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청아가 최결을 따라 회의실에 들어섰고, 회의는 그제야 비로소 정식으로 시작되었다.회의에서 몇몇 고위층 임원은 열띤 토론을 통해 인수합병건의 이해득실을 분석하면서 각자의 해결방안을 제기했다.청아는 최결의 옆자리에 앉아 임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을 열심히 귀담아들으며 그 속에서 중점을 골라 기록했다.그리고 그러는 청아의 옆모습을 장시원은 이미 5초 넘게 쳐다보았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긴 바지 차림을 한 청아는 오늘따라 확실히 커리어 우먼 같았다. 다만 약간의 젖살이 붙어있는 하얀 얼굴은 옷차림이랑 다르게 많이 깜찍해 보였다. 특히 지금처럼 말하지도 않고 웃지도 않는 모습은 이상하게 더욱 위화감이 들었다.‘몸매는 수척한데, 하필이면 둥글고 윤택한 얼굴을 가졌으니.’“대표님, 명실 쪽에서 제시한 조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때 한 임원이 갑자기 장시원을 향해 물음을 제기했고, 그 소리에 청아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장시원을 쳐다보았다.그러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장시원이 천천히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명씨 가문에 지금 분열이 나타났고, 명실이 이렇게 쉽게 우리 손에 수매되기를 원하지 않은 몇 명이 고의로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습니다.”장시원의 대답에 다들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그제야 문득 문제의 중심을 알게 된 듯했다.그렇게 회의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회의가 끝난 후 장시원은 또 부대표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다 청아가 마실 차를 가지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부대표가 웃으며 물었다.“신입?”청아가 듣더니 바로 공손하게 인사했다.“처음 뵙겠습니다, 배 부대표님.”아까 회의실에서 청아는 이미 장시원 주변 몇몇 고위층 임원들의 자료를 다 살펴보았다. 그중 당원이라는 임원과 지금 사무실에 앉아있는 배강 배 부대표가 바로 장시원의 아주 유능한 오른팔이다.“장 대표님의 관심을 받을 만큼 예쁘게 생기긴 했네요. 오자마자 39층에 배치된 걸 보니.”배강이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
최결은 청아에게 장시원의 업무 시간과 휴식시간이 적혀있는 리스트를 건네주었다.‘두 시간마다 대표님에게 물 한 잔 건네줄 것.’‘매일 점심 대표님에게 점심 주문 하겠냐고 문의할 것.’‘저녁 퇴근 후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면 같이 동행할 것.’‘대표님 대신 오가는 모든 인정을 기억할 것.’‘대표님이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대표님 대신 모든 기념일을 기억하고 여자친구분을 위해 선물을 챙겨줄 것.’……‘족히 세 페이지나 되는 내용을……’청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회사 대표의 조수는 아무나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차라리 무미건조한 디자인 원고를 만드는 게 더 낫겠네.’그러다 장시원의 여자친구를 위해 선물을 챙겨줘야 한다는 사항에 청아가 고개를 들어 최결에게 물었다.“그럼 대표님 지금은 여자친구분이 계신가요?”“아직은 없어요. 하지만 언제든지 생길 수 있으니까 많이 유의하세요.”장시원이 여자친구를 바꾸는 속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난 이만 밥 먹으러 갈 테니까, 청아 씨는 대표님께 점심에 따로 스케줄이 있는지 한번 여쭤봐요. 배달시킬 필요 있는지도요.”“네! 지금 바로 가서 여쭤보겠습니다.”최결의 당부에 청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최결이 떠난 후, 청아는 바로 대표 사무실로 향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리에 돌아가 앉아 업무를 보았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장시원이 안에서 나오지 않자 청아는 그제야 부득불 사무실로 향했다.그러고는 손을 들어 대표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고, 안에서 전해오는 장시원의 대답을 들은 청아가 숨을 깊게 한번 들이마시고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대표님, 점심밥 주문해 드릴까요?”고개를 숙인 채 공손하게 물음을 묻고 있는 청아의 모습을 장시원이 고개 들어 한번 쳐다보고는 미적지근한 말투로 대답했다.“아니, 입맛 없어.”이에 청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그러자 뒤에서 바로 남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몇 분 후, 깨끗하게 청소된 주방을 본 순간 청아는 할 말을 잃게 되었다.