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81화

Author: 금추
차에 올라탄 후, 임구택이 소희를 다정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상처는? 아직도 아파?”

“아니.”

“마씨네 가족들이 아직도 강성에 있어. 직접 당신을 만나 감사를 표하고 싶어하는데, 만날 거야?”

“아니, 그럴 필요 없을 거 같아.”

“알았어. 그럼 내가 그렇게 전해줄 게.”

임구택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민영 씨 납치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다 끝났어. 마민영 씨의 아버지가 해성의 모 고위직에 출마하게 되었는데, 상대 선수가 마민영 씨를 잡아 그의 가족들을 위협하여 스스로 경선에서 물러나게 할 생각이었나 봐. 그리고 그 사람이 파견한 킬러들이 이미 마민영 씨를 일주일 동안 미행했고, 마침 케이슬에서 당신과 만나기로 한 날에 그들이 기회를 틈타 납치했던 거지. 당신이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마민영 씨는 정말 큰 일이 났을 거야. 그래서 지금 마씨 가문의 가족들이 당신한테 엄청 고마워하고 있어.”

말을 마친 후, 임구택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마씨 가문에 자식이라고는 마민영 씨 한 명뿐이야.”

소희가 조용히 다 듣고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도 마민영 씨가 오래전부터 미행당하고 있었을 거라는 걸 예상했어. 그래서? 도망친 킬러들은 다 잡았어?”

“응, 다 잡았어.”

“그럼 됐어.”

소희가 수업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거실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임구택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소파에 놔둔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에 소희는 아무 말없이 임구택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러다 문뜩 임유민의 과외를 다시 책임지고 나서부터 데이비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소희는 차에 올라탄 후 임구택을 향해 물었다.

“데이비드는?”

“보고 싶어?”

“그냥 뭐, 궁금해서.”

“그럼 같이 데이비드 보러 갈래?”

임구택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희를 응시하며 물었다.

데이비드를 무서워하는 소희는 당연히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임구택의 눈빛 속에 섞인 기대가 너무나도 뚜렷하여 소희는 결국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182화

    중산 별장에 도착한 후, 임구택이 먼저 차에서 내려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고는 소희의 손을 잡고 같이 별장으로 들어갔다.예전에 소희는 임구택이 언제가는 갑자기 청원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임구택도 언젠가는 다시 소희를 데리고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그래서 두 사람이 비록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청원에 돌아오는 거지만,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왠지 이미 여러 번 겪어본 장면인 것 같았다.초인종 소리에 문 열러 달려온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소희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두 사람이 같이 돌아왔다는 것이다.꼭 잡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을 보며 오씨 아주머니는 왠지 꿈속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놀라서 멍해진 오씨 아주머니의 표정에 소희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줌마, 날 몰라보겠어요?”“작은 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오씨 아주머니는 격동된 나머지 횡설수설하여 소희를 향해 인사하고는 또 웃으며 임구택을 쳐다보았다.“둘째 도련님도 같이 돌아오셨네요.”옆에 있던 임씨 아저씨도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이때, 소희는 갑자기 멀리서 전해오는 바람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잔디밭을 바라보니, 동시에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데이비드와 설희가 눈에 들어왔다.설희보다 속도가 더 빠른 데이비드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앞에 도착했고, 임구택은 바로 손을 내밀어 소희를 뒤로 막았다.하지만 소희는 오히려 그의 손을 밀어버리고 설희를 향해 달려갔다.분명 2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는데 설희는 소희에 대해 서먹서먹해지는커녕 필사적으로 소희에게 달려들었다.하마터면 설희의 무게를 못 이기고 뒤로 넘어질 뻔한 소희는 가까스로 설희의 목덜미를 잡고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설희를 어루만졌다.그리고 한 번도 그렇게 해맑게 웃는 소희의 얼굴을 본적이 없었던 임구택은 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183화

