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윤성아가 대답하자 강주환이 기쁜 듯 웃었다.윤성아는 방에서 나와 하성을 찾았다. 뒤따라 나오는 강주환은 무시한 채 하성이와 놀아주기 바빴다.저녁이 되고 성아는 약속대로 강 씨 부자와 함께 식사했다.어릴 적부터 강주환과 살아서 그런지 하성은 외모부터 행동거지까지 강주환을 꼭 빼닮았다. 윤성아는 하성을 물끄러미 보며 이렇게 닮은 걸 첫 만남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생각했다.“아줌마, 이거 맛있어요.”하성이 윤성아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 그러자 강주환도 이에 질세라 거의 동시에 반찬을 집어주며 말을 보탰다.“잘 먹어야지! 앞으로 여기에서 살면 나와 하성이를 볼 기회는 많을 거야.”그러자 하성이 보석 같은 눈망울로 윤성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줌마 여기 살아요?”기대와 놀라움으로 가득 찬 그의 눈빛을 보며 윤성아는 마음이 약해졌다. 이 가련한 눈망울을 보고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아니.”윤성아의 대답에 하성은 실망했다.“하지만 아줌마가 보고 싶다면 언제든 하성이 보러 올게!”풀이 죽은 하성이를 보고 윤성아는 다급히 말을 보탰다. 그러자 금세 다시 웃음을 띠는 하성. 그는 다시 초롱초롱한 눈으로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그러면 아줌마 앞으로 꼭 저 보러 자주 와야 해요!”“그래.”윤성아는 하성이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걱정 마, 아줌마가 앞으로도 꼭 하성이 보러 자주 올게.”저녁 식사를 마치고 윤성아는 다시 강하성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뒤따라오는 강주환을 보며 성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인간은 왜 이렇게 날 주시하는 거야?’윤성아는 아무 일도 없는 척 계속 하성이와 놀아주다가 기회를 틈타 슬쩍 화장실로 가 방문을 잠갔다. 세면대에 놓인 빗을 찾아내 하성의 머리카락 한 올을 조심스레 종이로 싸매서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자연스럽게 방으로 돌아가 한참을 하성이와 놀아주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하성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성아를 배웅했다. 하성은 성아를 보내
안효연은 엄마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를 끌어안고 있던 나엽은 잔뜩 뾰로통해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안효연이 전화를 끊지도 않았는데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목을 살짝 물었다. 안효연은 깜짝 놀라 토끼 눈을 하고 나엽을 보았다. “알겠어요. 엄마. 저녁 전에 돌아갈게요.”효연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가지 않게 애써 추스르며 말을 이었다.“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다행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서연우.“그래.”안효연은 엄마의 말이 끝나자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기 바쁘게 거칠게 입을 맞춰오는 나엽. 둘의 숨이 하나로 엉키며 주변의 공기를 더 뜨겁게 달궜다.사실 그전에도 두 사람은 한창 나엽이 꾸며둔 온실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그들은 한참을 서로의 숨결에 빠져있다가 나엽이 드디어 안효연의 입술을 놓아줬다. 그리고는 심술을 부리는 아이처럼 구는 나엽.“이번 주는 다른 사람들 방해 없이 모든 시간을 날 위해 쓰기로 하지 않았나?”안효연은 이 남자의 날카로우면서도 끈적한 눈빛에 매료되었다.나엽의 큼지막한 손이 온실 속 가장 아름다운 백장미를 꺾었다. 그의 눈동자는 백장미보다도 하얀 그녀의 살갗을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꽃잎이 부드럽게 그녀의 살을 스치자, 효연은 살에 닿은 곳마다 전류가 흐르는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나엽의 손을 꾹 누르며 앙큼하게 말했다.“안 갈게.”지금 이 순간, F 국의 작은 섬에서 나엽에게 붙잡힌 그녀는 어차피 그가 놓아주기 전엔 절대 그의 곁을 떠날 수 없다. “어머니와 약속한 건?”“성아 있잖아. 나와 똑같이 생겨서 엄마 아빠도 못 알아볼 거야. 게다가 난 기억을 잃었고. 그리고 밥 한 끼 먹는 건데 뭘.”나엽도 효연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바로 윤성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아 씨, 효연이가 성아 씨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무슨 일인데요?”“엄마가 글쎄 나더러
