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소희는 시간에 맞춰 출근했고, 분장실에서 구은서를 만나게 되었다. 구은서는 사람이 적은 기회를 찾아 낮은 소리로 소희를 향해 말했다.“추소용은 이미 네가 시킨 대로 찾아왔어, 지금 제작팀에서 잡일을 도우고 있고. 하지만 내가 충고하는데, 네 동생이 도박에 손을 댄 것 같아. 전에 내가 엄청 많은 돈을 줬는데, 다 써버렸대. 너 틀림없이 추소용을 이곳으로 들여온 거에 후회할 거야.”“알았어, 충고는 고마워.”구은서의 충고에 소희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하러 갔다.그러다 정오가 다 되어 소희가 볼 일이 있어 촬영장을 찾았는데 마침 그립팀의 팀장이 큰소리로 누군가를 욕하고 있는 걸 듣게 되었다.“다들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네가 감히 구석에 처박혀 잠이나 자고 있어? 쫓겨나고 싶어?”추소용이 난처한 표정을 드러내며 구실을 찾았다.“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더니 졸려서요.”“졸리면 집에 돌아가 자! 여기는 제작팀이지 호텔이 아니야! 다시 한번 농땡이를 피웠다간 그 즉시로 이곳에서 나가!”“네.”추소용은 어렵게 구한 일자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감히 반박하지도 못하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너 같은 놈은 내가 수도 없이 많이 봤어. 게으르고, 교활하고, 살아지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고. 기생충이랑 뭐가 다를 게 있어!”날이 무더워 화가 많이 싸였는지, 아니면 추소용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지 팀장의 욕은 끝날 줄 몰랐고, 별의별 욕을 다 듣고 있는 추소용은 낯이 뜨거워져 당장이라도 쥐 굴을 찾아 숨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다 열심히 일하겠다고 맹세하려고 고개를 드는데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소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눈빛이 순간 밝아져서는 소희를 향해 소리쳤다.“누나, 누나!”“네 누나도 여기에 있어?”팀장은 추소용의 누나가 당연히 어느 엑스트라인 줄 알았다. 그래서 눈썹을 올린 채 덤덤하게 고개를 돌렸고, 추소용이 가리킨 사람이 의외로 소희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놀라서 멍해졌다.제작팀에서 소희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소
추소용은 임씨 저택에도 간 적이 있지만, 임씨 저택 경호원에게 놀라 두 번 다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소희는 냉소하며 말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추소용은 따라오며 말했다.“누나, 왜 어정에 살지 않아? 임씨 집안에서 나가라고 해? 그러면 보상금이라도 뜯어냈어야지. 이렇게 차일 수는 없잖아. 그렇게 돈이 많은 집안이면 수십억, 수백원은 달라 했어야 해!”소희는 눈빛이 차가웠다.“입 닥쳐, 그렇지 않으면 쫓아낼 거야.”소혁은 어깨를 움츠리고 더는 임씨 집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멋쩍게 추궁했다.“그러면 지금 어디에 살아? 저랑 같이 거기서 사는 게 어때. 우리 남매사이가 각별해질 수도 있잖아.”“안돼!” 소희가 거절했다.소혁은 좋은 말로 포장하면서 말했다. 소희의 강경한 태도에 소혁은 조건을 바꾸었다.“누나 집에 살 수 없다면 그럼 돈 좀 줘. 진짜 한 푼도 없어. 요 이틀 동안 길에서 노숙해서 밥도 잘 먹지 못 했어!”“내가 말했잖아, 우리는 그 어떠한 관계도 아니라고!”소희는 무심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누나, 너무 무정하게 굴지 마.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핏줄이라고는 우리 둘 뿐이잖아. 누나가 저를 상관하지 않으면 누가 저를 보살펴 줘요!”소혁은 히죽거리며 소희에게 완전히 의존했다.소희는 소혁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가 너를 보살펴 줄 사람을 찾아줄게!”“누구?”소혁이 바로 물었다.소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갔고 소혁도 따라 들어와 좌우를 살펴보았다.“누나, 대단한데. 독방도 있네.”소혁은 소희를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하긴 제작진이면 돈을 많이 벌겠지?”총총히 들어와서 소혁이 자기 집처럼 의자에 털썩 앉는 것을 보고 미나는 눈살을 찌푸렸다.“당신은 어느 부서 사람입니까? 여기 앉아서 뭐 해요?”소혁은 미나를 힐끗 쳐다보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우리 누나 부하인가?”미나는 멍해졌다.“누나?”소혁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그래요, 소희가 바
