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아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왼발로 몸을 지탱하면서 다시 통제실로 향했다.거센 바닷바람 속에서 불길은 거침없이 활활 타올랐다. 검은 연기에 숨이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다행히 밀폐된 공간이 아닌 덕에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다.얼마 후 드디어 통제실 앞에 도착한 윤성아는 나엽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 힘껏 금속 문을 잡아당기는 소리를 들었다.나엽은 혹시라도 윤성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되어 자기 몸이 다치는 건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문을 부수려고 했다. 뼈가 찌릿찌릿하고 피를 토했는데도 그만두지 않았다. 그가 힘껏 잡아당기던 손잡이는 어느덧 슬슬 덜렁거리기 시작했다.“나엽 씨!”희미한 목소리를 들은 나엽은 곧바로 문틈에 대고 말했다.“성아 씨! 성아 씨에요?”“네!”윤성아는 큰소리로 대답하면서 나엽에게 말했다.“누군가가 저희 방문을 잠그고 불을 질렀어요! 제가 어떻게든 문을 열어볼게요!”윤성아는 주변에 쓸 만한 도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힘을 다해 자물쇠를 향해 메쳤다.결국 불이 통제실을 삼키기 전에 자물쇠가 툭 떨어졌다. 안에 갇혀 있던 나엽도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나엽은 당장이라도 불에 삼켜질 것 같은 크루즈를 바라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성아 씨, 우리 바다에 뛰어들어요. 일단 잠깐만요.”나엽은 몸을 돌려 불 속으로 뛰어들더니 아직 타버리지 않은 구명조끼 두 개를 들고 왔다. 그리고 먼저 윤성아에게 입혀주고 자신도 입었다.손을 맞잡은 채로 바다에 뛰어든 두 사람은 마침 높은 파도를 맞게 되었다. 맞잡은 손은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한 채 풀려버렸지만 높은 파도는 잇따라 밀려왔다.나엽을 구해내느라 오른쪽 다리가 부러질 대로 부러진 윤성아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래서 정신을 잃은 채 파도에 휘말려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성아 씨!”나엽은 큰 소리로 외치면서 윤성아를 향해 헤엄쳐 가려고 했다. 하지만 또다시 파도가 밀려오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져갔다.크루즈는 이미 불길에
고은희는 황급히 강주환의 앞을 막아섰다.“주환아, 얼른 주혜를 풀어주지 못해? 네 동생이 다친 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야?”강주환은 고은희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강주혜를 데리고 성큼성큼 멀어져갔다.고은희는 분을 참지 못하고 목덜미를 잡았다. 그러자 안효주가 다가가면서 위로했다.“어머님, 화내지 마세요. 주환 씨도 마음이 급해서 그러죠. 윤 비서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데요.”“흥!”고은희는 콧방귀를 뀌었다.“그년은 그냥 죽어야 해. 그래야 내 아들을 귀찮게 굴지 못하지.”안효주는 고은희를 다독여 주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윤정월에게 전화를 걸었다.“일은 어떻게 됐어요?”“성공했어!”윤정월은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약간의 불안이 섞여 있었다.“네 말대로 셋 다 불에 타죽었을 거야!”“확실해요?”“응!”윤정월은 자신이 어젯밤 한 일을 다시 한번 얘기했다.“문이란 문은 다 잠그고 불을 질렀어. 그리고 강주혜는 정신 잃고 쓰러져 버려서 그대로 타죽었을 거야.”안효주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아침 강주혜가 살아서 돌아왔어요. 조금 전! 내가 있는 이 집으로요!”“뭐?! 어떻게 그럴 수가?!”‘만약 강주혜가 살아 있다면 윤성아와 나엽은? 둘은 방안에 잠겨 있었으니 무조건 죽었겠지?’안효주는 강주혜가 했던 말을 윤정월에게도 알려줬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윤성아와 나엽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 만약 윤성아도 강주혜처럼 살아 있다면 진짜 큰일이었다.윤정월은 당황한 말투로 물었다.“그러면 어떡하지? 아무튼 나는 이미 네 말대로 했어! 나는...”“도망갈 때 누구랑 마주치지는 않았죠?”안효주는 표독한 눈빛으로 윤정월의 말머리를 자르면서 말했다.“그럼! 네가 말한 크루즈를 찾은 다음 누구도 몰래 올라탔어. 그리고 계속 숨어 있다가 강주혜를 공격할 때도 뒤에서 다가갔어.”윤정월은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다행이네요. 요즘은 운성시에 가만히 있어요. 내가 찾아
