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결이 말했다. “공교롭네요. 장 사장님은 방금 나가셨어요. 오기 전에 장 사장님께 전화를 안들이셨나요?”우민율은 눈썹을 까닥하며 말했다.“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어서 전화 안 했지!”최결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렇다면 먼저 장 사장님 사무실에 가서 기다리세요. 장 사장님은 곧 돌아오실 거예요!”“좋아!” 우민율은 특별히 청아를 한 번 더 보고 나서야 사무실로 갔다.최결은 뒤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갔다.사무실 문이 닫히자 최결은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을 데리고 커피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설탕 세 스푼, 우유는 넣지 않았어요!”우민율은 웃으며 말했다.“내 입맛을 기억하네. 고마워!”그녀는 무심한 듯 최결에게 물었다.“새로 온 조수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떻게 39층으로 왔어?”최결이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낙하산처럼 39층에 왔죠. 게다가 전에 여기서 일한 것도 아닙니다!”우민율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물었다.“장시원이 데리고 온 건가?”최결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장 사장님의 태도는 미지근해요. 아는 사이 같지는 않아요.”우민율은 안심하고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시며 웃었다.“그럼 나 혼자 여기서 기다릴 테니 가서 일해!”“그럼 부탁할 일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시키세요!”최결이 웃었다.“좋아!”최결은 사무실에서 나와 곧장 청아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청아, 맞은편 커피숍에 가서 민율 아가씨에게 드실 간식과 차를 사 와. 홍차, 무스는 녹차 맛으로, 그리고 헤이즐넛 초콜릿도. 꼭 기억해. 모두 민율 아가씨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이야. 그리고 꼭 맞은편 커피숍에 가서 사와.”청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장 사장님이 저에게 맡긴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간이 안 돼서요.”그 말을 들은 최결의 얼굴이 굳어졌다.“우청아, 민율 아가씨가 누군지는 알아?”청아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고객입니까?”“고객보다 더 중
장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사무실에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시원의 표정은 온화하고 냉담했다.“민율 아가씨, 무슨 일 있습니까?”우민율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생태원을 분리한 후,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제 생각은 안 했어요?”장시원은 양복 외투를 벗고 가죽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그러고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그의 눈 속의 냉랭함을 희석했다.“우민율, 우리 모두 성인이니 밀고 당기는 애매한 썸 관계는 됐고 사실대로 말할게요. 전 그 쪽한테 관심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우민율은 씁쓸함을 감추며 가볍게 웃었다.“그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장시원은 담배를 물고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없습니다!”“그럼 저한테 아직 기회가 있네요!”우민율은 부드럽게 웃으며 반드시 가질 거라는 의지를 보였다.장시원은 가볍게 웃었다.“저를 잘 모르시네요. 제가 좋아하는 여자라면 얼마든지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년 동안 제가 대답하지 않은 걸 보면 모르겠어요? 그러니 단념하세요!”우민율은 움찔했다. 그러고는 말했다.“그런데 2년 동안 당신 곁에 다른 여자도 없었잖아요!”장시원은 약간 짜증이 났다.“그렇게 똑똑하신 분이 여기서 계속 치근덕거리시면 본인 몸값만 떨어진다는 것을 모르나요, 그리고 이런 수법은 남자에게 안 통해요. 짜증만 날 뿐이죠!”“뭐 짜증 난다 해도 괜찮아요. 당신한테 외면당할까 봐 두려울 뿐이지!”우민율은 거대한 녹나무 책상에 앉아 몸을 한껏 기울이며 남자를 주시하고 있다.장시원이 웃었다.“당신은 자신의 몸매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우민율이 자신있게 말했다.“완벽해요!”“맞아, 완벽하죠. 남자한테 꽤 유혹적이죠. 그런데 전 관심 없습니다. 설마 그걸 못 알아 채시건 아니겠죠?”우민율의 안색이 급변했다.그녀가 막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장시원은 말했다.“들어오세요!
