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전부 다 준비가 끝난 후 코치는 두 팀에게 새로운 경기 규칙을 말해주었다. 이번 경기는 상대방 영지의 깃발을 따는 것으로 사상자의 수와는 상관없이 먼저 상대팀의 깃발을 따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소녀의 남자친구 손영은 레드 팀의 선두주자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상대팀에는 세명밖에 안 되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우리 쪽의 사람을 전부 대처할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일단 네 명이 영지에 남아 우리 팀의 깃발을 지키고, 명이 형이 몇 명 데리고 상대팀의 깃발을 빼앗으러 가. 내가 나머지 몇 명을 데리고 저 세 사람을 이곳으로 몰아넣은 후 단번에 아웃시킬게. 그러고 나서 다시 합류하자고.”듣고 있던 팀원들이 잇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소희도 임무를 배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드 팀의 엄밀한 배치에 비해 그녀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아까와 똑같이 유민이와 당신이 깃발 빼앗으러 가, 내가 엄호할게.”임구택이 듣더니 바로 다른 의견을 제기했다.“내가 엄호할게, 너희 둘이 가서 깃발을 빼앗어.”“아니, 내가 가.”소희가 덤덤하게 한마디 내뱉고는 일어나 방향을 체크했다. 그러고는 날렵하게 뛰어올라 숲 속으로 사라졌다.이에 임유민이 복잡한 눈빛으로 임구택을 바라보았다.“둘째 삼촌, 왜 앞으로 두 분이 결혼하게 되면 삼촌이 소희 쌤한테 잡혀살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거죠?”“엉뚱한 생각은 그만하고 전투에나 집중해.”임구택의 말에 임유민이 순간 눈동자가 밝아져서는 흥분되어 말했다.“저 꼭 저들을 전부 아웃시킨 후 깃발을 빼앗을 거예요!”“어떤 일을 하든 먼저 너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임무 완수하는 거에 중점을 둬.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가 모든 계획을 망치지 말고.”“옙! 알겠습니다, 보스!”“서둘러, 내 마누라를 놓치겠어.”임구택이 자신 앞에서나 소희를 그렇게 불러보는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임유민은 입을 한 번 삐죽 내밀고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신속히 평정심을 되찾고 몸을 숨기며 소희의 그림자
총소리를 들은 손영은 바로 소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지만 소녀는 이미 홀로 바닥에 누운 채 아웃되어 있었다.그리고 손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소녀가 손영을 보자마자 그의 다리를 안고 큰소리로 통곡했다.“나 놀라 죽을 뻔했어, 자기야!”“괜찮아, 진짜 총도 아닌데 뭐가 무서워?”“아니, 아니. 방금 그 순간, 나 정말 그 여인 손에 죽는 줄 알았어!”두려움에 가득 찬 소녀는 놀란 나머지 얼굴색마저 변해있었다.그녀는 총 게임을 여러 번 해 보았지만, 죽음에 직면한 공포감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아까 그 순간의 소희는 정말 마치 아수라장에서 걸어 나온 사신과 같았다.놀란 여자친구를 위로하고 있는 손영은 순간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 그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격 선수로서 아마추어 몇 명을 아웃시키지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내 여자친구도 보호할 수 없다면, 난 남자도 아니지.’그래서 그는 손에 든 총을 꽉 잡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서 복수해 줄게.”장명 그들은 이미 흩어져 보이지 않았고, 손영은 바로 새로운 대오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더 이상 소희를 포위하지 않고 블루 팀의 깃발이 놓여진 보루로 향해 달려갔다.하지만 블루 팀에 도착한 후 그들의 얼굴색은 순간 변했다.보루에는 깃발이 없었다.‘어쩐지 오는 길이 순탄하더라니.’‘문제는 블루 팀의 세 사람이 어떻게 레드 팀의 포위를 피해 가면서 이렇게 빨리 깃발을 빼앗아간 거지?’‘너무 놀라워.’그러다 손영이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안색이 변해서는 소리쳤다.“블루 팀이 깃발을 가지고 있어! 어서 우리 쪽 보루로 돌아가야 해!”……같은 시각, 임유민이 파란색 깃발을 메고 임구택과 함께 느릿느릿 레드 팀의 영지로 향하고 있었다.그러다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실망하며 입을 열었다.“레드 팀에 사람이 엄청 많은 거 아니었어요? 왜 가는 길에 두 명밖에 만나지 못한 거예요?”‘게다가 아무런 전투력도 없었고.’이에 임구택이 웃으며
