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홍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마침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청아는 우강남의 품에서 요요를 건네받아 허홍연과 함께 거실로 나갔고, 우강남은 손님 마중하러 갔다.그런데 청아가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요요가 갑자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청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엄마,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엄마를 슬프게 했어요?”이에 청아는 급히 마음속의 슬픔을 억누르고 억지로 웃으며 요요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런 거. 집에 손님이 오셨대, 우리 손님 만나러 갈까?”“네!”요요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아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엄마, 슬퍼하지 마요, 엄마에겐 아직 요요가 있잖아요.”요요는 고작 두 살 밖에 안 되는 아이였지만 항상 청아의 정서를 제일 먼저 눈치 채곤 했다.그리고 또래아이들보다 더 철이 든 요요의 모습에 청아는 순간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같은 시각, 문어귀 쪽은 유난히 떠들썩했다.정소연의 동생과 부모님, 그리고 고모에 사촌 여동생까지 대규모가 도착했고, 허홍연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그렇게 다들 한창 인사를 나누다 거실로 들어섰고, 허홍연이 정씨네 가족에게 청아를 소개했다.“이건 내 딸 청아고, 이 아이는 내 외손녀에요.”“강남의 동생이 벌써 결혼까지 했네요, 애도 이렇게 컸고. 따님이 많이 예쁘시긴 하네요.”소연의 엄마가 듣더니 경악하여 청아와 요요를 한번 훑어보았고, 옆에 있던 소연의 아빠가 하온을 보며 웃음을 드러냈다.“그럼 이분이 바로 아이의 아빠겠네요? 정말 훤칠하네요.”허홍연이 하온을 한번 쳐다보고는 바삐 대답했다.“네, 맞아요!”이에 하온이 살짝 멍해졌다. 갑자기 몰려 든 정씨네 가족에 한번 놀라고, 그가 요요의 아빠라고 말하는 허홍연의 대답에 또 한 번 놀란 듯했다.그러다 어색하여 몸 둘 바를 몰라 그를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청아의 모습에 하온은 순간 눈치를 채게 되었다, 우씨네 가족들이 그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걸.하지만 그는 화를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허홍연이 갑자기 다가와 하온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내가 요요를 보고 있을 테니까, 두 사람 편히 이야기 나눠요.”허홍연의 눈빛이 너무나도 수상하여 청아는 허홍연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더욱 난처해져 고개를 숙였다.“괜찮습니다, 제가 요요랑 놀고 있을 게요.” 하온이 바삐 앞으로 나서며 요요를 안으려고 팔을 뻗었고, 허홍연이 유난히 열적정으로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젊은이들끼리 이야기해요. 요요야, 외할머니 방에 가서 놀까?”허홍연의 물음에 요요가 자애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허홍연을 한번 쳐다보고, 또 다시 고개를 돌려 청아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다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고분고분 허홍연을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그러나 정씨네 가족들이 아직 돌아가지 않은 이상 허홍연은 당연히 요요랑 계속 방에서 놀아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몇 분만 설렁설렁 놀아주다가 청아의 휴대폰을 꺼내 요요에게 건네주었다.“요요야, 외할머니는 손님 접대하러 다시 나가야 하니까 혼자서도 조용하게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지? 그리고 엄마 지금 하온 아저씨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절대 방해하지 말고.”“엄마랑 하온 아저씨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두 분이 지금 맞선 보고 있어. 요요 맞선이 뭔지 알아?”요요의 나이에 맞선이 무엇인지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요요는 말똥말똥한 두 눈으로 허홍연을 바라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요요는 엄마랑 하온 아저씨가 맞선 보는 게 싫어요.”허홍연이 듣더니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요요는 아직 어려서 몰라. 나중에 하온 아저씨가 엄마랑 잘 되어서 요요의 새 아빠가 되어주는 게 얼마나 좋아?”“안 좋아요!”요요가 고집이 섞인 말투로 고개를 저었고, 허홍연이 보더니 바로 화 난 척 두 눈을 부릅뜨고 요요를 훈계했다.“요요야, 좋다고 해야지! 그리고 하온 아저씨도 좋다고 해야 해, 그래야만 네 엄마가 행복해질 거니까.”“
