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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윤아는 허리를 굽혀 모니터의 수치들을 봤다. 매일 식사량과 수면시간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요양원에 환자가 많아 간병인 분들도 매일 세심하게 환자 한 명 한 명의 생활습관을 체크 할 수 없으므로 간편한 구분을 위해 이렇게 매일 기록을 한다.

윤아는 기록된 수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간병인 말대로 미세한 변화는 있었지만 굳이 신경 쓸 정도는 아녔다. 요양원에서 지정한 정상범위가 있는데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모두 정상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윤아는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듯 입을 앙다물었다.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건가?’

윤아는 할머님의 기분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사모님. 어르신 기분을 신경 써주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괜한 걱정 하시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윤아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네. 아무래도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요.”

윤아의 말은 언제나 격식을 갖췄다. 윤아가 이렇게 말하니 간병인분도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윤아는 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근 몇 주간의 수치를 프린트해주실 수 있을까요?”

간병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간병인은 윤아의 행동이 이상하다 여겨졌지만 프린트는 어려운 일도 아니니 바로 해줬다.

윤아는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떠나기 전에 받으러 올게요. 일단 가지고 계셔 줄래요?”

“네. 사모님.”

윤아는 곧바로 선월을 보러 갔다. 그녀가 방으로 돌아갔을 땐 이미 진수현이 선월의 곁에서 말동무를 해 주고 있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선월을 따뜻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수현은 효심 깊은 손자였다. 그 사실은 윤아도 늘 알고 있었다.

“윤아 왔니?”

“할머님.”

윤아는 선월에게 다가가 그들의 대화에 참여했다.

진수현은 입가에 웃음이 잠시 옅어지는 것 같더니 이내 원래 상태로 되돌렸다. 둘은 마치 조금 전의 모든 불쾌했던 일들을 다 털어버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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