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을 보게 된 순간 윤도훈의 얼굴에는 개의치 않음과 언짢음이 스쳐 지나갔다.기고만장한 자태로 사람을 깔보고 있는 구연희를 보고서는 더더욱 싫었다.그들과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던 윤도훈은 율이의 손을 잡고 바로 가려고 했다.그러나 이때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 않았던 구연희가 비웃으며 말했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려는 거죠?”“여긴 무슨 일이죠? 또 택시 타고 가려는 건 설마 아니겠죠?”윤도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그게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죠?”구연희는 차갑게 웃었다.“어디를 가나 그렇게 싼 티 나는 건 콘셉트인가요? 설마 마중 나오는 여자 친구 하나 없는 거예요? 대체 그 나이가 되도록 어떻게 산 거죠?”말하면서 구연희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문뜩 다른 속셈이 떠올랐다.“이렇게 하죠. 이따가 나랑 우리 할아버지 마중하러 내 친구가 오는데 가는 데까지 바래다 드리죠. 아이까지 데리고 택시 타고 다니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요?”윤도훈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구연회와 더 이상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고 말이 통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가치관이 비뚤어진 대로 비뚤어진 사람인 듯싶었다.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는 창피한 일이었으니.하물며 윤도훈은 구연희가 좋은 마음에 그러한 제안을 했으리라 생각지 않았다.무엇인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그리고 이때 구교환은 자기 손녀를 한번 보더니 단번에 그 속셈을 알아차리고 윤도훈에게 열정적으로 보이는 웃음을 드러냈다.“그래요. 가시는 곳 가지 모셔다드릴게요. 공항 주변이라 택시 기사들이 다들 과하게 받을지도 모르고요. 아이까지데리고 안전하지 않을 것 같고요. 어찌 됐든 지난번에 신혁 도련님 낫게 해드려 줬잖아요. 윤 선생님 아니었다면 저 역시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지 못했을 거예요. 그때는 좀 불쾌한 감정이 앞섰지만, 생각해 보니 고마움이 더 컸었어요. 보답할 기회를 좀 주지 그래요?”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덤덤하게 허허 소리를 냈다.구
말이 떨어지자 키가 작고 건장한 청년 한 명이 한 무리의 부하들과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이 청년은 선글라스를 끼고 체크무늬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다.평범한 2세와는 달리 얼굴이 흉악하게 생겨서 ‘건달’ 두 글자를 이마에 새기고 다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의 곁에 따라다니는 몇 명의 부하들은 기세가 하나같이 용맹한 것이 평범한건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특히 그 중 철탑 같은 체구의 장한은 비길 데 없는 압박력을 발산하고 있다.탄탄하고 매끈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면서.“영석아.”구교환은 청년을 보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구연희 역시 상대를 확인하더니 눈빛이 확 달라지면서 애교스러운 웃음을 드러냈다.“영석 오빠, 왔어? 얼른 나랑 우리 할아버지 대신 저 사람 혼내줘.”방영석, 즉 ‘건들’을 이마에 새기고 다니는 청년은 바로 윤도훈을 향해 째려보았다.그의 두 눈에서 기세등등한 흉악한 빛이 떠올랐다.“쟤야?”윤도훈의 눈빛은 그의 곁에 있는 그 장한의 몸에 잠시 머물렀고, 두 눈에는 의아함이스쳐 지나갔다.‘연기 절정? 세속 무자들이 말하는 종사인가?’‘보통 놈은 아니네, 옆에 종사급 고수까지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구연희는 이걸 믿고 그렇게 까불었던 거야?’이때 구연희는 방영석이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고 더 이상 내숭을 떨지 않은 채 짙은 한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영석 오빠, 내가 말했던 사람이 바로 쟤야. 쟤뿐만 아니라 그 계집애까지 날 욕하고 그랬어. 복수 꼭 해줘.”구연희는 상대방을 향해 억울한 기색을 드러냈으며 말투는 애교와 분노가 섞여 있었다.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구교환은 윤도훈을 차갑게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자기 손녀인 구연희를 말릴 의사가 전혀 없이 말이다.비록 구연희처럼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윤도훈에 대한 한이 적지만은 않았다.방영석은 윤도훈을 예의주시하더니 명령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무릎 꿇어! 당장 연희한테 사과해. 그리고 저 계집애보고 스스로 자기 뺨을 때리