이날 밤은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세차게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다음날 오전 10시 즈음이 되어서야 강주환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옆에 사람이 누워있다는 것을 느꼈다.서서히 고개를 돌려 옆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윤성아였다. 윤성아가 그의 곁으로 돌아와 옆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머릿속에 어젯밤의 기억들이 점차 떠올랐다.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꿈에서 윤성아가 그의 곁으로 돌아왔고 그는 미친 듯이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점차 그녀가 호흡이 곤란해질 정도로 그녀의 입술을 탐하다가 같이 보냈던 수많은 밤처럼 어제도 같은 밤을 보낸 꿈을 꾸었다.“주환 씨.”잠에서 깬 안효주가 눈을 떴다.강주환이 자신을 그윽한 눈길로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발그레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강주환은 바로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는 단번에 안효주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왜 네가 여기 있는 거지?”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말했다.“왜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건데요? 주환 씨, 설마 저를 그 죽어버린 여자로 착각한 거예요?”안효주는 강주환에게 말했다.“어젯밤 술집에서 술에 만취한 주환 씨를 집까지 데리고 온 사람은 나예요! 여기는 우리 신혼집이라고요!”그녀는 어젯밤 얼마나 황홀한 시간을 보냈는지 강주환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이내 몸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을 강주환에게 보여주며 그가 어젯밤에 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사실은? 그녀의 몸 곳곳에 남겨진 흔적들은 사실 그녀 혼자 만들어 낸 것이었다!강주환이 말했다.“절대 그럴 리 없어!”그는 절대 윤성아 외에 다른 여자를 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사실이 눈앞에 있잖아요!”안효주는 강주환을 빤히 보며 애원하는 듯 비굴한 어투로 말했다.“주환 씨, 제발 윤 비서를 잊어요. 네? 우리는 이제 부부잖아요. 게다가 어젯밤도, 우리 아주 행복했잖아요.”안효주는 강주환에게 자신에게도 눈길을 돌려달라
안효주는 침착하게 말했다.“어머님은 혹시 그때 한의사의 치료로 다 완치가 된 거 아닐까요? 그래서 다시 검사했을 때 간암 말기가 아니게 된 게 아닐까요?”강주혜가 바로 반박했다.“지금 또 헛소리하시는 거예요?! 안효주 씨, 몇 달 내내 엄마 곁에 붙어있으면서 병원도 한두 번 같이 간 게 아니잖아요. 심지어 아는 선배 불러오겠다고 했을 땐, 저를 말리기까지 했죠. 하!”강주혜는 차갑게 웃어버리고는 죽일 듯이 안효주를 노려보았다.“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몰라요? 정말 우리 모두가 바보로 보여요?!”“...”안효주는 여전히 머리를 굴리며 변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주환은 이미 일전에 고은희가 쓰러지게 되었을 때 정밀검진하려던 그를 막은 상황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강주혜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이게 되었다.“안효주 씨, 그 입에서는 변명만 나오네요? 죽을 때까지 변명만 할 건가요? 오늘 내가 오빠까지 부른 건, 그만큼 충분한 증거가 있어서 이 자리에 부른 거예요. 내가 말했죠, 엄마는 이미 내 선배가 다시 한번 검사했다고. 그리고 엄마는 애초에 암에 걸린 적이 아예 없는 거로 결과가 나왔어요!”강주혜는 이내 검사 결과 자료 뭉텅이를 테이블 위로 던졌다.“이건 방금 나온 우리 엄마의 검사 결과에요!”그리고 그녀는 다시 한번 선배를 언급하며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선배는 간 치료 분야에서 전문가예요. 선배가 이미 우리 엄마를 자세하게 검사했고, 확실히 우리 엄마 간 쪽에 뭔가가 작은 무언가가 보인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건 그저 작은 염증일 뿐이라고 했죠. 우리 엄마는 아주 건강하시다고요! 병원에 입원할 필요도 없었고 그냥 소염제만 며칠 먹으면 되는 병이었어요!”강주환은 검사 결과를 살펴보았다. 강주혜는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엄마가 간암 말기 진단을 받게 된 것도 선배가 다 확인해 줬어. 엄마가 병원에 갔을 때 동명이인이었던 환자와 실수로 결과가 바뀐 거래. 그래서 엄마가 간암 말기라는 오진을
