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그라들 줄 알았던 실시간 검색어가, 아직도 계속 올라와 있었다! 지금은 병원에까지 소문이 나, 윤성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결혼을 재촉받았다!어렵사리 간호사분들에게서 탈출했건만 병실에 들어서서 윤성아가 남자에게 따지기도 전에! 강하성과 윤지안 두 녀석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윤성아에게 그녀가 일상적으로 받던 결혼 재촉을 해댔다.“엄마, 도대체 언제 아빠랑 결혼하실 거예요?”두 아이는 동시에 말을 꺼냈다.이어서 강하성이 말했다.“비록 아빠가 멍청하고, 이전에 엄마에게 상처도 줬지만! 아빠가 앞으로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에요! 아빠는 엄마에게 잘해줄 거라고요!”“그럼요!”윤지안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얼굴을 들고 윤성아를 쳐다보며 똑 부러지게 말했다. “엄마가 아빠랑 결혼하면, 우리 네 식구가 정말로 함께 있는거에요! 아빠는 엄마랑 결혼하게 되면, 지안이에게도 인츰 동생이 생긴다고 했어요. 엄마, 지안이는 동생이 너무 갖고 싶어요!”...윤성아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재촉한다 해도, 그녀는 버틸 것이고, 응답하지 않을 것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자 윤성아는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모든 사람이 당신 편에서 결혼을 재촉한다고, 내가 결혼 해 줄 거란 생각은 하지 말아요! 흥! 분명히 말하는데, 이렇게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리고 이 화젯거리를 실시간 검색어에서 얼른 내려요! 나랑 결혼하고 싶다면, 그거...”윤성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강주환은 다급해 났다. “그거 뭐?”윤성아는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두 사람은 병원 휴게실의 작은 침대에서 장난을 쳐댔다.고요한 밤이 찾아오고, 바람이 살랑거리며 창문으로 은은한 꽃향기가 풍겨왔다. 달빛이 환히 비추며 세상의 모든 것을 밝혀주는 것만 같았다. 강주환은 윤성아를 자신의 몸 아래로 눕혔다. 그의 까만 눈동자에는 욕망의 눈빛이 서려 있었다. “여보, 말해줘, 어떻게 하면 나랑 결혼해 줄 거야?”
강주환은 너무 심하게 아파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억지로 참으면서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을 달래고 있었다.“걱정 마, 난 괜찮아.”하지만 검사 결과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강주환의 위가 다시금 감염되어, 검은 그림자가 작게 나타났다. 검사 결과가 나오자 강주환은 인츰 병원에 입원했다.간호사는 그에게 링거를 꽂아주었다. 강주환은 아파서 견디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참고 있었다. 강하성과 윤지안 두 작은 녀석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빠.”윤지안이 강주환을 불렀다. 아이는 빨개진 큰 눈으로 강주환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빠가 지안이를 돌보다가 힘들어서 쓰러진 거예요?”강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그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지안이에게 말했다. “아빠의 건강이 조금 문제가 있었을 뿐이야, 하지만 그렇게 심한 건 아니야! 지안이를 돌본 거랑은 절대 아무 상관이 없어!”윤지안은 믿지 않았다. 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돌보다가 힘들어서 쓰러진 것만 같았다!“아빠.”강하성은 늘 그렇듯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주환과 똑같이 닮은 아이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아빠는 지금, 분명 많이 아프잖아요! 아빠의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땀도 많이 나고 있어요. 눈을 감고 좀 주무세요. 나와 지안이가 곁에서 지켜줄게요!”강주환은 대답했다.“그래.”그가 눈을 감는 그 순간, 너무 아파서 기절할 지경이었다.“오빠.”윤지안은 강하성을 보며 말했다. “아빠는 분명히 지안이를 돌보다가 지쳐쓰러진거지?”“그런 거 아니야.”강하성도 부정하며 대답했다.강하성의 성격은 비록 강주환과 마찬가지로 차가웠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만이고! 엄마와 동생을 대할 때면, 강하성은 늘 부드럽게 잘 챙겨주곤 했다!강하성은 병실에서 아빠를 지키는 동시에, 동생을 위로해 주었다. 윤성아쪽.그녀는 지금 의사 사무실에서 강주환의 병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듣고 있었다.“강대표님이 이전에 위를 수