    “개 한 마리를 염려할 겨를이 있으면서 왜 나는 염려하지 않는 거야?”임구택이 불만스러워하며 투정을 부렸고, 그 모습에 소희가 눈썹을 한번 올리고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설희는 내가 키웠지만, 당신은 내가 키운 게 아니잖아.”“…….”맞는 말이라 임구택은 순간 할말을 잃게 되었다.이때 오씨 아주머니가 주스 두 잔과 디저트를 담은 접시를 들고 와서는 잔디밭에 있는 나무 의자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도련님과 작은 사모님이 갑자기 돌아오실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준비 못했어요. 죄송스러운 대로 일단 이거라도 드세요.”소희가 듣더니 바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예요, 우리가 너무 갑작스레 찾아왔는 걸요.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고 있는 대로 주시면 돼요.”“네!”여전히 마음씨가 착한 소희의 배려에 오씨 아주머니가 다정하게 한번 웃고는 다시 몸을 돌려 별장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옆에 있던 임구택이 갑자기 손을 들어 소희의 눈썹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어쩐지 오씨 아주머니가 늘 당신의 이름을 언급한다 했네. 당신처럼 착하고 남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주인이 있으니, 하인들로서는 당연히 당신을 좋아하겠지.”“이곳에 있는 3년 동안, 난 한 번도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를 하인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어. 우리 셋이 이 별장에 그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 진작 한가족이 되었거든.”소희가 주스 한 잔을 들고 바로 바닥에 앉아서는 주위의 익숙한 경치를 둘러보았다.그 순간, 소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러다 한참 후, 소희가 다시 임구택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청원에서 살았던 그 3년동안 난 종래로 당신을 원망한적이 없었어. 심지어 이 청원을 지어준 당신에게 고맙기도 했거든.”‘청원이 바로 내가 어려서부터 동경했던 성이었으니까.’소희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을 읽어낸 임구택은 소희의 옆에 앉아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 3년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184화

    소희는 손을 데이비드의 머리에 얹었다.그리고 소희의 손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데이비드는 얌전히 땅에 엎드려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이에 설희가 질투났는지 땅에 엎드린 채로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서는 소희의 손바닥 쪽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데이비드가 머리로 설희를 밀어냈고, 설희는 바로 발을 들어 데이비드의 머리에 짓눌렀다. 그렇게 두 마리의 개는 다시 한데 뒤엉켜 잔디밭에서 굴러다녔다.임구택이 소희를 꼭 껴안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소희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어때, 당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어렵지 않지? 난 데이비드보다는 덜 무서워, 그러니까 천천히 나를 받아주는 데에 노력해 봐,”임구택의 칠흑 같은 눈빛은 소희를 집어삼키려는 블랙홀 마냥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어두웠다.그는 손으로 부드럽게 소희의 얼굴을 한번 어루만지고는 고개를 숙여 소희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보배야.”너무 오랜만에 불러보는 호칭.심지어 임구택은 소희가 이 호칭을 거부할까 봐 평소에 함부로 부르지도 않았다.그리고 소희가 거부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임구택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소희에게 키스를 했다.산속의 바람이 너무 상쾌하여 소희의 마음을 기분 좋게 어루만졌는지 소희는 의외로 임구택의 키스를 거부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아 임구택의 키스에 반응을 해주었다.그렇게 임구택의 키스는 점점 뜨거워졌고, 칠흑 같은 두 눈은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을 담고 소희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한참 후, 임구택이 동작을 멈추고 소희에게 물었다.“당신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거 맞지?”임구택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는 바람에 아직 뜨거운 키스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소희는 초롱초롱해진 두 눈으로 멍하니 임구택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러는 소희의 모습에 마음이 간질간질해난 임구택은 소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소희의 허리를 감싸 안고 키스했다.비록 두 사람이 갑작스레 찾아온 거라지만 점심은 여전히 엄청 푸짐했다. 심지어 임씨 아저씨는 특별히 산 아래 디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185화

