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여석진의 간절한 눈빛에 여은진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 했다.“잘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좋겠어.”“모든 일을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야 하지만 후회될 일은 만들지 마.”특히 배희주가 임신한 일에 대해 여은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배 속의 아이는 네 친자식이고 네 핏줄이잖아. 아무리 그 여자가 속임수를 썼다고 해도 네 아이란 사실이 달라져?”“나는 네가 신중하게 고민한 뒤에 다시 결정했으면 좋겠어.”그날, 두 사람은 화해했다.그리고 예전의 가족 같은 사이로 돌아갔다.하지만 가족은 어디까지나 가족일 뿐이다!강주환과 윤성아는 결혼식에 여은진도 초대했다.그녀가 요한이를 데리고 온다는 사실을 알고 명의상 남편이 된 여석진도 따라오게 되었다. 역시나 그곳에서 원이림을 봤고 우연히 여은진에게 매달리는 모습까지 보게 된 것이다.결혼식이 끝나기도 전에 여석진은 여은진을 데리고 식장을 빠져나왔다.가는 도중, 갑자기 차가 세워졌다.그리고 아래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순식간에 차를 둘러쌌다. 그들은 배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는데 그중 우두머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당장 차에서 내려주세요.”여석진의 눈살이 순간 찌푸려졌다.그는 여은진과 아이가 놀랄까 봐 냉큼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하지만 여은진이 그를 말리면서 걱정스레 물었다.“저 사람들이 너를 다치게 하는 건 아니겠지?”여은진의 걱정에 그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괜찮아, 안 내릴 거야. 이따가 우리 쪽 사람들이 와서 처리할 거니까.”여석진은 진작에 배씨 가문의 움직임을 예상했다. 게다가 강주환과 윤성아의 결혼식에 누군가가 쳐들어올까 봐 당연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그들은 여석진의 부하들이었고 심지어 배씨 가문의 사람보다 머릿수가 더 많아 반대로 그들을 에워싸게 되었다.일촉즉발.이때 배씨 가문의 사람 중 한 사람이 말했다.“만약 저희와 같이 가지 않는다면 내일 희주 아가씨랑 아이는 싸늘한
핏줄의 이끌림 때문일까, 아이를 안는 순간 원이림은 아빠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그의 품에 안겨 있던 녀석은 아까까지 울다가 원이림이 안고 그에게 다정하게 묻자, 기적처럼 울음을 그쳤다.하지만 방금 너무 크게 운 탓인지 여전히 작게 흐느끼기만 했다.그리고 여전히 눈물이 맺힌 커다란 눈으로 원이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원이림은 그 모습을 보고 그만 웃음이 터졌다.순간 품 안의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원이림은 아이를 안은 채 다시 휠체어에 앉았다.그리고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무릎에 앉히더니 손가락 하나를 아이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엄마가 말했지, 너는 사내대장부라고.”“때문에 쉽게 울어서는 안 돼.”“언제나 엄마를 보호해야지, 울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잖아.”“울고 싶으면 이 아빠 품에서 울어, 알겠지?”...여은진은 가만히 서서 원이림의 자상한 아빠다운 모습과 여요한과 놀아주는 모습에 가슴이 쓰리고 눈물이 났다.한참이 지난 뒤.여은진이 그에게 다가왔다.“너무 오래 안고 있었어요. 이제 저한테 주세요.”원이림은 여은진이 또 자기한테서 아이를 뺏으려 한다고 오해할까 봐 말이 끝나자마자 냉큼 아이를 그녀에게 넘겨줬다.그리고 한껏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들어가서 좀 앉았다가 가. 나랑 대화도 좀 하고.”여은진은 아까보다는 흥분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남자를 따라 별장 안 거실로 들어갔다.그녀는 여요한을 안고 거실 소파에 앉더니 휠체어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물었다.“무슨 대화를 나눌까요?”원이림이 대답했다.“너랑 여석진은 사실 진짜 부부가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어. 비록 그때 여석진이 너한테 프러포즈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은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잖아.”여은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 남자가 설마 다 알게 되었나?역시나 원이림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구청에서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당신과 여석
