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양준회와 대화를 이어갔다.“지금 나연이와 아주 잘 지내고 있는데. 나연이를 배신하는 일은 저지르고 싶지 않아요!”양준회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이때, 또 하나의 침이 그를 잠재울 혈 자리에 꽂혔다. 이윽고 양준회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남서훈은 양준회의 잘생긴 얼굴을 마주 보며 말했다.“미안해요.”남궁 집안의 그분은 오래전부터 남씨 가문을 벼르고 있었다. 언젠가는 남서훈이 여자라는 신분을 밝히기 위해! 심지어 1년 전에는 할아버지도 실종되다시피 자취를 감춰버렸다.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녀는 무조건 양준회와 거리를 두어야만했다!하지만 오늘 밤은 그저 그녀의 욕심이라고 해두자.마음 한구석의 애정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낳은 이 남자의 아이까지! 그렇게 그녀와 양준회, 그리고 이들의 딸까지, 오늘 밤, 이 작은 방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사랑해.”남서훈은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입술에 살짝 입맞추고는 얼른 떼어냈다. 남자의 팔을 베고 누운 남서훈은 양나나를 꼭 끌어안으며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남서훈도 눈을 감으면서 스르르 잠에 들었다.다음 날.양준회는 혼미한 정신으로 깨어났고 커다란 침대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오늘은 토요일, 양나나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남서훈이 양나나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양준회는 약재 창고로 찾아왔지만, 주위에는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 찼고 그 사이로 남서훈의 가녀린 뒷보습이 보였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단번에 남서훈의 손목을 잡고 진귀한 약재가 가득한 선반 쪽으로 밀쳤다. 이윽고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양준회는 눈을 부릅뜨며 남서훈에게 물었다.“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도 모자라 침으로 나를 기절시켜? 네가 감히? 응?”남서훈의 아름다운 두 눈이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이게 놔요.”“안 놔!”양준회는
남서훈은 다급하게 말했다. 양준회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의 주변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고, 극도의 저기압 상태였다.“나를 위해 약을 제조했다?”양준회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눈보라가 몰아치듯 차가웠다.남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잡아먹을 듯한 남자의 어두운 표정을 억지로 피하며 말했다. “양준회, 내가 당신을 위해 제조한 약을 먹으면, 당신은 아내를 맞이할 수 있다고! 나나에게 엄마를 찾아 줄 수도 있고.”“그래?”양준회의 목소리는 더더욱 낮아졌고 무서워졌다. 그는 남서훈의 턱을 들고는, 억지로 자신을 쳐다보게 했다. 양준회의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 그는 남서훈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네가 만든 약이 효과가 있다고 확신해?”“확신해!”남서훈은 자신의 의술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허.”양준회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차갑게 웃어 보였다. 그는 남서훈을 보며 계속 말했다. “몸은 치료가 됐다고 쳐. 마음은?”그가 이미 매료되어 버린 마음은, 어떻게 치료하지?양준회는 남서훈을 불렀다. “작은삼촌!”한 쌍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게까지 번거로울 필요가 있을까? 내 몸을, 아무 여자나 다 만질 수 없는 것도 아니야!”남서훈은 순간 덜컹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양준회의 말을 들었다. “나나의 친 엄마면 돼! 그때 그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비록 내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그때 그 냄새는, 내가 지금껏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거든.”양준회는 말을 하면서도, 두 눈은 남서훈의 표정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작은삼촌.”그가 그녀를 또 불렀다. 양준회의 낮은 목소리는 무게감이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나나가 계속해서 엄마가 필요하다네! 당신 능력이라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를 도와 나나의 친 엄마를 찾아줄 수 있을까? 당신이 찾아주기만 한다면, 나는 다시는 당신에게 집착하지 않을게! ”남서훈은 말이 없다.“...”그저 양준회를