    오씨 아주머니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소희에게 저녁에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었다.이에 소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녁은 됐습니다, 저희 곧 돌아가야 되거든요.”“내일 아침 일찍 여기서 떠나도 시간에 맞춰 유민에게 수업을 해줄 수 있어.”임구택도 소희에게 남기를 권했지만 소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지금 돌아가자.”임구택은 소희와 함께 청원에 남고 싶었지만 강요하지 않고 소희의 뜻에 따랐다.오씨 아주머니는 소희가 가겠다는 말에 바로 직접 만든 디저트를 전부 종이봉투에 포장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작은 사모님, 이 디저트들은 길에서 드세요.”“고마워요.”오씨 아주머니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드러내며 임구택을 향해 말했다.“도련님, 시간이 되면 자주 작은 사모님을 데리고 돌아오세요. 다음에는 미리 전화하시고요, 제가 좀 더 넉넉하게 준비할 수 있게.”“그럴 게요.”임구택이 덤덤하게 대답하고는 소희 손에 들린 디저트 봉투를 받아 들고 소희와 함께 청원을 떠났다.그렇게 차가 청원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와중에 소희는 사이드 미러를 통해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별장 문 앞에 서서 그들이 떠나가는 차를 쳐다보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그러다 차가 산에서 내려온 후, 임구택이 고개를 돌려 소희를 향해 물었다.“저녁에 뭘 먹고 싶어?”“당신 안 바빠?”저녁 시원한 산바람을 쐬고 있던 소희가 웃으며 대답했다.“아까 통화하는 걸 들으니까 술자리가 있는 것 같던데, 가서 일 봐. 난 집으로 돌아가 요요랑 이 디저트들을 먹을 거야.”“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모든 술자리를 취소할 수 있어.”“아니야, 나도 오늘 일찍 돌아가 쉬고 싶어. 완성해야 할 디자인 원고도 두 장이나 남았고.”“알았어.”없는 시간을 짜내서라도 소희와 붙어있고 싶은 임구택이었지만 결국 소희에게 강요하지도 못하고 그녀의 뜻에 따랐다.운해 거리에서 경원주택단지로 돌아가는 길은 그런대로 순조로워서 한 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소희가 차에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186화

    그렇게 한참 소희를 품에 안고 나서 심명이 한숨을 내쉬었다.“이제야 진정되네.”소희가 손을 뻗어 심명을 밀었다.“언제 돌아왔어? 왜 전화는 안 하고?”“방금 돌아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너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전화 안 한 거고.”심명이 여전히 요염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소희의 턱을 잡았다.“어디 보자, 살이 빠졌나.”“안 빠졌어.”소희가 자신의 턱을 잡고 있는 심명의 손을 밀어버리고는 눈썹을 찌푸린 채 말했다.“그렇게 건들건들한 태도로 말하지 마.”“어떻게 금방 돌아온 사람한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 내가 외국에서 잘 지냈는지는 묻지도 않고. 난 너와 이현의 일을 알게 된 후 바로 비행기를 타고 서둘러 돌아왔단 말이야.”심명이 불만이 많은 사람 마냥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투정을 부렸고, 그 모습에 소희가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다 지나갔어.”“그래? 난 어제야 국내 뉴스를 접하게 되어서 몰랐네. 그래서 이현이라는 여인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데?”묻고 있는 심명의 얼굴은 얼음장 마냥 차가웠다.“몰라, 요즘 이현에 대한 소식이 없어.”“이현이 널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는데, 임구택이 설마 그냥 그렇게 그 여인을 살려뒀어?”“아니, 이현이 나보다 더 비참해.”소희가 덤덤하게 대답하면서 디저트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돌려 심명을 향해 말했다.“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마.”“걱정마, 아무것도 안 해. 내가 왜 임구택을 대신해 난장판을 치워야 하는데?”심명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정말 임구택에 관한 일이라면 전혀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는 표정이었다.그러고는 소희를 따라 식탁 쪽으로 다가가서는 소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어서 옷 갈아입어, 우리 나가서 밥 먹자.”“안 가, 너도 오랫동안 청아를 보지 못했잖아. 그냥 아래층으로 내려가 청아랑 같이 밥 먹자.”“싫어, 나 너랑 같이 먹을 거란 말이야. 나 내일 아침이면 또 일찍 오주로 돌아가야 해. 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187화