소희의 그림자가 시선 속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임유민이 고개를 돌려 임구택에게 물었다.“둘째 삼촌, 방금 소희 쌤이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이곳은 수풀이 우거져 아무리 시력이 좋은 임유민이라고 해도 소희를 알아보지 못했는데.임구택이 듣더니 미간을 올리며 대답했다.“마음이 통해서?”“쳇!”소희 그들은 마치 유원지를 돌아다니는 여행객마냥 여유만만하게 레드 팀의 보루를 향해 직진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레드 팀은 점점 초조해지고 있었다. 그들 레드 팀의 팀원들이 하나둘씩 아웃되고 있는 와중에 그들은 블루 팀 팀원들의 그림자조차도 보지 못했으니까.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분명 길을 막으며 블루 팀의 보루를 향해 직진했는데도 블루 팀이 깃발을 떼어 갔다는 것이다.처음까지만 해도 상대를 경시했던 프로 선수들은 그제야 전부 고도로 정신을 차렸다.적들은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했으니까.그렇게 레드 팀의 팀원들은 그들의 깃발을 수호하러 신속히 보루로 철수하며 또 블루 팀의 팀원들을 열심히 찾았다.임구택과 임유민이 한창 레드 팀의 보루로 향하고 있는데 갑자기 먼 곳의 수풀 쪽에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저 여인을 잡아!”덩달아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임구택과 임유민이 듣더니 순간 눈길을 마주쳤다.“소희 쌤일가요?”임구택은 소희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레드 팀의 모든 팀원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절대 소희의 적수는 아니다. 그러니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 레드 팀이 짠 연기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감이 들었다. 설령 10의 1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는 소희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한 번 가볼게. 곧 돌아올 테니까 잘 숨어있고.”임구택이 한마디 당부하고는 임유민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임유민은 제자리에서 경계하며 사방을 주시했다.그러던 중 수풀 쪽에서 다시 인기척이 들렸고, 임유민이 즉시 나무 뒤로
이때 갑자기 깃발을 지키고 있던 네 명 중의 한 사람이 헤드셋에 대고 입을 열었다.“아니, 깃발은 우리가 잘 지키고 있어.”“진짜?”“잘됐네!”소희가 한참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 비록 상대방이 무엇 때문에 기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임구택과 임유민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로 봐서는 레드 팀에게 잡힌 게 분명했다. 그래서 소희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총을 들어 보루에 있는 사람을 향해 조준했다.그리고 ‘뻥! 뻥!’ 두 번의 총소리와 함께 금방 통화를 끝낸 사람과 그 옆에 있던 동료가 순간 아웃되었다.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크게 뜬 채 상대방의 몸에서 반짝이고 있는 빨간불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땅에 주저앉았다.그 모습에 나머지 두 동료도 곧바로 달려와 소희가 있는 방향을 향해 총을 쐈다.이에 소희가 날렵하게 모든 탄알을 피하면서 나무줄기를 밟고 공중으로 훌쩍 날아올라 보루에 숨어 있는 사람을 향해 총을 쐈다.뻥-뻥-또 두 번의 총소리와 함께 레드 팀은 순간 전멸되었고, 팀원들은 낙담한 표정을 지으며 총을 내려놓고 숲에서 걸어 나오는 소녀를 쳐다보았다.표정 한 번 변한적 없는 소희는 레드 팀의 팀원들을 덤덤하게 힐끗 쳐다보고는 보루의 벽을 짚고 가볍게 훌쩍 뛰어올라 레드 팀의 깃발을 떼어냈다.그런데 이때, 방금 헤드셋으로 대화를 주고받던 팀원의 헤드셋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에 소희가 바로 그 팀원의 헤드셋을 떼어내 귓가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헤드셋 맞은편에서 누군가의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블루 팀의 그 여인이 보루에 접근하기만 하면 단풍나무 숲으로 유인해! 우리 지금 블루 팀의 꼬맹이를 잡았으니까, 나중에 다 같이 죽여버리자고!]장명의 목소리였다.소희가 순간 눈빛이 차가워져서는 대답했다.“알았어, 금방 갈게.”그러고는 상대방이 소리를 내기도 전에 헤드셋을 던지고 레드 팀의 깃발을 말아 잘 챙긴 후 단풍나무 숲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소리 따라 쫓아온 임구택은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에서 또 4~5명이 몰려왔고, 임구택과 소희는 거의 동시에 몸을 돌려 서로 등을 기대었다. 