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민영 씨라는 분이 바로 이 감독이 이번에 새로 뽑은 여 주인공이야?”“음.”“케이슬에는 뭐 하러 갔는데?”“마민영이 의상에 대해 같이 상의해보고 싶다고 해서.”“그럼 그 여인은 왜 강제로 약을 먹은 건데?”“몰라. 내가 케이슬에 도착했을 때 마민영은 이미 납치되어 밖으로 끌려가고 있었어.”임구택이 소희의 상처를 한번 쳐다보고는 물었다.“경비원을 부르면 안 돼? 왜 굳이 네가 달려드는 건데? 무술을 잠깐 배웠다고 아주 구세주라도 된 것 같아?”임구택에게 혼나고 있는 소희의 예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들의 차가 바로 입구에 세워져 있어 경비원을 부르기엔 너무 늦었어.”“그 사람이 네가 이토록 필사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아니.”소희가 임구택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마민영이 오늘 나를 불러낸 것도 다른 꿍꿍이가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난 마민영이 그대로 죽게 놔둘 수가 없었어.”“죽는다고? 네가 어떻게 그 여인이 반드시 죽을 거라고 확신하는 건데?”임구택의 눈동자 깊은 곳에는 분노가 숨어 있었다.“그리고 난? 넌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난 어떡하라고? 2년 전에 나 이미 한번 죽을 뻔했어, 알아?”임구택의 말에 소희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당연히 몰랐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하지만 그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고분고분 그에게 혼나지도 않았을 테니까.임구택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냉혈인간이라고 욕해도 좋아, 그 여인의 죽음은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하지만 넌 안 된다. 너의 목숨은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해.”소희는 순간 손끝이 저리고 가슴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난 괜찮아. 날 믿어.”“자신이 제일 신경 쓰는 사람 앞에서는 그 누구도 냉정해질 수 없어.”소희가 입술을 오므린 채 고개를 숙였다. 갈수록 임구택의 진심 어린 고백에 직시할 수 없는 것 같았다.임구택이 다시
사건의 경과는 마민영이 깨어나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조사가 끝난 후 소희는 바로 풀려났다.그러다 경찰서를 나오니 명우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차에 올라탄 후 소희가 바로 명우를 향해 말했다.“미안해요, 명우 씨, 저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옆에 있던 암구택이 듣더니 냉소하며 말했다.“예전에 명우가 너를 도와 너의 신분을 나한테 속였을 때 이미 너의 부하가 된 거 아니었어? 부하한테 뭐 미안할 게 있어?”소희가 잠깐 멍해있더니 갑자기 예전의 일을 생각나 명우한테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임구택을 향해 물었다.“후에 당신 명우 씨를 징벌하지 않았지?”“아니요!”명우가 임구택 먼저 대답했다.“대표님께서 선처해 주시고, 다행히도 중벌은 내려주지 않았습니다.”다만 그를 서북의 유전으로 1년 동안 파견 보냈을 뿐. 하지만 그건 충분히 가벼운 징벌이었다.소희는 당연히 ‘중벌’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정말 미안해요.”그런데 이번엔 임구택이 명우 먼저 대답했다.“별말씀을요, 부인. 정말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임구택의 뜬금없는 호칭에 소희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고, 이에 임구택이 바로 또 비웃으며 물었다.“당신이 제일 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나 아니야?”“뭘? 명우 씨더러 우리의 이혼 절차를 밟지 말라고 한 걸 미안해하라고?”소희가 되물었다.이에 임구택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렇게 따지면 그는 오히려 명우에게 감사해야 했다.그리고 임구택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모습에 명우는 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다 또 암구택한테 발견될까 봐 다시 정색하여 열심히 운전했다.암구택이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정에 가자.”이에 소희가 고개를 저었다.“아니, 경원으로 돌아갈래.”오늘은 소희가 다쳤으니, 임구택의 소희의 요구에 따라줄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시간도 많는데 급해할 것도 없고.그렇게 차는 경원주택단지에 들어섰고, 소희는 명우에게 감사를 표하고 차에서 내리려