    “장시원은 요요가 그의 아이라는 걸 아직 몰라.”“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알게 되면 일은 더 귀찮아질 뿐이야.”“남 걱정은 그만하고, 네 일이나 신경 써.”눈썹을 찌푸린 채 청아와 요요를 걱정하고 있는 소희의 모습에 심명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에 소희가 순간 뜨끔해져서는 물었다.“내가 무슨 신경 쓸 일이 있다고 그래?”하지만 심명은 고개를 돌려 소희를 한번 쳐다보고는 소리 없이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렇게 파티 현장에 도착한 후, 심명은 어디서 청첩장을 구해왔는지 직원에게 건네주고는 소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파티 주체인이 심명을 알고 있었는지 바로 다가와서는 열정적으로 심명과 인사를 나누었다.그러다 이야기를 다 나눈 후 심명은 소희의 손을 잡고 사방을 돌아다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심명이 또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물론 그가 사귀었던 여자 친구 중에 예쁘지 않았던 여인은 없었다.한참 후, 소희가 창문틀에 기대어 눈썹을 올린 채 심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바로 네 목적이었어?”심명이 소희에게 술 한 잔을 건네주며 의아해서 되물었다.“무슨 목적?”“시치미 떼지 마.”방금 심명을 따라다니며 이미 적지 않은 술을 마셨지만, 소희는 여전히 심명이 건네준 칵테일을 받아 한입에 원샷했다. 그러고는 의외로 통쾌하게 심명을 향해 말했다.“괜찮아, 오늘은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해, 내가 허락해줄 게.”술이 들어간 후의 소희는 더 이상 평소처럼 무뚝뚝하지 않았다. 오히려 술 기운이 살짝 올라 초롱초롱해진 두 눈은 왠지 모르게 깜찍한 게 사람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했다.그리고 그러는 소희의 모습에 심명이 앞으로 다가가서는 고개를 숙여 소희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갑자기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건데?”심명의 물음에 순간 눈동자에 난해한 빛이 스쳐 지난 소희는 결국 심명의 시선을 피해 두 눈을 아래로 드리웠다.그리고 이때, 연회장 안의 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은은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188화

    등불은 사람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고, 연회장 중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며 오가고 있었지만 임구택은 여전히 단번에 인파 속에서 소희를 알아보았다.그리고 화려한 옷차림을 한 소희가 눈동자에 웃음을 머금고 심명의 품에 기대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에 임구택의 눈빛은 순간 얼음장 마냥 차가워졌다.그녀를 위해 뜨겁게 뛰고 있던 심장도 점점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돌아가 디자인 원고를 마저 그려야 한다던 사람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모습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춤을 추고 있었으니.‘나와 함께 있을 땐 종래로 저렇게 꾸민 적이 없었으면서, 심명과 파티에 참가한다고 정성껏 치장하고 심지어 화장까지 한 거야? 그래서 심명이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가?’‘아직 마음 속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서 계속 나를 받아주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원인이 있었네. 역시 내가 너무 순진했어.’마음 속의 화가 먼저인지 아픔이 먼저인지 구분할 수 없는 임구택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을 멈춘 채 얼음장 마냥 차가워진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심명과 웃으며 춤을 추고 있는 소희는 눈썹마저 같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임구택은 차가운 심연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한 곡이 끝나고 심명은 소희를 데리고 물러났다.“배고프지? 뭐 좀 먹으러 가자.”술을 많이 마신 데다 춤까지 추었더니 어느새 술기운이 솟구쳐올라와 소희는 위가 쓰리기 시작했다.“가자.”소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심명이 소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그렇게 연회장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고 나니 소희는 순간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웃으며 심명을 향해 말했다.“우리 여기에 좀 앉아있자.”“어디 불편해?”“아니, 그냥 좀 앉아있고 싶어서.”“그래.”심명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소희와 함께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맞은편에는 분수가 물을 뿜고 있었고, 밤바람이 분수의 수증기를 감싸고 소희의 얼굴을 기분 좋게 쓰다듬었다.“취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189화

    소희는 순간 목이 메어왔다.그리고 그러는 소희의 표정을 보며 심명이 낮은 소리로 소희를 향해 말했다.“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줘.”“뭘? 말해 봐.”“조금 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 한마디도 하지 마.”심명이 농담 섞인 눈빛으로 소희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이에 소희가 눈썹을 올린 채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뒤쪽에서 먼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 하지 그래?”너무나도 귀에 익은 소리라 소희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소리 없이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나서 고개를 돌렸다.임구택이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얼음장 마냥 차가워진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고 있었다.“디자인 원고를 그려야 한다며? 왜 여기에 있는 건데?”소희가 막 대답하려고 입을 여는데 옆에 있던 심명이 갑자기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소희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방금 약속한 일, 잊지 마.”이에 소희가 심명을 한번 흘겨보고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심명, 장난 그만 쳐.”소희의 두 눈에는 이미 경고의 빛이 섞여 있었지만 심명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소희의 허리를 감쌌다. 그러고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임구택을 바라보았다.“여기서 다 만나네요, 임 대표님.”임구택은 심명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여전히 소희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동자 깊은 곳에는 노여움과 슬픔이 묻어 있었다.“오후에는 나와 키스하고, 저녁에는 또 다른 남자의 품에 앉아 있고. 소희, 너 정말 너무 대단하네. 난 단지 네가 나를 다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 줄 알았는데, 나와 심명 사이에서 적합한 사람을 고르고 있는 거였네? 그래서, 결정은 났어?”“당연히 나를 선택했죠. 방금 소희가 나와 참회하고 있었는 걸요, 임 대표님과 너무 가까이 가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심지어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어요. 그리고 난 이미 소희를 용서했고.”심명의 해맑게 웃으며 임구택 앞에서 약 올리고 있는 모습에 소희가 바로 고개를 돌려 심명을 노려보았다.너무 지나치지 말라고 경고하고

