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전철 타면 정말 금방이면 도착해요.”청아가 장시원을 쫓아가 급히 설명했다.“게다가 제가 출근 첫날부터 대표님의 차에 올라탄 모습을 다른 직원들이 보게 되면 잡담할 수도 있어요.”청아가 극구 사양하는 모습에 장시원은 순간 욱해졌다.“누가 잡담을 한다고 그래? 설령 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해서 내 곁에 꽂아두었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어.”청아가 듣더니 멍해져 장시원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서는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낮은 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은 두렵지 않겠지만, 저는 두렵습니다.”저도 모르게 이상한 말을 내뱉은 장시원은 갑자기 욱해진 자신에게 화가 나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하지만 한참 기다려도 청아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을 뿐, 엘리베이터에 올라 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장시원이 짜증이 묻은 눈빛으로 그녀를 힘껏 끌어당겼다.그리고 얼떨결에 엘리베이터로 올라 탄 청아는 바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장시원과 거리를 유지했다.이에 장시원이 안색이 어두워져 말했다.“오늘은 퇴근 시간이 늦었으니 그냥 내 차로 가고, 앞으로는 나도 더는 너를 상관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이상한 생각도 하지 말고, 난 단지 집에서 애타게 너를 기다리고 있을 요요가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거니까.”청아도 더 이상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니 운전기사가 바로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고, 청아와 장시원은 함께 뒤좌석에 앉았다.운전기사가 있으니,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좀 더 미묘해졌다.이에 청아가 속으로 자신을 최면했다. 장시원의 곁에 여자가 끊긴 적이 없었으니 운전기사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하지만 청아는 여전히 조금씩 차문 쪽으로 몸을 옮기며 최대한 한 장시원과 거리를 유지했다.차에 올라타서부터 장시원의 전화는 끊이질 않았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가끔씩 청아를 힐끗 쳐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소희는 먼저 이씨 아주머니더러 퇴근하라고 했다.그래서 청아가 집에 들어섰을 땐 이씨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았고, 소희와 함께 책을 읽으며 게임을 하고 있던 요요가 그녀를 발견하고 바로 달려와서는 소리쳤다.“엄마, 돌아오셨어요!”청아가 웃으며 허리를 굽혀 요요를 안았다.“오늘 말 잘 들었어?”“당연하죠, 요요는 가장 착한 아이라고요.”이때 소희가 일어서서 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첫 출근 괜찮았어? 장시원이 괴롭히지는 않았고?”“괜찮아, 걱정 마. 무사히 돌아왔잖아.”청아가 웃으며 요요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주방 쪽으로 걸어가며 다시 입을 열었다.“배고프지? 내가 바로 맛있는 거 해줄게.”“아니야, 하지 않아도 돼. 네가 오늘 늦게 돌아올 줄 알고 내가 이미 음식을 주문했어, 곧 도착할 거야. 출근하느라 피곤했겠는데, 쉬어.”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이에 청아가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나 소희를 가볍게 안았다.“소희야, 전생에 내가 좋은 일을 얼마나 많이 했기에 이번생에서 너를 만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그러게? 아마도 전생에 내가 굶주림에 시달려 있을 때 네가 선행을 베풀어 나에게 음식을 주었을 거야.”소희의 농담에 청아는 그제야 웃음을 드러냈다. 장시원의 변덕 때문에 쌓였던 우울함이 순간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소희가 위층으로 돌아가 집문을 열려는데 마침 맞은편 집에서 나오고 있는 옆집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경원주택단지는 매 층마다 두 집이 살고 있었고, 소희네 맞은편에 사는 세입자는 한쌍의 커플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서로 너무 바빠서 거의 마주친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때 소녀가 소희를 불러 세웠다.“저기요, 우리 이사 가야 해서 많은 물건들을 버려야 하거든요. 시간이 되면 한 번 들어와서 보세요, 필요한 물건이 있을지. 그냥 드릴게요.”소희가 듣더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마음은 고맙지만 전 딱히 필요한 게 없어서요.”“그래요? 어휴,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팔아