왜인지 나이에 비해 더 초췌해 보이는 두 분을 보며 성아는 마음이 짠해졌다. 한창 젊게 사실 나이인데 어머님은 몸이 안 좋고 아버님은 벌써 머리에 서리가 앉으셨으니 말이다. 그때 선연우가 성아의 붉어진 눈가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효연아, 눈이 왜 붉어졌어?”성아는 그제서야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을 발견하고 황급히 웃음을 띠며 말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 엄마가 해주신 음식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어서요.”“그럼 많이 먹어.”서연우는 성아의 말에 피식 웃고는 반찬을 집어 성아의 밥그릇에 올려놓으며 말했다.“감사해요.”“고맙긴.”선아는 따뜻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식사 내내 서연우와 안진강은 성아를 극진히 챙겨주며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주느라 바빴다. 모든 것이 넘치게 따사로웠다. 안효주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집으로 돌아온 안효주는 윤성아와 가족들이 즐겁게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를 느꼈다. 그녀는 삐딱한 말투로 물었다.“엄마, 아빠. 나도 딸이라는 거 잊었어요?”서연우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안진강은 냉소를 터뜨리고는 차갑게 쏘아붙였다.“강주환과 결혼하든가 아니면 그냥 파혼하고 그 아이를 데려오든가 하라고 했을 텐데. 너 내 말대로 했니?”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이어서 안효주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하는 안진강.“내가 분명 똑똑히 말했을 텐데. 내 말 대로 하지 않으면 넌 더는 내 딸이 아니라고.”안효주는 분노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언니가 돌아와서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난 필요 없는 거죠? 그냥 내쫓아버리고 싶은 거죠?”“너...!”안진강이 호통을 쳤다.“효연이도 왔는데 이러지 말아요.”서연우가 그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하자 그제야 안진강은 화를 삭이며 안효주를 보고 말했다.“앉아서 밥 먹어라.”효주는 배가 고프지도 않고 입맛이 없어 그냥 가버리려고 했으나 윤정월이 그녀를 말렸다.“아가씨, 사모님 회장님 화나게 하지 마세요.”효주는 그의 만류에 별수 없이 식탁 앞에 앉았다. 그녀는
바로 그 때 윤성아는 자신의 뺨을 내리치려던 안효주의 팔을 붙잡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서연우는 한숨에 다가와 ‘짝’ 소리와 함께 안효주의 뺨을 세게 쳤다.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안효주.“엄마, 왜 날 때려요? 이 여자 우리 언니 아니라고 내가 말했잖아요!”“엄마가 효연이도 못 알아볼 것 같아?”단단히 화가 난 듯한 서연우.“너 지금 뭐 하는 거니? 언니를 때리려 했지?”서연우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효주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네 언니 팔 년 만에 겨우 우리 곁으로 돌아왔어. 그 팔 년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길래 기억까지 잃고. 이제야 어렵게 집으로 돌아온 언니한테 동생이라는 애가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넌 언니가 불쌍하지도 않아?”“이 사람은 언니가 아니...”들을 생각이 없는 서연우. 그는 서늘한 표정으로 그에게 명확히 경고했다.“마지막으로 말하는 거야 안효주. 네 언니 맞아. 그러니까 앞으로 내 귀에 진짜 언니가 아니라는 둥 하는 소리 들리게 하지 마. 그리고 너 방금 얼마나 격 떨어지는 말들을 내뱉은 줄 아니? 우리 집안에 너 같이 교양 없는 딸은 없어. 앞으로 한 번만 더 언니에게 버릇없이 굴면 나랑 네 아빠는 이제 너 같은 딸 없는 셈 칠 거니까 알아서 해.”서연우는 이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으나 효주가 너무 실망스러워 저도 모르게 화가 났던 것이다.안효주는 악에 받쳐 윤성아를 죽일 듯 노려봤다. ‘이 빌어먹을 여자가 나타난 뒤로 모든 게 꼬였어. 단숨에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해버린 데다 아빠는 강주환이 나와 결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날 다그치잖아. 틈만 나면 부녀관계를 끊겠다는 말이나 하고... 이젠 엄마까지 윤성아 이 천박한 여자 때문에 나를 없는 자식 취급 하다니. 이 사기꾼을 언니로 받아들이라는게 말이나 돼?’안효주는 해탈한 듯 실소를 터뜨렸다.‘난 친딸이 아니다 이거지.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는 언니만 예뻐했지.