Latest chapter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8화

    유진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비 내리는 거리에서 방향도 없이 걸었다. 손에는 여전히 서인을 위해 산 셔츠가 들려 있었다. 서인에게 전해주지도 못한 채, 유진은 그것을 잊어버린 듯 꼭 쥐고 있었다.언제부터인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굵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순식간에 흠뻑 적셔 버렸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유진의 몸을 더욱 식혀 갔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차가움이 오히려 유진을 속 시원하게 만들었다.[분명 포기하고 싶었는데.][하지만 여전히 널 붙잡고 싶어.][이렇게까지 부딪혔는데도, 왜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오랫동안 널 사랑했는데...][그냥 친구가 되는 건 너무 가혹해.][네가 다른 사람과 손을 잡는 걸 보고 싶지 않아.]길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빗소리와 어우러져 더욱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서인은 늘 유진을 철없는 어린아이 취급했지만,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었다. 자신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유진은 그렇게 순진한 소녀가 아니었다. 이 감정은 단순한 호기심도, 한순간의 설렘도 아니었다. 오랜 시간, 뼛속까지 스며든 깊은 사랑이었다.하지만 결국, 유진의 마음은 공허한 바람 속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서인은 단 한 번도 유진에게 흔들리지 않았다.유진의 사랑은, 서인에게 있어서 오로지 부담일 뿐이었고, 그것이 그녀의 사랑 결말이었다.유진은 계속해서 떠올렸다.흥성에서의 그 며칠. 유진은 서인을 당연한 듯 의지했고, 장난도 마음껏 쳤다. 그리고 그는 묵묵히 그녀를 받아 주었다. 그게 마치 자신도 특별하다고 착각하게 했다.그래서, 이문 오빠의 생일날 밤 유진은 서인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그 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유진은 선을 넘었기에, 서인은 화가 났고 결국 유진을 밀어내 버렸다. 그러니 유진은 후회해야 할까, 아니면 슬퍼해야 할까?그저 알 수 없이 눈물만 흘렀고, 빗물과 섞여, 감정을 숨길 수도 없었다.[날 차갑게 외면할 때, 넌 또 누구의 마음을 데우고 있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7화

    유진은 애써 참으려 했지만, 결국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목소리를 한없이 낮추며 간신히 말했다.“지난번엔 내 잘못이었어요. 내가 순간적으로 충동적이었어요.”그러나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삼켰다.“다시는 안 그럴게요.”유진은 간절하게 속삭였다.“더는 사장님이 부담스러워할 말도 하지 않을게요. 다시는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않을게요. 사장님을 곤란하게 하지도 않을 거예요.”“사장님이 싫어하는 건 절대 안 할게요. 정말이에요.”눈물이 쏟아지는 걸 막지도 못한 채, 그녀는 마지막으로 애원했다.“그러니까 제발, 제발 나를 쫓아내려고 다른 여자를 이용하지 마요.”유진은 불안했다, 서인이 갑자기 진수아와 사귀게 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떠올랐다.‘지난번, 이문 오빠 생일날 내가 키스해서 화가 났던 걸까?’‘그때부터 모든 게 변해버린 걸까?’서인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유진이 울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그는 속이 답답해지는 걸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임유진, 왜 아직도 모르겠어?”“너와 나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어.”“아무리 붙잡아도, 아무리 애써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그는 마치 자신에게도 되뇌는 듯,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사랑 같은 건 몰라.”“그냥 적당한 사람이면 돼. 그래서 진수아와 사귀는 거야.”유진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그럼 우리 둘은요? 우리는 맞지 않는 거예요?”서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단호하게 답했다.“맞지 않아.”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 차가운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 산산이 부수어버렸다. 눈앞이 흐려지고, 심장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이 밀려왔다.유진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도, 서인을 바라볼 수도 없었다.‘더는 매달리지 마.’‘이건 사랑이 아니야. 그저 나 혼자만 미쳐 있는 거야.’유진은 조용히 뒷걸음질 쳤고, 눈물이 연신 뺨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시야 속에서 서인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졌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6화

