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여은진에게 말했다. “그때는 나도 마음이 이미 식어버린 줄 알았어요. 그리고 이번 생은 두 번 다시는 강주환과 엮일 일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내 마음은 결국 강주환이더라고요. 여석진 씨가 은진 씨에게 무척 잘해주고 있죠! 하지만 원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이 아무리 잘해주고, 많은 노력을 한다 해도 당신의 마음에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을까요?”여은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담담한 그녀의 작은 얼굴에는 입꼬리를 올린 채 자신을 비웃는듯한 쓴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그녀는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결국 나도 이림 씨의 마음에 들어가기가 어렵죠!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니까! 나도 이제는 포기했어요.”윤성아는 말이 없었다. “...”예전의 원이림은 확실히 윤성아를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했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가며 그녀를 위해 그의 전부를 걸었다! 심지어 그녀의 아이까지도 서슴없이 받아들이며 자신의 아이처럼 예뻐해 주었다. 그러나 이미 다 지난 얘기였다!윤성아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은진 씨, 지금의 원이림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에요! 이전에 이림씨가 저와 지안이에게 잘해준 건 맞아요! 그가 나를 좋아했기 때문이죠. 4년이란 시간 동안 나를 기다려줬어요. 심지어 내 아이에게도 무척 잘해줬고요.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항상 자제해왔어요. 이림 씨는 저를 좋아했지만, 사랑하는 건 아니었어요. 저에게 이림 씨는 늘 자상한 오빠였고, 가족이었어요! 그러나 은진 씨에게는 달라요!”윤성아는 여은진에게 말했다. “주환 씨가 말하길, 만약 한 남자가 정말로 한 여인을 사랑한다면, 분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를 차지하려고 한대요! 이 세상에 진정한 플라토닉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대요.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 자고 싶어 한대요.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남자는 없어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거죠! 주환 씨가 말하길, 좋아하면 가지려고 하기 때문
“사실 진작에 의심해 봤어야 해요. 은진 씨가 금방 당신 애를 유산했는데 또 임신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그때 유산된 게 아니라 배 속의 아이를 낳은 거라고요.”“그 아이가 바로 여요한, 바로 이림 씨 친자식이에요!”원이림은 웃음이 나왔다.공허한 눈동자가 잠시 반짝거렸다가 금세 다시 차갑게 변했다.‘정말 내 아이였다니!’다행이다. 그가 직접 자기 손으로 자기 자식을 죽이지 않았으니.하지만 그가 여은진에게 입힌 상처는 돌이킬 수 없었다. 비록 아이는 살아남았지만 원이림은 자신의 잔혹함과 그녀가 피를 흘리던 장면을 똑똑히 기억했다...여은진은 분명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더구나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면목도 없었다.현재 그녀는 이미 여석진과 결혼해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그런데 만약 은진 씨가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면요?”윤성아가 말했다.“이림 씨, 혹시 희주 아가씨라고 아시죠? 어제 여석진 씨네 아들 돌잔치에 희주 아가씨가 들이닥쳤어요.”“희주 아가씨가 여석진의 아이를 임신했대요!”원이림의 눈살이 찌푸려졌다.그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공허했던 눈동자에 순간 살기가 가득했다.“젠장! 여석진 그 자식이 설마 바람났어? 감히?”“맞아요.”윤성아가 답했다.“은진 씨도 참 박복해요. 꼬박 10년을 당신만 좋아하면서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이제 남은 인생을 조용하고 안일하게 살고 싶었지만 결과는요?”“여석진이 은진 씨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임신시켰어요.”“더구나 배씨 가문에서 분명 은진 씨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윤성아가 원이림을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아직도 치료받지 않고 이대로 죽고 싶나요?”“은진 씨는 당신을 10년이나 사랑했어요. 당신은 닥치는 대로 무조건 치료받은 뒤에 은진 씨랑 아이를 곁에 두고 보살펴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이미 은진 씨한테 많이 빚진 상태면서 사과 한마디 없이 그녀가 순순히 용서해 주기를 바랐어요? 온 힘을 다 바쳐 당신을 사랑한 사람이고 당신의 아이까