추소용은 궁금해했다.“무슨 연극?”“일단 꼭꼭 숨어, 다른 사람이 너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미난 구경을 놓칠 거야!”소희는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소혁은 가는 눈이 반짝였다.“누나, 날 놀리는 거야?”소희가 말했다.“연극을 보고 나면 돈이 생길 거야!”소혁은 기뻤다.“정말로?”“그럼!”“그럼 됐어!”소혁은 몸을 서재 뒤로 피하고자 벽에 바짝 붙였다.“이렇게 하면 보이지 않겠지?”“응, 거기 있어, 절대 움직이지 마, 소리 내지 마!”“그래!” 소혁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돈만 주면 뭐든 돼!”소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연과 미나가 이미 걸어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소연은 방에 들어가 담소하며 소희를 바라보았다.“날 찾았어?”소희는 미나에게 먼저 나가라고 하며 문도 닫으라고 했다.“언니, 내가 구은서 아가씨의 옷 리스트를 달라고 한 것은 언니가 요즘 너무 피곤해 보인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어. 그래서 이 감독님께 말씀드렸어. 보상이 필요 없다고 하자 이 감독이 매우 기뻐하더라고!”소연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지만, 득의양양한 눈빛은 감추지 못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구은서의 패션은 앞으로 당신이 관여하도록 하세요. 하지만 저도 조건이 있어요.”소연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조건인데요?”“저는 오랫동안 부모님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요 며칠 집에 한 번 갔다 오려고 해요. 그때 소연씨가 제 말 좀 잘해주세요.”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책꽂이 뒤에 숨어있던 소혁은 이를 듣고 다소 궁금해했다. 그와 소희의 부모는 이미 죽었는데 어디에서 또 부모가 튀어나왔는가? 설마 소희를 입양한 양부모인가?그는 눈알을 굴리며 계속 들었다.소연의 눈빛은 경계심을 숨기고 있었다. 소연은 웃으며 말했다.“문제없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지 않는 것이 좋겠어. 어제 저택 모임에 갔는데 할아버지께서 아직도 언니가 인터넷 폭력을 당한 일을 기억하고 있더라
소씨 집안의 모든 것은 소연 혼자의 것이다!“소연, 너무 욕심내지 마. 어떤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해.”소희는 안색이 창백해졌다.“무슨 빚?” 소연이 물었다.소희는 책꽂이의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소혁, 나와도 돼!”책꽂이 뒤에 숨어있는 소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전에 소희는 줄곧 그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면서 남매가 아니라고 했다. 소혁은 모두 소희가 자신을 간섭하기 귀찮아서 이런 말로 벗어나려 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소희가 친누나가 아니라니, 눈앞의 이 소연이가 친누나라고!’그리고 두 사람이 방금 한 대화를 들으니, 그의 친누나는 부잣집에 입양되었고, 지금은 귀한 아가씨이다!소혁은 격동되었다.그는 부자가 될 거야!소연은 책꽂이 뒤에서 나오는 소혁을 경악스럽게 바라보았다.“누구세요?”소혁도 소연을 쳐다보았다. 소연은 확실히 소혁의 친어머니를 닮았다. 소혁은 사실 부모님의 생김새가 가물가물했다. 그러나 소혁은 세 식구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꽤 닮아있었다.‘맞아, 세 식구밖에 없었다. 소혁이 두 살 때 그의 부모님이 그를 데리고 몰래 마을의 사진관에 가서 찍은 사진. 소희를 전혀 부르지 않았다.’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소희랑 복지관으로 보내졌을 때 누군가 이 사진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따라서 이 사진을 어려서부터 몸에 지니고 다녔다.그래서 눈앞의 이 여자가 친누나가 확실하다!“누나, 나 소혁이야, 누나 친동생!” 소혁은 흥분해서 말했다.“무슨 친동생?” 소연은 충격을 넘어 당황스러웠다.“나는 너를 몰라!”“당신은 저를 모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태어나자마자 다른 사람으로 입양되었으니까요. 원래대로라면 추씨여야 합니다.”소혁은 흥분했다.“누나, 마침내 만났네요. 부모님도 만약 하늘에서 보신다면 반드시 기뻐하실 것입니다!”소연은 소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성이 구 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 소씨 집안이 소희를 되찾았을 때 소연의 핏줄에 대해서도 조사
소연은 황급히 도망쳤다. 소혁을 멀리 피하고 싶었다. 소혁이 자신에게 매달릴까 봐 두려웠을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소연에게 소씨 집안이 아닌 가난한 집안의 딸이라고 일깨워줄 가봐 두려웠다.소연은 돌아가서 일도 하지 못하고 마민영에게 전화를 걸어 일이 있어 휴가를 내야 한다고 하면서 바삐 차를 몰고 도망쳤다.소혁은 줄곧 그녀의 차를 쫓아 멀리 달렸고 진귀한 포르쉐를 보면서 놀라움과 탐욕의 빛을 드러냈다. 소혁의 눈에는 소연은 확실히 부자였다.소연은 소혁을 따돌린 후 화가 난 상태로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소희, 너무 독하게 구는 거 아니야?”“독하다고?” 소희는 냉소했다.“소혁은 아무런 이유 없이 나온 사람이 아니야. 20년 동안 소씨 집안에서 좋은 나날들을 보낸다고 정말 자신의 출신을 잊었어?”“나에게 이런 말을 하지 마. 