아침 먹고 소희는 출근하는 길에 청아를 먼저 장씨 그룹으로 데려다 주었다.가는 길에 청아가 소희를 한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어 물었다.“어젯밤에 언제 돌아왔어?”“11시 다 되어서.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좀 늦게 끝났거든.”어제 저녁 그 모습으로 청아 앞에 나타났다간 청아가 걱정할 게 분명했기에, 소희는 청아 집으로 들르지 않고 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갔었다.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왔는데 밥도 못 먹고 잠들었을 소희가 마음에 걸렸는지 청아는 자책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나 어제 분명 야식까지 만들어 놨는데, 너무 졸려서 먼저 잠들어 버렸어.”“앞으로 내가 늦게 돌아오게 되면 날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응, 알았어.”소희의 당부에 청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의 뉴스를 뒤져보기 시작했다.오늘의 실검 뉴스는 ‘케이슬 흉기 난동 사건’으로 어제 밤 케이슬 대문 앞에서 마음씨 착한 한 여인이 여러 명에게 납치당한 무고한 사람을 구했다는 내용이 게재되어 있었고, 그 밑에는 사진도 한 장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은 길가던 모 행인이 급히 휴대폰으로 찍은 것인지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았고, 또 일이 터진 게 마침 어두워진 후의 저녁때라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태도는 여느 때보다 더 들끓어 있었다. 그리고 어제 그 현장에 있었다는 한 네티즌의 진술에 의하면 착한 여 시민은 싸움 실력은 한발로 사람을 걷어차 날려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심지어 7~8명에 달하는 강도들이 분명 다 손에 칼을 들고 있었지만 결국 착한 여 시민한테 죽도록 얻어맞아 콧물을 질질 짜며 도망쳤다고.그래서 지금 댓글은 전부 사진 속 착한 여 시민에 대한 칭찬으로 자자했고, 착한 여 시민의 사진을 찾는 네티즌들도 엄청 많았다.뉴스 속 사진을 한창 들여다보던 청아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소희에게 물었다.“너 어제 어디에 있었어?”“케이슬.”“그럼 이거 봤어?”청아가 뉴스
청아는 침을 한번 삼키고 고개를 숙여 장시원이 풍기고 있는 압박감을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들었어요. 저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 안 될 것 같아요. 미안해요.”[그럼 내일은요? 내일은 쉬는 날이죠?]“내일에도 일이 있어요.”청아가 자신을 거절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하온은 멋쩍게 한번 웃고는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그럼 청아 씨 이제 시간이 될 때 만나요.]“하 선생님, 저 하 선생님에게 적합한 짝이 아니에요, 연애할 생각도 없고요. 그러니까 더 이상 저한테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하온의 포기할 줄 모르는 태도에 청아가 눈썹을 한번 찌푸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거절했다.이에 하온이 잠시 멍해져 있다가 한참 후에야 다시 웃으며 말했다.[너무 일찍 그렇게 단정 짓지 마요. 만약 어느 날 청아 씨가 갑자기 연애하고 싶어지고, 마침 내가 또 청아 씨를 쫓고 있으면, 그건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 아닌가요?]정수리를 찌르고 있는 장시원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눈치챈 청아는 난감한 표정을 드러내며 다시 하온을 거절하려는데 휴대폰 맞은편의 하온이 청아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어서 출근해요, 다른 건 이제 만나서 다시 얘기하고. 끊을 게요.]그렇게 청아가 거절하기도 전에 하온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고, 꺼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청아는 순간 마음속이 착잡해졌다.그런데 이때, 장시원이 갑자기 손을 내밀어 청아의 턱을 잡았다.조금전까지만 해도 농락의 뜻이 섞여 있던 그의 눈빛은 어느새 얼음판 마냥 차가워져 있었다.“전에 그렇게 그 사람이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맹세하더니, 지금 뭐하는 거지?”허홍연이 퇴원하던 날 장시원은 이미 둘 사이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눈치챘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그쪽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요.”“상관이 없다?”청아의 고집스러운 눈빛에 장시원은 갑자기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들은 사람 마냥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차갑게 청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여
