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소희는 이렇게 갑자기 돌변하여 애교까지 부리는 마민영보다는 예전의 그 가탈스럽고 성질이 더러운 마민영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지금처럼 이렇게 섬뜩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으니까.‘정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여인이야.’“소희야, 내가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할까?”마민영은 전혀 소희를 놓아줄 생각은 하지 않고 여전히 애교를 부리며 물었다.이에 소희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저기, 마민영 씨, 이 손부터 먼저 놔줄래요?"마민영은 그제야 쑥스럽게 웃으며 소희를 놔주었다. 그러고는 진심이 담긴 두 눈으로 초롱초롱하게 소희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말해봐, 소희야. 돈? 아니면 집? 네가 말하기만 하면 내가 다 들어줄게.”“아니요,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어제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어도 난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구했을 거니까 이러지 않아도 돼요.”소희의 덤덤한 대답에는 사양의 뜻이 묻어 있었지만 마민영의 눈빛이 거절당한 사람 치고는 엄청 밝았다.“너에게 있어서는 다 똑같겠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나를 구한 사람이 바로 너야. 네가 아니었다면 난 정말 큰일이 났을 거야.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주위에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마민영과 소희의 대화에 낮은 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논 소리를 들은 소희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마민영을 향해 말했다.“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해요.”“그래!”마민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소희만 보면 물고 늘어지려 했던 그녀의 눈에는 지금 온통 소희뿐이었다. 심지어 소희의 한마디에 바로 고분고분 뒤를 따라 소희의 사무실로 들어가기까지 하고.그렇게 두 사람이 사무실로 들어간 후,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스태프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를 쳐다보았다.마민영이 또 소희를 괴롭히려고 아침 일찍 달려와 이정남과 싸운 줄 알았는데, 소희가 오자마자 소희를 껴안고 감사의 인사를 표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히 소동도 포함되어
소희가 갑자기 농담이 섞인 말투로 덤덤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사람 찾아 날 혼낼 거예요?”소희의 실력을 뻔히 알면서도 사람을 보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으니 마민영은 당연히 그렇게 할 리가 없었다.그래서 고개를 한번 젓고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찾은 사람들은 너와 비하면 잽도 안 돼.”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민영의 조수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민영 씨, 이 감독님께서 민영 씨가 출근한 걸 알고 오늘부터 촬영 시작할 수 있는지 묻는데요?”“내가 지금 소희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 거 안 보여? 가서 이 감독한테 말해, 내가 지금 몸에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니까 이틀 동안은 푹 쉬어야 한다고.”마민영의 화가 잔뜩 묻은 어투에 겁을 먹은 조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이때 소희가 덤덤하게 마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많이 불편한 거 아니시면 이 감독님의 요구에 협조해 줘요, 그래야만 우리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거든요.”“그래, 네 말 대로 할 게!”방금 전까지만 해도 언짢아하고 있던 마민영이 소희의 말에 바로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러는 마민영의 모습을 처음 보는 조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제자리에 서서 두 사람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이에 마민영이 또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조수를 무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소희가 한 말 못 들었어? 이 감독에게 어서 알리러 가지 않고 거기에 서서 뭐하는 거야?”“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조수가 놀라 바삐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그러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뒤에 있던 마민영이 다시 조수를 불렀다.“잠깐! 나 할 말이 있으니까 가서 다른 조수들을 전부 불러와.”“네!”조수가 바삐 밖으로 나가 마민영의 기타 조수와 소동을 전부 방으로 불러들였다.그리고 마민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앞에 서 있는 네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다
“무슨 요구? 얼마든지 말해!”“이번 작품의 진도가 이미 충분히 지체되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이 감독님과 다른 스태프들이 매일 하염없이 민영 씨만 기다리게 하지 말고 앞으로 조금만 더 일찍 출근해주시면 안 될까요?”그녀 자신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전체 제작진을 위한 요구이다.그리고 분명 매일 출근하는 걸 제일 거부했던 마민영이었는데, 소희의 말에 의외로 통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것도 요구라고 제기한 거야? 그래, 내일부터는 매일 일찍 올게.”그러면서 마민영이 또 고개를 돌려 조수에게 분부했다.“내일부터 아침 6시로 알람을 맞춰 둬, 7시에 바로 촬영장에 도착할 수 있게.”“그렇게 일찍 도착할 필요는 없고요, 8시에 도착해도 충분해요.”“그래! 네 말대로 할 게!”소희가 뭘 말하든 마민영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이상하게 돌변한 마민영을 감당할 수가 없는 소희는 바로 손을 흔들었다.“어서 가봐요, 이 감독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오키!”여전히 고분고분한 태도.마민영은 바로 조수들을 데리고 소희의 사무실을 떠났다.하지만 맨 뒤에 있던 소동은 일부러 마민영이 멀리 가기를 기다렸다가 고개를 돌려 소희를 아래위로 훑으며 냉소했다.“언니는 참 재주도 좋아.”“더 이상 날 언니라고 부르지 마, 우리 사이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걸 너 자신도 잘 알고 있잖아. 어서 일하러나 가봐, 또 마민영 씨한테 욕 먹지 말고,”“너!”소희의 차갑고 인정사정없는 대답에 소동의 얼굴색이 순간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소동은 바로 또 웃음을 드러냈다.“비웃고 싶으면 실컷 비웃어 봐. 어차피 난 이 직무를 잃고 작업실의 문을 닫게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돌아가 아빠와 엄마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엄마가 지금 너를 엄청 증오하고 있어 한 푼도 너에게 남겨주지 않을 거야.”먹은 나이에 맞지 않게 철이 들기는커녕 여전히 유치하기만 한 소동에 대해 소희는 더 이상 줄 인내심도 없었다.그래서 한숨을 깊게