나는 어릴 때부터 소씨 집안에서 자랐고, 추씨 집안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소희가 말했다.“네가 관계가 없다고 해도 소용없어. 왜냐하면 너는 영원히 바꿀 수 없기 때문이야. 너와 소혁은 같은 핏줄이야. 추씨 집안의 빚, 이제 갚을 때가 되었어!”소연은 이를 갈았다.“소희, 소혁이 네가 일부러 데리고 온 사람이지? 나를 소씨 집안에서 쫒아내려고. 소씨 집안의 재산과 회사를 원해? 어림도 없지. 진원은 이미 약속했어. 소씨 집안의 돈과 부동산은 모두 내 것이라고. 한 푼도 너에게 주지 않을 것이야!”“원래 나도 원하지 않았어!”“싫은데 왜 날 그렇게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야?”소희는 말투가 냉담하다.“소연아, 탓하려면 너 자신을 탓해! 너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잖아. 내가 먼저 건드린 게 아니야. 오히려 네가 자꾸만 분란을 일으키지. 그러니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소연은 화가 났다.“왜냐하면 너의 존재는 나에게 있어서 위협이야. 내가 어디에 가든지 네가 나타나기만 하면 나는 편안하게 지낼 수 없어!”“그건 네 마음이 바르지 못해서 그런 거야!”“소희, 너 가만 안
소연은 이틀 동안 집에 있었다. 마민영의 조수에게 몇 번 재촉을 받고서야 다시 제작진 팀으로 향했다.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마민영의 분장실로 갔다.8시, 마민영은 이미 도착했다.그날 소희가 말한 이후로 마민영은 하루도 지각한 적이 없다. 이 감독이 가장 기뻐하며 특별히 소희에게 감사를 표했다.마민영은 소연의 차림새를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뭐 자신이 스타인 줄 알아? 안심해. 네가 제작진 팀에서 일하며 기자가 쪼그리고 지켜보아도 기자들은 너를 찍지 않을 거야.”소연은 마민영에게 조롱을 받고 마음속에 불이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스크를 벗고 일을 시작했다.마민영이가 화장할 때 소연은 조수에게 물었다.“요 며칠 나를 찾는 사람이 있습니까?”조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없어요!”소연은 눈빛을 반짝이며 다시 물었다.“그 제작진 중에 소혁이라는 사람이 있습니까?”그녀는 소희가 어디에서 소혁을 찾아왔는지 모른다. 소혁이 지금 제작진 팀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모르겠어요, 들어본 적 없어요!” 조수가 웃으며 말했다.“제작진 팀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모든 사람의 이름을 알 수 있겠어요?”소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하루빨리 소혁을 벗어나야 했다. 진원과 소정인이 그의 존재를 알아서는 절대 안 된다.그러나, 하늘은 분명히 소연의 편이 아니었다. 그녀가 촬영장에 갔을 때, 소혁이 갑자기 달려와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를 불렀다.“누나, 누나!”소연은 옆에 있던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그녀의 몸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소연은 비록 개인 디자이너일 뿐이지만, 제작진 팀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녀가 부잣집의 큰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가 세운 이미지도 부잣집 아가씨가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고 열심히 분투하며 자신의 사업을 만드는 이미지이다.그러나 소혁이 이렇게 대중 앞에서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자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부잣집 아가씨한테 어떻게 막노동하는 동
이 말을 들은 소혁이 말했다.“우리 부모님은 소희를 4년 동안 키웠어. 하지만 2년 전에 나에게 720만원을 주며 연을 끊자고 하더라.”소연은 차갑게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소희도 나한테 720만원을 줄 수 있는데, 우리 둘은 같은 배에서 나왔잖아. 넌 내게 얼마나 줘야 한다고 생각해?”소혁은 계산적이었다.이 말을 들은 소연은 이를 악물었다.“만약 내가 너에게 돈을 준다면 내 눈앞에서 사라질 거야?”“문제없어, 돈만 주면 널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소혁이 즉시 대답했다. “얼마를 원해?”소연이 차갑게 물었다. 소혁은 눈동자를 굴리며 타진하듯 말했다.“그럼 2천만원 어때?”“좋아, 지금 바로 송금할게, 돈을 받고 나면 즉시 드라마 제작진을 떠나,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말고!” 소연이 무겁게 말했다.소혁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장기 식권 같은 소연을 쉽게 놓칠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소혁은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냥 승낙할 수밖에.“좋아, 돈을 준다면 난 갈 거야!”소연은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지금 바로 송금할게!”소혁의 눈이 빛났다. 