주환은 억울하다는 듯 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그게 아니라 나 이제 곧 수술실 들어가는데 아직도 나와 결혼 안 해줄 거야?”주환의 말에 성아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떨어지는 눈물을 막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주환 씨. 아직 나한테 청혼도 안 한 거 알아요? 수술 무사히 마치고 건강 회복하면 그때 다시 프러포즈 해요. 그땐 받아줄 테니까.”“그래.”주환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금세 기분이 좋아진 그는 이렇게 한번 아픈 것도 나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사랑하는 여자가 걱정으로 마음을 졸인다는 것이다.“여보. 사실...”사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프러포즈를 준비해 오고 있었다. 눈앞의 그녀가 감동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로맨틱하고 성대한 프러포즈 현장을 말이다. 계획대로라면 지안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그는 성아에게 청혼했을 것이다.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지금은...주환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눈빛으로 성아를 바라보며 약속했다.“조금만 기다려줘. 수술실에서 나오고 몸이 회복되는 대로 반드시 우리 여보한테 프러포즈할 테니까.”울며 고개를 끄덕이는 성아.“네.”곧이어 주환은 수술실로 들어갔고 윤아와 하성,지안,그리고 안진강과 서연우까지 모두 수술실 밖에서 그를 기다렸다.장장 네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러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서훈이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그 모습을 본 성아는 급하게 몸을 일으키느라 휘청대면서도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입을 떼려니 쉬이 말이 나오지가 않는 성아. 그녀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겨우 떨리는 입술로 한마디 내뱉었다.“그이는...”“수술은 성공적이에요. 환자분도 괜찮고요.”성아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마워요. 서훈 씨.”“아니에요.”그때, 다시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간호사분들이 주환의 베드를 밀며 나왔다.서훈은 싱긋 웃더니 성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가서 함께 있어줘
하지만 준회는 서훈이 뭐라 하든 개의치 않았다. 다만 이 아득한 어둠 속에서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내가 이렇게까지 안 하면 언제까지 피해 다니려고?”그날 남 씨 저택의 약방에서 또다시 찝쩍대는 준회를 서훈이 다시 기절시킨 그 사건이 이 일의 서막이었다. 다음 날 잠에서 깬 준회는 서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서훈은 진작에 도망쳤고 그때부터 준회를 피해 다녔으니 말이다.그러다 드디어 남서훈을 잡아둔 지금, 그는 그날의 수모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다 되갚아줄 작정이었다.준회는 서훈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나 피하지 마. 어차피 나한테서 벗어나지 못하니까.”170CM가 넘는 서훈의 키도 이 남자에 비해선 머리 하나만 한 차이가 난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턱을 들어 올려 그를 노려봤다.“하고 싶은 게 뭔데?”“이미 말하지 않았나?”어딘가 슬퍼 보이는 준회의 짙은 눈망울은 매끈한 그녀의 작은 얼굴을 진득하게 향하고 있었다.“모든 건 네가 자처한 거야. 뿌린 대로 거둬야지.”“내가 자초한 모든 건 준회 씨가 끝낸다고 해서 끝내지는 게 아니에요.”준회:“...”준회를 바라보는 서훈의 심장은 지금 미친 듯 날뛰고 있다.‘나한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설마... 날 사랑하게 되기라도 한 건가.’그때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준회. 또 한 번 그의 수려한 용모가 서훈을 미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의 검게 빛나는 눈동자는 어느새 두 볼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는 서훈의 모습을 담은 채 여유롭게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다시 입을 여는 준회.“이 세상에 당신처럼 중성적인 매력을 갖고 있으면서 여자보다도 요염한 사람은 없을 거야.”“저 눈 높아요. 그리고 저 지금 서른셋이예요. 막살아도 될 나이 아니라고요.”준회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열여덟 살 때 네가 몰래 나한테 입 맞춘 이후로 나까지 어떻게 돼 버린 게 분명해.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지