    오현빈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누굴 찾으시죠?”진수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사장님을 찾아왔어요.”그 순간, 서인이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평소처럼 검은색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소박한 차림이었지만, 다부진 체격과 날카로운 이목구비 덕분에 여전히 눈에 띄는 분위기를 풍겼다.임유진은 진수아가 서인을 바라볼 때, 그녀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살짝 수줍은 기색까지 보였다.그러나 서인은 유진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오직 수아에게만 시선을 두고 무덤덤하게 말했다.“위층에서 이야기하죠.”수아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서인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유진은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가슴 한쪽에서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이에 현빈이 그녀를 위로하듯 말했다.“아마도 형님의 친구겠지. 무슨 볼일이 있어서 온 거겠고.”그러나 오직 유진만이 알고 있었다. 수아는 서인과 맞선을 본 상대라는 걸.시간이 길어졌고, 유진은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자꾸만 위층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심지어 올라가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엿듣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한 시간쯤 지나, 수아가 2층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수아의 얼굴은 처음보다 더욱 밝아 보였다. 수아는 현빈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며 가게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그러다, 우연히 유진과 눈이 마주쳤다.“아, 여기서 일하고 있었네요?”수아는 놀랍다는 듯 말했고 유진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사장님을 구은정이라고 부르네?’그 순간, 수아도 무언가 떠올랐다. 과거 설날 맞선 자리에서, 유진과 유민이 자신을 골탕 먹였던 일을. 그녀는 경계의 눈빛을 띠며 물었다.“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어요?”현빈이 대신 대답했다.“꽤 오래됐어요.”수아는 현빈이 유진을 보호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기분이 상한 듯했다. 그러고는 손을 까닥이며 말했다.“나 과일 주스 한 잔 가져와 줘요. 생과일로 직접 짠 걸로요.”그러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5화

    오현빈이 다가와 말했다.“애옹이 데려왔어요. 그리고 형님, 같이 술 한잔하러 가시죠?”“너희들끼리 마셔.”서인은 무심하게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현빈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다들 보고 있어요. 유진이가 왜 매번 주말마다 여기 오는지,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쇼핑도, 놀러 가는 것도 마다하고 굳이 여기 와서 서빙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뭘까요?”서인은 여전히 묵묵히 담배를 피우며 대답하지 않았다. 현빈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형님도 아시겠지만, 유진이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요. 이렇게 오랫동안 묵묵히 기다려온 사람이 또 있을까요?”“이제는 형님도 뭔가 답을 줘야 하지 않겠어요?”서인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그가 내뿜는 연기 속에서 복잡한 심경이 스며 나오는 듯했다.그러다, 서서히 고개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걔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걔를 받아줘야 해?”그러고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덧붙였다.“어떻게든 결론은 내릴 거야.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술이나 마셔.”현빈은 서인의 말에 뭔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형님 제발 신중하게 생각하세요.”그러나 서인의 태도는 단호했다.“사랑과 현실은 다르다.”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차가웠다.“내가 원하는 게 유진이를 평생 이 샤부샤부 가게에서 살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인은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다.“나는 이미 충분히 생각했어.”현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서인은 담배를 힘껏 비벼 끄고 불을 껐다. 밖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차단됐지만, 달빛이 여전히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는 짜증스럽게 속으로 중얼거렸다.‘비 온다면서 왜 이렇게 달이 밝은 거야?’뒤척이기를 반복하다 결국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무엇인가 손에 닿는 느낌이 들어 서인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창밖에서 커다란 천둥이 울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4화