그는 시험 삼아 2천만원을 언급했는데 소연이 눈 하나 깜짝 않고 동의했다. 이건 그녀가 진짜 돈이 많다는 걸 의미했다!그러면 더더욱 그녀를 놓칠 수 없었다!소혁은 마음이 들떠서 인생의 정점을 찍을 것만 같았다!소연은 소혁에게 2천만원을 송금하고 독설을 퍼부으며 말했다. “바로 사직해. 그리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소혁은 핸드폰에서 송금된 돈을 확인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히죽 웃었다. “바로 갈게요!”그는 고개를 돌려 극단의 팀장에게 사직서를 내러 갔다. 그러고는 두 걸음 걷다가 다시 뒤돌아 말했다. “누나, 시간 나면 다시 뵈러 올게요!”소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소혁는 얼굴이 차가워졌고, 눈에는 음울한 기운이 서렸다.소연은 소혁의 뒷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걸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이 빚,
“오늘 입찰 회의는 어땠어?”최결이 담담하게 물었다.청아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오전에 장 사장님이 최결님을 찾으셨는데, 중요한 고객이 있다고 하셔서 저를 데리고 가신 거예요.”“괜찮아!”최결은 웃는 듯 마는 듯했다.“우리 둘 다 입찰 안에 참여했고 청아 씨도 입찰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누가 가든 똑같지!”“네, 그럼 이따가 입찰안 진행 과정을 보내 드리겠습니다.”청아가 말했다.“조급해 하지 마. 아 그리고 어젯밤에 김우와 협력하는 방안으로 너무 늦게 자서 그런데 커피 한 잔만 타 줘!”최결은 한참 타자를 하며 청아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알겠습니다!” 그리고 청아는 그녀에게 커피를 따라주었다.커피를 타다 준 청아에게 최결은 또 한 묶음의 자료를 건네주며 말했다.“이것 좀 복사해 줘. 복사해야 할 건수는 내가 모두 써 놨으니 부탁해.”“알겠습니다!” 청아가 대답했다.“청아, 이것 좀 업무부서에 보내 줘!”“청아, 기술부에서 요구하는 데이터인데 장 사장님이 이미 서명했으니 빨리 보내 줘!”청아는 줄곧 최결을 도와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했다.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그러니 장시원이 입찰하려는 몇 회사의 재무제표를 요청할 때까지 청아는 그의 요구를 만족할 수 없었다.최결은 이 사실을 알고 눈살을 찌푸리며 청아를 바라보았다.“할 수 없으면 말을 해. 이렇게 사단 내지 말고? 너 때문에 장 사장님의 일이 지체되잖아! 장 사장님이 업무 효율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높은 지 아냐? 내가 보기에 넌 아직 부족해, 더 노력해야 한다!”청아는 변명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네!”최결은 장시원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보고서는 나에게 맡겨. 한 시간 안에 너한테 보내 줄게!”장시원은 청아를 힐끗 쳐다보며 손목을 들어 시간을 한 번 보았다.“지금 나가서 한 시간 후에 돌아올 겁니다.”“알겠습니다!” 최결은 즉시 말했다.“안심하세요. 한 시간 안에 무조건 완성하겠습니다!”장시원은 또 한 번 청아를 보고 나서야 성큼성
조하루가 즉시 과일 주스를 시언에게 내밀며 말했다.“삼촌, 이거 드세요. 저를 그렇게 오랫동안 업어 주셨잖아요. 고마워요!”시언은 얇게 입가를 올리며 주스를 다시 돌려주었다.“난 누나와 장난친 거야.”“아...”시언은 최대한 표정을 부드럽게 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효과는 없었다. 조하루는 멍하게 대답하며 다시는 시언을 쳐다보지 못했다.아심은 입술을 꽉 다물며 웃음을 참았고, 차마 대놓고 웃을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려 빵을 베어 물었다.숲속에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창가에 앉아 방 안을 들여다보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쭈쭈 하고 소리를 내면서. 아직 인간에게 위협을 느껴본 적 없는 새는 사람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아심은 빵 부스러기를 조금 떼어 창가에 놓았다. 새는 신나게 부리로 쪼아먹었지만 다 먹기도 전에 갑자기 날아가 버렸다. 시언은 창 아래에 서 있는 아심을 보며 반쪽 남은 빵을 들어 올렸다.“천천히 먹어, 난 밖에 좀 보고 올게.”아심은 시언이 문을 나가는 걸 보고 하루에게 속삭였다.“볼일 보러 가야 해? 삼촌이랑 같이 가면 돼!”하루는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갔다. 아심은 천천히 빵을 다 먹고 물병을 집어 들고 막 마시려던 순간, 밖에서 탕! 하고 커다란 총성이 들려왔다.아심의 얼굴이 굳어졌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시언이 떨고 있는 하루를 방 안으로 밀어 넣고는, 곧바로 따라오던 한 남자를 발로 차서 밖으로 날려 보냈다.그는 고개를 돌려 매우 빠르게 말했다.“지켜, 절대 나오지 마. 창문도 다 잠가!”문이 열리는 그 순간, 아심은 이미 상황을 확인했다. 그들은 이미 포위당한 상태였다. 나무집 주위는 전부 위장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용병들로 가득했고, 적어도 스무 명이 넘었다.문이 닫히고 난 뒤, 바깥에서는 치열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아심은 조하루를 안전한 곳에 숨기고 두 개의 창문을 빠르게 닫은 뒤, 창을 야생 동물로부터