이 감독의 표정에 소희는 죄책감이 들어 바삐 사과했다.“죄송합니다, 감독님. 이현 씨의 일도 그렇고, 마민영 씨의 일도 그렇고, 전부 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네요.”“아니야, 소희 씨. 그런 말 하지 마. 나 오히려 소희 씨한테 감사해야 해.”소희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던 이 감독은 오히려 웃으며 소희를 위로했다.“소희 씨 어제 제때에 나타나 민영 씨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민영 씨는 정말 큰일이 났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운이 좋으면 그동안 우리의 노력은 헛수고로 되고, 나는 다시 여주인공을 뽑아야 할 거고, 재수 없으면 이번 작품 그대로 중단해야 했을 거야.”“마민영 씨 아무 일도 없어요, 요 이틀 사이에 다시 돌아와 촬영을 계속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감독님께서는 될수록 일이 더 커지지 않게 바깥의 기자들과 잘 말해서 돌려보내세요.”“그래, 더 이상 말썽을 일으켜서는 안 돼.”젊은 나이에 맞지 않게 남들이 쉽게 생각지 못하는 점들까지 단번에 콕 집어 내는 소희의 능력에 이 감독이 탄복하는 눈빛을 드러내며 말했다.“마민영 씨가 성질도 더럽고 눈에 뵈는 것도 없다는 걸 나도 알고 있어. 소희 씨 그동안 많이 수고했어.”“아닙니다. 소동 씨가 온 후로 저 마민영 씨랑 별로 만나지도 못했는 걸요.”“소동 씨는…….”소동의 이름이 언급되자 이 감독이 갑자기 착잡한 표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업무에 대해 소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소희를 돌려보냈다.그렇게 이 감독의 사무실에서 나와 소희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는데 조수 미나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와서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소희 씨! 마, 마민영이 왔어요!”“마민영 씨가 왔다고?”소희가 듣더니 살짝 놀라서 물었다.매일 밥 먹듯이 지각하던 마민영이 그렇게 큰 일을 겪은 후 오히려 아침 일찍 출근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하지만 소희는 바로 또 놀란 표정을 거두고 담담하게 물었다.“마민영 씨가 출근한 게 뭐가 대단한 일이라
솔직히 소희는 이렇게 갑자기 돌변하여 애교까지 부리는 마민영보다는 예전의 그 가탈스럽고 성질이 더러운 마민영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지금처럼 이렇게 섬뜩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으니까.‘정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여인이야.’“소희야, 내가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할까?”마민영은 전혀 소희를 놓아줄 생각은 하지 않고 여전히 애교를 부리며 물었다.이에 소희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저기, 마민영 씨, 이 손부터 먼저 놔줄래요?"마민영은 그제야 쑥스럽게 웃으며 소희를 놔주었다. 그러고는 진심이 담긴 두 눈으로 초롱초롱하게 소희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말해봐, 소희야. 돈? 아니면 집? 네가 말하기만 하면 내가 다 들어줄게.”“아니요,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어제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어도 난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구했을 거니까 이러지 않아도 돼요.”소희의 덤덤한 대답에는 사양의 뜻이 묻어 있었지만 마민영의 눈빛이 거절당한 사람 치고는 엄청 밝았다.“너에게 있어서는 다 똑같겠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나를 구한 사람이 바로 너야. 네가 아니었다면 난 정말 큰일이 났을 거야.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주위에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마민영과 소희의 대화에 낮은 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논 소리를 들은 소희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마민영을 향해 말했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해요.”“그래!”마민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소희만 보면 물고 늘어지려 했던 그녀의 눈에는 지금 온통 소희뿐이었다. 심지어 소희의 한마디에 바로 고분고분 뒤를 따라 소희의 사무실로 들어가기까지 하고.그렇게 두 사람이 사무실로 들어간 후,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스태프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를 쳐다보았다.마민영이 또 소희를 괴롭히려고 아침 일찍 달려와 이정남과 싸운 줄 알았는데, 소희가 오자마자 소희를 껴안고 감사의 인사를 표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히 소동도 포함되어