“네!”요요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들고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문 쪽으로 뛰어갔다.하지만 문 손잡이의 위치는 꽤나 높았고, 아직 1미터도 안 되는 요요는 까치발을 들어가면서까지 힘들게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다 여러 번의 시도만에 겨우 문을 열었고, 사람들로 가득 찬 거실을 한번 훑어보고 나서 즉시 청아한테로 달려갔다.한참 하온에게 물을 따라주고 있던 청아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요요를 발견하고 즉시 웃으며 물었다.“너 어디 갔었어, 요요야?”요요가 자기 손보다 훨씬 더 큰 휴대폰을 청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엄마, 아저씨가 엄마를 찾으세요!”“아저씨? 어느 아저씨?”요요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고개 숙여 들여다본 청아는 수신 번호를 확인한 순간 멍해졌고, 그 바람에 찻주전자 속의 물이 흘러나와 하마터면 청아의 손을 데일 뻔했다.이에 하온이 즉시 다가와 찻주전자를 받아 한쪽에 내려놓고 긴장해하며 물었다.“왜 그래요? 화상 입은 거 아니에요?”“괜찮아요.”“괜찮기는! 어디 봐 봐요.”“아니요, 진짜 괜찮습니다.”“가만히 있어봐요, 그러다 흉이라도 지면 어떻게 하려고요?”[…….]휴대폰 맞은편에서 두 사람의 ‘애정’ 대화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똑똑히 듣고 있던 장시원은 더는 참지 못하고 노호하며 청아를 불렀다.[우청아!]분명 스피커폰을 켜지도 않았는데 장시원의 목소리는 여전히 휴대폰을 뚫고 나와 온 거실에 퍼졌고, 순간 웃으며 떠들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다 물고 요요 손에 들린 휴대폰을 바라보았다.그 모습에 난감하여 얼굴색까지 붉어진 청아는 바삐 휴대폰을 건네받고 주위 사람들을 향해 해석했다.“저희 대표님이세요, 급한 일이 있으신 모양인데, 저 잠시 전화 받고 올게요.”그러면서 휴대 폰을 들고 황급히 허홍연의 침실로 들어갔고, 허홍연이 급히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청아가 아무래도 세계 명문대를 나왔으니 회사 대표님이 청아를 엄청 중시하나 봐요. 이번에도 틀림없이 중요한 일이 있어 청아를 저렇게 급히 찾고 있
청아도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전 대표님을 속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건 제 개인적인 일이고 업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건데, 대표님께서 왜 이렇게 화를 내시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맞는 말이긴 했다.그래서 장시원은 깊이 숨을 한번 들이마셔 평정심을 되찾은 후 차가운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당장 회사로 와.]“오늘 토요일인데요?”[주말 야근, 몰라?]“압니다. 귀하신 대표님께서 내려준 명인데, 곧 도착하겠습니다.”[요요도 함께 데려와.]“요요는 왜요?”[우청아, 내 말에 의문을 품지 말고, 토도 달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해.]여전히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한 후 장시원은 청아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렇게 무정하게 꺼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청아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갑갑해졌다. 가뜩이나 허홍연이 강박적으로 그녀와 하온을 함께 엮은 일 때문에 화가 나 죽을 지경인데 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장시원에게 욕을 먹었으니.‘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다들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건데?’‘왜 모든 일을 다 내가 책임져야 하냐고!’불과 반나절만에 쌓인 억울함은 밀물 마냥 거세게 밀려왔고, 청아는 순간 눈물을 흘릴 뻔했다. 하지만 여긴 우강남의 집이고, 밖에는 아직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청아는 결국 그 억울함을 짓누르며 평정심을 되찾은 후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 마냥 문을 열고 나갔다.그리고 청아를 보자마자 허홍연이 궁금해서 물었다.“대표님이 왜 널 찾으신대?”청아는 허홍연과 우강남에게 단지 국내에서 괜찮은 회사를 찾아 당분간 치카고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고 알렸을 뿐, 그 회사가 장씨 그룹이라는 건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니 허홍연과 우강남은 당연히 금방 전화가 걸려온 게 장시원이라는 건 모르고 있었고.“아, 그,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 지금 바로 회사로 오라시네요?”“뭐? 지금?”허홍연이 의아해하며 묻자 옆에 있던 우강남이 덩달아 입을 열었다.“이렇게 급하게 가는