강시언이 앞서 걸었고, 중간에는 조하루, 뒤에는 강아심이 따라갔다.비에 젖어 미끄러운 산길을 걸으며, 아심은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조하루에게 지팡이 삼아 주었다. 세 사람은 고요하고 습한 산림 속을 조용히 지나갔다.겨우 한 시간 정도 걸었을 뿐인데, 하루는 이미 지쳐 헉헉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어린아이라 무리가 있는 듯했다.아심은 걸음을 멈추고 하루의 앞에 가서 쪼그려 앉았다.“자, 내가 업어줄게!”시언이 돌아서더니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을 아심에게 넘기며 말했다.“내가 업을게!”하루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겁먹은 듯 시언을 올려다보았다.“저, 저 아직 괜찮아요.”“아직 한참 남았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어? 올라와!” 이번에는 시언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냉정하고 단호해서 거부할 수 없었다.하루는 아심을 바라보았다. 아심의 격려하는 눈빛을 본 후에야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며시 시언의 등에 올라탔다.시언이 일어서자 조하루의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시언의 넓고 든든한 등에 안겨, 하루는 안전감을 느꼈다. 시언은 고개를 돌려 아심에게 환히 웃어 보였다.아심도 미소를 지으며 뒤따랐다. 열몇 개의 계단을 더 오르던 중, 하루는 손에 쥐고 있던 비타민 젤리를 시언의 입가에 내밀었다.“아저씨, 이거 드세요!”시언은 원래 거절하려 했으나, 아심이 늘 이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한 손을 뻗어 젤리를 받아 입에 넣었다.하루의 검게 빛나는 눈이 환하게 반짝였고, 시언이 자기가 준 젤리를 먹자 무척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시언이 젤리를 씹으며 물었다.“더 있어?”하루는 허둥지둥 젤리 통을 꺼내 다시 시언에게 주려 했지만, 그가 말했다.“뒤에 있는 누나한테 두 알 줘.”하루는 그제야 깨닫고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에 다섯 여섯 개의 젤리를 쥐고 아심에게 내밀었다.“누나!”아심이 두 걸음 앞으로 다가와 하나를 집었다.“고마워!”하루는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지만, 아
“네!” 하루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반짝이는 눈빛을 보였다. “정말 맛있어요, 우리 다들 엄청나게 좋아해요.”“하루에 두 알만 먹어야 해,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아심은 자연스럽게 하루와 대화를 이어갔다.“알아요, 선생님이 우리한테 말씀해 주셨어요.” 하루의 미소는 순수하고 귀여웠다.시언은 그들이 뒤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룸미러로 아심을 흘깃 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번졌다.아심을 데리고 오길 잘했다. 아니었으면 이 작은 아이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랐을 테니까.어둡고 흐린 날씨에, 세차게 내리는 비로 인해 차창이 물안개로 덮여 바깥 풍경이 희미하게 변해 있었다. 차 안은 조용했지만, 아심과 하루의 대화와 빗소리, 그리고 쉼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차가 한 시간 정도 달린 후, 시언은 뒷좌석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심은 이마를 차창에 대고 잠이 들어 있었다.하루는 창문에 성에 낀 자국을 손가락으로 그리다가, 시언이 뒤를 돌아보는 것을 보자 얼른 손을 내리고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똑바로 세웠다. 시언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자기 외투를 벗어 소년에게 건넸다.“이거 좀 도와줘. 누나에게 덮어줘.”아심은 얇은 회색 운동복을 입고 있었고, 그녀가 운성에 왔을 때 날씨가 더워서 두꺼운 옷은 가져오지 않았다. 하루는 외투를 받아 조심스럽게 아심의 몸에 덮어주었다.시언은 아심을 한 번 더 보자,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이에 시언은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렸다.차는 산길을 따라 다시 30분가량을 달렸고, 드디어 앞쪽에 무너진 도로가 보였다. 더는 차로 갈 수 없었다.“네 물건 잘 챙기고, 여기서 내려야 해.” 시언이 하루에게 말했다. “산을 돌아서 넘어가야 하거든.”“네!” 하루는 대답하며 자신의 가방을 메고, 안에 들어 있는 옷과 책을 잘 챙겼다.“삼촌, 누나를 깨울까요?” 하루가 묻자, 시언은 표정을 굳히며 뒤돌아보았다.“
