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손을 데이비드의 머리에 얹었다.그리고 소희의 손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데이비드는 얌전히 땅에 엎드려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이에 설희가 질투났는지 땅에 엎드린 채로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서는 소희의 손바닥 쪽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데이비드가 머리로 설희를 밀어냈고, 설희는 바로 발을 들어 데이비드의 머리에 짓눌렀다. 그렇게 두 마리의 개는 다시 한데 뒤엉켜 잔디밭에서 굴러다녔다.임구택이 소희를 꼭 껴안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소희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어때, 당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어렵지 않지? 난 데이비드보다는 덜 무서워, 그러니까 천천히 나를 받아주는 데에 노력해 봐,”임구택의 칠흑 같은 눈빛은 소희를 집어삼키려는 블랙홀 마냥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어두웠다.그는 손으로 부드럽게 소희의 얼굴을 한번 어루만지고는 고개를 숙여 소희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보배야.”너무 오랜만에 불러보는 호칭.심지어 임구택은 소희가 이 호칭을 거부할까 봐 평소에 함부로 부르지도 않았다.그리고 소희가 거부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임구택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소희에게 키스를 했다.산속의 바람이 너무 상쾌하여 소희의 마음을 기분 좋게 어루만졌는지 소희는 의외로 임구택의 키스를 거부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아 임구택의 키스에 반응을 해주었다.그렇게 임구택의 키스는 점점 뜨거워졌고, 칠흑 같은 두 눈은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을 담고 소희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한참 후, 임구택이 동작을 멈추고 소희에게 물었다.“당신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거 맞지?”임구택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는 바람에 아직 뜨거운 키스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소희는 초롱초롱해진 두 눈으로 멍하니 임구택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러는 소희의 모습에 마음이 간질간질해난 임구택은 소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소희의 허리를 감싸 안고 키스했다.비록 두 사람이 갑작스레 찾아온 거라지만 점심은 여전히 엄청 푸짐했다. 심지어 임씨 아저씨는 특별히 산 아래 디저
오씨 아주머니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소희에게 저녁에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었다.이에 소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녁은 됐습니다, 저희 곧 돌아가야 되거든요.”“내일 아침 일찍 여기서 떠나도 시간에 맞춰 유민에게 수업을 해줄 수 있어.”임구택도 소희에게 남기를 권했지만 소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지금 돌아가자.”임구택은 소희와 함께 청원에 남고 싶었지만 강요하지 않고 소희의 뜻에 따랐다.오씨 아주머니는 소희가 가겠다는 말에 바로 직접 만든 디저트를 전부 종이봉투에 포장해 소희에게 건네주었다.“작은 사모님, 이 디저트들은 길에서 드세요.”“고마워요.”오씨 아주머니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드러내며 임구택을 향해 말했다.“도련님, 시간이 되면 자주 작은 사모님을 데리고 돌아오세요. 다음에는 미리 전화하시고요, 제가 좀 더 넉넉하게 준비할 수 있게.”“그럴 게요.”임구택이 덤덤하게 대답하고는 소희 손에 들린 디저트 봉투를 받아 들고 소희와 함께 청원을 떠났다.그렇게 차가 청원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와중에 소희는 사이드 미러를 통해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별장 문 앞에 서서 그들이 떠나가는 차를 쳐다보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그러다 차가 산에서 내려온 후, 임구택이 고개를 돌려 소희를 향해 물었다.“저녁에 뭘 먹고 싶어?”“당신 안 바빠?”저녁 시원한 산바람을 쐬고 있던 소희가 웃으며 대답했다.“아까 통화하는 걸 들으니까 술자리가 있는 것 같던데, 가서 일 봐. 난 집으로 돌아가 요요랑 이 디저트들을 먹을 거야.”“당신을 위해서라면 난 모든 술자리를 취소할 수 있어.”“아니야, 나도 오늘 일찍 돌아가 쉬고 싶어. 완성해야 할 디자인 원고도 두 장이나 남았고.”“알았어.”없는 시간을 짜내서라도 소희와 붙어있고 싶은 임구택이었지만 결국 소희에게 강요하지도 못하고 그녀의 뜻에 따랐다.운해 거리에서 경원주택단지로 돌아가는 길은 그런대로 순조로워서 한 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소희가 차에서
