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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슬림한 몸매에 수려한 얼굴, 그리고 차가운 눈매까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윤아는 걸음을 멈췄다.

“수현아?”

여기에서 진수현을 마주칠 줄은 김선월도 몰랐다.

“할머니.”

동굴 같은 중저음 보이스. 그의 목소리는 살짝 갈라진 듯 푸석했으나 오히려 퇴폐적인 관능미가 묻어났다.

윤아는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수현은 놓치지 않고 시선을 돌려 윤아를 진득하게 쳐다봤다.

“어떻게 된 거니? 윤아가 너 밤을 새워서 못 일어났다고 했는데. 난 또 너 오늘 못 오는 줄 알았다.”

수현은 윤아가 그런 변명을 댔을 줄을 생각도 못 했다. 그는 입술을 앙다물고는 달래는 말투로 선월에게 말했다.

“밤을 꼴딱 새웠어도 할머니 뵈러는 와야죠.”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는구나.”

그녀는 언뜻 싫은 척 하긴 했지만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수현은 윤아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내가 밀게.”

수현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윤아는 그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나지 않음을 느꼈다. 아니, 오히려 상쾌한 비누 향이 맴돌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입고 있는 옷도 어제와는 다른 옷이었다. 입고 있는 검은색 셔츠는 반듯하게 다려졌고 몸에 잘 맞았다. 윤아는 누구의 정성인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 어젯밤 수현과 함께 밤을 보낸 그 누군가가 다려준 거겠지?

윤아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수현이 가까이 다가와 휠체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다가오는 걸 본 윤아는 재빨리 휠체어를 잡고 있던 손을 빼고 크게 두 발자국 이동해 그와 거리를 유지했다. 마치 수현이 가까이하면 안 될 맹수라도 되는 듯이.

몇 초 정도의 정적 후 수현의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온몸으로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양훈의 추측을 듣고 잠시나마 기대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역시 괜한 생각을 하던 거였나. 그는 자소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냐?”

수현이 휠체어를 잡고도 아무 미동이 없자 김선월이 물었다. 그제야 수현은 정신을 차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요, 할머니.”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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