이 시간에 시언은 이미 아침을 먹었을 거라 생각한 아심은 따로 묻지 않고 혼자 아침을 먹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아심은 평소처럼 전화를 걸어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오늘은 아이들이 다시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라 아심은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가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러 갔다.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 그녀는 도도희와 시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은 무언가 심각하게 상의하고 있었고, 그 대화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산길이 비에 무너져서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어. 차로는 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산길을 올라가야 해서 너무 위험해.”도도희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시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비가 많이 오진 않으니까 시도해 볼 만해요.” 이때, 아심은 다가가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생겼나요?”시언은 아심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분명히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한 것 같은데.”오늘 아심은 얇은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시언의 지적에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도도희 앞이라 반박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곧 가서 갈아입을게요.”도도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아심에게 설명했다.“한 학생의 할아버지가 병이 너무 위중해서 의식이 흐려졌대.”“그런데 할아버지가 계속 손자를 찾고 계셔서 가족들이 전화로 아이를 데려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어.”도도희는 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언은 아이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산길이 위험할까 봐 걱정돼.”“위험할 게 뭐 있어요?” 시언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그렇게 해요. 아이한테 준비하라고 전해주고, 곧 출발할게요.”시언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갔고, 아심도 뒤따라가며 말했다.“나도 같이 갈게요.”시언은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안 돼.”“왜 안 돼요?” 아심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시언을 따라붙었다.“그 애들이 얼마나 당신을 무서워하는지 모르죠? 혼자 데려가
차에 올라탄 지아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큰어머니, 이제야 제가 한 말 믿으시겠죠?”권수영은 약간 흥분한 표정으로, 눈빛이 반짝였다.“저 아가씨, 혹시 남자친구 없나?”“물론 없죠!”“그럼 기다릴 필요 없겠네. 빨리 승현이와 만나게 해야겠어.” 권수영은 이미 마음이 급해져 있었다.“제가 재아에게 말만 하면 분명히 승낙할 거예요.” 아윤은 눈을 굴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할머니의 혼수품도 되찾고, 오빠에게 좋은 여자친구까지 소개해 드렸으니, 큰어머니께서 저를 어떻게 보상해 주실 건가요?”권수영은 속으로 이익을 따져 보며 생각했다. 만약 도씨 집안과 결혼까지 성사된다면, 그야말로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이득이었다.“네가 승현이와 저 아가씨를 이어준다면, 내가 할머니의 혼수품을 되찾아도 그중 절반은 네 몫으로 줄게.”“정말 약속하신 거죠?” 아윤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내가 직접 약속했는데 속이겠니?”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반드시 최선을 다할게요!”...집에 돌아온 아윤은 바로 재아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권수영과의 만남 이유를 은근히 흘리며 설명했다. 그리고는 지승현을 칭찬하며 그와 한번 만나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재아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 속으로 기분이 상했다. 첫째는 자신이 누군가의 결혼 상대자로 몰래 계획된 것 같아서였고, 둘째는 현재 중간급인 지씨 집안과 연결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재아는 시큰둥한 태도로 말했다.“야, 그런 얘기를 진작해주지 그랬어? 미안하지만 난 지금 연애할 생각 없어. 아마 큰어머니께서 실망하실 거야.”아윤은 재아의 기분이 상한 것을 눈치채고 급히 사과했다.[미안해, 재아야. 정말로 큰어머니께서 그냥 너를 보고 싶어 하셔서 그런 거야. 괜한 부담은 갖지 마.]아윤이 이렇게 간곡히 사과하자, 재아는 약간 기분이 풀리며 말했다.“괜찮아. 나 화난 건 아니야. 그냥 난 당분간 일에 집중하고 싶어. 외할아버지도 내가 빨리 결혼하길 원치 않으셔.”아윤은 다시