우민율은 괴로웠다. 마음이 차갑게 식는 것만 같았다. 소문에는 장시원이 여성들한테 젠틀하다고 하는데 그건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말하는 헛소리이다. 장시원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여성에게 그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는 남자였다.2년을 쫓아다녔다. 그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하지만 시원은 그런 그녀를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우민율은 얼굴에 비통함을 띠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신 말이 맞습니다. 다 제 탓이죠.”말이 끝나자 가방을 들고 분연히 떠났다.우민율은 자리를 떠났지만, 최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장 사장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위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한 것을 생각해서라도 한 번만 봐주세요!”“한 번뿐입니다. 당신이 우청아씨의 공을 채가는 것을 한 번이라도 다시 보게 된다면 짤 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장시원은 고개를 숙이고 보고서를 보았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한기를 느끼게 하였다.최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벌벌 떨며 말했다.“예, 장 사장님 감사합니다!”“나가세요, 그리고 우청아씨 보고 오라 하세요!”장시원이 말했다.최결은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사장실 문을 나서서야 자기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원망을 품고 우청아에게 다가가 말했다.“장 사장님이 불러.”그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청아는 우민율이 슬픈 표정을 눈치챘다. ‘최결의 안색이 안 좋은 걸 보니 사장실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 본데?’청아는 장시원이 화를 냈다고 짐작했다. 그녀는 이미 그의 변덕스러움을 경험해 보았다.청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 안에서 어떤 감정의 변화도 없는 가벼운 소리가 들려왔다.청아가 장 사장 앞으로 다가갔다.“장 사장님, 찾으셨어요?”장시원은 보고서를 뒤적이며 미지근한 표정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사무실에서 일할 때 곤욕을 참으면서 일할 필요는 없습
장시원이 소리 없이 심호흡 한번 하여 마음을 가다듬고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이것뿐만 아니라 고정자산의 변화도 한번 봐 봐, 비정상적이잖아.”장시원이 제표 중의 잘못된 부분들을 짚어내며 청아에게 김화의 의도를 분석하는 걸 가르쳐주었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오리무중이었던 청아는 장시원의 설명을 들으며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장시원한테서 무언가를 배우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청아가 회사에 온 이후로, 장시원은 기회가 되면 청아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설령 점심에 밥을 먹다가도 청아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묻게 되면, 장시원은 항상 인내심을 가지고 해석해 주었다.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고, 곁눈질로 그걸 눈치챈 청아는 저도 모르게 긴장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어느새 빨갛게 물든 청아의 귓불을 쳐다보며 장시원의 눈빛이 더욱 그윽해졌다.“내가 한 말들, 다 기억했어?”“네! 다 기억했어요.”“집중해서 들어, 같은 말 두 번 다시 반복하는 건 딱 질색이니까.”얼핏 들으면 상사가 직원에게 해주는 정상적인 귀띔이었다. 하지만 청아는 왠지 모르게 꿍꿍이가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순간 얼굴까지 빨개졌다.“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아무일 없는 척하며 덤덤하게 대답하고 있는 청아의 모습에 장시원이 그녀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앞에 있는 다른 제표를 가리켰다.“그럼 정풍의 제표를 한번 체크해봐, 진짜로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보게.”청아는 더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장시원이 가르쳐준 대로 제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제표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고, 최결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야 청아는 이미 퇴근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또각또각 사무실로 걸어 들어온 최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청아를 한번 쳐다보고는 장시원에게 퇴근해도 되냐고 물었다.