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회를 보고 있는 그 눈은 정말 방정맞고 예뻤다.그녀는 남자에게 말했다."제가 당신에게 있어선 안 될 사랑을 한 적은 있지만 그건 옳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벼랑 끝에 몰렸고 이미 포기했어요. 준회 씨, 당신도 포기해야 해요.""나나에게 아내를 찾아주고 엄마를 찾아줘야죠!"양준회가 눈살을 찌푸렸다.자기의 속마음을 알고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이 꼬맹이가 여자든 남자든 항렬로 따지면 그의 작은 삼촌이었다.그는 이 꼬맹이를 손에 넣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남서훈이 그에게 아직 나나가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그는 제멋대로 살 수 있고 자신이 있어서는 안 될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고 남서훈과 얽히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세속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하지만 나나는? 양준회는 자신 때문에 나나에게 어떠한 나쁜 영향도 끼치고 싶지 않았다.남서훈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나나가 그렇게 엄마가 갖고 싶어 하는데!"그날 이후 양준회와 남서훈의 관계는 미묘해졌다.양준회는 남서훈을 더 이상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남서훈과 백나연의 다정한 모습을 보면 화를 냈다.드디어 백나연이 참지 못하고 양준회를 노려보며 말했다."남씨 가문과 양씨 가문은 대대로 이어온 사이예요. 조상 때부터 전해 내려오다가 서훈이의 대에 이르러서 그는 당신의 명분이 서 있는 작은 삼촌이에요. 그리고 저는 나는 서훈이의 약혼녀이고 당신의 작은 숙모예요. 이모라고 부르기 싫어도 따지지 않겠어요. 하지만 서훈이와 저에게 어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신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양준회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백나연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양준회 씨, 몇 년 동안 결혼도 안 하고 나나에게 엄마도 못 찾아줬잖아요. 바깥소문에 의하면 당신 몸에 숨겨진 병이 있다고 해요. 설마 진짜는 아니겠죠?"양준회는 대답할 필요가 없이 백나연이 말을 이었다."만약 사실이라면 당신은 질병 치료를 하세요. 앞으로 서훈이를 존중해 주세요. 만나면 작은 아저씨라고
윤지안은 양나나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사냥개에게 물린 일이 생각나서 물었다. "엄마, 나나 언니는요? 언니 큰 개한테 물렸는데 아직도 아파요?”이때 마침 양준회가 양나나를 데리고 윤지안을 찾아왔다."지안.”양나나는 윤지안을 보자마자 울었다."미안해.”양나나는 사과했다."다 내 탓이야. 내가 널 데리고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어른이 와서 구해주길 기다렸을 텐데. 그러면 너는 다치지 않았을 거야.”윤지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언니 탓이 아니야!"두 아이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지안은 양나나를 여전히 좋아했고 지금은 또 점점 더 존경하고 있었다.그리고 이날, 양준회와 양나나 부녀를 제외하고 안진강과 서연우도 윤지안이 다친 것을 알고 병문안을 왔다. 강하성도 왔다.윤지안은 아빠와 엄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오빠의 보살핌과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비록 부상 때문에 침대에 누워 있지만 별것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매우 즐겁게 웃고 있었다.이틀 후 우양주도 윤지안을 보러 병원에 왔다. 이때 윤성아는 회사 일로 자리를 비웠고 강주환만 병실에서 윤지안과 함께 있었다.그녀의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수다쟁이에 깜찍하고 귀여운 윤지안의 모습에 우양주도 그녀를 정말 좋아했다. 그는 윤지안의 눈매를 보며 강주환과 닮았다고 생각했다."주환아, 지안이 네 친딸은 아니겠지?”우양주가 엄청난 일을 발견하고는 가능성이 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윤 대표가 아예 쌍둥이 아들딸을 낳아준 건 아닐까?”강주환은 넋이 나갔다.그랬으면 좋겠지만 아니었다."아니야.”"아니야? 하지만 너와 윤 대표의 아이처럼 보여!”강주환이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우양주가 이 주제를 계속 말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윤지안 정말로 그와 윤성아의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그렇게 말하면 윤지안이 예민할까 봐 걱정됐다.강주환의 표정을 보고 우양주도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이때 남서훈이 병실로 와서 윤지안의 건강검진을 도왔다. 윤지안은
