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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하지만 결국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방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수현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조금 전 선월이 했던 말이 떠오른 윤아는 의식적으로 수현의 옷에 시선이 갔다. 선월의 말대로 그는 검은색 셔츠 한 장만 걸친 채 그와 어울리는 어두운색 계열의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었는데 주위의 기운이 어찌나 우울한지 소파와 한 몸이 되어버릴 듯 파묻히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다툼은 윤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사실 부부랄것도 없이 둘은 그저 어릴 적부터 잘 지내오던 친한 친구다. 부부보다는 덜 가까운 그런 사이.

부부라는 걸 배제하고 봤을 때 수현은 윤아에게 참 많은 도움을 줬었다. 그 때문에 윤아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뭣 때문인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수현을 바라보던 윤아는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윤아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안방엔 이미 수현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고 다만 몇 통의 문자만 와있었다.

윤아가 핸드폰을 들어 확인하니 처음 보는 번호였다.

「이거 내 번호니까 저장해. 땅꼬맹이.」

윤아를 땅꼬맹이라 부르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으니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윤아는 선우의 번호를 저장하고는 답장했다.

「나 이제 키 컸으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아 줄래?」

마침 선우도 핸드폰을 보고 있었던 건지 답장이 아주 빨랐다.

「그럼 뭐라 불러?」

「이름.」

그녀와 선우 사이는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가장 적당했다.

「이름?」

선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한참 후에야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도 되고. 그럼 앞으로 심공주라고 부를게.」

심공주... 그 말에 윤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윤아를 심공주라 부르는 사람은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여태 수현밖에 없었다. 그것도 화가 났을 때 부르는 용으로 말이다.

윤아가 답장하려고 할 때 마침 선우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

「됐어. 이렇게 부르는 걸로 하고. 난 이만 할 일이 남아서 이만. 잘 자고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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