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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적매화
김단이 전에 묵었던 별당은 매화당이었다.

정원에 무수한 매화나무가 심겨 있었는데 꽃샘추위가 찾아올 즈음 핀 매화꽃들은 초봄까지 지지 않았다.

그녀가 어릴 적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매화라는 소리에 진산군은 조선 팔도로 사람을 보내 매화나무를 구해왔고 그 종류는 다양했다.

그 후로 매년 수백 냥의 은자를 들여가며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매화나무를 극진히 돌봤다.

하지만 매화당에 핀 매화꽃이 아름답다는 임원의 말 한마디에 매화당은 곧 임원의 별당이 되었다.

그 순간에는 자기 별당을 빼앗긴 것 같아 분하기도 했으나, 지금 돌이켜보니 이 집안의 친딸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이었다. 이 집안의 물건과 사람들은 전부 임원의 것이었다.

김단, 그녀야말로 남의 자리를 꿰찬 외부인이었다.

길을 안내하던 몸종이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아씨를 모셨던 몸종이 혼인하여 출가하는 바람에 마님께서 쇤네를 아씨께 보내셨습니다. 쇤네는 숙희라 하옵고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시거든 쇤네를 불러 말씀하시면 됩니다.”

숙희는 통통한 볼에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단은 그녀가 눈에 익었다.

“혹 전에 오라버니를 모시지 않았더냐?”

숙희가 놀란 듯 답했다.

“쇤네를 알아보시겠습니까?”

김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예전에 임학의 외별당에 드나들면서 몇 번 마주쳤던 기억이 있었다.

그녀는 임학의 몸종을 자기에게 붙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 3년 전만 해도 임학은 그녀가 임원을 해치려 한다고 오해하며 그녀에게 적대심을 품었다.

그런 사람의 몸종을 붙인 거로 보아, 감시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새로 안내받은 별당은 그리 넓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연못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이면 연꽃이 활짝 피어 꽤 아름다웠을 테지만, 지금은 연꽃이 다 지고 시든 가지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실내에 불을 지핀 덕에 따뜻했다.

미리 따뜻한 물을 준비해 둔 숙희는 김단의 목욕을 돕기 위해 나섰으나, 김단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혼자 하면 된다.”

숙희가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

“어찌 아씨 스스로 하게 놔둘 수 있겠습니까? 당치 않습니다.”

“혼자 하겠다.”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하는 김단의 어투에 숙희는 손에 든 옷가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쇤, 쇤네 밖에 있겠습니다. 혹 시키실 일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그래.”

김단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몸종이 밖으로 나가 문을 닫은 뒤에야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한 시진이 훌쩍 지난 뒤에야 그녀는 조모님이 계시는 안채에 들어설 수 있었다.

허나,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임학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

“어찌하여 옷을 갈아입지 않았느냐?”

임학이 얼굴을 찌푸리며 화난 듯 말했다.

“궐에서 무수리로 지내며 고생했다고 알리고 싶은 게야?”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임학은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

“동정심을 살 속셈이거든, 그 마음은 접어두는 게 좋을 것이다. 너 때문에 편찮으신 조모님 건강이 악화라도 되면 내 용서치 않겠다!”

임학이 거칠게 밀어버린 바람에 아픈 발목으로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한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만하시게!”

마침, 안으로 들어오던 임씨 부인은 이 장면을 목격하고 급히 몸종에게 그녀를 부축하라고 눈짓했다.

“어머님, 소자 잘못이 아닙니다. 누이가 자기 옷을 놔두고 저 낡은 옷을 입고 조모님을 뵙고자 했단 말입니다. 이 꼴로 들어가면 조모님의 병만 악화할 겁니다.”

그제야 부인의 눈에도 무수리 옷차림을 한 그녀가 들어왔다.

한숨일 길게 내쉰 부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조모님의 건강이 날로 악화하였단다. 네 오라비도 네 생각을 해서 한 말이니 마음에 둘지 말거라. 이 어미도 옷은 갈아입고 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김단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옷이 다 작습니다.”

임씨 부인이 미리 준비해 뒀던 새 옷들은 임원의 체형에 맞춰 준비한 것이었다.