소동이 눈동자를 한번 돌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집 셰프님께서 만든 밥에 비하면 제작진의 도시락은 다이어트식이나 다름이 없다니까요. 참 소희 씨가 부럽네요, 매일 점심 우리 것보다 더 좋은 걸 먹으면서도 여전히 말랐으니.”마민영이 듣더니 궁금해서 물었다.“소희가 매일 점심 뭘 먹는데?”“듣기로는 따로 주문한 도시락이라던데. 뭐 전복 랍스터 매일 바꿔가면서 먹는대요, 도시락도 우리 것과 다르다고.”“랍스터랑 전복이 뭐가 대단한 거라고. 어차피 난 먹지도 못하는데.”“물론 대단한 건 아니죠. 하지만 이상하잖아요, 감독님이 왜 소희 씨에게 그렇게 잘해 주는 건데요?”소동이 눈꼬리를 올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민영 씨가 이번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제작팀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사람인데 이 감독님은 소희 씨를 민영 씨보다 더 중시하잖아요. 진짜 너무 한 거 아닌가요?”“맞아!”마민영이 갑자기 숟가락을 내려놓고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이 감독님이 왜 그 여인에게 그렇게 잘해 주는 거야? 여 주인공은 나고, 그 여인은 일개의 디자이너일 뿐인데!”“내가 듣기로는 사실 이 감독님께서 처음에 마음에 들어 했던 여 주인공이 소희 씨였대요. 심지어 직접 전화까지 해서 여러 번이나 부탁했는데 소희가 결국 승낙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또……”소동이 말하다 갑자기 뜸을 들였다.이에 마민영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또 뭐라고 했는데?”“또 소희 씨가 여 주인공 역을 거절했기에 그 배역이 민영 씨한테로 간 거라고. 이 감독님은 속으로 소희 씨를 좋아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러니까 여 주인공 역을 맡은 민영 씨보다 소희 씨를 더 챙겨주는 거죠.”소동이 눈썹을 찌푸리며 분개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내가 그때 듣고 나서 얼마나 화가 났는데요. 심지어 그들과 한바탕 싸우기까지 했다니까요.”마민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색마저 파래졌다.“내가 지금 바로 감독님을 찾아가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물어볼 거야!”“절대 가면 안 돼요!”
소희는 얼굴색 한번 변하지 않고 신속히 손을 뻗어 뱀의 세치를 잡았다. 그러고는 청자켓으로 꽁꽁 싸맨 후 마민영에게 건네주었다.“가질래요? 안 가질 거면 점심에 뱀 탕 끓여 먹고.”마민영은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뒤로 움츠러들었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희를 향해 소리쳤다.“저리 치워!”뱀은 마민영이 소희를 놀라게 하려고 조수더러 애완동물 시장에 가서 사 오라고 한 애완용 뱀이다. 그런데 소희가 맨 손으로 뱀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담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소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옆에 있는 조수에게 청재킷을 던졌다.“너희들의 물건은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하세요.”“꺅!”“꺄아아아악!”무의식적으로 청재킷을 받은 조수는 놀라서 펄쩍펄쩍 뛰며 옷을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안에 있던 뱀도 천천히 기어 나왔다.이에 마민영이 비명을 지르며 신속히 의자에 뛰여 올랐고, 조수가 바로 달려가 마민영을 보호했다. 두 사람은 놀란 나머지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비명소리는 천장을 뚫을 기세였다.그리고 그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뱀으로 나를 놀라게 할 생각을 하다니.’‘내가 먹은 뱀고기가 얼만데.’두 사람의 비명소리에 밖에 있던 스태프들이 급히 달려와서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그러자 마민영이 벌벌 떨면서 말했다.“뱀, 뱀이 있어! 빨리 내보내!”옷 위에 몸을 돌돌 감고 앉아있는 검은 꽃뱀을 본 스태프가 의아해하며 중얼거렸다.“여기에 어떻게 뱀이 있을 수 있지?”“일단 내보내고 중얼거려!”“네, 네! 괜찮아요, 민영 씨. 겁먹지 말아요. 지금 바로 내보낼게요.”마민영이 화를 내며 큰 소리로 외치자 직원이 바로 막대기를 찾아와 뱀을 들고나갔고, 마민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에 소희가 마민영을 향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민영 씨 뱀을 무서워하네요? 난 또 저 뱀이 민영 씨가 입었던 옷 속에 있어 당연히 민영 씨가 기르던 애완동물인 줄 알았는데. 저런 뱀은 얼룩무늬 뱀이라고, 사람 냄새를 엄청