양준회의 호흡은 뜨거워졌고 남서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더는 참지 못하고 바로 양준회를 밀치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양준회는 손쉽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양준회, 이거 놔!”“싫어!”양준회는 다시금 가까이 다가와서 말했다.“작은삼촌, 당신과 6년 전의 여자 중 누가 더 맛있을까?”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남서훈을 기다란 단상 위로 눌렀다. 남서훈도 물론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둘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해...긴 단상의 도자기 병들이 넘어졌다. 거기에는 남서훈이 방금 양준회를 위해 만든 약도 들어있었다!검은 알약들이 우르르 굴러 나오면서 동시에 넘어뜨린 액체와 혼합되어 기존 약효의 10배 되는 효능을 발휘했다!남서훈은 냄새를 맡자마자 숨을 참았다. 그녀가 특수한 혈액이어서 다행이지 이토록 강력한 약효는 누구도 견디지 못했다.하지만 양준회는...그는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지면서 곧바로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현재 양준회의 체내의 들끓는 혈액 때문에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남서훈이 곧바로 한가닥씩 침을 내리 찔렀다. 그러자 양준회는 터져버릴것 같이 빨개진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무슨 일이야?”“내가 당신을 위해 만든 약을 쏟았어요. 또 마침 다른 약과 섞이면서 10배의 효능을 발휘했죠. 지금 피를 빼내고 있어요 그러지 않으며 죽어버릴 거예요!”남서훈은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재빨리 양준회를 위해 피를 빼줬다.단지...남서훈이 거의 모든 약효를 체내에서 빼내려고 할 때, 오히려 양준회가 말렸다!“작은삼촌.”양준회는 여전히 터질 것 같은 눈빛으로 말했다.“남은 약효는 다른 방법으로 빼지!”말을 마치고 양준회는 남서훈의 손을 잡고서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면서 잘생긴 얼굴을 들이밀며 입맞춤했다.남서훈은 최근 들어 부쩍 입맞춤하기 좋아하는 양준회가 한심했다.양준회가 방심한 틈을 타 남서훈 손에 있던 은침은 기절시키는 혈 자리로 향했다. 얼마 남지 않은 약효는 빼지 않아도 양준회가 하루 밤 자고 깨나면 괜찮을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그라들 줄 알았던 실시간 검색어가, 아직도 계속 올라와 있었다! 지금은 병원에까지 소문이 나, 윤성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결혼을 재촉받았다!어렵사리 간호사분들에게서 탈출했건만 병실에 들어서서 윤성아가 남자에게 따지기도 전에! 강하성과 윤지안 두 녀석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윤성아에게 그녀가 일상적으로 받던 결혼 재촉을 해댔다.“엄마, 도대체 언제 아빠랑 결혼하실 거예요?”두 아이는 동시에 말을 꺼냈다.이어서 강하성이 말했다.“비록 아빠가 멍청하고, 이전에 엄마에게 상처도 줬지만! 아빠가 앞으로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에요! 아빠는 엄마에게 잘해줄 거라고요!”“그럼요!”윤지안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얼굴을 들고 윤성아를 쳐다보며 똑 부러지게 말했다. “엄마가 아빠랑 결혼하면, 우리 네 식구가 정말로 함께 있는거에요! 아빠는 엄마랑 결혼하게 되면, 지안이에게도 인츰 동생이 생긴다고 했어요. 엄마, 지안이는 동생이 너무 갖고 싶어요!”...윤성아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재촉한다 해도, 그녀는 버틸 것이고, 응답하지 않을 것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자 윤성아는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모든 사람이 당신 편에서 결혼을 재촉한다고, 내가 결혼 해 줄 거란 생각은 하지 말아요! 흥! 분명히 말하는데, 이렇게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리고 이 화젯거리를 실시간 검색어에서 얼른 내려요! 나랑 결혼하고 싶다면, 그거...”윤성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강주환은 다급해 났다. “그거 뭐?”윤성아는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두 사람은 병원 휴게실의 작은 침대에서 장난을 쳐댔다.고요한 밤이 찾아오고, 바람이 살랑거리며 창문으로 은은한 꽃향기가 풍겨왔다. 달빛이 환히 비추며 세상의 모든 것을 밝혀주는 것만 같았다. 강주환은 윤성아를 자신의 몸 아래로 눕혔다. 그의 까만 눈동자에는 욕망의 눈빛이 서려 있었다. “여보, 말해줘, 어떻게 하면 나랑 결혼해 줄 거야?”