그렇게 한참 소희를 품에 안고 나서 심명이 한숨을 내쉬었다.“이제야 진정되네.”소희가 손을 뻗어 심명을 밀었다.“언제 돌아왔어? 왜 전화는 안 하고?”“방금 돌아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너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전화 안 한 거고.”심명이 여전히 요염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소희의 턱을 잡았다.“어디 보자, 살이 빠졌나.”“안 빠졌어.”소희가 자신의 턱을 잡고 있는 심명의 손을 밀어버리고는 눈썹을 찌푸린 채 말했다.“그렇게 건들건들한 태도로 말하지 마.”“어떻게 금방 돌아온 사람한테 이렇게 냉정할 수가 있어? 내가 외국에서 잘 지냈는지는 묻지도 않고. 난 너와 이현의 일을 알게 된 후 바로 비행기를 타고 서둘러 돌아왔단 말이야.”심명이 불만이 많은 사람 마냥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투정을 부렸고, 그 모습에 소희가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다 지나갔어.”“그래? 난 어제야 국내 뉴스를 접하게 되어서 몰랐네. 그래서 이현이라는 여인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데?”묻고 있는 심명의 얼굴은 얼음장 마냥 차가웠다.“몰라, 요즘 이현에 대한 소식이 없어.”“이현이 널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는데, 임구택이 설마 그냥 그렇게 그 여인을 살려뒀어?”“아니, 이현이 나보다 더 비참해.”소희가 덤덤하게 대답하면서 디저트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돌려 심명을 향해 말했다.“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너 절대 소란을 피우지 마.”“걱정마, 아무것도 안 해. 내가 왜 임구택을 대신해 난장판을 치워야 하는데?”심명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정말 임구택에 관한 일이라면 전혀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는 표정이었다.그러고는 소희를 따라 식탁 쪽으로 다가가서는 소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어서 옷 갈아입어, 우리 나가서 밥 먹자.”“안 가, 너도 오랫동안 청아를 보지 못했잖아. 그냥 아래층으로 내려가 청아랑 같이 밥 먹자.”“싫어, 나 너랑 같이 먹을 거란 말이야. 나 내일 아침이면 또 일찍 오주로 돌아가야 해. 네
“장시원은 요요가 그의 아이라는 걸 아직 몰라.”“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알게 되면 일은 더 귀찮아질 뿐이야.”“남 걱정은 그만하고, 네 일이나 신경 써.”눈썹을 찌푸린 채 청아와 요요를 걱정하고 있는 소희의 모습에 심명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에 소희가 순간 뜨끔해져서는 물었다.“내가 무슨 신경 쓸 일이 있다고 그래?”하지만 심명은 고개를 돌려 소희를 한번 쳐다보고는 소리 없이 웃기만 할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렇게 파티 현장에 도착한 후, 심명은 어디서 청첩장을 구해왔는지 직원에게 건네주고는 소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파티 주체인이 심명을 알고 있었는지 바로 다가와서는 열정적으로 심명과 인사를 나누었다.그러다 이야기를 다 나눈 후 심명은 소희의 손을 잡고 사방을 돌아다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심명이 또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물론 그가 사귀었던 여자 친구 중에 예쁘지 않았던 여인은 없었다.한참 후, 소희가 창문틀에 기대어 눈썹을 올린 채 심명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바로 네 목적이었어?”심명이 소희에게 술 한 잔을 건네주며 의아해서 되물었다.“무슨 목적?”“시치미 떼지 마.”방금 심명을 따라다니며 이미 적지 않은 술을 마셨지만, 소희는 여전히 심명이 건네준 칵테일을 받아 한입에 원샷했다. 그러고는 의외로 통쾌하게 심명을 향해 말했다.“괜찮아, 오늘은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해, 내가 허락해줄 게.”술이 들어간 후의 소희는 더 이상 평소처럼 무뚝뚝하지 않았다. 오히려 술 기운이 살짝 올라 초롱초롱해진 두 눈은 왠지 모르게 깜찍한 게 사람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했다.그리고 그러는 소희의 모습에 심명이 앞으로 다가가서는 고개를 숙여 소희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갑자기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건데?”심명의 물음에 순간 눈동자에 난해한 빛이 스쳐 지난 소희는 결국 심명의 시선을 피해 두 눈을 아래로 드리웠다.그리고 이때, 연회장 안의 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은은한