임원보다 키가 큰 그녀가 입기엔 작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구나, 이 어미가 생각이 짧았다. 새 옷을 마련하겠다.”

그러나 임학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

“작아봤자 얼마나 작겠느냐? 원이보다 키만 조금 큰 것뿐인데 어찌 못 입는다는 거냐?”

한숨을 길게 내쉰 김단은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옷소매를 걷어 올렸다.

“가릴 수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숨죽여 놀랐다.

김단의 두 팔은 시퍼런 멍과 상처들로 가득했다. 동상에 걸려 피부가 찢겨 고름이 나 아물지 못한 피부는 보기 흉측할 정도였다.

가죽이나 나무로 매를 맞은 것 같은 흔적이 가득한 손목은 새로 생긴 흉터와 오래전에 생긴 흉터가 얼기설기 얽혀있었고 그런 자국들은 손등까지 이어져 있었다.

임학은 그제야 그녀의 말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모님께 절을 올릴 때 분명 상처가 드러날 것이고 조모님께서 분명 괴로워할 것이기에 작은 옷을 입을 수 없었다.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이 어미에게 화가 나서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게로구나. 내가 속상해할까 봐 거리를 둔 거였어, 그렇지?”

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옆에 서 있던 숙희가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쇤네더러 밖으로 나가라고 하신 연유가 이것 때문이었군요. 온몸에 난 상처들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이지요?”

몸종의 말에, 부인이 기겁을 하며 외쳤다.

“어서 의원을 불러오거라!”

한편,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임원이 눈물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어찌... 어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오?”

뻔뻔하게 궁인들을 탓하는 임원의 발언은 김단의 심기를 건드렸다.

“공주자가께서 하명하셨 때문이오. 나를 괴롭히는 궁인들에게 상을 내리겠다 하셨소. 잔인하게 괴롭힐수록 더 큰 상을 내리셨다지. 공주자가의 유리잔을 깨트린 죄를 내게 뒤집어씌운 게 누구였던지…”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은 임원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김단을 노려보더니 커다란 눈망울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떨궜다.

‘누가 보면 자기가 궐에서 고생한 줄 알겠구나.’

임원의 뒤를 지키고 있던 몸종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때, 합심하여 김단을 모함한 몸종은 여전히 임원을 모시고 있었다.

결국 말끝마다 사랑한다던 임씨 부인의 팔은 안으로 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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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단은 방금 벗어 놓았던 옷을 걸칠 새도 없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무슨 일이냐? 누가 이리 소리치는 것이냐?”숙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의 뒤를 바짝 따랐다.“쇤네도 모르겠습니다. 아씨 옷을 걸치십시오. 밖이 많이 찹니다!”하지만 김단은 자신의 옷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임원이 물에 빠졌다면 아마도 자기 별당에 있는 연못일 것이기에.그 옛날 유리잔 깨뜨린 죄로 세답방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었다. 만일 임원이 이번 사고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임학이 당장 그녀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김단이 도착했을 땐,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임원이 보였다.얼어붙은 물속에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돌다리 위에 몰려든 하인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성큼성큼 다가간 김단이 그들에게 외쳤다.“뭣들 하는 것이냐? 당장 구하지 않고 뭐 하는 것이냐?”몇 명의 몸종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쇤네 때문에 아씨께서 정절을 잃으시면 어찌합니까?”“정절을 지키는 것이 생명보다 중하더냐?”김단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몸종을 노려보더니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연못은 깊지 않았으나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얼음장 같았다.연못 바닥은 진흙투성이라 발을 딛기가 어려웠다. 조금만 방심하면 가라앉을 수 있다.힘겹게 임원을 구해낸 김단이 밖으로 나오자, 숙희는 얼른 두터운 옷으로 두 사람을 단단히 감쌌다.“뭣들 하는 거야? 어서 의관을 불러와! 내가 두 분을 모시고 방으로 갈 테니 뜨거운 불을 지피고 따뜻한 생강차를 내오거라!”숙희의 화난 목소리에 구경하고 있던 다른 몸종들이 제각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임원의 몸종이 이곳으로 달려왔다. 몸종의 뒤에는 임학도 있었다.얼음물에 빠져 얼굴이 창백해진 자기 주인을 발견한 명희는 황급히 임원을 감싸안았다.“아씨 괜찮으시옵니까? 어찌 물에 빠지신 겁니까?”명희는 곧장 김단을 노려보며 따졌다.“아씨께서 우리 아가씨를 밀치신 거지요?”억울한 사람을 몰아가는 것은 3년 전 그대로였다.그녀가 뭐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화

