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라더니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 마침내 함께하게 된 거죠. 이제 귀여운 아이가 넷이나 생겼고 두 사람은 금슬도 좋아요. 그때 두 사람의 결혼식이 얼마나 성대했는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디자이너는 너무 부러운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두 사람의 결혼을 자세히 얘기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또 말을 이었다.“강 대표님은 너무 차가워 보여 낯선 사람은 아예 가까이 가기 어려워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차갑게 대하는 만큼 아내를 끔찍이 예뻐하는 것 같아요.”송유미가 비꼬듯 웃으며 물었다.“그것도 알아요?”디자이너가 당당하게 대답했다.“당연히 알죠. 저에게도 눈이 있거든요. 사모님이 임신했을 때 우리 집에서 맞춤옷을 제작했었어요. 강 대표님이 직접 디자인과 원단을 꼼꼼하게 골랐어요. 지금 이 속옷들은 강 대표님이 직접 사이즈로 알려준 거예요.”많은 패션 브랜드 중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강 대표님의 부인을 위해 지속해서 옷을 디자인한 것은 이 디자이너의 자랑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사모님은 임신으로 몸이 빨리 불러와서 옷 사이즈도 빨리 바꿔야 했는데 강 대표님이 그걸 먼저 눈치챘어요. 그러니 강 대표님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죠. 그리고 나는 전에 별장에 몇 번 갔었어요.”디자이너는 별장에서 본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강 대표님이 아내를 쳐다보는 눈빛에 사랑으로 가득했어요. 눈에는 오직 아내만 보이는지 그 눈빛에 꿀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니깐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강 대표님 안고 다녔어요.”“또 한번은 제가 왔을 때 강 대표님이 아내를 안고 밥을 먹여주고 계셨는데...”그러자 다른 디자이너가 말을 가로챘다.“맞아요, 저도 여러 번 왔었어요.”“사모님을 위해 임부복을 디자인한 적이 있는데 강 대표님이 너무 섹시해서 질투하더라고요! 그리고 와이프가 입은 모습을 숨겨놓고 자신에게만 보여주라 했어요.”전에 별장에 왔던 모든 디자이너와 조수들은 그들이 본 윤성아에 대한 강주환의
그들은 동생이지만 집안의 남자다.반드시 집안의 다른 두 남자인 아버지 강주환과 형 강하성과 높이를 같이해야 한다. 집안의 여자인 윤성아와 윤지아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해줄 것이다.풍성한 저녁 식사가 이미 준비되었다.강주환은 쌍둥이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작은 침대에 아기들을 내려놓았다.작은 침대는 바로 그의 옆에 놓여 있어 그는 밥을 먹으면서 쌍둥이 아들을 돌보았다.두 아이도 말을 잘 들었는데 조그마한 주먹을 휘두르고, 발차기를 할 뿐 울지도 떠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보육사와 베이비시터가 와서 안을 필요도 없었다.강주환은 고귀한 이미지를 유지하며 우아하게 식사하고 있었다.윤성아와 강하성, 윤지안 그들도 앞에 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다.온 가족이 함께 있으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그저 평범한 음식을 먹는데도 행복하기만 했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 강하성과 윤지안은 집안의 보육사, 베이비시터와 함께 쌍둥이 동생을 데리고 놀았고 강주환과 윤성아 두 사람은 일이 있어서 각자 서재로 갔다.두 사람이 바쁜 일을 마치고 나오자 네 아이는 이미 목욕을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강주환은 윤성아와 함께 다가와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강하성과 윤지안에게 잠자리에 들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쌍둥이를 안고 윤성아와 함께 침실로 돌아갔다.윤성아는 모유 수유를 고집했다.그래서 두 아이는 편의상 밤에 그들과 함께 잔다.잠들기 전에 윤성아는 두 아이를 안고 젖을 먹여야 했다.강주환은 먼저 한 명을 안은 채 윤성아가 다른 한 명을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의 머리는 윤성아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가 두 손에 힘을 꼭 준 채 꼴깍꼴깍 먹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윤성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잠든 아이를 안고 작은 침대에 살며시 눕혔다.그러자 또 다른 녀석은 이미 기다리기 어려웠다.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윤성아가 손을 내밀고 아이를 안으려고 몸을 기울이자 아이는 재빨리 모유 향을 찾아 고개를 돌리더니 열심히 먹었다.또 한바탕 꼴깍꼴깍 먹은 후 이 아이도 곧 잠이 들었다.강주