준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그럼 네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또 그 얘기다.서훈은 이를 꽉 깨물었다.“최선을 다하죠.”서훈은 이렇게 하면 준회가 그녀를 놓아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순식간에 그녀를 안아 올려 그대로 샤워실을 나와 휴게실 침대에 그녀를 내려놓는 준회.“양준회씨. 뭐 하는 짓이에요?”“자자.”말을 마친 그는 냅다 좁은 침대에 몸을 뉘고 눈까지 꼭 감은 뒤 졸린 듯한 말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요 며칠 널 찾느라 제대로 쉬지 못해서 너무 피곤해.”많이 피곤했던 건지 말 몇 마디를 끝으로 정말 잠자리에 들어버린 준회.서훈:“...”피곤한 건 서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점차 안정되는 준회의 숨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잠이 들었다. 준회는 잠이 얕다. 이것은 습관적으로 몸을 방어하는 습관에서 생긴 버릇으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잠시 후...서훈이 이제 막 잠이 들었을 그때, 이미 잠이 든 줄 알았던 준회가 눈을 슬며시 뜨더니 낮게 속삭였다.“남서훈.”그녀에게 바싹 다가가는 준회. 그의 입술은 어느새 서훈의 귓가에 닿을 듯했다.“넌 도망 못 가.”이튿날.잠에서 깬 준회는 또 서훈을 곤란하게 하진 않았다. 다만 떠나기 전 다시 한번 그녀에게 말했다.“잊지 마. 한 달이야. 그때까지 못 찾으면 널 나한테 주는 거야.”준회는 그렇게 떠났다.그가 서훈의 사무실에서 나올 때 마침 이쪽을 향해 오던 윤성아와 마주쳤다.“준회 씨. 왜 여기에...?”이 이른 아침에 서훈의 사무실 앞에서 준회를 마주칠 줄 몰랐던 성아는 적잖이 당황했다.하지만... 안될 것도 없긴 하다.사실 성아는 진작부터 준회와 서훈 사이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정황상 준회는 아직 서훈이 여자란 사실을 모를 확률이 높다.준회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를 맞았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성아야.”성아의 이름 한번 부르는 것으로 그는 그녀에게 인사했다.“강주환
성아가 웃으며 서훈에게 말했다.“틈만 나면 하늘에 대고 맹세하는 나쁜 남자들은 뭐 벌써 몇 번이고 벼락 맞아 죽었어야겠네요?”서훈이 피식 웃었다.덕분에 삼엄하던 분위기도 어느새 나름 풀려 한결 가벼워졌다.다시 말을 잇는 성아.“준회 씨는 아마 서훈 씨가 필요할 거예요.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미 마음에 품고 있죠.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남자이건 여자이건 상관없다며 세상을 등질 정도로 흠뻑 빠졌죠.”여기까진 성아의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번은 성아도 분명히 얘기할 수 있었다.“나나도 수현 씨를 필요로 해요.”“나나는 불쌍한 아이예요. 어릴 적부터 엄마 없이 살았으니 얼마나 엄마가 그립겠어요.”“그 누구도 친엄마의 사랑은 대체할 수 없어요. 준회 씨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가 새엄마가 될 그 여자가 혹시라도 나나에게 잘 대해주지 않으면 어쩌려고요?”“그러다 그 둘이 아이라도 갖게 되었다간...”성아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돌려 준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준회 씨는 참 좋은 남자죠!”“제가 알기로는 근 몇 년 동안 나나 때문에 몇 번 소개팅에 나간 것 빼고는 단 한 번도 여자가 있은 적이 없어요. 전엔 저와 제 언니를 도와주느라 몇 번 한동안 연기를 했지만 전부 다 가짜고요.”서훈은 잠시 멈칫했다. 준회가 그럴 줄은 몰랐던 것이다.“서훈 씨. 조금만 더 용기를 내요. 할아버지가 실종된 일은 제가 도와서 함께 조사해줄게요. 집안의 의술이 남자에게만 전해지는 것도 선대의 원한 관계도 모두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거예요.”“서훈 씨와 준회 씨 분명 잘될 거예요.”둘은 그렇게 한참을 더 얘기를 주고받다 헤어졌다.성아를 배웅해주고 서훈은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갔다. 그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나와 준회씨 정말 함께 할 수 있을까?’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서훈과의 한 달짜리 약속이 있었기에 준회도 더는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덕분에 서훈은 숨이 트인 것