“몇 년 전에 강성에 왔어요. 오자마자 회사를 차렸죠. 꽤 돈이 많아 보이긴 했지만, 특별한 가정 배경은 없어 보였어요.” 지아윤은 권수영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예쁘장한 여자아이인데, 가정 배경도 없이 돈이 많고, 다른 지역으로 와서 그런 일을 하는 회사를 차렸다라.”“대체 전에 무슨 일을 했을까요? 큰어머니처럼 세상을 많이 살아본 분이야 더 잘 아시겠죠.”권수영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이니?]“보세요. 얼마되지도 않아 오빠를 완전히 홀렸잖아요. 그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죠. 저는 돈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 걱정돼요.” 아윤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고, 권수영은 심각하게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네 할머니가 유언장을 다 작성해 놓았잖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니?]“오빠가 강아심과 빨리 헤어지게 하면 돼요. 그들이 헤어지면 강아심은 더 이상 형님의 여자친구도, 우리 집안 사람도 아니에요.”“할머니의 혼수품을 왜 남이 가져가야 하죠?” 아윤이 단호히 말하자 권수영도 망설였다.[네가 너무 심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니? 난 네 할머니의 혼수품을 바라진 않아. 하지만 우리 집안의 재산이 외부로 나가는 건 나도 막고 싶어.][그런데 네 말이 사실이라도, 아심이 오빠랑 결혼하면 괜찮지 않을까?]“그 여자가 우리 집안에 시집오는 게 영광이겠죠. 그런데 만약 도망치기라도 하면요?” 아윤이 비웃자, 권수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내가 뭘 어떻게 하란 말이니?]“큰어머니!” 아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새 여자친구를 소개해 드릴게요!”[새 여자친구?]“제 절친이에요. 누군지 맞춰보세요.” 아윤은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대화가 도경수 어르신의 손녀, 도재아요. 정말 명문가의 아가씨고, 아주 예뻐요.”권수영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짜 도경수 어르신의 손녀라고? 네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알아?]“진짜예요! 제가 도씨 저택에도 자주 갔어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아윤은 자신만
“할머니!” 지아윤은 할머니를 한 번 부르더니 아무 반응이 없자, 노인을 옆으로 살짝 밀고 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갈색 종이봉투가 드러났다. 이에 아윤의 눈이 반짝이며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종이봉투를 꺼내 안의 서류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대충 훑어보는 사이,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고, 분노가 담긴 시선으로 침대에 누운 할머니를 노려보았다.양세민이 들어올까 봐, 아윤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서류를 사진으로 찍었다. 찍고 나서 봉투를 원래대로 넣고 방을 빠져나왔다.차로 돌아가면서 아윤은 점점 화가 치밀었다. 원래는 부모님께 전화하려다 생각을 바꿔 큰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권수영은 마침 카드놀이를 하던 중이라, 아윤의 다급한 전화에 나와서 조금 짜증이 났다.[무슨 일이야, 그렇게 급하게?]아윤은 찍어둔 사진을 권수영에게 보여주며 물었다.“큰어머니, 혹시 강아심이라는 사람 아세요?”권수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사진을 확대해 보다가,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강아심이 누구야?]아윤이 찍은 사진은 할머니의 유언장이었다. 유언장에는 할머니가 자신의 혼수품 대부분을 아심에게 남긴다고 적혀 있었다.아윤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친정은 예전부터 배를 만드는 집안이었고, 부유한 가문이었잖아요.”“혼수품은 모두 고가의 골동품, 금은보화들인데, 그 가치는 큰어머니가 더 잘 아시겠죠!”“할머니가 그때 집을 나가시면서 혼수품을 다 가져가셨잖아요.”“큰 트럭으로 한 차나 실어 나르셨다던데, 이 집에서 몇 년을 혼자 사시면서 큰돈을 쓸 일이 없었으니 그 혼수품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거예요.”“그런데 이제 돌아가실 날이 가까워졌는데, 그 재산을 아들, 손자, 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어떤 낯선 사람에게 준다니,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권수영도 짜증이 나서 말했다.[네가 나한테 그런 얘기해 봤자야. 내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나도 강아심이 누군지 몰라!]“큰어머니가 모르셔도 저는 알아요.” 아윤은 휴대폰을 뒤적이며 몇 장의 사진을 더 보여주었다.권