안효주는 손을 뻗어 다시 한번 강주환의 바짓자락을 붙잡으며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주환 씨, 우린 이미 결혼식도 했잖아요! 영주시랑 운성시의 모든 가문도 알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겐 이미 저는 주환 씨 아내라고요. 절 쫓아낼 수 없어요! 주환 씨가 저를 버릴 거라고 해도 버릴 수 없다고요!”강주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강주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당신이라는 여자는 대체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죠? 인제 보니 그냥 꽃뱀이 아니고 쉽게 뗄 수 없는 거머리 같은 사람이었어요?”강주혜는 바로 시선을 돌려 강주환을 보았다.“오빠, 이 거머리 같은 여자를 아무리 떼어내기 힘들다고 해도 반드시 깔끔하게 떼어내야 해! 안 그러면 또다시 역겨운 짓을 할 거야!”안효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강주혜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듯했고 다시 고은희 앞으로 기어가 통곡하며 말했다.“어머님, 제발 부탁드려요. 저 그동안 어머님 말씀 잘 들었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만 저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전 그동안 계속 어머님께 효도해 왔어요. 정말로 주환 씨를 사랑한다고요. 이렇게 버려지고 싶지 않아요!”안효주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있었고 목멘 소리로 말했다.“어머님, 제가 가져온 그 약들은 어머님 건강에 아주 좋은 거예요! 몸보신하는 거라 다른 문제가 전혀 없어요! 정말이에요!”안효주는 계속 말을 이었다.“어머님, 전 안씨 가문의 딸이에요. 저야말로 주환 씨에게 어울리는 결혼 상대라고요. 주환 씨 아내는 저뿐이고, 앞으로 안씨 가문의 모든 것이 다 주환 씨 것이 될 거예요! 게다가 어젯밤에 전 주환 씨랑 같이 있었다고요.”안효주는 일부러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며 고은희에게 목에 남은 흔적들을 보여주었다.“어머님, 어쩌면 제가 또 주환 씨의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부탁드릴게요. 주환 씨 좀 말려주세요. 제발 절 버리지 말라고 말려주세요, 네?”강주혜는 바로 미간을 확 찌푸리며 실망 가득한 눈길로 강주환
고은희는 본능적으로 강주혜를 혼내려고 했다. 어떻게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항상 아이들을 위해 움직여왔고, 항상 강주환이 잘 되길 바랐다. 하지만 강주환이 그동안 행복하지 않았을뿐더러 윤성아가 죽은 일로 마치 혼이라도 잃은 사람처럼 공허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너...!”고은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됐다, 이젠 너희들은 상관하지 않을 거다! 앞으로 너희들이 누구를 만나든 알아서 해! 앞으로 더는 내 허락도 구할 필요 없다!”...강주환은 결국 안효주와의 모든 것을 끝내고 안효주를 본가에서 쫓아냈다. 그리곤 안효주에게 앞으로 다시는 영주시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되고, 그의 앞에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그는 심지어 더는 안효주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며, 그와 안효주는 그저 아픈 어머니를 위해 연기를 했던 것뿐이라며 세상에 밝혔다.안효주는 울면서 운성시로 돌아가게 되었고 모든 걸 알게 된 안진강은 바로 강주환을 찾아왔다.“강 대표와 효주 사이의 일은 이미 효주를 통해 다 알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이 가짜일 줄은 몰랐네요!”모든 것을 알게 된 안진강은 화가 났다. 하지만 안효주가 동의한 일이었고 안효주는 강주환과 결혼하기 위해 자존심마저 다 버린 것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아무리 화가 나도 도저히 분노를 표출할 수가 없었다. 안효주는 강주환과 결혼하기 위해 자살 소동까지 벌였었기 때문이다.여하간에 이 모든 건 그의 딸 탓이었다. 그랬기에 안진강은 자존심을 꺾어가며 강주환을 찾아와 얘기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결혼식을 치렀잖아요, 아닌가요? 이 일은 영주시와 운성시의 모든 사람이 알아요. 만약 이 일을 전부 밝힌다면, 그건 제 얼굴에 흙칠하는 거와 뭐가 다르죠! 더군다나 효주는 확실히 강 대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잖아요!”안진강은 딸을 위해 체면까지 내려놓으면서 강주환에게 말했다.“제가 전에도 말했잖아요. 안효주는 지금 제게 남은 유일한 딸이라