바로 그때, 서연우가 성아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확인할 필요 없어. 우리 효연이 맞아. 난 알아.”“그래 네 언니 맞다.”안진강도 말을 보탰다.“나랑 네 엄마가 자기 딸아이도 못 알아보는 멍청이는 아니다.”안효주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 천박한 여자의 등에 모반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면 가짜란 걸 바로 알 수 있는데!“아빠 엄마. 왜 제 말을 안 믿으세요? 제가 친딸이잖아요! 저 좀 믿어주세요. 이 여자는 가짜라고요! 나엽과 한통속이에요! 언니인 척 연기하는 거라고요!”서연우는 낯빛이 창백해졌다. 안진강도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닥쳐!”안진강은 당장이라도 효주의 뺨을 칠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효주에게 완전히 실망해버린 안진강은 서늘하게 말했다.“네 엄마 화병으로 아프기라도 하면 너 다시는 이 집에 발 들일 생각 말아라. 나와 네 엄마가 널 정말 잘못 키웠다. 어 아무리 노력해도 넌 나아지질 않니. 나도 이제 너 포기한다. 나 안진강은 제 언니도 알아보지 못하고 버릇없이 엄마 속이나 뒤집는 너 같은 불효녀는 필요 없다.”그는 진지했다. 안효주에게 실망할 대로 실망한 그는 이제 정말로 부녀관계를 끊을 셈이었다. 안효주는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사과했다.“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버릇없이 굴지도 엄마 화나게 하지도 않을게요. 아빠 진정하세요. 제가 나갈게요.”방으로 돌아간 효주는 치솟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 대로 휘둘러댔다. 물건들이 제멋대로 내팽개지고 깨지면서 불쾌한 소음이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 힘이 들어간 주먹은 그녀의 긴 손톱에 짓눌려 새빨간 피가 흘렀지만 그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어느새 벌겋게 충혈된 두 눈에는 증오와 분노가 이글거렸다. “버러지 같은 인간. 내가 꼭 네 정체를 밝혀낼 거야. 죽여버릴 거야!”그때 소란을 듣고 방으로 온 윤정월은 아수라장이 된 방을 보고는 바로 허리를 굽혀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아가씨, 부모님께 맞서시면 안 돼요.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
성아는 윤정월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아줌마, 전 당신 딸이 아니라고 제가 이미 똑똑히 말했을 텐데요. 이만 쉬어야겠으니 나가주세요.”윤정월이 다시 입을 열었지만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성아. 그는 서늘하게 말했다.“계속 이렇게 제가 당신 딸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행패를 부리시면 저도 아줌마 한 명 내쫓을 권리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윤정월은 화가 치솟았지만 윤성아가 절대 인정하지 않는 데다 내쫓겠다 협박까지 하니 당장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제 발로 방을 나오는 윤정월.이튿날,장을 보러 나간 윤정월은 먼발치에서 멈춰서는 고급 차를 발견했다. 이윽고 차에서 내리는 검은 슈트 차림의 40대 남성. 그를 보자 윤정월은 두 눈을 의심했다. 장이고 뭐고 곧바로 남자에게 다가가는 윤정월.“뭡니까?”그러나 바로 경호원의 제재를 받았다.“저는…”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십 대 때 그녀는 이 남자를 찾으러 다니다 그의 아내에게 호되게 맞은 적이 있었다. 윤정월은 그에게 속았다. 재벌 2세인 줄만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아내에게 잡혀 사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이었다니. 물론 당시에 그를 속인 그 남자도 그냥 넘어가진 못했다. 듣기로는 아내에게 죽도록 맞고 고자가 된 것도 모자라 빈털터리로 쫓겨났다고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게 변한듯했다. 이 남자도 그때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윤정월은 자기가 잘못 알아봤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경호원을 붙잡고 물었다.“저 사람 신명훈 맞죠? 말해줘요. 신명훈 맞아요?”“저분은…”경호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윤정월의 팔을 뿌리쳤다.“웬 미친 여편네가… 우리 신 대표님 존함이 그쪽이 막 부를 수 있는 건 줄 알아? 썩 꺼져! 안 그러면 다치는 수가 있어.”경호원의 뿌리침에 맥없이 땅바닥에 넘어지는 윤정월. 그나저나 정말로 그 사람이라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멀어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달려가는 윤정월.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걸음을 멈췄다