아심은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창문 밖을 보며 시언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별장 안으로 들어가 거실을 지나며 외투를 벗어 소파에 걸어두고, 약 상자를 들고 시언의 방으로 갔다.“들어와.” 남자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심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시언이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아심은 외투를 소파 등받이에 놓으며 말했다.“외투 여기 두었어요.”“응.” 시언은 고개도 들지 않고 의자에 등을 기댔고, 아심은 약 상자를 들고 다가가며 준비를 시작했다.“옷 벗어요. 약 다시 바를게요.”그제야 시언이 그녀를 힐끗 보더니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아심은 시선을 피한 채, 소매를 걷어내자 시언의 상처에 감아둔 붕대를 풀었다. 겉옷은 비에 젖었지만, 다행히 안쪽의 붕대는 겉 부분만 약간 축축했을 뿐, 상처 부위는 무사했다.시언이 앉아 있고 아심이 서 있었기에, 아심은 약간 허리를 숙여야 했다. 긴 드레스가 아래로 늘어져 아심의 어깨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아심은 능숙하게 손을 움직이며 상처를 살폈지만, 시언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시언의 눈은 약간의 속쌍꺼풀이 있고, 길게 뻗은 눈매가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시언의 차가운 성격과 강한 기운이 그 눈을 더 깊고 날카롭게 만들었으며, 그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면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간신히 약을 다 바르고, 강아심은 약 상자를 정리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시언은 몸을 돌려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아심은 별다른 인사도 없이 문을 나와 문을 닫았다. 어둡고 조용한 복도에 서자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땀이 살짝 밴 등을 느끼며 문을 돌아보았다가 천천히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강성비가 내리는 날, 지아윤은 마지못해 골목 밖에 차를 세우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당 앞에 도착하자 아윤은 문을 밀고 들어가며 외쳤다.“
도도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네가 사람을 잘못 본 거였네.”이반스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금방 알아봤어.”도도희의 눈매는 부드러워졌고, 담담히 말했다.“피곤하지? 우선 쉬어. 내가 숙소를 마련해 줄 테니까.”“같이 지낼 수 있어?” 이반스는 말을 하자마자 얼른 정정했다.“아니, 내 말은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야.”도도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이반스를 자신의 별장에 머물게 하기로 했다....아심과 시언은 약을 보건실에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도도희를 만났다. 시언의 휴대폰이 울리자, 그는 도도희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전화를 받으며 먼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비가 이제 그칠 것 같네. 공기도 상쾌하니, 같이 산책할까?” 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아심은 우산을 접고 도도희와 함께 잔디밭 한가운데 돌길을 따라 걸었다.“야간 당직을 맡을 사람을 이미 정해놨어. 약도 충분하니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별장에 의사가 있어서 다행이야.”도도희의 말에 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이면 아이들 열도 내릴 거예요.”도도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관리자한테 들었어. 아이들을 위해 비타민 젤리를 많이 샀다던데, 비용은 나한테 청구해.”“괜찮아요!” 아심은 가볍게 웃었다.“비싼 것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에요. 저랑 같이 수업도 들었던 친구들이니까요.”도도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넌 원래 쉬러 온 건데, 오히려 돈을 쓰게 했네.”“덕분에 돈으로 행복을 산 거예요. 고맙다고 해야죠.” 아심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시겠지만, 저는 돈밖에 없는 사람이잖아요!”도도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아, 맞다.” 아심이 말했다.“허락도 안 받고 이반스를 데리고 왔는데, 혹시 불편하신 건 아니죠?”“괜찮아. 걔가 갑자기 C국에 온 건 나도 몰랐어. 다행히 너희를 만나지 않았으면, 아마 마을에서 하루 종일 헤맸을 거야.” 도도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가 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