강주환은 너무 심하게 아파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억지로 참으면서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을 달래고 있었다.“걱정 마, 난 괜찮아.”하지만 검사 결과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강주환의 위가 다시금 감염되어, 검은 그림자가 작게 나타났다. 검사 결과가 나오자 강주환은 인츰 병원에 입원했다.간호사는 그에게 링거를 꽂아주었다. 강주환은 아파서 견디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참고 있었다. 강하성과 윤지안 두 작은 녀석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빠.”윤지안이 강주환을 불렀다. 아이는 빨개진 큰 눈으로 강주환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빠가 지안이를 돌보다가 힘들어서 쓰러진 거예요?”강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그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지안이에게 말했다. “아빠의 건강이 조금 문제가 있었을 뿐이야, 하지만 그렇게 심한 건 아니야! 지안이를 돌본 거랑은 절대 아무 상관이 없어!”윤지안은 믿지 않았다. 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돌보다가 힘들어서 쓰러진 것만 같았다!“아빠.”강하성은 늘 그렇듯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주환과 똑같이 닮은 아이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아빠는 지금, 분명 많이 아프잖아요! 아빠의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땀도 많이 나고 있어요. 눈을 감고 좀 주무세요. 나와 지안이가 곁에서 지켜줄게요!”강주환은 대답했다.“그래.”그가 눈을 감는 그 순간, 너무 아파서 기절할 지경이었다.“오빠.”윤지안은 강하성을 보며 말했다. “아빠는 분명히 지안이를 돌보다가 지쳐쓰러진거지?”“그런 거 아니야.”강하성도 부정하며 대답했다.강하성의 성격은 비록 강주환과 마찬가지로 차가웠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만이고! 엄마와 동생을 대할 때면, 강하성은 늘 부드럽게 잘 챙겨주곤 했다!강하성은 병실에서 아빠를 지키는 동시에, 동생을 위로해 주었다. 윤성아쪽.그녀는 지금 의사 사무실에서 강주환의 병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듣고 있었다.“강대표님이 이전에 위를 수
주환은 억울하다는 듯 성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그게 아니라 나 이제 곧 수술실 들어가는데 아직도 나와 결혼 안 해줄 거야?”주환의 말에 성아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떨어지는 눈물을 막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주환 씨. 아직 나한테 청혼도 안 한 거 알아요? 수술 무사히 마치고 건강 회복하면 그때 다시 프러포즈 해요. 그땐 받아줄 테니까.”“그래.”주환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금세 기분이 좋아진 그는 이렇게 한번 아픈 것도 나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사랑하는 여자가 걱정으로 마음을 졸인다는 것이다.“여보. 사실...”사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프러포즈를 준비해 오고 있었다. 눈앞의 그녀가 감동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로맨틱하고 성대한 프러포즈 현장을 말이다. 계획대로라면 지안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그는 성아에게 청혼했을 것이다.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지금은...주환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눈빛으로 성아를 바라보며 약속했다.“조금만 기다려줘. 수술실에서 나오고 몸이 회복되는 대로 반드시 우리 여보한테 프러포즈할 테니까.”울며 고개를 끄덕이는 성아.“네.”곧이어 주환은 수술실로 들어갔고 윤아와 하성,지안,그리고 안진강과 서연우까지 모두 수술실 밖에서 그를 기다렸다.장장 네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러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서훈이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그 모습을 본 성아는 급하게 몸을 일으키느라 휘청대면서도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입을 떼려니 쉬이 말이 나오지가 않는 성아. 그녀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겨우 떨리는 입술로 한마디 내뱉었다.“그이는...”“수술은 성공적이에요. 환자분도 괜찮고요.”성아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마워요. 서훈 씨.”“아니에요.”그때, 다시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간호사분들이 주환의 베드를 밀며 나왔다.서훈은 싱긋 웃더니 성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가서 함께 있어줘