    우정숙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의 대답이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서인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죄송해요. 제가 임유진에게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에요. 그러니 유진이를 탓하지 마세요. 아직 어리고 철이 없을 뿐, 전부 제 문제예요.”우정숙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래서 우리 유진이가 혼자만 짝사랑하고 있었던 거군요?”서인은 굳게 다문 입술을 움직이지 않았고, 우정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꽤 부담됐겠어요. 대신 사과할게요.”서인의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아니에요.” 우정숙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앞으로 유진이가 여기에 오지 않도록 했으면 해요. 시간이 지나면 유진이도 점점 식어갈 테고, 더 이상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겠죠.”서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방법을 생각해 보죠.”“좋아요. 믿을게요.”우정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떠났다. 서인은 2층 베란다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구은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에도 말했던 맞선 이야기요. 언제 진행할 건가요?”구은태는 뜻밖이라는 듯 놀라면서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드디어 마음을 정한 거야?]서인은 담담하게 말했다.“집에는 당분간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에요. 상대방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만나볼 수 있어요.”구은태는 한순간 고민하더니 물었다.[그러면 언제쯤 집으로 돌아올 거야?]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구은태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서인이 결혼을 전제로 여자를 만날 마음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기 때문이다.전화를 끊자마자, 구은태는 곧바로 서선영을 찾아가 맞선 일정을 조율했다.다음 날, 서선영이 서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지난번 만났던 진수아 어때? 사실 걔가 너를 마음에 무척 들어서 했어.]그리고 덧붙였다.[수아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3화

    서인은 새로 도착한 테이블을 보며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얼굴이 어두워졌다.“이거 내가 산 거 아닌데. 다시 가져가세요.”배송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손님, 임유진 씨가 이미 결제하셔서 반품이 어려워요.”서인은 잠시 침묵하다 다시 말했다.“그러면 테이블은 놔두고, 돈은 돌려주세요. 대신 내가 결제할게요.”그러나 직원은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죄송해요, 이미 결제된 금액은 환불이 불가능해요.”서인의 얼굴에 짙은 불만이 떠올랐다. 하지만 배송 직원들에게 화를 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결국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후원에 놔두세요.”직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오현빈이 직원들을 데리고 후원으로 갔다. 서인이 따라갔을 때, 테이블은 이미 제자리를 잡고 있었다.최고급 황화리 원목으로 제작된 수제 테이블. 정교한 수공예로 깎아낸 꽃무늬 장식은 유명 장인의 작품이라고 했다. 그 테이블 하나만으로도 뒷마당의 분위기가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변했다.서인은 문득 떠올랐다. 며칠 전, 유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던 말.“이 뒷마당엔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밖에 없어요. 뭔가 값비싼 거라도 하나 놔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유진은 일부러 이 테이블을 주문한 걸까?한편, 한쪽에는 부서진 낡은 탁자가 여전히 버려진 채 남아 있었다. 현빈이 그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건 이제 버려야겠네요!”그러나 서인은 한 번 흘깃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놔둬.”그 말에 현빈은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현빈이 다른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서인은 부서진 탁자를 완전히 분해하고 있었다.그는 그 나무판자를 가져다가 애옹이와 야옹이의 집 사이에 덧대고 있었다. 애옹이는 아직 어려서 나무 지붕에서 야옹이 쪽으로 뛰어내릴 때마다 자주 미끄러졌다.하지만 이제는 그사이에 작은 다리가 생겼으니, 더 이상 떨어질 일은 없을 터였다.현빈은 벽에 나무판자를 못질하는 서인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우리 형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2화