여석진이 여은진의 두 손을 꼭 쥐고 말했다.“전 누나만 원해요!”“은진 누나, 저 버리지 마요. 네?”여석진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하다가 결국에는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글썽한 두 눈으로 여은진에게 빌었다.“제가 이렇게 빌게요. 저랑 결혼하겠다고 해줘요. 평생 제 애인이 되어줘요. 네?”“배희주 씨의 일은 신경 쓰지 말아요. 제가 꼭 해결할 테니까.”“저는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요.”“그때의 일은 전혀 예상치 못했고 저랑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하지만 여은진은 그가 쥐고 있던 손을 뿌리치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석진아, 나도 노력해 봤는데 더 이상 내 자신을 속이기가 싫어.”“미안해, 정말 못하겠어.”“더구나 배희주 씨는 정말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해!”“나는 네가 희주 씨를 소중히 여기고 그 여자와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여석진이 고개를 저었다.남자가 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없자 드디어 감정 통제를 잃었다. 그리고 빨개진 두 눈으로 미친 사람마냥 여은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누나, 내가 여태껏 누나를 너무 잘 대해줬지?”“내가 너무 아껴줘서 누나를 갖지 못했나 봐, 맞지?”“그래서 누나가 아직 그 남자에게 미련이 남아서 잊지 못하는 것 같아!”말을 마치고 여석진은 갑자기 여은진을 덮치다시피 꽉 안았다.깜짝 놀란 여은진이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서 지금 제정신이 아닌 여석진에게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너 뭐 하는 거야?”여석진은 그저 말없이 그녀를 안고 위층 침실로 향했다.그리고 힘껏 그녀를 침대에 던졌다. 마치 오랫동안 갇혔던 야수마냥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여은진에게 말했다.“내가 취했던 그날 밤에 원래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었어야 했어.”“그때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됐다고.”그리고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는 여은진의 몸부림을 무시하고 그녀 위로 덮쳤다.“찌익!”여은진이 입고 있던 외투가 찢겼다.여석진은 그녀의 턱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한 뒤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
그는 소리높이 노래를 불렀다.그리고 다시 하객들을 바라보았다.“예식장의 다채로운 색깔과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노래를 부르자. 친척과 친구들을 위해 잔을 들자. 아름다운 연인과 배우자를 사랑하라! 오늘과 같은 좋은 날에 기쁨이 넘치기를!”흥겨운 연주 소리가 울려 퍼졌다.결혼식 절차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강주환은 미리 준비한 방으로 안내되어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미 레드와 블랙이 어우러진 빈티지한 신랑 복장을 하고 있었다.“시간이 다 되었습니다!”나엽이 큰 소리로 소개했다.“다들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신랑·신부 입장!”대문이 열렸다.윤성아는 유리 왕관을 쓰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보석으로 만든 왕관은 고급스럽고 너무 아름다웠다. 그 안에는 파란색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이미 반년 전에 강주환이 장인을 찾아가 손수 만든 것이었다.그녀의 하얀 드레스에 수놓아진 금실 무늬도 마찬가지로 이미 오래전에 손수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들도록 부탁했다.드레스도 드레스지만 신부 자체가 너무 눈부셨다.윤성아의 용안은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듯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었다.반듯하게 넘긴 머리와 반짝반짝 빛이 나는 왕관이 유난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얼굴에 내려진 너울과 유리알 같은 액세서리들이 그녀의 작은 얼굴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오똑한 코, 붉은 입술, 반듯한 얼굴!요즘 시기에 이런 미모의 여자는 찾아보기 보기 힘들 정도로 윤성아는 태생적으로 이뻤다.그런 그녀를 강주환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영혼까지 모두 뺏길 것 같았다.윤성아도 시선이 그 남자를 향했다.핏된 양복을 입은 강주환의 모습이 그녀에게는 익숙하지만 낯선 사람들의 눈에는 너무 차가워 보여서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하지만 지금 아래위 세트로 입은 정장은 그를 더욱 고급스러워 보이게 했다. 이런 모습은 그녀도 여태껏 본 적이 없던 터라 눈을 떼지 못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사랑스레 빤히 쳐다보았다.그리고 손을 잡고 많은 사람의 환호 속에 별
