순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묻고 있는 임유민의 표정에 소희는 속으로 물었다.‘네 둘째 삼촌은 널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 넌 왜 이리도 순진한 거야?’하지만 그것도 속으로만 생각할 뿐, 입 밖으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