    김단의 말에 임학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의 머릿속에 물속에서 발버둥 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나인들이 떠올랐다.그는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임학이 정신을 차렸을 땐 김단이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아씨…”명희의 울음소리가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임원은 명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울기만 할 것이냐? 어서 의원을 불러오거라!”명희는 그제야 황급히 의원을 데리러 갔다.임학은 임원을 부축하여 매화당으로 향했다.얼마 뒤 의원은 임씨 부인과 함께 매화당으로 들어왔다.의원이 한편에서 임원의 진맥을 하고 있을 무렵 부인이 임학을 끌고 밖으로 나가 물었다.“어찌 된 일이오? 갑자기 물에 빠졌다니? 혹… 혹 단이가…”“어머님!”임학이 미간을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단이가 원이를 구했습니다.”그는 한쪽에 서 있던 명희에게 손짓했다.“이리 오너라.”숙희에게 뺨을 맞아 얼굴이 부어있던 명희는 임학의 부름에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달려왔다.의도적으로 부인에게 자신이 맞았다는 것을 알리기 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임씨 부인은 명희의 얼굴이 부어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네 얼굴은 왜 또 그 모양이냐?”명희는 말없이 임학의 눈치를 살폈다.임학은 명희를 한 번 흘겨보더니 물었다.“단이와 원한이 있는 사이냐?”속으로 깜짝 놀란 명희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쇤네가 감히 아씨와 무슨 원한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면, 단이를 계속 모함하려 드는 연유가 무엇이더냐?”임학이 싸늘하게 물었다.자기가 알고 있는 누이는 절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다른 이를 해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게다가 임원과 김단이 밖으로 나온 뒤에야 임학은 명희와 함께 그곳에 도착했다.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3년 전에도 이 몸종의 증언 때문에 김단의 죄가 확실시되면서 세답방으로 끌려갔다.명희는 임학이 화를 참고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입을 잘못 굴렸다간 꼼짝없이 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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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7화

    김단이 눈살을 찌푸렸다.소정원이 그녀를 오해하고 있었다.하지만 소정원과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자신의 말을 믿어줄 리가 없다.하지만 소하의 눈빛도 같이 어두워졌다.소정원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분노가 들어있었다.“진상을 밝히기 전까지,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이야.”하지만 소정원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그녀의 말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진상이 어찌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당시에 저는 모친과 있었사옵니다, 자칫하면 그 사람들한테 죽을 뻔했습니다! 만일 작은 형수님이 아니었다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옵니다!”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소정원의 눈가가 붉어졌다.놀란 마음이 아직 진정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그리고 억울한 말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찾으려고 했는데, 먼저 도망갔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그녀의 말에 소 씨 부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정원과 함께 김단을 찾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였다.허나 김단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서운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하지만 잠시 감정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그만하거라. 네 형수도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소정원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몸을 돌려 김단을 보지도 않았다.김단은 귀찮은 마음에 자리를 떴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이 돌아오셨습니까?”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임원이었다.김단이 눈살을 찌푸렸다.임원은 몸종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얼굴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다.“누이, 어찌 이리 되셨습니까. 홀로 숲으로 도망쳤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흑흑흑..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옵니다..”임원은 엉엉 울었다.진심 어린 행동을 하며, ‘누이’ 라며 친근하게 부르는 모습에 김단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옆에 있던 소정원은 화를 내며 다가왔다.“형수님, 저런 사람을 어찌 걱정하시옵니까?”임원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정원,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누이는 어쩔 수 없이 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6화