검은색 양복을 입은 강주환과 하얀색 순백 드레스를 입은 윤성아가 손에 부케를 든 채 나란히 식장의 한가운데 세워진 무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다음은 축복된 오늘이 있기까지 아낌없는 사랑으로 길러주신 양가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남궁태문과 오윤미, 안진강과 서연우가 화려하지만 단정한 옷차림을 한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하객들은 큰 박수로 환호했다.나엽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는데 그래도 계속 노래를 불렀다.“부모님의 은혜는 바다와 같고, 매화의 향기처럼 고통과 추위를 잊게 합니다. 이제 만사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강주환과 윤성아는 사회자의 진두지휘 아래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올리고 따뜻하게 안아줬다.“이로써 이제 서로에게 평생 소중한 사랑임을 약속한 신랑·신부가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하객 여러분들은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입장 때보다 더 큰 박수로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강주환은 우수에 찬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보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두 손을 꼭 잡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여보.”강주환은 마침내 정정당당하게 이 호칭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드디어 너랑 결혼하게 되었네!”윤성아도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주환 씨, 평생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같이 늙어가요!”“그래.”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그렇게 두 사람은 예전의 힘들었던 일은 잊고 남은 인생을 함께 하기로 맹세했다.이때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중에는 원이림도 있었다.남서훈이 치료해 준 덕분에 원이림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다만 수술 직후 회복 중이라 어쩔 수 없이 휠체어를 타고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녔다.왜소해진 몸으로 변한 원이림은 일찍이 그렇게 목숨까지 바치며 좋아했던 윤성아가 시집가는 모습을 보면 매우
그날, 여석진의 간절한 눈빛에 여은진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 했다.“잘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좋겠어.”“모든 일을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야 하지만 후회될 일은 만들지 마.”특히 배희주가 임신한 일에 대해 여은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배 속의 아이는 네 친자식이고 네 핏줄이잖아. 아무리 그 여자가 속임수를 썼다고 해도 네 아이란 사실이 달라져?”“나는 네가 신중하게 고민한 뒤에 다시 결정했으면 좋겠어.”그날, 두 사람은 화해했다.그리고 예전의 가족 같은 사이로 돌아갔다.하지만 가족은 어디까지나 가족일 뿐이다!강주환과 윤성아는 결혼식에 여은진도 초대했다.그녀가 요한이를 데리고 온다는 사실을 알고 명의상 남편이 된 여석진도 따라오게 되었다. 역시나 그곳에서 원이림을 봤고 우연히 여은진에게 매달리는 모습까지 보게 된 것이다.결혼식이 끝나기도 전에 여석진은 여은진을 데리고 식장을 빠져나왔다.가는 도중, 갑자기 차가 세워졌다.그리고 아래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순식간에 차를 둘러쌌다. 그들은 배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는데 그중 우두머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당장 차에서 내려주세요.”여석진의 눈살이 순간 찌푸려졌다.그는 여은진과 아이가 놀랄까 봐 냉큼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하지만 여은진이 그를 말리면서 걱정스레 물었다.“저 사람들이 너를 다치게 하는 건 아니겠지?”여은진의 걱정에 그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괜찮아, 안 내릴 거야. 이따가 우리 쪽 사람들이 와서 처리할 거니까.”여석진은 진작에 배씨 가문의 움직임을 예상했다. 게다가 강주환과 윤성아의 결혼식에 누군가가 쳐들어올까 봐 당연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그들은 여석진의 부하들이었고 심지어 배씨 가문의 사람보다 머릿수가 더 많아 반대로 그들을 에워싸게 되었다.일촉즉발.이때 배씨 가문의 사람 중 한 사람이 말했다.“만약 저희와 같이 가지 않는다면 내일 희주 아가씨랑 아이는 싸늘한