윤지안은 강주환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이 그녀가 다쳤기 때문에 또 마음이 아파서 인줄 알았다.사실 아니었다.강주환은 너무 기쁘고 설렜다. 그는 자신이 어리석어서 울었다. 영롱한 눈물이 흐르면서 윤지안의 손등을 내리쳤다.강주환이 정말 울다니."미안해, 아가야. 아빠가 너무 바보라서 네가 친딸이라는 것을 인제야 알았어."눈물의 원인을 알고 윤지안이 웃었다."괜찮아요."윤지안은 밝은 목소리로 전혀 강주환과 따지지 않고 말했다."나는 아빠가 멍청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또 아빠가 나에게 수혈을 해준 것을 봐서 용서해줄게요.""...""아가야."강주환은 온화하고 자상한 눈빛으로 말했다."아빠가 너무 멍청해! 분명 너를 첫눈에 봤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분명 엄마랑, 오빠랑 그렇게 닮았는데..." 강주환이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그는 윤지안과 이 순간의 기쁨을 나누었다. "아빠는 정말 기뻐! 이렇게 귀엽고 좋은 딸이 내 친딸이라니!"윤지안도 기뻐하고 있었다. 작은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줬고 보석 같은 눈망울이 강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도 아빠가 좋아요."부녀가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이 매우 훈훈했다."이만하면 됐어요."안효연이 다가왔다. 그녀는 병상에 누워 있는 윤지안을 보며 눈가가 빨개졌다."상처 아직도 아파?"윤지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엽도 다가와 말을 하기도 전에 강주환에게 끌려갔다.병실 밖에서 강주환이 나엽의 어깨에 큰 손을 얹고 분노를 띠며 물었다."지안이가 내 친딸이라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나엽이 웃었다. "하, 제 탓이에요? 강 대표님, 제가 말해도 믿긴 하세요? 줄곧 잘난 체하고 자기 판단만 믿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가 왜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잘 생각해 보세요. 제가 몇 번이나 주의를 줬어요. 지안이가 왜 하성이 생일과 같은 날에 생일인지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지안이가 왜 성아랑 닮았다고 했겠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세요?""당연히 기억하지!"나엽은 그를 보며 계속 말했다.
강주환은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그는 윤성아의 필사적인 삶의 의지를 보았다! 지나가는 차를 보며 있는 힘껏 손을 뻗어 최선을 다해 살려달라 애원하던 그녀였다.“살려주세요...”그는 자신의 차도 보았다!“강주환...”그는 자신을 부르는 윤성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차를 하염없이 노려보고 있는 그녀.“강주환, 살려줘...”강주환은 차에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도 보았다. 그는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차 세워! 얼른 가서 성아를 구해야지.”그러나...풉!...병원 복도에서 강주환은 피를 왈칵 토해냈다. “왜 피를 토하는 거예요?”나엽이 물었다. 강주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큰 보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어디 가요?”나엽이 강주환의 등 뒤에서 큰 소리로 물었지만, 그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 안전출구의 문을 열고는 냅다 비상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차에 탄 강주환은 헐레벌떡 한연 그룹으로 향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던 강주환은 윤성아 앞에 불쑥 나타났다. “강주환, 당신...”윤성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주환은 그녀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의 눈시울이 빨개지며 눈에는 슬픔으로 가득 찬 눈물이 고였다. “미안해...”그 순간, 윤성아는 회의를 마치고 방금 회의실에서 나오는 길이었다.그곳에는 한연 그룹의 고위층 간부들도 있었다! 그들은 하나둘,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왜 그래요?”윤성아는 이 남자가 갑자기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지 전혀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의 정서가 매우 불안하다는 것을 정확히 눈치챌 수 있었다!“미안해...”강주환은 흐느끼며 말했다. 그리고 이내 눈물을 흘렸다!“성아야, 내가 죽일 놈이야, 내가 너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해서! 4년 전, 너에게 그렇게나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어.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야!”강주환은 그의 목숨을 걸고 맹세했다