두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계속 그래왔다.새벽녘에 두 아이가 다시 깨어났다.“응애...”한 아이가 울음소리를 크게 냈다.겨우 한 번 울었는데 강주환은 눈을 뜨고 바로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는 아기의 침대 옆으로 몇 걸음 다가와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온화하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울지마, 그러다가 엄마랑 오빠 깨겠어!”알아들을 수 있을 리 없는 아이는 계속 울어댔다. 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손을 내젓기도 했다.그리고 그 울음소리에 또 다른 아이가 깨어났다.하지만 다행히 울지 않고 졸린 듯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모든 것을 의아하게 바라볼 뿐이었다.윤성아가 잠에서 깨 졸린 눈으로 물었다.“왜 울어요?”말을 뱉은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괜찮아.”강주환이 윤성아에게 말했다.“아마 오줌을 쌌거나 똥 쌌을 거야.”그는 윤성아에게 일어나지 말라고 했다.말하는 사이에 이미 칭얼거리는 녀석을 안아 보니 똥냄새가 났다.강주환은 능숙한 솜씨로 기저귀를 뽑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또 능숙하게 아기의 엉덩이를 닦아주고 깨끗한 기저귀로 갈아 입혀준 뒤 품에 안고 달랬다.아이는 그제야 울음을 그치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해맑게 웃었다.윤성아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봤다.그녀는 아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듬직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자신이 정말 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는 아이 엄마인데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기능만 있는 것 같았다. 아기 기저귀 갈아주기 같은 간단한 일을 그녀도 전에 해 봤는데 의외로 잘하지 못했다.그녀가 갈아입힌 기저귀는 항상 샜다.그리고 아기 엉덩이를 닦아줄 때도 아기가 불편해하고 많이 울었다.하지만 강주환은 이 모든 것을 잘 해냈다.아기는 강주환의 품에서 곧 잠이 들었다.강주환은 아이를 다시 아기 침대로 돌려보냈고 그가 깨어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진 것을 보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지만 다른 아이는 성격
집사가 경호원들과 함께 잡으러 갔다.송유미가 별장 밖에서 감시하라고 보낸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잡혔다. 그들을 심문하자 바로 불었다.강주환은 송유미가 또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두 눈이 폭풍우가 휘몰아칠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는 송유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냉랭하게 말했다.“송유미에게 전해주세요. 출소했으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건 건드리지 말고 착하게 살라고요. 6년 전에 제가 감옥에 보냈었는데도 아직도 뉘우치지 않고 일을 벌인다면 이번에는 감옥에 갈 기회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강주환이 잠깐 멈칫했다. 단지 협박뿐만이 아니라 송진헌에게 진술하듯 말했다.“6년 전에는 가족이 연루되지 않았지만 지금 또 잘못을 저지른다면 가족의 가르침이 부족하다는 거겠죠. 그땐 재민 그룹뿐만이 아니라 송씨 가문 전체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겁에 질린 송진헌은 바로 송유미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송유미를 보자마자 냅다 따귀부터 후려갈겼다.짝!어찌나 힘을 실었는지 송유미의 얼굴이 비틀어질 정도였고 머리가 헝클어졌을 뿐만 아니라 입가에 피도 묻어있었다. 볼에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한 것만 봐도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송유미는 분노에 찬 나머지 두 눈이 벌게졌다. 저릿저릿한 얼굴을 부여잡고 고개를 돌렸다.“아빠, 미쳤어요? 왜 때려요?”그러자 송진헌이 말했다.“미친 건 너겠지.”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 따귀를 후려갈기고는 노발대발했다.“내가 분명히 경고했었지? 출소하면 착하게 살라고! 그런데도 들어 처먹지 않고 강주환을 건드려? 이젠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거 몰라? 강주환은 운성과 영주의 왕이나 다름없다고. 강주환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우리 송씨 가문을 짓밟아버릴 수 있어.”송진헌은 모진 욕을 퍼붓다가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송유미를 발로 걷어차기까지 했다. 다행히 정숙희가 달려와 송유미를 꼭 끌어안은 덕에 맞지 않았다.“아이고.”송유미 대신 걷