장시원이 정말로 주방을 만들어낼 줄은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다.탕비실 뒤쪽의 벽에 큰 책장이 세워져 있었는데 장시원이 무슨 버튼을 눌렀는지 책장이 순간 자동적으로 분리되면서 면적이 엄청 큰 주방이 나타났다.그리고 그 주방엔 모든 도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었다. 단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새것들이었다.청아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식, 식재료가 없는데요?”“없으면 당연히 사러 가야지. 그런 것도 내가 가르쳐줘야 해?”“아, 그럼 지금 가서 사 오겠습니다.”장시원의 대답에 청아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러다 엘리베이터를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장시원도 양복 외투를 들고 다가왔다. 이에 청아가 저도 모르게 의아한 눈빛을 드러내자 장시원이 바로 짜증을 내며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 혼자 갔다가 가장 가까운 슈퍼를 찾지 못하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나 지금 배고파.”‘저기요? 아까는 입맛이 없다면서요? 왜 또 갑자기 배고파지셨어요?’‘대체 언제 이렇게 변덕스러워진 거냐고요!’그렇게 슈퍼에 도착한 후, 청아는 쇼핑 카트를 밀고 좌우를 훑어보며 장시원에게 물었다.“대표님 점심에 뭘 드시고 싶으세요?”“아무거나.”아무거나라……청아가 썰어놓은 스테이크를 집어 들고 물었다.“점심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으니까, 스테이크 어때요?”장시원이 듣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이런 냉동 스테이크는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음식이야. 청아 씨는 나의 조수로서 어떻게 그렇게 성의 없이 상사를 모실 수 있는 거지?”장시원의 느닷없는 엉터리에 청아가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며 평정심을 되찾은 후 공손한 태도로 사과를 했다.“제가 잘못했네요. 사과할게요.”그리고 성의 없이 상사를 모시지 않기 위해 청아는 물고기 두 마리에 장시원이 좋아하는 기타 고기와 야채들도 조금씩 담았다.장시원은 입맛이 엄청 까다로워 힘줄이 달린
‘그렇게 장 주머니를 드는 게 좋은 건가? 그럼 앞으로 매일 장 주머니 하나씩 들고 출근해야겠네, 시원 씨가 수시로 들고 다닐 수 있게.’‘업무를 보다가도 기분이 안 좋다면 바로 장 주머니를 들게 해야지.’슈퍼의 장 주머니를 들고 회사를 오르내리는 장시원의 모습이 상상된 청아는 참지 못하고 ‘픽’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이에 장시원이 바로 차가운 눈빛으로 청아를 힐끗 쳐다보았다.“뭘 웃어?”웃음이 새어 나온 순간 청아도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고는 장시원의 차갑고 사나운 눈빛에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그러는 청아의 모습을 장시원이 또 한 번 차갑게 흘겨보고는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다행히도 크게 욕먹지 않은 청아는 더 이상 웃을 담이 없어 아예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그렇게 다시 39층으로 돌아왔을 땐 최결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청아는 시간을 한번 확인하고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식재료들을 준비했다.식탁 옆의 의자에 앉아 바삐 돌아치는 청아의 뒷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장시원이 갑자기 선심을 쓴 사람마냥 담담하게 말했다.“오늘은 두 가지 음식만 준비하면 돼.”청아가 듣더니 고개를 돌려 물었다.“물고기 조림과 야채 볶음, 괜찮아요?” “알아서 해. 양은 좀 많게.”“네!”시간이 많이 촉박하긴 했지만 청아는 일사불란하게 식재료들을 준비하며 음식을 만들어 나갔다.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예전보다 많이 능숙해진 청아의 모습에 장시원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외국에 있는 2년 동안, 혼자 밥 해 먹었어?”“네. 첫해에는 집주인 아줌마께서 제가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하셔서 제가 매일 저녁 직접 음식을 만들어 드렸거든요. 심지어 그것 때문에 저의 집세까지 면해 줬는걸요.”청아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에 장시원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갑갑해졌다.“이듬해는?”“이듬해에는 소희가 자주 와서 제가 아예 심명 씨의 집으로 이사했거든요. 그렇게 몇 명이서 함께 살면서 제가 시간이 될 때마다 그들에게 음