    과거의 기억이 다시 몰아치자, 김단은 그만 묻혀 버리고 말았다.그 순간 만큼은 저항할 생각도 없었다.마치 상황에 홀린 것 같았다.어찌 자신의 말을 믿을 것이라 생각했을까,그가 한 번도 자신의 말을 믿은 적이 있었는 가.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기운이 퍼졌다.김단의 자신의 두 팔로 자신을 끌어안았다.작은 따뜻함이라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차가운 기운은 사방곳곳에서 퍼졌다.김단은 자신을 더욱 감싸안았다.그녀의 몸은 벌벌 떨기 바빴다.옆에 있던 소한은 김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어쩌면 오늘 일에 화가 나서, 순간 차가워졌다고 생각했다.그는 손에 쥐고 있는 겉옷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마부에게 앞으로 가라는 지시만 내릴 뿐이다.진상은 자신이 돌아가서 직접 조사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해시가 되기 전에 마차가 관저 앞에 멈췄다.김단이 가림천을 들췄다.소한이 밖에 서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그녀의 발목이 다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성을 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김단은 그를 무시했다.아픔을 꾹 참고 마차에서 내렸다.소한은 눈살을 찌푸렸다.어찌 된 일 인지 알 수 없었다.숲에서는 자신의 등에 기대어 있었지 않았는 가.그때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았는 가.“아씨!”큰 목소리가 들려왔다.숙희가 서둘러 관저에서 뛰쳐나왔다.그녀는 김단을 보자 눈물을 쏟아냈다.“흑흑, 아씨, 다쳤사옵니까? 흑흑흑..”숙희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김단도 자신의 모습이 꼴사나울 것이라 생각했다.머리가 풀려 있고 치마도 찢어졌으며, 팔목에는 여러 상처가 그어져 있었다.숲에 가시나무가 많았던 탓이다.그저 도망치기 바빠서 상처는 볼 시간도 없었다.숙희가 알려주고 나서야,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김단은 숙희에게 몸을 반쯤 기대었다.농을 하며 웃었다.“울지만 말고, 네 아씨를 데려가야 하지 않겠느냐.”숙희는 그제야 눈물을 닦고, 김단을 부축하여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곧이어 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5화

    주변이 어두운 탓에 소한은 김단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하지만 쫓아오는 길 내내,나뭇가지에 걸린 천, 나뭇가지에 묻은 피, 심지어 나뭇가지에 걸린 머리카락을 보면서 그녀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몸 어느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을 것이다.김단은 아프다고 하지만 어디가 아픈 지는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다.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에 소한도 마음이 아팠다.그는 서둘러 몸을 돌렸다.마치 십 몇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올라타시오.”그리 익숙한 넓은 등을 보자, 김단은 여러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곧바로 손을 뻗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그리고 익숙하게 그의 등에 몸을 기대었다.소한은 그녀를 업었다.한 손으로는 그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허리춤에 있는 긴 검을 뽑아냈다.검을 휘두르며 가시나무 길을 향해 걸어갔다.달빛이 여전히 얼룩덜룩했다. 동시에 밤의 바람도 유난히 추웠다.하지만 지금 만큼은 달랐다.김단은 열여덟의 소한에게 업혀 있는 것 같았다.이로 말할 수 없게 안심이 되었다.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두 사람은 숲을 빠져나왔다.그리고 산 동굴 앞에서는 불을 피우고 있었다.몇 명의 아전들이 시체를 밖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바람에 의해 천이 들춰지더니 시체의 얼굴이 드러났다.그 사람은 구서였다.김단이 깜짝 놀랐다.“저, 저 자가 어찌..”혹여 자신이 구서를 돌로 죽인 것일까.그리 세게 힘을 주었나.소한은 김단을 멀지 않은 마차까지 업어다 주었다.그리고 천천히 마차 위에 올려놓고 대답했다.“구서가 원이를 범하려고 하였소, 그래서 원이가 죽였소.”임원이 죽인 것이다.김단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임원은 어디 있습니까?”“걱정하지 마시오, 원이는 무사하오. 어머니와 정원이를 데리고 돌아갔소.”소한의 말투는 다정했다.임원을 입에 올려도 며칠 전처럼 차갑게 굴지 않았다.김단의 마음이 내려앉았다.“임원이 무슨 말을 하였습니까?”소한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김단의 몸에 덮어 주었다.“아무 말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4화