하지만 그때 그 여자에게 상처를 준 후에야 모든 게 오해라는 걸 알게 되었다. F국으로 쫓아온 그는 그녀와 여석진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심지어 그녀를 잃은 게 윤성아를 잃었을 때보다 더 아팠다.결국 원이림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어쩌면 이미 널 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라. 단지 네가 날 좋아해 주고 내 옆에서 날 위해 해주는 모든 것에 익숙해졌을 뿐이야. 우리의 이런 방식에 익숙해진 거라고. 그래서 널 잃기 전까지는 내 마음을 몰랐어.”여은진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에 넋을 잃은 건 그녀였다. 그렇게 족히 1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그러니까 예전부터 날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에요?”원이림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여은진은 놀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마음에 품은 이 남자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붓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한 지금에서야 드디어 그의 마음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여은진은 진작 자신의 마음을 접고 포기했다.여은진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쓱 닦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내가 대표님을 비굴하게 사랑하고 모든 걸 쏟아부을 정도로 다가갈 때 대표님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잖아요. 겨우 마음 접고 포기했는데 인제 와서 언제부터 날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른다고요? 하하. 나와 대표님은 함께할 인연이 아닌가 봐요. 함께하더라도 언젠가는 헤어질 운명이에요.”여은진은 원이림의 마음을 거절했다. 다시는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아들 곁을 지키고 아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만 보고 싶었다.그녀는 원이림에게 그녀와 아들을 F국으로 데려다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혼자서 아이와 함께 차에 올라타 여석진이 보내준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돌
여은진이 아이를 안고 내려오자 원승진은 더는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를 보았다.“피부가 하얗고 보드라운 게 이림이 어렸을 때와 똑같네!”원승진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으며 여은진을 쳐다보았다.“내가 아이를 안아봐도 될까?”여은진은 원승진이 아이를 안는 걸 꺼려서가 아니라 단지 조금 걱정되었을 뿐이었다.“요한이 인제 고작 두 달이긴 하지만 꽤 무거워요. 힘들지 않으시겠어요?”“힘들긴. 괜찮아.”원승진은 연신 괜찮다고 했다.그는 불혹이 돼서야 아들 원이림을 얻었다. 원이림은 올해 30살이 훌쩍 넘긴 원승진도 곧 8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몸 상태는 여전히 건강했다. 아들이 결혼하여 손자를 안겨주는 날만을 기대하며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했다.갑자기 귀여운 손자가 생겨 겨우 안을 수 있게 되었는데 칠팔 킬로그램이 아니라 그 배가 되어도 번쩍 안을 수 있었다.원승진은 여요한을 품에 안았다. 귀여운 손자를 보며 원승진은 입이 다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여요한은 평소에도 별로 울지 않았다. 원승진의 품에 안겨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원승진을 쳐다보았다. 원승진이 까꿍 하며 달래자 바로 활짝 웃었다.“웃었어!”원승진은 뭔가 대단한 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함께 온 집사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봤어? 우리 손주가 날 보고 웃었어.”그날 원승진은 한참 동안 그 집에 머물렀다. 떠날 때도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은진아, 앞으로 요한이 보러 자주 와도 될까?”원승진은 가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백발인 데다가 가여운 눈빛으로 쳐다봐서 여은진은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어 웃으며 허락했다.“요한이 보고 싶을 때 시간 되시면 언제든지 오셔도 돼요.”원승진이 말했다.“시간 되지. 혼자 사는 노인네는 남아도는 게 시간이야.”원승진은 아들이 결혼하여 손주를 안겨주길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모른다. 지금 미안한 마음에 얼굴에 철판을 깔지 못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살고 싶었다.그날