소희가 갑자기 농담이 섞인 말투로 덤덤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사람 찾아 날 혼낼 거예요?”소희의 실력을 뻔히 알면서도 사람을 보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으니 마민영은 당연히 그렇게 할 리가 없었다.그래서 고개를 한번 젓고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찾은 사람들은 너와 비하면 잽도 안 돼.”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민영의 조수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민영 씨, 이 감독님께서 민영 씨가 출근한 걸 알고 오늘부터 촬영 시작할 수 있는지 묻는데요?”“내가 지금 소희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 거 안 보여? 가서 이 감독한테 말해, 내가 지금 몸에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니까 이틀 동안은 푹 쉬어야 한다고.”마민영의 화가 잔뜩 묻은 어투에 겁을 먹은 조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이때 소희가 덤덤하게 마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많이 불편한 거 아니시면 이 감독님의 요구에 협조해 줘요, 그래야만 우리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거든요.”“그래, 네 말 대로 할 게!”방금 전까지만 해도 언짢아하고 있던 마민영이 소희의 말에 바로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러는 마민영의 모습을 처음 보는 조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제자리에 서서 두 사람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이에 마민영이 또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조수를 무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소희가 한 말 못 들었어? 이 감독에게 어서 알리러 가지 않고 거기에 서서 뭐하는 거야?”“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조수가 놀라 바삐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그러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뒤에 있던 마민영이 다시 조수를 불렀다.“잠깐! 나 할 말이 있으니까 가서 다른 조수들을 전부 불러와.”“네!”조수가 바삐 밖으로 나가 마민영의 기타 조수와 소동을 전부 방으로 불러들였다.그리고 마민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앞에 서 있는 네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다
“무슨 요구? 얼마든지 말해!”“이번 작품의 진도가 이미 충분히 지체되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이 감독님과 다른 스태프들이 매일 하염없이 민영 씨만 기다리게 하지 말고 앞으로 조금만 더 일찍 출근해주시면 안 될까요?”그녀 자신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전체 제작진을 위한 요구이다.그리고 분명 매일 출근하는 걸 제일 거부했던 마민영이었는데, 소희의 말에 의외로 통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것도 요구라고 제기한 거야? 그래, 내일부터는 매일 일찍 올게.”그러면서 마민영이 또 고개를 돌려 조수에게 분부했다.“내일부터 아침 6시로 알람을 맞춰 둬, 7시에 바로 촬영장에 도착할 수 있게.”“그렇게 일찍 도착할 필요는 없고요, 8시에 도착해도 충분해요.”“그래! 네 말대로 할 게!”소희가 뭘 말하든 마민영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이상하게 돌변한 마민영을 감당할 수가 없는 소희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어서 가봐요, 이 감독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오키!”여전히 고분고분한 태도.마민영은 바로 조수들을 데리고 소희의 사무실을 떠났다.하지만 맨 뒤에 있던 소동은 일부러 마민영이 멀리 가기를 기다렸다가 고개를 돌려 소희를 아래위로 훑으며 냉소했다.“언니는 참 재주도 좋아.”“더 이상 날 언니라고 부르지 마, 우리 사이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걸 너 자신도 잘 알고 있잖아. 어서 일하러나 가봐, 또 마민영 씨한테 욕 먹지 말고,”“너!”소희의 차갑고 인정사정없는 대답에 소동의 얼굴색이 순간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소동은 바로 또 웃음을 드러냈다.“비웃고 싶으면 실컷 비웃어 봐. 어차피 난 이 직무를 잃고 작업실의 문을 닫게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돌아가 아빠와 엄마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엄마가 지금 너를 엄청 증오하고 있어 한 푼도 너에게 남겨주지 않을 거야.”먹은 나이에 맞지 않게 철이 들기는커녕 여전히 유치하기만 한 소동에 대해 소희는 더 이상 줄 인내심도 없었다.그래서 한숨을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