    김단이 다시 한번 더 은침을 꺼내 구서의 다리를 향해 찔렀다.매일 소하에게 침을 놓기 때문에, 수법이 손에 익숙했다.구서의 허벅지를 찌른 이유는 제일 아픈 부위이기 때문이다.그는 고통스러움에 바닥을 굴렀다.“아!”비명소리가 동굴 안에 가득 퍼졌다.김단은 무리들에게 들킬까 봐, 구서의 몸에 올라타 그의 입을 막았다.구서는 힘껏 저항했다.그의 힘은 김단보다 훨씬 강했다.김단이 그의 몸 위에 올라탔어도, 온 몸의 힘을 써서 두 손을 눌렀다고 해도 곧 한계였다.이때, 그녀의 눈에 돌이 들어왔다.서둘러 떨어진 돌을 주워 구서의 머리를 향해 공격했다.그러자 살이 벗겨진 탓에 머리에서는 피가 났다.그 탓에 김단의 눈에 피가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곧이어 그녀의 뇌리에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이전에 숲에서 산적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던 일이 있었다.순간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은 마음에, 손에 들고 있던 돌을 내던졌다.다행인 것은 구서가 기절했다는 것이다.김단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밖에 나갔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김단은 구서가 그들을 어디에 가두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구서의 하인들에게 잡혀서는 안되었다.잡히면 그의 말대로 끔찍한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해가 빠르게 지고, 하늘이 어두워졌다.숲의 길도 점점 걷기 어려웠다.차가운 바람과 달의 빛이 숲을 비추자 더욱 음산해보였다.허나, 김단은 멈출 수 없었다.분명 구서의 하인들이 자신을 쫓고 있을 것이 아닌가.임원과 오랫동안 계획하였기에 절대로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멈추면 아니된다…멈추면 아니된다…김단은 이 한 마디만 계속 읊을 뿐이다.도망치는 길에서 얼마나 넘어졌는지 알 수도 없었다.왼쪽 발목의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 같았다.고통스러움에 발을 절뚝절뚝 걸어야만 했다.얼마 가지 않아, 뒤쪽에서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김단은 구서의 사람들이 쫓아왔을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왼쪽 발목의 고통이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3화

    김단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산 동굴 속 안에 쓰러져 있었다.주위는 깜깜했다.머리도 어지러웠다.이때,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소정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쓰러지기 전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납치를 당했다는 사실에 김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리고 소정원을 세게 흔들었다.“정원, 일어나 보시오!”혹여 들킬까 봐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하지만 너무 많은 가루를 들이마신 탓에 요지부동이었다.김단은 순간 자신의 머리가 풀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머리를 조금 움직이자 머리카락이 밑으로 흘러내렸다.누군가가 비녀를 가져간 것이었다.심지어 소정원의 비녀도 사라지고 없었다.어찌 그녀들의 비녀를 가져간 것일까.혹여 비녀로 그들을 공격할 것을 알아챈 것일까.김단은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그리고 그들을 납치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맞히었다.구서!이전에 김단이 비녀로 그의 눈을 찔러 실명하게 했다.이리저리 생각하고 있을 때,동굴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아직도 안 깬 것이야?”구서의 목소리였다.곧이어 한 사람이 그에게 답했다.“작은 도련님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약에 취해서 정신도 못 차립니다!”구서는 코웃음을 쳤다.“저 계집들이 얼마나 거센 줄 알아? 쓰러진 척하면서 내 눈을 찌른 거라고!”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구서는 깊은 분노가 밀려왔다.또 다른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그래서 노비가 계집들의 비녀까지 다 빼냈사옵니다.”그의 말에 구서는 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하, 역시 네가 일을 제일 잘 하는구나! 저 ‘김’ 씨 계집, 내가 오늘 결판을 내겠어!”그리고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구서는 먼저 바닥에 누워있는 김단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옆에 있는 소정원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죽고 싶어? 이 계집을 왜 데리고 온 거야?”상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아니, 둘째 도련님은 여러 명이랑 하시는 걸 즐겨..”“짝!”구서가 상대를 향해 뺨을 내리쳤다.“나는 복수를 하려 했단 말이다! 소정원을 데리고 오면 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2화