장시원도 그제야 시간을 한 번 보고는 청아를 향해 말했다.“너도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 임구택의 얼굴이 생각났는지 소희는 순간 가슴이 따끔하게 아파났다. 그러나 소희는 바로 두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모든 정서를 거두고 무심하게 말했다.“공부나 열심히 해, 어른들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제발 우리 둘째 삼촌을 소중하게 여겨, 그러다 둘째 삼촌이 다른 여인한테 빼앗기기라도 하면 쌤은 후회할 기회조차 없을 거니까.”임유민이 재차 진지하게 소희를 향해 충고를 했고, 이에 소희가 차갑게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물었다.“그렇게 누구나 차별없이 대하겠다던 사람이 입만 벌리면 둘째 삼촌 걱정이야? 네 마음속에선 그래도 나보다 네 둘째 삼촌이 더 중요하지? 그렇지?”“누가 그래? 내가 지금 쌤을 위해 그러는 거잖아, 그것도 눈치 못챘어?”“어, 못챘는데?”“어휴, 내가 그렇게 진심을 다 했는데, 결국 눈치도 못채다니.”어른스러운 척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드는 임유민의 모습에 소희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어서 수업 준비나 해.”……오전에 청아가 요요랑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는데 허홍연의 전화가 걸려왔다.허홍연의 목소리는 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웠다.[청아야, 오늘 쉬는 거야?]“네, 지금 집에서 요요랑 같이 놀고 있어요.”옆에서 한창 놀고 있던 요요가 휴대폰에서 새어 나오는 허홍연의 소리를 들었는지 바로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고는 똘망똘망한 두 눈을 깜빡이며 청아를 향해 깜찍하게 물었다.“외할머니에요?”청아가 웃으며 요요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요요의 앳된 목소리를 들은 허홍연이 다시 휴대폰 맞은편에서 입을 열었다.[방금 그거 요요 목소리야? 나 아직 요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청아야, 바쁘지 않으면 지금 요요를 데리고 집에 와, 마침 오늘 다들 집에 있으니까.]요요의 기대에 가득 찬 눈빛에 청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바로 요요를 데리고 갈게요.”[그래, 기다리고 있을 게!]전화를 끊은 후 청아가 휴대폰을 내려 놓으며 요요를 향해 물었다.“우리 옷 갈아입고 외할머니와 외
처음에 청아가 결혼하지도 않고 아이를 먼저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강남은 엄청 화를 냈었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이상하게 요요를 본 첫 눈에 우강남은 요요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그는 사랑이 가득 찬 두 눈으로 요요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청아를 향해 말했다.“너 어렸을 때와 똑같아.”“그래요? 난 모르겠는데?”그렇게 두 사람은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갔고, 우강남이 요요를 품에 안은 채 거실에 앉아있는 허홍연을 향해 소리쳤다.“엄마, 누가 왔는지 한번 봐봐요.”우강남 품속의 아이를 알아본 허홍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뻐하며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요요야! 외할머니한테로 와 봐!”화기애애하게 요요를 둘러싸고 인사를 나누고 있는 우강남과 허홍연의 모습에 청아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고, 이 시각에 우강남의 집에 나타나서는 안 될 사람이 거실에 앉아있는 걸 본 순간 청아는 멍해졌다.그리고 청아가 집에 들어 서서부터 줄곧 청아를 주시하고 있었던 하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정하게 웃었다.“저 아이가 바로 청아 씨의 아이예요? 참 사랑스럽네요.”“하 선생님이 왜 여기 계세요?”이때 허홍연이 요요를 품에 안은 채 청아에게 눈짓 한번 하고는 다시 환하게 웃었다.“하 선생님이 이곳을 지나치다 내가 잘 회복되고 있는지 체크하려고 들린 거야. 참 마음씨도 착하 분이시지.”하온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리가 없었던 청아는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들었다.“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요.”“아닙니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요, 뭐.”하온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다정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요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이 이름이 뭐에요? 정말 예쁘게 생겼네요, 청아 씨처럼.”“요요라고 해요.”“아가야, 하온 삼촌한테 한번 안겨 봐.”청아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허홍연이 품에 있는 요요를 하온에게 건네주려 했다.하지만 요요는 하온한테 가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거부하면서 고개를 돌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두 눈으로 청