윤성아는 그 여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유미 씨가 여긴 어떻게...”룸 문이 닫혔다. 송유미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서늘하게 웃으며 윤성아를 쳐다보았다.“이년아, 6년이나 못 봐서 날 진작 잊은 줄 알았잖아.”송유미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찌나 기세등등한지 6년 전과 똑같았다. 다짜고짜 윤성아의 따귀를 때리려 하자 윤성아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윤성아는 무척이나 괴로웠지만 그래도 싸움을 잘해 이 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 윤성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위압감을 드러내며 송유미를 쳐다보았다.“출소했으면 착하게 살 것이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래요? 며칠 전에 별장을 감시하다가 들켜서 유미 씨 아버님이 해외로 내보낸 거 아니었어요?”송유미가 피식 웃었다.윤성아에게 손목이 잡혀 따귀를 때리진 못했지만 기분은 여전히 좋았다.“무슨 짓? 윤성아, 내가 무슨 짓 할 것 같아?”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메스꺼운 느낌에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고 배도 점점 아팠다. 이젠 몸에 마비 증상도 나타났고 곧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송유미는 윤성아의 변화를 보며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 바람에 윤성아는 비틀거리며 연신 뒷걸음질 치다가 겨우 상을 잡고 섰다.“유미 씨의 짓인가요?”윤성아가 냉랭하게 묻더니 너무도 어지러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된 이상 송유미의 짓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윤성아가 송유미를 보며 물었다.“우리가 마신 술에 뭘 탔어요?”송유미가 손뼉을 쳤다.“역시 넌 머리가 좋아. 하지만 틀렸어. 술이 아니라 음식이야. 게다가 모든 음식에 독을 타서 너희 둘뿐만이 아니라 오늘 여기에 온 고객들 전부 중독됐어.”송유미가 크게 웃었다.“하하...”웃음소리가 멈췄을 때 송유미는 웃다가 눈물까지 흘렸다. 그녀는 윤성아를 빤히 보며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 복어 독만 살짝 넣었어. 오늘 여기서 식사한 사람들 몇 명은 죽을 거야. 네가 그 사람들을 해친 거야.”송유미는 윤성아에게 다가가더니 머리채를 휘어잡고 표독스럽게
송유미는 머리채를 잡히고 비수에 겨눠진 윤성아를 날카롭게 보았다.“이년이 뻔뻔스럽게 너한테 꼬리치지만 않았어도 우린 행복할 수 있었어.”룸의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송유미는 윤성아를 잡은 채 창문과 등지고 서 있었다. 그리고 창문과 가까운 곳에서 그녀와 몇 걸음 정도 떨어진 강주환을 보았다.그때 강지욱이 한쪽으로 돌아서 룸 창문 밖에 도착했다. 기회를 엿보아 창문으로 뛰어 들어가서 윤성아를 구할 계획이었다.강지욱을 발견한 강주환은 송유미의 주의력을 분산하려고 싸늘하게 말했다.“처음부터 강씨 집안은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우리 어머니가 널 내 약혼녀로 선택한 거였어. 우리가 결혼했다고 해도 그냥 쇼윈도 부부였을 거야. 난 널 좋아하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넌 그저 다른 여자와 다를 바 없었어. 결혼 상대가 너였어도 되고 적합한 여자라면 아무나 상관없었어. 다시 말해 내 아내라는 명의만 가졌을 거야.”강주환은 진작 후회막심했다. 그가 계속하여 말했다.“그때의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이고 인간쓰레기였는지 알아. 우리 가족이 성아에 대한 편견을 지우려 했던 게 잘못이었어. 그래서 성아한테 너무 미안해. 성아에게 사랑을 주는 것 말고 아내라는 신분도 줘야 했어.”강주환은 이 얘기를 하면서 윤성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의 눈과 마음속에 오직 윤성아만 있었다.송유미는 질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가 핏발이 선 두 눈으로 말했다.“왜 그걸 나에게 줄 수 없어? 강주환, 너의 신분과 지위에 어울리는 약혼녀는 나야. 윤성아는 천한 년이라고. 내가 널 이렇게 사랑하고 진심으로 좋은 아내가 되길 바라는데 넌? 왜 나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건데? 어떻게 이런 년 때문에 날 감옥에 보낼 수 있어?”송유미는 점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내가 6년 동안 감옥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강주환, 내가 너와 이년을 얼마나 치가 떨리게 미워했는지 모르지?”강주환이 싸늘하게 웃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송유미가 감옥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정말 알지 못했다.