    김단은 소 씨 부인이 그녀를 거절할까 봐 갑자기 찾아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정원도 오늘 오전에서야 들은 것이었다.그녀가 고개를 저었다.“몰랐습니다! 본래 송백선이랑 호숫가에 놀러 가려 했단 말입니다.”소정원의 불만은 점점 커져갔다.“스님이 경을 읽어준다는 것도 어디서 들은 건지 전혀 모르겠나이다. 하는 말이 집안의 여인이 다 같이 가야 기를 받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김단은 자리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불안함이 생겨났다.그녀는 허리춤에 있는 돌과 은침을 무심코 만지작거렸다.그리고 머리에 꽂은 비녀를 만지며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법화사에는 유명한 스님이 경을 읽고 있었다.그곳에는 소 씨 집안뿐만이 아니었다.김단은 소 씨 부인의 뒤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공간에 꽉 찬 사람들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경을 다 듣고, 소 씨 부인은 몇 명을 데리고 스님을 찾아가 절을 했다.그리고 평안부를 받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다른 집안 몇몇은 이미 자리를 떴다.또 다른 집안은 법화사에 남아 스님의 기도를 받기를 기다렸다.법화사 밖에는 소 씨 집안의 마차 두 대만 남았다.한편, 소정원은 차에 기대 잠을 자고 있었다.김단도 피곤하기 마찬가지였다.잠시 눈을 붙이려 쉬려했지만 차가 갑자기 흔들렸다.그 바람에 소정원도 벌떡 일어났다.마차 밖에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뭐하는 놈들이냐!”그 바람에 소정원과 김단도 깜짝 놀랐다.그들이 서둘러 마차의 천을 걷어치우자, 검은색 옷을 입은 열몇 명의 무리가 앞길을 막고 있었다.무리는 관저의 시위병의 질문에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긴 검을 꺼내 들고는 시위병들을 향해 공격했다.시위병들도 검을 꺼내 공격에 맞섰다.허나, 검은 옷의 무리들은 마차 안을 노렸다.시위병들의 저지 아래, 무리들 중 몇 명이 마차를 향해 공격했다.소정원은 깜짝 놀라며 소리 질렀다.“형수님, 조심하십시오!”말을 끝나기가 무섭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1화

    소한과 임원의 등장은 그저 작은 일에 불과했다.김단과 소하의 일상은 아무 이상 없이 흘러갔다.숙희가 의원에게서 두 권 의서를 가져왔다.한 권은 소하의 다리 관리에 대한 내용이었다.나머지 한 권은 두꺼웠다. 내용은 의원이 오랜 세월 정성스럽게 쓴 기록이었다.숙희가 김단에게 알려주기를, 의원은 김단에게 재능이 있다고 믿기에 많이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전했다고 했다.하지만 김단은 자신을 어릴 때부터 보았기에, 편애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자신의 신분을 들킬 수도 있는 의서를 감히 누구에게 보여줄 수 있을 까.그녀는 의원의 호의를 저버리지 않고,시간이 날 때면 의서를 꺼내보고는 했다.마치 소한과 임원을 깨끗하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어느 날, 소 씨 부인이 집으로 찾아왔다.법화사에 절을 하러 김단을 데려가려고 하던 참이다.“절이요?”소하는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그리고 김단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질문을 던졌다.“오늘이 부처님 온 날도 아니지 않사옵니까, 어찌 절을 하러 가시옵니까?”소 씨 부인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다. 허나, 오늘 법화사에 스님들께서 경을 읽어주신다고 한다, 듣자하니 도를 이룬 스님이라 한 번 가보려고 한 것이다. 너와 한이의 평안을 부탁할 생각이지.”혹여 김단이 가기 싫어 할까봐 다시 말을 이었다.“원이도 같이 가기로 했지.”그 말에 소하가 김단을 바라보았다.임원이 법화사에 간다면 김단은 가지 않을 것이다.“단이는 제 다리의 치료를 위해 남아야 하옵니다.”그는 질병에 관한 변명을 대면 자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소 씨 부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치료가 아니라 네가 단이를 보내기 싫은 것이 아니더냐.”그리고 김단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녀의 손을 잡고는 소하에게 고개를 돌렸다.“다리를 보살 피는 것은 큰 일이지. 허나, 절을 하는 것도 작은 일은 아니지 않느냐. 하물며 단이는 아직 싫다고도 하지 않았다, 어찌 단이를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냐?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40화