“그럼 요요가 나중에 아저씨한테 가서 해석할 게요, 외할머니가 요요를 보고 싶어해서 엄마가 지각한 거라고.”어른 마냥 눈썹을 찌푸리고 청아를 위해 생각해 주고 있는 요요의 모습에 청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요요를 품에 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요요는 어쩜 이렇게 철이 들었을까?”“요요는 엄마가 매일 기뻐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엄마가 외할머니 집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다시는 가지 마요.”청아는 순간 목이 메었다.‘요요가 다 알고 있었어.’……토요일이라 회사에 야근하러 온 사람은 엄청 적었다.청아는 요요를 데리고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 타 바로 39층으로 향했고, 39층에 도착한 후 청아는 요요를 자신의 자리로 데리고 가서 의자에 앉혔다.“엄마 지금 아저씨에게 업무 보고하러 가야 하니까, 요요는 조용하게 여기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 절대 함부로 뛰어다니지 말고.”“네, 알았어요. 엄마도 빨리 가 봐요, 아저씨가 또 화를 내기 전에.”“그래, 요요 제일 착하지.”청아가 요요의 이마에 뽀뽀를 한번 하고는 일어나서 몸을 돌렸다. 그런데 마침 장시원이 사무실에서 나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그걸 본 청아는 놀라서 얼굴색마저 변했다.장시원은 그러는 청아를 차갑게 한번 흘겨보았다. 하지만 요요가 보는 앞에서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라 결국 참았고, 심지어 고개를 돌려 요요를 바라본 순간 얼굴에 바로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요요야.”너무 순간적으로 변해버린 장시원의 표정에 청아는 속으로 엄지를 내밀었다.그리고 장시원의 부름에 요요가 두 팔을 벌렸다. 장시원이 자신을 안아 올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이에 장시원이 바로 요요의 앞으로 다가가 요요를 품에 안았다.“아저씨 보고 싶었어?”“네! 엄청 보고 싶었어요.”“아저씨도 요요가 너무 보고 싶었어.”장시원은 사랑이 가득 담긴 두 눈으로 요요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러자 요요가 순간 억울하고 불쌍한 표정을 드러내며 장시원을 향해 물었다.“
장난감을 쌓고 있던 장시원의 손은 요요의 대답에 순간 멈추었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장시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외할머니의 말이 틀렸어. 네 엄마는 그 아저씨와 함께 있게 되면 결코 행복해지지 않을 거야.”“왜요?”요요가 듣더니 바로 똘망똘망한 두 눈으로 장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에 장시원이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둘이 맞지 않으니까.”너무 어른들 세계의 일이라 알아들을 수 없었던 요요는 잠깐 망연한 표정을 지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아저씨는 우리 엄마랑 어울려요?”“아니. 네 엄마가 아저씨를 좋아하지 않거든.”말투는 여전히 덤덤했지만 그 말을 하고 있는 장시원의 눈빛에는 쓸쓸함이 섞여 있었다.“엄마한테 좀 잘해 줘봐요, 그럼 엄마가 분명 아저씨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쳇, 됐거든요? 아저씨는 요요만 있으면 돼.”“걱정 마요, 아저씨. 제가 엄마 앞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 줄게요.”요요가 어른 마냥 장시원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고, 그러는 요요의 모습에 장시원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뭐라고 할 건데?”요요가 눈동자를 한번 돌리더니, 손에 든 우유 떡을 장시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엄마가 아저씨를 좋아하게 되면, 엄마도 아저씨가 사주는 우유 떡을 먹을 수 있다고요.”“하하하!”동글동글한 우유 떡을 고사리 같은 손에 집어 들고 진지하게 대답하는 요요의 모습이 너무 깜찍하여 장시원은 결국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똑똑똑-그런데 이때 밖에서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문을 열고 들어선 청아는 단번에 카펫에 앉아 요요가 한 말 때문에 호탕하게 웃고 있는 장시원을 발견했다.그리고 그 순간, 청아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저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 오랜만에 봐.’하지만 청아를 본 순간, 장시원은 다시 웃음을 거두었다.“엄마! 아저씨가 그러는데, 엄마가 아저씨를 좋아하게 되면 엄마에게도 우유 떡을 사준대요!”“…….”잠깐 멍해 있던 청아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장시원이 화를 내기도