장시원이 야채볶음을 한입 집어 입에 넣었다. 순간 익숙한 맛에 옛 기억들이 다시 자극되어 눈앞에 펼쳐졌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시큰거려 난 그는 고개를 들어 젓가락으로 물고기의 가시를 골라내고 있는 청아를 쳐다보았다.그러다 한참 후 마음속의 이상한 정서를 짓누르고 덤덤하게 입을 열어 물었다.“적응할 만 해? 업무 강도가 높지는 않았고?”청아가 듣더니 바로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대답했다.“적응할만합니다. 강도도 높지 않고요.”“지금은 쉬는 시간이니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이에 청아가 다시 고개를 숙여 물고기 가시를 고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정말인데.”“적응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나나 최 조수님한테 말해,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난 우리 회사 직원이 나나 회사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일하는 걸 제일 반대해.”“네. 있으면 꼭 제때에 말하겠습니다.”장시원의 진심 어린 말에 청아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청아의 웃는 모습에 장시원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야 다시 담담하게 물었다.“요요는 어때?”너무 뜬금없이 전환 된 화제라 청아는 잠깐 멍해있다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잘 지내고 있어요.”“날 찾지는 않았어?”“네… 아마도요.”“찾은 적이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지 뭐가 ‘아마도’야?”장시원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또 혼난 청아는 입술을 깨문 채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에 장시원이 다시 화가 묻은 어투로 물었다.“네가 출근하면, 요요는 누가 돌보는데?”“이씨 아주머니요.”궁금했던 물음들을 드디어 다 물었는지 장시원은 청아를 한번 흘겨보고는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이에 청아도 가시를 다 골라낸 물고기를 장시원의 앞쪽으로 밀어주고는 덩달아 조용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가시 발라진 고기를 본 순간 장시원은 이유 없이 치밀었던 화가 비로소 풀려 천천히 물고기를 집었다.그렇게 밥을 다 먹고 나니 마침 2시가 되었고, 장시원
“아닙니다! 전철 타면 정말 금방이면 도착해요.”청아가 장시원을 쫓아가 급히 설명했다.“게다가 제가 출근 첫날부터 대표님의 차에 올라탄 모습을 다른 직원들이 보게 되면 잡담할 수도 있어요.”청아가 극구 사양하는 모습에 장시원은 순간 욱해졌다.“누가 잡담을 한다고 그래? 설령 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해서 내 곁에 꽂아두었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어.”청아가 듣더니 멍해져 장시원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서는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낮은 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은 두렵지 않겠지만, 저는 두렵습니다.”저도 모르게 이상한 말을 내뱉은 장시원은 갑자기 욱해진 자신에게 화가 나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하지만 한참 기다려도 청아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을 뿐, 엘리베이터에 올라 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장시원이 짜증이 묻은 눈빛으로 그녀를 힘껏 끌어당겼다.그리고 얼떨결에 엘리베이터로 올라 탄 청아는 바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장시원과 거리를 유지했다.이에 장시원이 안색이 어두워져 말했다.“오늘은 퇴근 시간이 늦었으니 그냥 내 차로 가고, 앞으로는 나도 더는 너를 상관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이상한 생각도 하지 말고, 난 단지 집에서 애타게 너를 기다리고 있을 요요가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거니까.”청아도 더 이상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니 운전기사가 바로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고, 청아와 장시원은 함께 뒤좌석에 앉았다.운전기사가 있으니,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좀 더 미묘해졌다.이에 청아가 속으로 자신을 최면했다. 장시원의 곁에 여자가 끊긴 적이 없었으니 운전기사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하지만 청아는 여전히 조금씩 차문 쪽으로 몸을 옮기며 최대한 한 장시원과 거리를 유지했다.차에 올라타서부터 장시원의 전화는 끊이질 않았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가끔씩 청아를 힐끗 쳐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소희는 먼저 이씨 아주머니더러 퇴근하라고 했다.