허홍연이 듣더니 멋쩍게 웃었다.“너도 너무 그러지 마. 적어도 넌 세계 명문대를 졸업했고, 생긴 것도 예쁘잖아. 안 그러면 하 선생이 왜 널 쫓아다니겠어?”“그만해요, 엄마. 아무튼 저와 하 선생님은 아무런 가능성도 없어요. 요요를 낳으면서 제가 속으로 맹세한 게 있거든요, 절대 결혼하지 않고, 둘째를 낳지 않고, 요요에게 새 아빠도 찾아주지 않겠다고.”너무나도 집요한 청아의 태도에 허홍연은 많이 언짢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너 어쩜 성질이 네 아빠랑 그렇게 똑같아?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는 건데? 너 좋으라고 이러는 거잖아. 너 홀로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알아요. 하지만 저 이미 그렇게 2년을 견뎌냈으니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어요.”“고작 2년을 버티고 그런 소리 하지 마, 앞으로의 나날이 더 길다고!”“엄마, 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니까, 그만해요.”청아가 씻은 사과를 과일 쟁반 위에 올려놓고 쟁반을 들고 밖으로 나가면서 한마디를 더 뱉았다.“그리고 이 일도 두 번 다시 언급하지 마시고. 그럼 저 요요 보러 먼저 나갈게요.”“너 어디가!”허홍연이 급히 청아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데 주방 문이 갑자기 열렸고, 우강남이 요요를 안고 나타났다.“주방에 숨어서 무슨 말을 그렇게 오래 해요?”“네 동생과 하 선생의 일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 너도 어떻게 청아를 좀 타일러 봐.”허홍연이 언짢은 표정으로 우강남에게 눈치를 주며 말했다.하지만 우강남이 급히 손을 흔들었다.“청아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고! 저 방금 소연이와 통화를 끝냈는데, 소연의 부모님이 이쪽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우리 집에 한번 들러 구경해보고 싶대요. 지금 이미 주택단지에 거의 도착했을 거라는데, 어떻게 하죠?”“뭐? 왜 이렇게 갑자기 왔대?”“제가 어떻게 알겠어요?”허홍연과 우강남이 초조해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했다.그리고 그들이 왜 초조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청아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오면 왔지, 뭐가
허홍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마침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청아는 우강남의 품에서 요요를 건네받아 허홍연과 함께 거실로 나갔고, 우강남은 손님 마중하러 갔다.그런데 청아가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요요가 갑자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청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엄마,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엄마를 슬프게 했어요?”이에 청아는 급히 마음속의 슬픔을 억누르고 억지로 웃으며 요요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런 거. 집에 손님이 오셨대, 우리 손님 만나러 갈까?”“네!”요요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아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엄마, 슬퍼하지 마요, 엄마에겐 아직 요요가 있잖아요.”요요는 고작 두 살 밖에 안 되는 아이였지만 항상 청아의 정서를 제일 먼저 눈치 채곤 했다.그리고 또래아이들보다 더 철이 든 요요의 모습에 청아는 순간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같은 시각, 문어귀 쪽은 유난히 떠들썩했다.정소연의 동생과 부모님, 그리고 고모에 사촌 여동생까지 대규모가 도착했고, 허홍연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그렇게 다들 한창 인사를 나누다 거실로 들어섰고, 허홍연이 정씨네 가족에게 청아를 소개했다.“이건 내 딸 청아고, 이 아이는 내 외손녀에요.”“강남의 동생이 벌써 결혼까지 했네요, 애도 이렇게 컸고. 따님이 많이 예쁘시긴 하네요.”소연의 엄마가 듣더니 경악하여 청아와 요요를 한번 훑어보았고, 옆에 있던 소연의 아빠가 하온을 보며 웃음을 드러냈다.“그럼 이분이 바로 아이의 아빠겠네요? 정말 훤칠하네요.”허홍연이 하온을 한번 쳐다보고는 바삐 대답했다.“네, 맞아요!”이에 하온이 살짝 멍해졌다. 갑자기 몰려 든 정씨네 가족에 한번 놀라고, 그가 요요의 아빠라고 말하는 허홍연의 대답에 또 한 번 놀란 듯했다.그러다 어색하여 몸 둘 바를 몰라 그를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청아의 모습에 하온은 순간 눈치를 채게 되었다, 우씨네 가족들이 그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걸.하지만 그는 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