윤정월은 바로 눈을 붉혔다.“효주야, 얼른 봐봐. 어디 또 다친 곳은 없어?”“난 괜찮아요!”안효주는 차가운 얼굴로 윤정월의 따스한 손길을 거절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정월을 보며 말했다.“잘 들으세요. 앞으로 이 집에서는 저를 아가씨라고 불러요. 절대 제 엄마라고 밝히면 안 돼요. 그리고 얼른 이 일을 그만두세요!”안효주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성형하기 전의 얼굴이 윤정월과 얼마나 닮았는지 말이다. 예전에는 눈치 못했지만 윤정월이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아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안효주는 불안했다. 윤정월의 등장으로 안진강과 서연우가 자신이 친딸이 아닌 것을 알게 될까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정말로 망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윤정월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다소 상처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효주야, 난 그냥 네 곁에 가까이에서 널 보살펴 주고 싶었어! 앞으로 내가 널 효주라고 안 부를게, 그러니까 응? 넌 아가씨고, 난 그냥 널 보살피는 도우미야. 아가씨가 좋아서, 나 스스로 네가 시키는 모든 것을 하는 도우미가 될게.”윤정월은 말을 이었다.“그 사람들 앞에서든, 뒤에서든 절대 입 밖에 꺼내는 일도 없을 거야. 절대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을게! 정말이야! 그러니까 아가씨, 나를 옆에 둬. 분명 도움이 될 거야!”안효주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결국 선택을 내렸다.“알았어요. 남아있어도 돼요. 하지만 잠시일 뿐이에요. 만약 시킨 일 제대로 못 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안효주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정월이 바로 대답을 했다.“절대 그럴 일 없어!”윤정월은 맹세하듯 말했다.“난 분명 모든 걸 다 해낼 거야. 절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고!”“그래요.”안효주는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윤정월은 안효주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얼굴에 난 상처와 몸에 있는 상처를 보니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은 음험하게
의사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로 대답했다.“확실합니다. 윤성아 씨는 지금 이미 임신 8주 차입니다.”윤성아가 임신하기 어렵다는 상태도 사실이었다.“임신하기 어렵다는 말은 임신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윤성아 씨가 임신하셨잖습니까, 아닌가요?”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을 들어 아직 평평한 배 위에 올렸다. 배 안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아이에 윤성아는 그대로 통곡하게 되었다. 의사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고 알릴 것을 말해준 뒤 바로 나가버렸다.윤성아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시에 기쁜 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나엽 씨, 저 임신했대요. 방금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이미 배 속에 아이가 있대요!”윤성아는 일전에 송유미에 의해 혀가 잘리고 아이도 유산했었다. 그런 그녀를 먼저 찾은 것도 나엽이었다. 그는 그때 당시 윤성아의 곁에서 그녀의 치료를 도왔고 두 눈으로 직접 그녀가 아이를 잃은 고통에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도 봤었다. 그녀는 하마터면 우울증을 앓을 뻔했었다.그리고 지금, 그도 윤성아만큼 기뻤다.“맞아요. 성아 씨는 임신했어요. 성아 씨, 지금 이미 강주환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되었어요. 아이도 가졌고요. 나중에 성아 씨 몸이 완전히 회복된다면 아이와 함께 성아 씨가 바라왔던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신은 공평했다.예전 윤성아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으면 그만큼 신은 윤성아에게 더 큰 보상을 내렸다. 그녀는 강주환에게서 벗어난 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만 있다면, 그건 신이 내려준 제일 큰 보상일 것이다!평정심을 되찾은 윤성아는 나엽에게 그녀가 정신을 잃은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그러자 나엽이 입을 열었다.“그날 밤 우리가 크루즈에서 뛰어내린 후, 성아 씨는 바로 파도에 휩쓸려 버렸어요. 저도 파도에 휩쓸려 성아 씨와 점점 더 멀리 떨어지게 되었고요. 성아 씨 곁으로 어떻게든 가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