등불은 사람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고, 연회장 중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며 오가고 있었지만 임구택은 여전히 단번에 인파 속에서 소희를 알아보았다.그리고 화려한 옷차림을 한 소희가 눈동자에 웃음을 머금고 심명의 품에 기대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에 임구택의 눈빛은 순간 얼음장 마냥 차가워졌다.그녀를 위해 뜨겁게 뛰고 있던 심장도 점점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돌아가 디자인 원고를 마저 그려야 한다던 사람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모습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춤을 추고 있었으니.‘나와 함께 있을 땐 종래로 저렇게 꾸민 적이 없었으면서, 심명과 파티에 참가한다고 정성껏 치장하고 심지어 화장까지 한 거야? 그래서 심명이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가?’‘아직 마음 속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서 계속 나를 받아주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원인이 있었네. 역시 내가 너무 순진했어.’마음 속의 화가 먼저인지 아픔이 먼저인지 구분할 수 없는 임구택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을 멈춘 채 얼음장 마냥 차가워진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심명과 웃으며 춤을 추고 있는 소희는 눈썹마저 같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임구택은 차가운 심연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한 곡이 끝나고 심명은 소희를 데리고 물러났다.“배고프지? 뭐 좀 먹으러 가자.”술을 많이 마신 데다 춤까지 추었더니 어느새 술기운이 솟구쳐올라와 소희는 위가 쓰리기 시작했다.“가자.”소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심명이 소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그렇게 연회장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고 나니 소희는 순간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웃으며 심명을 향해 말했다.“우리 여기에 좀 앉아있자.”“어디 불편해?”“아니, 그냥 좀 앉아있고 싶어서.”“그래.”심명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소희와 함께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맞은편에는 분수가 물을 뿜고 있었고, 밤바람이 분수의 수증기를 감싸고 소희의 얼굴을 기분 좋게 쓰다듬었다.“취
소희는 순간 목이 메어왔다.그리고 그러는 소희의 표정을 보며 심명이 낮은 소리로 소희를 향해 말했다.“그럼 한 가지만 약속해줘.”“뭘? 말해 봐.”“조금 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 한마디도 하지 마.”심명이 농담 섞인 눈빛으로 소희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이에 소희가 눈썹을 올린 채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뒤쪽에서 먼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만 하지 그래?”너무나도 귀에 익은 소리라 소희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소리 없이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나서 고개를 돌렸다.임구택이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얼음장 마냥 차가워진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고 있었다.“디자인 원고를 그려야 한다며? 왜 여기에 있는 건데?”소희가 막 대답하려고 입을 여는데 옆에 있던 심명이 갑자기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소희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방금 약속한 일, 잊지 마.”이에 소희가 심명을 한번 흘겨보고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심명, 장난 그만 쳐.”소희의 두 눈에는 이미 경고의 빛이 섞여 있었지만 심명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소희의 허리를 감쌌다. 그러고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임구택을 바라보았다.“여기서 다 만나네요, 임 대표님.”임구택은 심명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여전히 소희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동자 깊은 곳에는 노여움과 슬픔이 묻어 있었다.“오후에는 나와 키스하고, 저녁에는 또 다른 남자의 품에 앉아 있고. 소희, 너 정말 너무 대단하네. 난 단지 네가 나를 다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 줄 알았는데, 나와 심명 사이에서 적합한 사람을 고르고 있는 거였네? 그래서, 결정은 났어?”“당연히 나를 선택했죠. 방금 소희가 나와 참회하고 있었는 걸요, 임 대표님과 너무 가까이 가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심지어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어요. 그리고 난 이미 소희를 용서했고.”심명의 해맑게 웃으며 임구택 앞에서 약 올리고 있는 모습에 소희가 바로 고개를 돌려 심명을 노려보았다.너무 지나치지 말라고 경고하고