소동은 순간 난처해져 얼굴색마저 빨개졌다.하지만 이 감독의 독설은 끝날 줄 몰랐다.“실력이 남보다 못하면 자신의 실력을 향상하는 데에 전념을 해야지, 이런 잔꾀를 부린다고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소동이 고개를 숙인 채 목이 메어 대답했다.“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그래, 민영 씨 어떻게 됐는지 한번 가 봐.”“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이 감독의 사무실에서 나온 후, 소동의 얼굴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심지어 두 눈에서는 음험하고 악랄한 빛이 돌았다.소희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소동은 학교에서 남학생들의 추앙을 받고 다니는 퀸카였고,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란 부잣집 아가씨였다. 그야말로 고민거리 없이 누리고 싶은 걸 실컷 누리며 행복하게 살았는데, 소희가 나타난 후부터 그녀의 인생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북극에서 표절로 인해 해고되고, 작업실을 차렸는데 줄곧 대박 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심지어 지금은 모든 체면을 버리고 제작진 패션 디자이너로 들어왔는데 욕이나 먹고.‘이게 다 소희 때문이야!’‘소희만 있으면, 난 영원히 출세하지 못할 거야!’‘소희는 틀림없이 나의 천적일 거야!’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 소동은 안색이 어두워져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반드시 소희를 짓밟아 버리겠다고 윽별렀다.마민영이 깨어난 후 여전히 겁에 질려있었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바로 의사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뱀이 나를 찾아와 복수하면 어떻게 해요? 그 뱀이 아들과 손자들을 전부 불러오면 어떻게 해요?”의사가 마민영의 어처구니없는 물음에 잠시 멍해있더니 조감독을 향해 말했다.“차라리 큰 병원으로 이송해 신경과에 가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누굴 정신병환자 취급하는 거야! 당신이야말로 정신병환자 아니야?”마민영이 많이 놀라긴 했으나 멍청한 건 아니니 당연히 의사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이에 조감독이 바삐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민영 씨, 어떻
소희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통일된 복장을 입은 일군들이 옆집을 드나들면서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가구까지 들고 나오는 걸로 봐서는 집을 새로 인테리어 할 기세인 것 같았다.그러다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가 소희를 보더니 바로 다가와서는 물었다.“옆집에 사시는 분인가요?”“네, 무슨 일이시죠?”“아, 별일은 아니고요, 저희 직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아가씨에게 방해가 된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저에게 말해 주세요, 저희가 반드시 고치겠습니다.”남자의 태도가 너무 상냥하니, 소희는 당연히 흠잡을 곳이 없었다.“괜찮습니다, 그냥 제가 쉴 때 소리를 조금만 낮춰주시면 됩니다.”“아무렴요, 저희는 온전히 아가씨의 출근 시간에 따라 공사를 진행할 겁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최대한 공사를 중단하거나 소리가 나지 않는 잔일을 진행할 예정이니 절대 아가씨의 휴식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감사합니다.”남자의 친절한 서비스 태도에 소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이에 상대방도 웃는 얼굴로 소희를 향해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일군들을 철수시켰다.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일군들은 칼같이 소희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공사를 시작했고, 소희가 퇴근하면 또 바로 철수했다. 오다가다 인사 몇 번 한 것 외엔 정말로 약속대로 소희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심지어 인테리어용 재료 포장지들도 다 가져가고, 복도까지 깨끗하게 청소해 놓았다.*목요일소희가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마민영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소희 씨, 나 며칠 후 연회에 참가하는 신을 찍을 때 예복을 입어야 하거든? 하지만 난 다른 사람이 입었던 걸 입고 싶지 않아. 그래서 소희 씨가 나를 위해 예복 한 벌 새로 골라줬으면 하는데, 나한테로 와.]대본의 내용에 의하면 며칠 후 별장 주인네 딸이 연회를 주최하게 되고, 마민영이 맡은 여 주인공도 초대받아 그 연회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대본의 설정대로라면 예복 한 벌 없는 여 주인공이 직접 예복을 만들게 되고.소희가 눈동자를 한번