그러나 윤성아에겐 먹히지 않았다!비록 최근에 남자의 표현이 좋아 성공적으로 정식 남자 친구로 인정했지만! 아직 프러포즈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그녀와 결혼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그러나!윤성아가 몰랐던 것은. 강주환이 한연 그룹에 울며 달려온 사실이 실시간 검색에 오르고 나서, 이 남자가 글쎄 뻔뻔하게 모든 걸 인정해 버리는 바람에, 서연우와 안진강, 나엽과 안효연 그리고 두 아이까지! 심지어 한연 그룹의 모든 직원도 남자의 편에서 그녀에게 결혼하라 재촉하고 있었다. 한편 병원에서.나엽은 강주환이 뛰어가고 나서, 병실로 돌아왔다. “주환이는?”우양주는 나엽이 혼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물었다.“도망갔어요!”우양주는 의아했다.“?”도망갔다는 게 무슨 뜻일까?나엽이 이어 말했다.“아마 성아 씨를 찾으러 갔을 거예요!”강주환이 가고 나서 지안이는 병실 안의 사람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이내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나엽과 안효연은 병실에 남아 지안이곁을 지켰다. 양준회와 우양주는 나갈 준비를 했다. 이때, 강하영이 지안이의 병문안을 왔다. 그녀는 병실에 있는 우양주를 발견하고 힐끗 쳐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못본 척, 우양주의 존재를 무시했다!강하영은 안효연을 처음 보았다. 그러나 안효연이 임신을 하고, 배가 불러오면서 그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그녀가 윤성아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영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성아와 너무 닮아 있었고 거의 같은 모습이었기에 분명히 성아의 쌍둥이 언니일거라 확신했다!강하영은 손에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를 내려놓고는 나엽과 안효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때, 떠나려고 했던 양준회는 이미 나간 지 오래고, 우양주는 계속 남아있었다!그는 그녀를 의식하며 바라보았다. 강하영이 인사를 건네며 떠나려고 할 때 우양주도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 “어디가? 내가 데려다줄까?”“아니요!”강하영은 확실하게 거절했다. 그녀는 우양주를 한
그는 강하영을 얼른 차 안으로 밀어 넣고는, 곧장 자신의 몸으로 눌러버렸다. 그는 자신의 탄탄한 가슴팍과 차의 보조석 사이에 그녀를 단단히 가뒀다. 차의 문이 잠기고.우양주는 이내 보조석의 의자를 뒤로 젖히며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의 커다란 실루엣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고, 무척 위험한 기운으로 강하영을 누르고 있었다...“비켜요!”강하영은 발버둥 쳤다. 그녀는 있는 힘껏 우양주를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 공포와 무서움이 그녀를 덮치며 그녀의 목소리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 뭐 하려는 거예요?”우양주는 웃어 보였다. 그의 웃음은 사악했다. 마치 지옥의 사신이 빙의가 된 것마냥 위험해 보였다.“뭐 하려는 것 같아?”우양주는 여자를 대할 때면 늘 온화한 모습으로 예의를 갖추며 존중을 표했다! 그는 무척 신사적이었고, 절대로 강요하면서 여자로 하여금 기분 나쁘게 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이 여자는...그녀는 성공적으로 그의 흥취를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까지 그를 분노하게 만들다니. 허.그는 그녀에게 교훈을 줌으로써,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당신...”강하영은 크게 침을 삼키며 우양주에게 말했다. “나는 원하지 않아요! 당신이 만약 나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그건 범죄예요! 내가 당신을 고소할 거라고요!”우양주는 계속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재밌다는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고소한다고? 듣고 보니 재밌겠는걸! 그런데...”우양주는 고의로 소리를 길게 내뺐다.그는 여자를 보며 계속 말했다. “어느 술집에서, 나에게 6억을 받아 가며 자신을 나에게 팔아넘긴 여자를! 당신이 먼저 나에게 꼬리를 친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강하영이 말했다. “개소리 집어치워!”“나쁜 말은 하지 마!”우양주는 명령하듯 말했다. 그는 여자를 보며 더욱 확실하게 말했다. “술집에 나와서 몸파는 여자가! 만약 경찰서로 가게 된다면, 경찰은 과연 당신 말을 믿을까. 아니면 내 말을 믿을까? 나는 오히