    익숙하지만 낯선 그림자였다.김단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거리가 가까워질까 봐 김단은 몸을 돌리지 않았다.그저 앞에 있는 책장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내 대신 몇 마디 하려 오셨습니까?”소한은 그녀의 뒤에 서있다.쪽진 머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억누르는 듯한 말투도 답했다.“내가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소.”“모르옵니다.”김단이 차갑게 대답했다.“소 장군의 작은 일도 알고 싶지 않습니다.”“단아..”소한의 목소리가 떨렸다.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생각이 트인 듯 목소리가 한층 가벼워졌다.“괜찮소. 천천히 들려주겠소.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다음에 모두 들려주겠소.”하지만 그의 대답에 김단은 그저 코웃음을 칠 뿐이다.다음?“저와 소 장군 사이에 다음은 없습니다.”김단은 그녀가 말한 대로 더 이상 소한을 신경쓰지 않았다.분노를 참고 있던 소한에게 불이 붙은 것 같았다.“누구와 다음이 있고 싶은 것이오?”질투 섞인 질문에 김단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소한은 그녀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방향으로 돌리려 했다.김단도 버텨 보았지만 힘이 상대가 되지 않았다.결국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그의 눈가가 붉었다.“누구, 누구와 다음이 있고 싶소?”소한이 다시 물었다.평소의 눈빛과는 다르게 다급함과 애원함이 들어있다.“내 아우와 계속 지낼 생각이오? 낭자,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오!”김단은 소한의 눈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심지어 그의 눈동자에서 자신의 침착한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마치 이전에 김단이 소한을 찾으러 갔을 때와 같았다.자신이 혼인을 바꾸지 말라고 부탁했을 때, 그의 반응과 같았다.“제가 누구와 함께 하든지, 소 장군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그리고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소 장군의 이러한 행동이 저에게 얼마나 해로운 지 아십니까.”소하의 집에 하인이 없기에 망정이다.만약 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439화

    임원이 소리를 한 바탕 질렀다.하지만 방 안의 두 사내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방법이 이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전에는 자신이 눈물 한 방울만 흘려도, 진산군 관저의 사람들이 다가와 위로해주기 바빴다.소한도 마찬가지였다.허나 오늘의 소한은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임원은 이미 소한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허나...작은 측은지심도 없는 것인가.김단은 임원의 시선을 따라 방 안을 바라보았다.소한의 준수한 얼굴에는 냉기가 가득했다.김단도 마음 한편이 좋지 않았다.허나, 소한은 항상 이러지 않았는 가.그녀를 지켜줄 때에는 한양 전체를 둘러보며 복수를 해주곤 했다.하지만 더 이상 지켜 주지 않을 때는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김단이 고개를 돌려 임원을 바라 보았다.“기억하시오. 이 세상에서 잘난 척 할 자격도 없는 자가 자네라는 것을. 나는 자네와 싸우지 않을 것이오,ㅜ자네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내가 싫소. 작은 며늘 아씨의 본분을 지키시고,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자네도 편히 지내지는 못할 것이오.”김단을 말을 끝내고 자리를 떴다.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임원의 몸이 떨기 시작했다.분노였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두려움도 섞여있다.임원은 김단이 무섭다.삼년 전에 김단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서웠다.임원의 모든 것은 김단으로부터 훔쳐 온 것이 아닌가.허나..지금은 두려워 할 때가 아니다.본분을 지키라니,소한이 방금 자신에게 한 경고가 아닌가.어찌 본분을 지킬 수 있을까.하늘 아래 모두가 평등하다면 각자의 본분을 지킬 수 있을 터,김단이 죽으면 자신의 본분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분노로 가득 찬 두 눈은 김단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이때, 그림자 하나가 그녀의 시선에 나타났다.소한이었다.소한이 방 안에서 나와 김단을 쫓아갔다.임원은 더 크게 분노했다.하지만 입가에는 냉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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