    임유민은 더욱 흥미로워하며 물었다.“구은정 아저씨는 어떻게 반응했어?”“그, 그게...”임유진은 문득 마지막 순간, 유진이 반사적으로 서인의 옷깃을 붙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어두운 밤, 희미한 빛 속에서 본 그의 표정 다시금 얼굴이 새빨개졌다. 유진은 황급히 그 순간의 기억을 밀어내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서인의 반응을 떠올려 보려 했다.하지만 그때 상황이 너무나 급작스러웠다. 서로 예상하지 못했던 흐름에 유진은 당황한 나머지 그대로 도망쳐 나왔고,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서인의 얼굴이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확실한 건 서인이 자신의 키스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 아주 잠깐 저항했던 것 같기도 하다.그러나 유진이 술김에 더욱 과감하게 나서자, 결국 서인도 서서히 받아들이며 주도권을 잡았던 듯했다.둘은 꽤 오랫동안 서로를 탐하며 키스했다. 그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자, 유진은 또다시 얼굴이 달아올랐다.다행히 어두운 테라스에서는 티가 잘 나지 않았다. 유민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는 신이 난 듯 말했다.“오! 잘했네! 이렇게 빨리 진전이 있을 줄이야!”유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확실한 것도 아닌데, 너무 성급하게 말하지 마.”유민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응원했다.“힘내! 몇 번 더 키스하면 확실해질 거야.”“야!”유진은 유민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이 섞인 감정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하지만 과연 그런 기회가 다시 올까?’그날 밤, 서인은 뒷마당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문과 오현빈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 술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했다. 누군가 서인을 불렀지만, 그는 대충 응답만 하고 조용히 자기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서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애옹이가 언제 들어왔는지, 자신의 침대 한가운데서 아주 편안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서인은 고양이를 싫어했다. 언제나 무심하고 냉정하게 대했지만, 이상하게도 애옹이는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심지어 매번 서인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1화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한 순간이었다....임유진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지만, 얼굴이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이리저리 뒤척이며 좀처럼 잠이 오지 않자, 결국 유진은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기로 했다.테라스로 나가 보니, 밤하늘은 흐린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달빛조차 비치지 않았다. 별 하나 없이 검게 가라앉은 하늘.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그녀의 마음도 복잡하게 뒤엉켰다.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녀는 무심코 휴대폰을 꺼내, 익명으로 SNS 고민 상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남자가 여자에게 반응하는 건, 그 여자를 좋아해서일까요?]잠시 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그렇죠.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에게만 반응한다고 하더라고요.][제가 남자인데,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여자가 충분히 매력적이면 다 반응해요.][윗댓 의견 반대요. 그럼 동물과 다를 게 뭐예요?][애초에 인간도 동물이잖아요.]...유진은 계속해서 새로 고치며 댓글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읽었다. 어떤 댓글을 보면 마음이 설레다가도, 또 어떤 댓글을 보면 불안해졌다. 혼란스러움과 기대감이 엇갈려 마음이 쉴 새 없이 출렁였다.그때,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잠도 안 자고 여기서 뭐 해?”임유민이었다. 유진은 화들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 화면을 급히 껐다. 그러고는 서둘러 휴대폰을 뒤로 감추며 더듬거렸다.“아, 아냐! 아무것도 안 했어!”유민은 그녀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뭐야,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한 거야?”유진은 얼굴이 뜨거워지며 발끈했다.“꼬맹이는 신경 꺼!”그러자 유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부모님 출장 가시면서 누나 나한테 맡기고 가셨거든? 그러니까 누나 문제는 내 문제지. 뭔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조언해 줄 수도 있으니까.”유진은 반박하려다가, 자기보다 한 뼘은 더 큰 동생을 바라보며 체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00화

    후원에는 벽에 걸린 벽등 하나만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온 마당은 은은한 황금빛에 감싸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장미꽃은 조용히 피어 있었고, 애옹이는 작은 집 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야옹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앞발로 날아다니는 벌레를 잡고 있었다.서인은 등나무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대고 있었고,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 보였다.서인은 오늘 많은 술을 마셨다. 기분 좋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중 절반은 유진 대신 술을 받아 마셨기 때문이었다.유진은 조용히 다가가, 서인의 앞에서 몸을 숙였다. 그가 정말 잠든 건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어느새 넋을 잃고 말았다.서인의 짙고 선명한 눈썹은 마치 한 자루의 검처럼 날카롭고 선명했다. 책에서 묘사하는 ‘긴 눈썹이 관자놀이까지 이어진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그 눈썹만 봐도, 서인의 차갑고 오만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눈은 길고 날렵했으며,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콧날은 오뚝하고 반듯해, 본래부터 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턱선에는 거칠게 자란 수염이 덮여 있어, 평소보다 다섯 살은 더 나이 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상관없었다.서인이 어떤 모습이든, 유진은 다 좋아했으니까. 그러다 문득, 그의 수염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리고,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다.유진은 거의 고민할 겨를도 없이 손을 뻗었다. 서인의 턱에 닿기 직전 갑자기 서인이 눈을 번쩍 떴다.서인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경계와 서늘한 기운이 번뜩였다. 산길에서 적들의 포위에 둘러싸였을 때처럼, 그의 몸에는 순식간에 살기가 감돌았다.유진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으나 뒤에 있던 탁자에 걸려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낡은 탁자는 이미 몇 번이나 수리를 거쳤던 터라, 유진의 몸무게를 버틸 수 없었다.쾅! 순식간에 탁자가 부서졌다. 몸을 지탱할 곳이 사라지자, 유진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그 순간 굵은 손이 유진의 팔을 붙잡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