그러고는 달려드는 적을 향해 총을 쏘았다.순간 상대방 팀에 네 사람이 쓰러지고 한 사람이 도망쳤다.손영 등은 확실히 뛰어난 사격 선수이다. 그러나 삼림 대전에서는 사격술만 뛰어났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외에 동작이 민첩해야 하고, 환경에 대한 감지력이 뛰어나야 하는 동시에 경각성도 높아야 한다.그리고 그것들이 바로 소희와 임구택을 오늘날까지 살아오게 했던 실력이다.그런데 장명 그들이 평소에 일탈할 겸 총 게임을 몇 번 놀았다고 소희와 임구택의 생존 본능에 도전하려 했으니 실패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아무런 소통도 필요 없이 호흡이 척척 잘 맞았던 소희와 임구택은 불과 몇 초만에 또 상태팀의 세 사람을 아웃시켰다.그러다 나머지 팀원들은 무슨 명을 받았는지 갑자기 신속히 후퇴하면서 숲의 중심위치로 돌진했고, 소희와 임구택이 뒤따라 도착했을 땐 장명의 총이 임유민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손영 등 나머지 7~8명은 일렬로 늘어서서 소희와 임구택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고.심지어 레드 팀 이미 아웃된 팀원들도 그곳에 모였다. 다만 그들은 더 이상 대결에 참여할 수 없어 보루 위에 앉아 두 팀 간의 대결을 구경하고 있었다.그중 제일 중간 자리에 앉은 손영의 여자친구가 차가우면서도 약간의 두려움이 묻어있는 눈빛으로 소희를 주시하며 손영을 향해 소리쳤다.“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이지 말고 바로 죽여! 특히 저 여인!”이때 손영이 궁금해하며 물었다.“당신들 대체 뭘 하는 사람이지?”두 사람은 동작이 민첩할 뿐만 아니라 사격술도 국가선수급은 되는 것 같아 보이는 게, 게임은 물론이고 진짜 정글전에도 충분히 참가할 자격이 있었다.‘설마 코치가 게임의 난이도를 높여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제대한 특전사를 초대한 건가?’‘이번 실전이 평소보다 더 짜릿하긴 했지.’“일반인.”소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게임은 그렇게 끝났고, 블루 팀은 아무런 사상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하에서 양 팀의 깃발까지 전부 떼어냈다.반대로 레드 팀은 깃발을 잃은 것도 모자라 발버둥 칠 여지조차 없이 전멸되었다.“세 분 설마 이 게임 속의 NPC인 건가?”손영은 비록 게임에서 진 것 때문에 체면이 많이 구겨졌지만 그래도 소희와 임구택의 실력에 탄복되어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이에 임구택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냥 놀러 온 게이머야.”그러자 옆에 있던 장명도 다가와서는 칭찬을 아까지 않으며 열정적으로 두 사람을 초대했다.“그런 거 치고는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 정식 경기에 참가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임구택이 소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웃으며 거절했다."우리는 딱히 그런 경기에 참가할 생각이 없어서.”하지만 숭배의 마음에 더욱 흥분해진 장명은 두 사람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앞으로 자주 같이 팀을 짜서 놀자! 두 사람만 있으면 우리 무조건 백전백승할 거야.”다른 사람들도 우르르 몰려와 소희와 임구택을 설득했다.이에 제일 밖에 밀려나 있던 임유민이 인파를 비집고 들어와서는 냉소했다.“왜 나를 초대하지 않는 건데? 내 실력이 그렇게 형편없었어?”“나를 몇 초만에 제압했는데 실력이 형편없을 리가 있나!”장명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리고 내내 얼어붙어있던 분위기는 그제야 화기애애해졌다.이때 CCTV를 한 번 훑어보고 온 코치가 두 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정말 대단하네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진정한 정글전을 본 느낌이 들 정도로 저마저도 짜릿했어요.”소희가 듣더니 미소를 지었다.‘진정한 정글전이라?’‘이들이 진정한 정글전을 겪어봤다면 절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정글전 세 글자를 입밖에 내지 않았겠지?’그렇게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 다들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내내 소희를 물고 놓지 않았던 소녀가 갑자기 다가와서는 어색하게 소희를 불렀다.“그… 이, 이