비록 나중에 우양주는 강하영을 끌고 가서 혼인신고하고 합법적인 부부가 되긴 했지만 양준회처럼 강주환네 커플과 합동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우양주는 결혼식을 보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 번이나 환호를 질렀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강하영을 와락 끌어안았다.“하영 씨, 나도 하영 씨에게 이런 결혼식을 해줄 거예요.”강하영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우양주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결혼식 준비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몰라요? 그리고 우리 평생 함께 살지도 모르는데 굳이 결혼식까지 올릴 필요 있나요?”순간 발끈한 우양주는 독설만 내뱉는 강하영의 입술을 키스로 벌했다. 어찌나 격정적인 키스였는지 입술이 다 터져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우양주는 멈추지 않았다.강하영은 그런 우양주를 힘껏 밀어낸 후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았다. 화가 난 바람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우양주 씨, 당신 미쳤어요? 개띠예요? 왜 갑자기 물어뜯고 그래요?”그러자 우양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누가 함부로 그런 소리를 하래요?”우양주는 강하영에게 말이 씨가 된다면서 퉤퉤 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아이처럼 아주 진지하게 선포했다.“우린 평생 함께할 거예요. 그 누구도 우릴 갈라놓지 못해요. 그리고 다음 생, 다다음 생에도 당신은 내 여자예요.”강하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결혼식 분위기 때문인가? 씩씩거리면서 유치한 말을 진지하게 하는 우양주를 보며 강하영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잘생긴 얼굴까지 더해지니 가슴이 막 설레는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이러지?그날 결혼식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강하영을 처음 데리고 왔던 별장으로 돌아왔다.차가 멈춰 서자마자 우양주는 차에서 내려 조수석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이미 조수석 차 문을 연 강하영을 보며 허리를 굽혀 번쩍 안아 올렸다.화들짝 놀란 강하영이 언성을 높였다.“미쳤어요? 당장 내려놔요. 이따가 엄마가 보면 어떡하려고.”강하영의 어머니 초희는 아직 남궁주철을 용서하지 않았고 현재
우양주는 정말 체력이 넘쳤다.신혼 첫날 밤에 시집온 여자가 강하영인 걸 알고 나서부터는 하룻밤도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고 거의 동이 틀 때까지 못살게 굴었다.비록 우양주는 매번 그녀의 기분을 고려하고 기술도 능숙하여 그녀도 즐긴 건 사실이지만 몸이 버티질 못했다. 이젠 여자인 그녀가 몸이 상하진 않을지 다 걱정할 정도였다.강하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그에게 말했다.“아까 해 질 때도 했잖아요. 그런데 또요? 계속 이러면 확 잘라버리는 수가 있어요?”우양주는 억울한 듯 가여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쳐다보았다.“여보, 우리 신혼이잖아요. 부부 생활을 자주 갖긴 했지만 이게 정상 아닌가요?”강하영이 말했다.“정상은 무슨!”강하영이 솔직하게 말했다.“당신은 괜찮아도 내가 힘들어 죽겠다고요!”강하영은 침대 쪽으로 다가가 이불을 챙겼다. 매일 밤 반복되는 그 시간을 피하려고 오늘부터 게스트룸에 가서 잘 생각이었다.그런데 우양주가 그녀를 와락 안더니 귀여운 고양이처럼 그녀의 몸에 머리를 비비적거렸다.“여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신혼인데 벌써 각방 쓰려고요?”그러자 강하영이 싸늘하게 말했다.“이거 놔요!”우양주도 전혀 지지 않았다.“싫어요!”놓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이참에 또 키스하려 했다.강하영은 재빠르게 그를 피하고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고를 날렸다.“오늘 밤은 휴전이에요. 단순히 이불 덮고 잠만 잔다면 게스트룸으로 가지 않을게요. 내가 말하는 잠은 동사가 아니라 명사예요, 알았어요? 그렇지 않으면...”강하영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당신과 계속 각방 쓸 거예요.”우양주는 그녀에게 빠져들어 갈 것처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여보, 진짜 나와 각방 쓸 거예요? 당신도 좋아했잖아요.”강하영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버렸다. 정말 이 남자를 어찌하면 좋을지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그와 협상하는 수밖에 없었다.“당신도 좀 쉬어요.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내가 죽게