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청아는 얼른 옥수수를 작은 토막으로 잘라 냄비에 넣었다. 그러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장시원을 쳐다보니 그는 아직도 그 줄기상추를 씻고 있었다, 모든 줄기 틈새까지 빠짐없이 깨끗하게.이에 청아가 바삐 입을 열어 장시원을 제지했다.“됐습니다!”장시원은 그제야 줄기상추를 꺼내 좌우를 한번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청아에게 물었다.“껍질은 뭘로 벗기는데?”청아는 껍질 벗기는 칼로 한번 시범을 보였고, 장시원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아가 배워준 대로 천천히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분명 잘 벗기고 있는데 청아는 왠지 불안 불안하여 장시원의 손만 주시하고 있었다, 자칫 했다간 손을 다치기라도 할까 봐.다행히도 장시원이 잡일을 해 본 적이 없는 도련님 치고는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동작이 점점 능숙해졌다.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청아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수시로 고개를 돌려 장시원 쪽 상황을 살폈다.“껍질 벗기는 칼이 예뻐, 아니면 내 손이 예뻐?”청아의 걱정 어린 눈빛에 손등까지 따끔해진 장시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청아를 행해 물었다.“네?”너무 뜬금없는 물음이라 청아는 순간 멍해졌다. 그러다 안절부절하게 상사의 의도를 한참 분석하다 조심스레 대답했다.“당연히 대표님의 손이 더 예쁘죠?”“그걸 물은게 아니잖아. 왜 자꾸 돌아보냐고.”청아가 듣더니 묵묵히 고개를 돌려 다시 자신의 일에 전념했다.‘관심해 줘도 이 태도야!’‘다시는 말 안 해!’얼굴에 억울함과 노여움이 너무 뚜렷하게 섞여 있어 장시원은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장시원도 청아한테 쌓인 게 많았는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런 표정을 드러낸다고 해서 오늘 일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무슨 일을요?”‘껍질 벗기는 칼과 비교했던 일?’장시원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그 의사와 맞선을 본 일.”“저희 선 안 봤어요!”“너희들 오늘 맞선을 봤는지 안봤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
“한번 시도해봐도 될 것 같은데?”장시원의 대답에 요요가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눈알만 팽글팽글 돌리고 있었다.한 어른과 어린아이가 나란히 의자에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로 조화롭기만 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청아의 마음속은 착잡하기만 했다.‘장시원이 만약 요요가 자신의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 아마 엄청 기뻐하겠지?’‘하지만 그 사실을 장시원에게 알려주게 되면 난 요요를 잃게 될 거야.’‘그러니 난 반드시 이 비밀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영원히 꺼내서는 안 돼.’……얼마 지나지 않아 반찬은 다 차려졌고, 세 사람은 처음으로 함께 한 상에 모여 앉아 밥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한 느낌도 없어 보이는 장시원과 요요와는 달리 청아는 아무리 해도 진정할 수가 없었다.다행히도 장시원은 밥 먹으면서 요요만 돌보느라 청아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고, 점심시간은 그런대로 조용하게 끝났다.그러다 오후 3시쯤이 되어 팩스를 받은 청아는 장시원에게 가져다주려고 다시 대표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어느새 몸에 장시원의 양복 외투를 걸친 채 장시원의 품에 기대어 잠든 요요를 발견하고 청아가 놀라 급히 요요를 불렀다.“요요야.”“쉿! 자게 놔둬, 깨우지 말고.”장시원은 청아가 요요를 깨우기라도 할까 봐 손가락을 입술 쪽에 대고 조용히 하라고 눈치를 주었지만 청아는 여전히 미안해하며 말했다.“오래 안고 있으면 팔이 많이 힘들 겁니다, 제가 그냥 요요를 바깥에 있는 소파에 눕힐 게요.”“괜찮아, 깨우지 마. 팩스는 여기에 내려놓고, 가서 일 봐.”“네.”장시원의 말투가 너무 단호하여 청아는 결국 아무 말을 못하고 팩스만 탁자 위에 내려놓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러다 문어귀에 도착했을 때쯤 청아는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았는지 다시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았다.장시원은 어느새 등을 소파에 기댄 채 왼팔로는 요요를 안고 있었고, 오른손으로는 팩스를 들고 열심이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가끔씩 고개를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