하지만 준회는 서훈이 뭐라 하든 개의치 않았다. 다만 이 아득한 어둠 속에서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내가 이렇게까지 안 하면 언제까지 피해 다니려고?”그날 남 씨 저택의 약방에서 또다시 찝쩍대는 준회를 서훈이 다시 기절시킨 그 사건이 이 일의 서막이었다. 다음 날 잠에서 깬 준회는 서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서훈은 진작에 도망쳤고 그때부터 준회를 피해 다녔으니 말이다.그러다 드디어 남서훈을 잡아둔 지금, 그는 그날의 수모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다 되갚아줄 작정이었다.준회는 서훈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나 피하지 마. 어차피 나한테서 벗어나지 못하니까.”170CM가 넘는 서훈의 키도 이 남자에 비해선 머리 하나만 한 차이가 난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턱을 들어 올려 그를 노려봤다.“하고 싶은 게 뭔데?”“이미 말하지 않았나?”어딘가 슬퍼 보이는 준회의 짙은 눈망울은 매끈한 그녀의 작은 얼굴을 진득하게 향하고 있었다.“모든 건 네가 자처한 거야. 뿌린 대로 거둬야지.”“내가 자초한 모든 건 준회 씨가 끝낸다고 해서 끝내지는 게 아니에요.”준회:“...”준회를 바라보는 서훈의 심장은 지금 미친 듯 날뛰고 있다.‘나한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설마... 날 사랑하게 되기라도 한 건가.’그때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준회. 또 한 번 그의 수려한 용모가 서훈을 미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의 검게 빛나는 눈동자는 어느새 두 볼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는 서훈의 모습을 담은 채 여유롭게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다시 입을 여는 준회.“이 세상에 당신처럼 중성적인 매력을 갖고 있으면서 여자보다도 요염한 사람은 없을 거야.”“저 눈 높아요. 그리고 저 지금 서른셋이예요. 막살아도 될 나이 아니라고요.”준회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열여덟 살 때 네가 몰래 나한테 입 맞춘 이후로 나까지 어떻게 돼 버린 게 분명해.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지
준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그럼 네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또 그 얘기다.서훈은 이를 꽉 깨물었다.“최선을 다하죠.”서훈은 이렇게 하면 준회가 그녀를 놓아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순식간에 그녀를 안아 올려 그대로 샤워실을 나와 휴게실 침대에 그녀를 내려놓는 준회.“양준회씨. 뭐 하는 짓이에요?”“자자.”말을 마친 그는 냅다 좁은 침대에 몸을 뉘고 눈까지 꼭 감은 뒤 졸린 듯한 말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요 며칠 널 찾느라 제대로 쉬지 못해서 너무 피곤해.”많이 피곤했던 건지 말 몇 마디를 끝으로 정말 잠자리에 들어버린 준회.서훈:“...”피곤한 건 서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점차 안정되는 준회의 숨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잠이 들었다. 준회는 잠이 얕다. 이것은 습관적으로 몸을 방어하는 습관에서 생긴 버릇으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잠시 후...서훈이 이제 막 잠이 들었을 그때, 이미 잠이 든 줄 알았던 준회가 눈을 슬며시 뜨더니 낮게 속삭였다.“남서훈.”그녀에게 바싹 다가가는 준회. 그의 입술은 어느새 서훈의 귓가에 닿을 듯했다.“넌 도망 못 가.”이튿날.잠에서 깬 준회는 또 서훈을 곤란하게 하진 않았다. 다만 떠나기 전 다시 한번 그녀에게 말했다.“잊지 마. 한 달이야. 그때까지 못 찾으면 널 나한테 주는 거야.”준회는 그렇게 떠났다.그가 서훈의 사무실에서 나올 때 마침 이쪽을 향해 오던 윤성아와 마주쳤다.“준회 씨. 왜 여기에...?”이 이른 아침에 서훈의 사무실 앞에서 준회를 마주칠 줄 몰랐던 성아는 적잖이 당황했다.하지만... 안될 것도 없긴 하다.사실 성아는 진작부터 준회와 서훈 사이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정황상 준회는 아직 서훈이 여자란 사실을 모를 확률이 높다.준회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를 맞았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성아야.”성아의 이름 한번 부르는 것으로 그는 그녀에게 인사했다.“강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