귀국하기 전 강하영은 먼저 집으로 가서 짐을 챙기면서 초희에게 귀국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초희 혼자서 이곳에서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강하영과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사실 두 모녀는 얼마 전에 한 번 다녀왔었다. 그때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보러 간 것이었다. 강하영은 초희와 함께 외할머니의 묘비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엄마 찾았어요.”초희도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녀는 묘비 앞에 무릎 꿇고 절을 했다. 후회와 미안함이 가득 섞인 얼굴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엄마, 죄송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그때 엄마 말씀을 듣지 않은 바람에 평생을 망쳤고 엄마에게도 상처를 줬어요. 엄마 말씀을 들었더라면 남궁주철에게 그렇게 상처받지 않았을 텐데... 그때 엄마와 하영이를 버리고 그 사람을 찾으러 혼자 M 국에 가지 않았더라면...”초희는 거의 혼절하다시피 울었고 강하영도 옆에서 함께 울었다.한참 울고 난 후 강하영이 초희를 부축했다.“엄마, 울지 말아요. 제가 엄마를 찾고 돌아왔으니, 할머니도 기뻐하실 거예요. 할머니께 더 기쁜 소식도 알려드려야죠.”초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영은 묘비 사진 속의 자상한 외할머니를 보며 말했다.“할머니, 그동안 엄마가 돌아오지 못했던 건 전부 선우월영 때문이었어요. 그때 월세방에 쳐들어와서 몹쓸 짓을 한 나쁜 놈도 선우월영이 보낸 거래요. 인과응보라고 선우월영은 지금 감옥에 들어갔어요. 아마 평생 나오지 못할 거예요. 엄마 건강도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엄마가 남궁주철을 용서하지 않았으니까 할머니도 걱정하지 말아요...”강하영은 엄마에 관한 얘기를 마친 후 자기 얘기를 했다.“할머니, 할머니 손녀가 출세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인 요셉 선생님의 제자가 됐어요. 그리고...”그때 하도 급히 귀국한 바람에 두 모녀는 외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린 후 바로 다시 M 국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출장 왔기에 적어도 국내에 일주일은 머무를 생각이었다.함께 온 초희는 강하영의
강하영의 배속에서는 전쟁이 일었다. 그 소리를 들은 우양주는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배고파요?”강하영은 살짝 노려보며 말했다.“글쎄요?”강하영의 허기진 배로 인해 우양주도 그녀와 함께 아침 운동을 하려던 계획은 잠시 접어두었다. 하지만 그도 조건이 있었다.“여보, 좀 있다가 같이 산책하러 가요. 같이 가겠다고 하면 일어나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내가 놔줄게요.”오늘은 주말이라 다른 디자이너와 보조는 내일에야 여기에 올 수 있었다. 때문에 강하영도 별다른 스케줄 없이 그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녀는 대답했다.“네.”우양주는 그녀를 놔주었다.두 사람은 간단히 세안을 하고는 고영타운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둘러보았다. 어느덧, 오후가 되었고 우양주는 강하영에게 수영하러 가자고 제안했다.고영타운은 산과 바다를 끼고 있어서 수영할 만한 곳을 찾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수영복이 없었기에 우양주는 강하영에게 사자고 했다. 강하영은 주변의 상가들을 둘러보았고 어렵지 않게 길거리에서 수영복을 팔고 있는 20대의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최선을 다해 소리치며 호객하고 있었다.강하영은 다가가 자신을 위해 가장 노출이 적은 수영복을 골랐다. 그리고 상인을 보며 물었다.“남자 수영복 하나가 더 필요해요.”상인은 이 근처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해왔지만, 이토록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미모에 그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다른 손님들보다 그녀에게 더욱 열정적으로 대했다.“어떤 사이즈가 필요하세요? 남자 친구에게 줄 건가요? 아니면...”강하영은 대답했다. “남편에게 사주려고요.”강하영은 우양주의 사이즈를 얘기했다. 상인은 빠르게 수영복 바지를 꺼내며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이게 전부 남편분에게 맞는 사이즈입니다! 얼마든지 마음껏 골라보세요!”강하영은 자세히 보지도 않은 채 아무거나 하나 골라 들고는 상인더러 자신의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