안효연은 알고 있었다. 왜 효주가 그렇게까지 함께 여길 오자고 한 것인지. 자신의 등에 모반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리고 왜 효주가 지금 이렇게까지 놀라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진짜 안효연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그러나 효연은 모든 걸 밝힐 생각은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천연스럽게 물었다.“왜 여기에 서 있는 거야?”효주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뭐 마시고 싶은 거 있나 물어보려고. 여기 주스도 많고 우유도 있어.”“난 괜찮아.”“응.”효주는 간신히 웃음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나갔다.“여기 미용사분들 다 어렵게 모셔온 거야. 마사지도 수준급이시니까 언니도 눈 감고 푹 쉬어봐. 좋을 거야.”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효주는 서연우 쪽 상황을 살피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가 누웠다. 반짝거리던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실망으로 빛을 잃은 듯 보였다. ‘제길. 윤성아였으면 일이 쉽게 풀렸을 텐데 설마 진짜로 안효연이 살아 돌아올 줄이야! 이제 어떡하지... 이 인간들은 왜 이렇게 목숨줄이 긴 거야. 하나같이 내 앞에 나타나 일을 망치잖아! 윤성아 그 버러지 같은 인간은 나에게서 강주환을 뺏으려는 것도 모자라 아들까지 빼앗으려 하고. 게다가 20년 전 비밀도 알고 있어서 언제 까발릴지 모르는데 이젠 안효연까지... 기억을 잃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다간... 만약 안효연이 기억을 잃지 않고 돌아와 8년 전 일을 전부 말해버렸다면 난 끝장이었어. 잠깐... 지금은 기억이 없다지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잖아…? 안돼! 그것만은 절대 안 돼!’안효주는 효연의 일로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곁에 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 폭탄을 어서 치워버려야겠다 생각했다.집으로 돌아온 효주, 이제 막 방으로 들어갔는데 윤정월이 슬며시 따라와 행여나 누가 들을까 경계하며 방문을 잠갔다. 윤정월이 입을 떼기도 전에 살기 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효주.“그거 아세요? 집으로 돌
윤성아는 말로는 울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흐느끼고 있었다.하성이는 미간을 확 찌푸린 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성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누가 아줌마를 괴롭혔어요? 알려주세요! 아빠보고 혼내주라고 할게요!”“하성인 아직 어리잖아.”“제가 커서 어른이 되면 꼭 아줌마를 지켜줄게요!”이 말을 듣자, 성아는 짙은 감동에 휩싸였다. 그녀는 또다시 하성이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아이가 놀랄까 봐 금방 놓아주었다.성아는 하성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아이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뚫어질세라 바라봤다. 눈물은 아직도 툭툭 떨어지고 있다.“하성아.”그녀는 아이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그러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안효주에게 뺏겨 삼 년 동안 찾아 헤매다가 인제야 찾은 아이를 바라봤다. 성아는 지금 당장이라도 하성이를 F 국에 데려가고 싶었다.“하성아, 너는 아줌마가 좋아?”“네! 엄청 좋아요!”하성이는 거침없이 대답했다.성아는 따뜻한 웃음을 지으면서 하성이에게 말했다. “아줌마가 하성이를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 거기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거든. 그때 가서 아줌마가 아주 큰 비밀을 알려줄게. 하성이가 들으면 분명 기뻐할 거야! 응?”하성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네!”성아는 한시라도 빨리 아이를 데리고 떠나고 싶었다.“가자.”하성이를 안고 떠나려는 순간, 강주환과 마주쳤다. 집사의 전화를 받고 성아가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모양이다.그는 미간을 지푸린 채 물었다.“지금 내 아들을 데리고 어딜 가려는 거야?”“하성이는 당신 혼자만의 아들이 아니에요!” 주환은 코웃음을 치고는 성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안효주가 하성이의 친모긴 하지만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삼 년 전, 안효주가 아이를 나한테 맡길 때부터 하성인 나 강주환만의 아들이야. 강 씨 집안 아이라고!”주환은 성아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저번에도 말했지. 내 아들이 안 씨 집안과 연관되게 하려면 조건이 있다고!”“그럴 일은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