핏줄의 이끌림 때문일까, 아이를 안는 순간 원이림은 아빠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그의 품에 안겨 있던 녀석은 아까까지 울다가 원이림이 안고 그에게 다정하게 묻자, 기적처럼 울음을 그쳤다.하지만 방금 너무 크게 운 탓인지 여전히 작게 흐느끼기만 했다.그리고 여전히 눈물이 맺힌 커다란 눈으로 원이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원이림은 그 모습을 보고 그만 웃음이 터졌다.순간 품 안의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원이림은 아이를 안은 채 다시 휠체어에 앉았다.그리고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무릎에 앉히더니 손가락 하나를 아이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엄마가 말했지, 너는 사내대장부라고.”“때문에 쉽게 울어서는 안 돼.”“언제나 엄마를 보호해야지, 울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잖아.”“울고 싶으면 이 아빠 품에서 울어, 알겠지?”...여은진은 가만히 서서 원이림의 자상한 아빠다운 모습과 여요한과 놀아주는 모습에 가슴이 쓰리고 눈물이 났다.한참이 지난 뒤.여은진이 그에게 다가왔다.“너무 오래 안고 있었어요. 이제 저한테 주세요.”원이림은 여은진이 또 자기한테서 아이를 뺏으려 한다고 오해할까 봐 말이 끝나자마자 냉큼 아이를 그녀에게 넘겨줬다.그리고 한껏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들어가서 좀 앉았다가 가. 나랑 대화도 좀 하고.”여은진은 아까보다는 흥분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남자를 따라 별장 안 거실로 들어갔다.그녀는 여요한을 안고 거실 소파에 앉더니 휠체어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물었다.“무슨 대화를 나눌까요?”원이림이 대답했다.“너랑 여석진은 사실 진짜 부부가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어. 비록 그때 여석진이 너한테 프러포즈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은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잖아.”여은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 남자가 설마 다 알게 되었나?역시나 원이림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구청에서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당신과 여석
하지만 그때 그 여자에게 상처를 준 후에야 모든 게 오해라는 걸 알게 되었다. F국으로 쫓아온 그는 그녀와 여석진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심지어 그녀를 잃은 게 윤성아를 잃었을 때보다 더 아팠다.결국 원이림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어쩌면 이미 널 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라. 단지 네가 날 좋아해 주고 내 옆에서 날 위해 해주는 모든 것에 익숙해졌을 뿐이야. 우리의 이런 방식에 익숙해진 거라고. 그래서 널 잃기 전까지는 내 마음을 몰랐어.”여은진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에 넋을 잃은 건 그녀였다. 그렇게 족히 1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그러니까 예전부터 날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원이림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여은진은 놀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마음에 품은 이 남자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붓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한 지금에서야 드디어 그의 마음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여은진은 진작 자신의 마음을 접고 포기했다.여은진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쓱 닦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내가 대표님을 비굴하게 사랑하고 모든 걸 쏟아부을 정도로 다가갈 때 대표님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잖아요. 겨우 마음 접고 포기했는데 인제 와서 언제부터 날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른다고요? 하하. 나와 대표님은 함께할 인연이 아닌가 봐요. 함께하더라도 언젠가는 헤어질 운명이에요.”여은진은 원이림의 마음을 거절했다. 다시는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아들 곁을 지키고 아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만 보고 싶었다.그녀는 원이림에게 그녀와 아들을 F국으로 데려다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혼자서 아이와 함께 차에 올라타 여석진이 보내준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