점심 시간이 되어 마민영의 조수가 점심을 주문하려고 앱을 뒤지는데 마민영이 갑자기 조수를 향해 말했다.“소희에게도 연락해 물어봐, 점심 먹을 건지.”그러다 곧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마민영이 바로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아니다. 내가 물어볼게.”그리고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마민영이 애교를 부리며 입을 열었다.“우리 소희.”휴대폰 맞은편의 소희는 순간 소름이 돋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러지 마세요, 마민영 씨.]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또 심한 말을 할 수가 없어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차갑게 경고하고 있는 소희의 표정이 상상되었는지 마민영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한참 후에야 다정하게 물었다.“소희야, 나 지금 라이트 푸드 주문할 건데, 너도 먹을래?”[라이트 푸드가 뭐죠?]“그냥 뭐 과일이나 채소 샐러드, 통밀, 그리고 고기 같은 것들을 조합하여 파는 도시락인데 기름과 소금이 거의 안 되어 있어. 맛은 별로 없지만 다이어트도 되고 건강에도 좋아!”자신이 매일 먹고 있는 음식들을 소희에게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민영은 흥분에 겨워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하지만 마민영의 그런 마음을 알 리가 없었던 소희는 바로 눈썹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물었다.[그거, 정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거 맞아요?]“…….”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라이트 푸드만 견지해왔던 마민영은 순간 삶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전 그런 걸 안 먹습니다.]정말 그런 음식이 싫었는지 소희는 마민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바로 한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마민영도 순간 울컥하여 조수를 향해 말했다.“나도 안 먹어!”같은 시각, 소희는 이정남과 함께 도시락 받으러 갔고, 도시락을 나눠주는 직원이 여전히 소희에게 따로 준비한 도시락을 건네주었다.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희는 바로 도시락 뚜겅을 열었고, 기대찬 눈빛으로 입맛을 미리 다시고 있던 이정남이 오늘의 반찬을 본 순간 경악한 표정
소동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러고는 무엇이 그렇게 달갑지 않은지 다시 마민영을 향해 물었다.“민영 씨, 민영 씨와 소희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네가 알 바가 아니잖아. 아무튼 기억해 둬, 앞으로 네가 또 소희를 괴롭혔다간, 그건 나를 괴롭히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걸.”마민영의 경고를 소동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엄청 힘들게 찾은 아군이었으니. 그래서 소동이 또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여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에 소동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들어와!”마민영의 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온 소희는 매서운 눈빛으로 소동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내가 한 말은 전혀 믿지 않은 것 같네?”소동은 순간 아침에 소희가 했던 말들이 생각나 동공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눈빛에 섞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소동은 바로 시선을 아래로 드리운 채 마민영을 향해 말했다.“그럼 저 먼저 일하러 가볼게요. 일이 있으면 저를 호출하세요.”하지만 마민영은 소동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소희를 향해 웃음을 드러내며 물었다."소희야, 날 찾았어?”이에 소동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몸을 돌려 휴게실을 나갔고, 소희는 그제야 손에 든 메이크업 함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이거 돌려주려고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저 진짜 이런 거 필요 없어요.”상 위에 놓인 메이크업 함을 보며 마민영이 눈알을 한번 굴렸다. 그러고는 떠보듯이 조심스레 소희를 향해 물었다.“아까 나와 소동이 한 말들, 다 들었어? 예전에는 소동이 계속 옆에서 나를 부추겨서, 그래서 너를 그렇게 괴롭혔던 거야.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야. 그러니 이 립스틱들은 그냥 받아줘. 이 몇 개의 립스틱으로 네 은혜에 보답하려는 거 아니야, 단지 너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은 거니까.”“민영 씨가 정말로 나랑 친구하고 싶은 거라면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긴데, 지금 이렇게 급하게 선물을 줄 필요가 없잖아요.”마민영의 진심을 모를