월요일이른 아침, 청아는 시간에 맞춰 장씨 그룹 건물 앞에 도착했다.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뚝 솟은 건물을 쳐다보노라니 청아는 순간 감개무량했다.분명 2년 전에도 근무했었던 곳이지만, 심경은 그때와 너무나도 달랐다.‘괜찮아! 할 수 있어!’청아는 숨을 몇 번 깊게 들이마시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그녀의 이력서를 한 번 훑어본 프런트 직원이 다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 이미 분부하셨습니다. 바로 인사팀으로 올라가 입사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청아가 듣더니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그러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5층 인사팀으로 올라갔다.그러다 25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소식을 전달받은 인사팀 직원이 마중을 나왔고, 바로 청아를 인사팀 팀장의 사무실로 안내했다.인사팀 팀장이 이력서를 훑어보다가 청아의 경력사항을 확인한 순간 살짝 놀라서 물었다.“전에 이곳에서 일한 적이 있나요?”“네, 예전에 이곳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습니다.”“장 대표님과는 아는 사이인 거고?”인사팀 팀장이 궁금해서 물었다.이에 청아가 덤덤하게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면 장시원이 면접도 생략하고 바로 나를 대표 비서 자리에 꽂아주지 않았겠지.’계약서 작성이 다 끝난 후 청아는 정식으로 장씨 그룹의 정규직으로 되었고, 인사팀 팀장이 청아에게 엘리베이터 카드를 건넸다.“이건 대표님 사무구역의 전용 엘리베이터 카드. 지금 바로 39층으로 올라가 최결 최 조수님을 찾으세요. 그분이 알아서 임무를 배치해 줄 겁니다.”“네, 감사합니다!”청아가 다시 감사를 표하고는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끊임없이 변해가고 있는 숫자를 보며 청아는 순간 호랑이 굴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호랑이 굴에 들어선 찰나부터 그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땡-경미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러자 우아하고 고풍적인 느낌이 물씬한 대표 사무구역이 눈앞에 펼쳐졌
남색 정장을 차려입고 길쭉한 두 다리를 내디디며 청아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장시원은 덤덤하고 온아했던 평소와는 달리 늠름하면서도 사람에게 이유 모를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회사 임원 몇 명이 따르고 있었고, 작은 소리로 인수 합병건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청아는 바로 몸을 돌려 한쪽에 서서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장시원을 향해 인사했다.“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장시원이 청아를 한 번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이때 최결이 다가와 장시원을 향해 소개했다.“대표님, 이분은 새로 온 조수 우청아 씨입니다.”“알아.”장시원이 여전히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리고 장시원의 태도에 최결이 눈썹을 올렸다.젊고 예쁜 아가씨가 면접도 거치고 않고 바로 39층으로 올라와 최결은 두 사람이 당연히 말 못 할 사이인 줄 알았다.하지만 방금 장시원의 미지근한 태도로 봐서는 또 그렇게 친밀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내가 잘못짚었나? 설마 다른 사람이 대표님에게 사정을 해 청아 씨를 꽂아 넣은 거고, 그것 때문에 대표님이 언짢아하시는 건가?’그렇게 최결이 두 사람의 사이를 추측하고 있는 동안, 청아는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바로 서류 복사하러 갔다.한참 후, 최결은 오늘의 일정표를 들고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그러다 장시원이 어제 커피를 마시면서 맛이 괜찮다고 했던 게 생각나 커피까지 한 잔 타주었다.고위층 임원들은 이미 회의실로 들어갔고, 사무실에는 장시원뿐이었다.최결이 커피를 장시원 앞에 내려놓고 오늘의 일정을 그에게 보고했다.장시원이 들으면서 처리해야 할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난 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앞으로 커피나 차를 타는 잡일은 우청아 씨에게 맡기세요.”최결이 듣더니 순간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네!”“그리고 우청아 씨 오늘이 출근 첫날이라 아직 39층의 업무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 거니까, 최 조수님께서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