우양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진짜야? 거짓말 아니고?”“그래요!”강하영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여기는 아니에요!”우양주는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자동차 창문을 열고는 싸늘한목소리로 소리 질렀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창문 밖의 양아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서도 들려오는 소리에 적잖게 놀랐다. 상대방의 차가 호화로운 외제 차여서 상대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겨 얼른 도망쳤다.그리고 우양주는 다시 창문을 닫았다.우양주는 온통 탐욕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더는 못 기다리겠어. 참기가 힘들어.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차가 흔들리지는 않을 거니까. 응?”강하영은 눈물로 맺혀있는 눈을 부릅뜨며 우양주에게 필사적으로 소리쳤다.“지금 여기서 저지르면 내가 당신 죽여 버릴 거야!”우양주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에 마음 약해진 우양주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강하영은 재빨리 바로 앉아 옷을 정리했다. 그리고 우양주가 방심한 틈을 타 그녀는 머리로 강하게 우양주의 코를 내리찍었다. 우양주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머리가 어지러워 났다.그의 코에서는 두 줄기의 피가 철철 흘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강하영은 이어서 우양주의 중요 부위를 있는 힘껏 가격했다. 비록 우양주는 잽싸게 피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우양주는 강력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당장이라도 강하영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너 진짜...”강하영은 차 문을 열고 눈물을 닦으며 우양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처음부터 난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어!”“우양주 씨, 더는 저를 이런 방식으로 괴롭히지 마세요! 당신 물건도 잘 챙기시고요. 내가 언제 또 부러뜨릴지도 모르니까!”우양주는 화가 치밀어올라 피라도 토할 심정이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서는 그녀를 당장이라고 잡아 죽이고 싶었다.윤지안이 입원하면서 강주환은 업무를 거의 손에서 떼다시피하면서 윤지안의 옆
심지어 강주환은 개인 SNS 계정으로 울보라고 기재된 기사에 댓글도 남겼다.「와이프가 결혼해 주지 않는데 별다른 방법이 있나요?」그러자 반응은 놀라웠다.「진짜 강주환이 댓글을 단 거야?」「그러면 이 모든 게 다 진짜란 말이야? 대박! 정말로 강주환이 윤성아에게 청혼을 받아달라고 울기까지 했단 말이야?」네티즌들이 너도나도 댓글을 남기면서 모든 이들의 화두에 올랐다. 심지어 여러 가지 계략을 기획하기까지 했다.기사는 한순간 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끌어모으면서 대부분 한연 그룹, X 그룹이 운영하는 회사 SNS 계정과 윤성아의 개인 SNS 계정에 일제히 결혼을 부추기는 댓글들을 남겼다.강주환은 병원으로 돌아와 병실 문을 열었다. 윤지안은 이미 단잠에 빠져 있었다.“여보.”강주환은 윤성아의 귓가에 파고들며 꿀이 떨어질 듯한 목소리로 느끼하게 불렀다. “지안이도 잠에 들었는데 우리도 이제 쉬러 가자.”말이 끝나자 강주환은 단번에 그녀를 안아 들고는 옆방의 휴게실로 향했다. 그는 윤성아를 작은 침대에 눕히고 올라가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결혼해 줄래?”윤성아가 아무 말이 없자 강주환이 더 가까이 다가가 윤성아의 입술에 입맞춤했다. 깊고 진하게, 마치 모든 숨결을 들이 삼킬 것처럼...입맞춤이 끝나자, 두 사람 모두가 주체할 수 없이 호흡이 흐트러졌다. 강주환은 농염한 눈빛으로 숨을 고르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성아야, 정말로 너를 데려가서 내 아내로 삼고 싶어!”“내가 인터넷에서 모두가 아는 울보가 된 건 알아? 네가 날 받아주지 않는다면 모두의 놀림거리가 될 거야!”윤성아는 의아했다. 아직 그녀는 인터넷에서 그녀가 얼마나 화제의 인물이 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아직은 때가 아니에요.”“그럼, 때가 언제인데?”강주환은 꼬치꼬치 캐물으며 서서히 둘의 얼굴이 가까워졌고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갔다.“여보...”강주환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훔치듯 유혹적이었다! 그는 끈적한 눈빛으로 천천히 그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