그래서 청아가 집에 들어섰을 땐 이씨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았고, 소희와 함께 책을 읽으며 게임을 하고 있던 요요가 그녀를 발견하고 바로 달려와서는 소리쳤다.“엄마, 돌아오셨어요!”청아가 웃으며 허리를 굽혀 요요를 안았다.“오늘 말 잘 들었어?”“당연하죠, 요요는 가장 착한 아이라고요.”이때 소희가 일어서서 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첫 출근 괜찮았어? 장시원이 괴롭히지는 않았고?”“괜찮아, 걱정 마. 무사히 돌아왔잖아.”청아가 웃으며 요요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주방 쪽으로 걸어가며 다시 입을 열었다.“배고프지? 내가 바로 맛있는 거 해줄게.”“아니야, 하지 않아도 돼. 네가 오늘 늦게 돌아올 줄 알고 내가 이미 음식을 주문했어, 곧 도착할 거야. 출근하느라 피곤했겠는데, 쉬어.”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이에 청아가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나 소희를 가볍게 안았다.“소희야, 전생에 내가 좋은 일을 얼마나 많이 했기에 이번생에서 너를 만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그러게? 아마도 전생에 내가 굶주림에 시달려 있을 때 네가 선행을 베풀어 나에게 음식을 주었을 거야.”소희의 농담에 청아는 그제야 웃음을 드러냈다. 장시원의 변덕 때문에 쌓였던 우울함이 순간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소희가 위층으로 돌아가 집문을 열려는데 마침 맞은편 집에서 나오고 있는 옆집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경원주택단지는 매 층마다 두 집이 살고 있었고, 소희네 맞은편에 사는 세입자는 한쌍의 커플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서로 너무 바빠서 거의 마주친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때 소녀가 소희를 불러 세웠다.“저기요, 우리 이사 가야 해서 많은 물건들을 버려야 하거든요. 시간이 되면 한 번 들어와서 보세요, 필요한 물건이 있을지. 그냥 드릴게요.”소희가 듣더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마음은 고맙지만 전 딱히 필요한 게 없어서요.”“그래요? 어휴,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팔아
소동이 눈동자를 한번 돌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집 셰프님께서 만든 밥에 비하면 제작진의 도시락은 다이어트식이나 다름이 없다니까요. 참 소희 씨가 부럽네요, 매일 점심 우리 것보다 더 좋은 걸 먹으면서도 여전히 말랐으니.”마민영이 듣더니 궁금해서 물었다.“소희가 매일 점심 뭘 먹는데?”“듣기로는 따로 주문한 도시락이라던데. 뭐 전복 랍스터 매일 바꿔가면서 먹는대요, 도시락도 우리 것과 다르다고.”“랍스터랑 전복이 뭐가 대단한 거라고. 어차피 난 먹지도 못하는데.”“물론 대단한 건 아니죠. 하지만 이상하잖아요, 감독님이 왜 소희 씨에게 그렇게 잘해 주는 건데요?”소동이 눈꼬리를 올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민영 씨가 이번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제작팀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사람인데 이 감독님은 소희 씨를 민영 씨보다 더 중시하잖아요. 진짜 너무 한 거 아닌가요?”“맞아!”마민영이 갑자기 숟가락을 내려놓고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이 감독님이 왜 그 여인에게 그렇게 잘해 주는 거야? 여 주인공은 나고, 그 여인은 일개의 디자이너일 뿐인데!”“내가 듣기로는 사실 이 감독님께서 처음에 마음에 들어 했던 여 주인공이 소희 씨였대요. 심지어 직접 전화까지 해서 여러 번이나 부탁했는데 소희가 결국 승낙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또……”소동이 말하다 갑자기 뜸을 들였다.이에 마민영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또 뭐라고 했는데?”“또 소희 씨가 여 주인공 역을 거절했기에 그 배역이 민영 씨한테로 간 거라고. 이 감독님은 속으로 소희 씨를 좋아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러니까 여 주인공 역을 맡은 민영 씨보다 소희 씨를 더 챙겨주는 거죠.”소동이 눈썹을 찌푸리며 분개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내가 그때 듣고 나서 얼마나 화가 났는데요. 심지어 그들과 한바탕 싸우기까지 했다니까요.”마민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색마저 파래졌다.“내가 지금 바로 감독님을 찾아가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물어볼 거야!”“절대 가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