송유미의 몸이 벽에 쾅 부딪힌 후 바닥에 떨어져 피를 토했다. 그녀가 아직 일어나기 전에 강지욱은 벌써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가슴팍을 힘껏 짓밟았다.“으악...”송유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강지욱이 짓밟은 바람에 갈비뼈 몇 대가 부러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또 시뻘건 피를 토해내더니 눈을 뒤집으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그때 강주환은 윤성아를 번쩍 안아 올렸다. 긴장하여 온몸을 벌벌 떨었고 공포와 두려움이 마구 밀려왔다. 두 눈에 온통 윤성아뿐인 강주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아무 일 없을 거야. 지금 당장 병원에 가자. 절대 아무 일 없게 할게.”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는 버틸 수 없어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강주환은 윤성아를 데리고 쏜살같이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 목의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복어 독이었다. 시간을 지체한 바람에 검사를 마친 의사들도 윤성아의 목숨을 100%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강주환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명령하는 동시에 진심으로 부탁했다.“꼭 살려내세요!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살려내야 합니다.”의사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 맨 앞에 선 원장이 나서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사모님의 상태가 위험한 건 사실이라 저희가 보장 드릴 수 없어요. 남서훈 명의님만 계셨더라면 달랐을 텐데... 몇 년 전에 실수로 복어 독을 먹은 사람이 있었는데 하마터면 죽을 뻔했거든요. 그때 남서훈 명의님이 해독약을 만들어서 그 환자의 목숨을 구하셨...”원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주환은 바로 남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남서훈이 전화를 받았을 때 마침 비행기에서 내린 상황이었다.윤성아에게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남서훈은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왔다.그 시각 병원에서는 윤성아에게 기본적인 응급조치만 마쳤다. 남서훈은 병원에 도착한 후 알약 한 알을 꺼내 윤성아의 입에 넣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양준회는 마치 갑자기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동남아에서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남서훈은 걱정되어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엄마.”양나나가 서재로 뛰어와 남서훈 앞에 서더니 작은 머리를 쳐들고 검은 두 눈을 깜빡이며 남서훈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며칠 동안 정신이 계속 딴 데 팔려있던데. 혹시 아빠 보고 싶어서 그래요?”남서훈은 양나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아빠 보고 싶어.”“나나도 아빠 보고 싶어요.”양준회는 지금까지 양나나를 직접 키웠다. 전에 남서훈을 찾으러 M 국에 갔을 때 말고는 지금처럼 출장 간 지 보름이나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그리고 이삼일에 한 번 영상통화를 하거나 양나나에게 문자를 보내는 좋은 습관이 이었다. 연락이 오랜 시간 끊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양나나도 걱정하기 시작했다.“엄마, 아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왜 우리한테 전화 안 해요?”남서훈은 양나나가 걱정하는 걸 원치 않아 웃으며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아빠가 너무 바쁘셔서 전화할 시간이 없어서 그래.”‘절대 그런 거 아니야. 예전에는 아무리 바빠도 전화했었어. 게다가 이젠 가장 사랑하는 엄마도 생겼는데 나한테 연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엄마에게까지 하지 않을 리는 없어. 그러니까...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어쩌면 더 위험한 일을 당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엄마는 내가 걱정하는 걸 싫어하니까 그냥 모른 척해야겠어.’그때 남기준이 헐레벌떡 뛰어왔다.“주인님, 찾았...”양나나도 옆에 있자 남기준은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남서훈이 양나나에게 남기준과 따로 할 얘기가 있으니까 잠깐 나가서 놀라고 얘기하려던 그때 눈치 빠른 양나나가 먼저 말했다.“엄마, 기준 삼촌이랑 할 얘기 있는 거 맞죠? 먼저 밖에서 놀다가 이따가 들어올게요.”남서훈이 대답했다.“그래.”양나나는 바로 서재를 뛰쳐나가 문을 닫았다. 남서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