말을 마친 은협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는 서훈이 그의 대표님께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도 않는 듯 부리나케 가버렸다.사실 은협이 호텔 방을 빠져나올 땐 이미 머리에 땀이 흥건했다. 그는 곧바로 보안실로 가 엘리베이터 영상을 지운 후 준회의 비서에게 연락했다.“선배님. 앞으로 저희 대표님이 접대에 나가야 하실 일이 있으면 선배님이 맡아주십시오. 전 겁이 많아서 못 해 먹겠습니다.”“게다가...”“이렇게 엄청난 비밀을 감춰야 한다니. 저 말라 죽을지도 모릅니다.”한편, 호텔 방에서는 서훈이 준회의 술을 깨게 해주기 위해 그녀의 침을 꺼내고 있었다.서훈이 그의 혈 자리를 찾아 침을 꽂으려 하던 그 순간, 준회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천천히 눈을 뜨는 준회. 그의 촉촉한 눈동자는 마치 한 마리의 독수리같이 날카롭고 고혹했다. 누구든 보면 겁에 질릴 그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며 서훈은 이 모습이야말로 진짜 그의 모습이라 생각했다.용병이었던 그때의 그 독기 어린 남자의 모습.눈앞의 사람을 확인한 준회는 그제야 눈에 담겼던 적의를 지우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요 녀석. 또 날 찔러 기절시키려고?”“아니에요.”서훈은 술을 깨는 데 도움을 주려고 그런다고 말하려 했으나 준회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네 멋대로 하게 순순히 두지 않아.”말을 마친 준회는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줘 침대로 끌어당겼다. 이어 그는 순식간에 몸을 돌려 서훈을 몸을 깔아버렸다.“양준회씨. 지금...”“아무 말도 하지 마.”취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그는 모든 걸 삼킬 듯한 검은 눈동자로 서훈을 주시하며 물었다.“언제까지 날 괴롭힐 거야? 난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근데 왜? 왜 아직도 나와 함께 해줄 수 없는 거야? 응?”그는 서훈을 알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거침없는 그의 숨결은 서훈의 숨을 앗아가 버릴 듯 맹렬하게 다가왔다.술에 이미 취한 상태이지만 지금 이
술에 취한 다음 날 아침, 호텔 방 킹사이즈 침대에서 깨어난 그는 호텔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게다가 양준회가 깨어날 때 그의 몸과 침대 그 어디에도 여자의 흔적이라고는 눈을 씻어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그의 바지만이...설마...?양준회는 혹시 이 모든 것이 그의 꿈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웠다.하지만 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어!”양준회가 고함을 질렀다.그는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고 충혈이 된 듯한 붉은 눈동자가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양준회는 그렇게 남서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넌 그냥 사기꾼이야! 난 안 믿어! 그날 밤 네가 나한테 약을 먹인 이유가 이럴 리는 없어. 분명...”모든 것이 그토록 선명하고 생동했는데!두근거리는 심장과 그 외의 모든 것이 6년 전보다도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웠다.그뿐만 아니라 양준회는 어렴풋이 남서훈의 붉은 얼굴이 떠올랐다.남서훈이 양준회의 몸 아래에서...하지만 양준회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뻔한 사실이 있는데 그는 분명 한 여인과 함께 있었고 그 여인은 분명 남서훈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흔적을 남기지 않은 거지?그중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그날 밤, 남기준이 보낸 메시지를 보았을 때 남서훈은 이미 정신을 차린 뒤라는 것이다.남서훈은 자신이 이 감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날 밤의 그 순간, 그녀는 결국 그렇게 이성의 끈을 놓친 것이다.하여 그녀는 방에서 나오기 전 무의식 간에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온 것이다.남서훈은 연고를 꺼내 들어 매우 세심하게 양준회의 몸에 발라주어 남지 말아야 할 흔적과 그녀가 실수로 긁어놓은 흔적을 전부 가려주었다.그 뒤로 남서훈은 침대까지도 정리를 마쳤다.그리고 같은 시각.남서훈은 남성을 바라보며 굳건히 말했다.“정말 꿈입니다.”“난 절대 그게 꿈이라고 안 믿어!”양준회가 갑자기 다가와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이어 양준회는 남서훈의 손목을 단단히 옭아맸고 그의 검고 깊은 눈동자는 남서훈의 아름답고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