일곱 명의 킬러들은 소희를 살려둘 생각이 없는 사람마냥 인정사정없이 소희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땅에 넘어진 마민영은 사람을 불러오려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무력하게 땅에 엎드려 일곱 킬러와 싸우고 있는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는 순식간에 두 사람을 쓰러뜨렸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자신의 등을 찌르려는 사람의 손목을 잡고 힘껏 비틀었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그 사람의 손목이 부러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비수도 땅에 떨어졌고, 반응하기도 전에 소희에게 발로 차여 날아갔다.소희가 먼저 상대방을 건드려 싸움 나기까지 불과 몇 분밖에 안 되었지만 상대 쪽에 이미 반쯤 쓰러졌고, 케이슬의 경비원들이 그제야 급히 달려왔다.남은 몇 명이 일이 들통난 걸 보고 다시 마민영을 잡으려 했으나 이미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그냥 다친 동료를 데리고 신속히 문밖에 주차된 승합차에 올라 달아났다.헐레벌떡 도착한 경비원은 소희에 의해 제압된 두 사람을 붙잡고 급히 경찰에 신고했다.소희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마민영을 쳐다보았다. 아직도 땅에 주저앉아 있는 마민영은 겁에 질렸는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와 눈을 마주친 순간 눈물이 끊어진 구슬마냥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이에 소희가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고,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의자를 가져와 마민영을 의자에 앉혔다.마민영은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채 얼굴색이 창백해져서는 아무 말을 못 했다.그러자 그들을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추측하기 시작했다.“이 아가씨의 상태로 봐서는 뭔가를 억지로 먹은 거 같은데?”“불쌍하기도 해라. 이 아가씨가 제때에 발견하고 구해줬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네.”“누구한테 물이 있으면 이 아가씨한테 줘요, 물을 마시면 많이 나아질 것 같은데.”……한 무리의 사람들이 호의를 베풀며 마민영을 챙겨줬지만 마민영은 줄곧 소희만 바라보았다.그녀는 확실히 강제적으로 무언가를
잡혀온 사람 중 한 명이 확실히 어깨에 칼을 맞긴 했지만 상처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지는 아직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그리고 임구택에게 연락을 한 경찰이 임구택의 분부에 반드시 소희를 잘 돌보겠다고 맹세했다.임구택이 통화를 하는 사이에 명우는 이미 차를 몰고 나왔고, 얼굴색이 얼음장마냥 차가원진 임구택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명우더러 남병로의 경찰서로 가라고 했다.이에 명우가 가장 빠른 속도로 경찰서로 질주했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임구택은 바로 심문실로 들어갔고, 안에 앉아 있는 소희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소희도 임구택을 알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임구택이 성큼성큼 다가가 소희의 어깨를 잡고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긴장된 눈빛으로 물었다.“어디 다치지는 않았어?”소희는 단지 팔에만 상처가 한 곳 나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깊지 않았던 상처는 이미 피가 말라있었고.그러나 그 상처를 보자마자 임구택의 얼굴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살의가 묻은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경찰에게 물었다.“이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은 어디에 있습니까?”갑자기 경찰서로 쳐들어온 임구택을 뭐 하러 왔냐고 묻기도 전에 임구택이 또 차갑고 포악한 눈빛으로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는 모습에 경찰들은 놀라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이에 소희가 그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아주 작은 상처일 뿐이야, 그러니까 진정해. 상대방의 상처가 나보다 훨씬 더 심각해.”“칼까지 들고 싸웠는데,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이때 대장이 들어와서 공손하게 임구택을 향해 말했다.“임 선생님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먼 걸음 하게 해서 미안하네요.”대장의 인사에 임구택이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 사람과 싸운 놈들은요?”이에 대장이 바삐 말했다.“싸운 게 아니라 소희 씨가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나선 거거든요! 덕분에 마민영 씨가 살았고요.”임구택이 듣더니 고개를 돌려 소희를 쳐다보았다.이에 소희가 눈썹을 한번 올렸다. 비록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