소희와 함께 차에 올라탄 후 심명은 바로 차에 시동을 걸지 않고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화 났어?”“아니, 네가 즐겁게 놀았으면 됐어.”“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 나 때문에 임구택을 화나게 해도 개의치 않아하는 걸 보니 네 마음 속에서 내가 임구택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네?”심명이 해맑게 웃으며 소희를 향해 물었고, 그러는 심명을 바라보며 소희가 덤덤하게 되물었다.“그만하면 안 될까?”심명이 두 손으로 소희의 어깨를 잡고 자신을 향해 돌렸다. 그러고는 소희와 두 눈을 마주진 후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화내지 마, 자기야. 이번이 마지막이야. 앞으로 난 아마 두 번 다시 이렇게 통쾌하게 임구택의 심기를 건드리지 못할 거야.”“너무 유치한 거 아니야?”“임구택이 우리 아빠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아빠가 임구택과 공모하여 나를 오주까지 보내 버렸어. 내가 이런 억울함까지 당했는데 임구택을 그냥 곱게 놔둘 리가 없잖아.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은 너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돼.”소희가 듣더니 어처구니없어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네가 이번에 돌아온 게 바로 구택 씨를 화나게 하기 위해서야?”“그럴 리가. 진짜 네가 보고싶어서 돌아온 거야. 임구택을 화나게 하는 건 겸사 겸사인 거고.”그러다 심명이 갑자기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고 무거워진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 녀석이 너를 그렇게 고생시켰는데, 이대로 너를 다시 그 녀석에게 돌려주자니 너무 달갑지 않았어.”“심명…….”소희는 순간 멍해졌다.‘심명이 모든 걸 눈치채고 있었어!’“네가 언젠가는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갈 거라는 걸 나도 진작 알고 있었어. 그래도 너무 빨리는 돌아가지 마. 그 녀석이 쉽게 너를 얻었다가 또 예전처럼 너를 아끼지 않고 함부로 상처를 줄까 봐 걱정이 돼.”쓸쓸함과 슬픔이 섞여 있는 심명의 두 눈을 바라보며 소희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뻐근하여 무슨 말을 해야
“걱정 마, 요요가 자주 네 얘기를 해.”심명이 듣더니 순간 기분이 좋아져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너보다는 양심이 있네.”“…….”“자, 언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한 번만 안아줘.”심명이 소희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그리고 웃음을 머금고 있는 심명의 두 눈을 바라보며 소희도 천천히 손을 내밀어 심명을 안았다.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검은색 차 안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꼭 껴안은 채 떨어질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임구택은 심장이 마치 날카로운 칼에 베이고 있는 것 마냥 아파나 숨도 잘 쉬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내가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 장면을 봐야 하는 거지?’‘난 대체 어느 정도까지 더 비굴해져야 하는 거지?’‘이러고도 만회할 기회가 있는 건가?’‘난 분명 모든 존엄과 자부심을 내려놓고 또 모든 포악한 기운을 거둔 채 심명이 내 머리위에 올라타 시비 거는 걸 허용했고, 소희의 마음이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라고 해도 다 받아들였는데.’‘그런데 왜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소희를 잡지 못한 거지?’눈앞의 장면에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던 임구택은 심지어 자신이 퍼부었던 모든 것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그러면서 그는 또 계속 안고 있는 두 사람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았다.한 사람의 마음이 도대체 어디까지 아플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한참 후, 심명이 드디어 소희를 놓아주었다.“올라가 봐. 오늘은 푹 쉬고,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응. 조심해서 가, 오주에서 몸 잘 챙기고.”“알았어.”심명이 매혹전인 웃음을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고, 차에서 내린 소희는 다시 한번 심명을 향해 손을 흔들고 나서야 천천히 주택단지로 들어갔다.그렇게 소희의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심명은 다시 고개를 돌려 백미러를 통해 뒤쪽에 세워져 있는 차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한번 드러내고 차에 시동을 걸어 경원을 떠났다.집으로 돌아온 소희는 바로 씻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이상하게 전혀 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