차에 올라탄 후, 임구택이 소희를 다정하게 쳐다보며 물었다.“상처는? 아직도 아파?”“아니.”“마씨네 가족들이 아직도 강성에 있어. 직접 당신을 만나 감사를 표하고 싶어하는데, 만날 거야?”“아니, 그럴 필요 없을 거 같아.”“알았어. 그럼 내가 그렇게 전해줄 게.”임구택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마민영 씨 납치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다 끝났어. 마민영 씨의 아버지가 해성의 모 고위직에 출마하게 되었는데, 상대 선수가 마민영 씨를 잡아 그의 가족들을 위협하여 스스로 경선에서 물러나게 할 생각이었나 봐. 그리고 그 사람이 파견한 킬러들이 이미 마민영 씨를 일주일 동안 미행했고, 마침 케이슬에서 당신과 만나기로 한 날에 그들이 기회를 틈타 납치했던 거지. 당신이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마민영 씨는 정말 큰 일이 났을 거야. 그래서 지금 마씨 가문의 가족들이 당신한테 엄청 고마워하고 있어.”말을 마친 후, 임구택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마씨 가문에 자식이라고는 마민영 씨 한 명뿐이야.”소희가 조용히 다 듣고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나도 마민영 씨가 오래전부터 미행당하고 있었을 거라는 걸 예상했어. 그래서? 도망친 킬러들은 다 잡았어?”“응, 다 잡았어.”“그럼 됐어.”소희가 수업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거실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임구택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소파에 놔둔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이에 소희는 아무 말없이 임구택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러다 문뜩 임유민의 과외를 다시 책임지고 나서부터 데이비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소희는 차에 올라탄 후 임구택을 향해 물었다.“데이비드는?”“보고 싶어?”“그냥 뭐, 궁금해서.”“그럼 같이 데이비드 보러 갈래?”임구택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희를 응시하며 물었다.데이비드를 무서워하는 소희는 당연히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임구택의 눈빛 속에 섞인 기대가 너무나도 뚜렷하여 소희는 결국
중산 별장에 도착한 후, 임구택이 먼저 차에서 내려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고는 소희의 손을 잡고 같이 별장으로 들어갔다.예전에 소희는 임구택이 언제가는 갑자기 청원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임구택도 언젠가는 다시 소희를 데리고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그래서 두 사람이 비록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청원에 돌아오는 거지만,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왠지 이미 여러 번 겪어본 장면인 것 같았다.초인종 소리에 문 열러 달려온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소희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두 사람이 같이 돌아왔다는 것이다.꼭 잡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을 보며 오씨 아주머니는 왠지 꿈속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놀라서 멍해진 오씨 아주머니의 표정에 소희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줌마, 날 몰라보겠어요?”“작은 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오씨 아주머니는 격동된 나머지 횡설수설하여 소희를 향해 인사하고는 또 웃으며 임구택을 쳐다보았다.“둘째 도련님도 같이 돌아오셨네요.”옆에 있던 임씨 아저씨도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이때, 소희는 갑자기 멀리서 전해오는 바람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잔디밭을 바라보니, 동시에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데이비드와 설희가 눈에 들어왔다.설희보다 속도가 더 빠른 데이비드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앞에 도착했고, 임구택은 바로 손을 내밀어 소희를 뒤로 막았다.하지만 소희는 오히려 그의 손을 밀어버리고 설희를 향해 달려갔다.분명 2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는데 설희는 소희에 대해 서먹서먹해지는커녕 필사적으로 소희에게 달려들었다.하마터면 설희의 무게를 못 이기고 뒤로 넘어질 뻔한 소희는 가까스로 설희의 목덜미를 잡고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설희를 어루만졌다.그리고 한 번도 그렇게 해맑게 웃는 소희의 얼굴을 본적이 없었던 임구택은 순
“개 한 마리를 염려할 겨를이 있으면서 왜 나는 염려하지 않는 거야?”임구택이 불만스러워하며 투정을 부렸고, 그 모습에 소희가 눈썹을 한번 올리고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설희는 내가 키웠지만, 당신은 내가 키운 게 아니잖아.”“…….”맞는 말이라 임구택은 순간 할말을 잃게 되었다.이때 오씨 아주머니가 주스 두 잔과 디저트를 담은 접시를 들고 와서는 잔디밭에 있는 나무 의자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도련님과 작은 사모님이 갑자기 돌아오실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준비 못했어요. 죄송스러운 대로 일단 이거라도 드세요.”소희가 듣더니 바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예요, 우리가 너무 갑작스레 찾아왔는 걸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고 있는 대로 주시면 돼요.”“네!”여전히 마음씨가 착한 소희의 배려에 오씨 아주머니가 다정하게 한번 웃고는 다시 몸을 돌려 별장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옆에 있던 임구택이 갑자기 손을 들어 소희의 눈썹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어쩐지 오씨 아주머니가 늘 당신의 이름을 언급한다 했네. 당신처럼 착하고 남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주인이 있으니, 하인들로서는 당연히 당신을 좋아하겠지.”“이곳에 있는 3년 동안, 난 한 번도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를 하인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어. 우리 셋이 이 별장에 그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 진작 한가족이 되었거든.”소희가 주스 한 잔을 들고 바로 바닥에 앉아서는 주위의 익숙한 경치를 둘러보았다.그 순간, 소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러다 한참 후, 소희가 다시 임구택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청원에서 살았던 그 3년동안 난 종래로 당신을 원망한적이 없었어. 심지어 이 청원을 지어준 당신에게 고맙기도 했거든.”‘청원이 바로 내가 어려서부터 동경했던 성이었으니까.’소희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을 읽어낸 임구택은 소희의 옆에 앉아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