윤도훈은 율이를 사랑하지만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울 생각은 없었다.운명이 기구한 율이가 가슴 아프긴 하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어떠한 상황을 직면해야한다는 것을 율이가 알았으면 했다.따라서 윤도훈은 안전한 전제하에 율이에게 이 세상의 험악함과 잔혹함을 느껴보았으면 했다.율이는 윤도훈의 말에 두렵거나 당황한 모습이 아니라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작은 주먹을 휘두르며 흥분해 마지 못했는데.“아빠, 율이 직접 나쁜 아저씨들 때려도 되는 거예요? 너무 좋아요!”윤도훈은 율이의 반응에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사리물었다.‘설마 타고난 폭력배는 아니겠지?’전에 유치원에서 율이가 한 무리의 어린 소년들을 혼자 때려눕히고 나서 흥분해 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부터 이미 이점을 깨달았어야 한다고 새삼스레 느끼고 있는 윤도훈이다.“나쁜 놈들, 율이가 너희들 다 때려죽일 거야!”이윽고 율이는 방영석 부하들을 향해 돌진하며 소리를 질렀다.어리지만 더없이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그동안 윤도훈의 가르침과 더불어 율이는 어느새 어엿한 작은 슈퍼맨’이 되어 있었다.율이의 체질은 이미 일반 어린이, 심지어 성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바로 그러한 이유로 윤도훈은 전에 엄청 엄숙하게 율이한테 경고한 바가 있었다.학교에서 절대 싸워서는 안 된다고.그때 야시장에서 게임을 할 때도 율이가 작은 뚱보를 때리려고 하자, 윤도훈이나서서 말렸었다.율이는 그때 말을 듣긴 했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답답했었다.그렇게 내내 억누르고 있었던 율이에게 싸워도 된다고 하니 두려움이 아니라 흥분한기색이 얼굴에 떠오르고 있는 것이었다.상대의 몸집이 무척이나 크고 사나워 보인다고 할지라도.이때 윤도훈이 아니라 자기 딸에게 방영석 부하들과 싸우라고 한 것을 보고 구연희의얼굴에는 짙은 경멸의 빛이 드러났다.“윤도훈, 너 정말 병신이구나!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위급한 상황이 되니 딸을 버리는 거야? 딸이 어려서 상대가 때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방영석 역시 차갑게 웃었다.“당장
성 씨라고 불리는 남자는 율이를 향해 손을 뻗어 단번에 율이의 목덜미를 잡았다.율이는 지금 겨우 암력 실력밖에 안 된다.연기 절정인 강자를 마주함에 있어서 그 어떠한 저항력도 없었다.그러나 위험한 상황에 처한 율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윤도훈이 아니다.탁-전광석화 사이에 윤도훈은 양손으로 성 씨의 손목을 꼭 잡았다.“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윤도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찰칵-손에 힘을 넣자 성 씨의 팔뚝뼈를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내버렸다.이윽고 윤도훈은 무릎으로 상대의 아랫배를 공격했는데, 상대는 거꾸로 날아가며 피를 마구 뿜어냈다.땅에 떨어진 그의 얼굴은 완전히 새하얀 색으로 변했고 두 눈에는 비분과 절망이 가득했다.“너... 내 단전을 망친 거야?”구 씨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부러진 손목에 비해 단전의 공허함이 그를 더욱 절망으로 빠뜨리는 것만 같았다.“그러한 실력을 지닐 자격조차 없는 놈이야 너는.”윤도훈의 말투는 더없이 차가웠다.이윽고 그는 방영석과 구연희 쪽을 바라보았는데, 섬뜩할 정도로 한기가 용솟음쳤다.“너... 뭐 하자는 거야? 난 대사문의 도련님이야. 대사문 문주 방시혁이 우리 아버지고. 대사문은 역천시에서 하늘과 다름없는 존재야. 내 손에 털끝 하나라도 댄다면 너도 네 딸도 역천시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야.”방영석은 안색이 변하더니 여전히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구연희 역시 황공한 표정을 드러냈다.“윤도훈,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여긴 강지시가 아니야. 영석 오빠네 세력은 감히 네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일 거야. 대사문의 고수는 성 씨만이 아니라고.”윤도훈은 그 말을 듣고서 얼굴에 하찮은 웃음기를 떠올렸다.“왜 병신들은 항상 재수 없을 때 자기 아버지를 내세우는 걸까?”“미안한데, 난 네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내가 누군지 그것만 똑똑히 기억하면 돼.”말이 떨어지자 윤도훈은 번쩍 날아오르더니 손가락 끝으로 방영석과 구연희 몸에 있는 혈을 찔렀다.두 사람은
한 시간 뒤.역천시 성남 쪽에 대지 면적이 매우 큰 장원이 자리 잡고 있다.이곳은 마치 고대 황제의 행궁처럼 보인다.실제로 대사문은 역천시 세대에 황제와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사문 태자 나리 곁에는 모두 ‘성 씨’와 같은 종사급 고수들이 따르고 있다.이로써 대사문이 얼마나 막강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장원의 한 대청에는 50세 전후의 중년이 무서운 살기를 발산하고 있다.그의 앞에는 오른팔이 망가지고 얼굴이 창백한 수하와 얼굴이 부은 아들, 그리고 멀리서 온 후배 구연희가 있었다.중년의 정체는 바로 대사문의 문주 방시혁이다.역천시 일대에서 그야말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누가 한 짓입니까?”방시혁은 말투에 살기를 띠고 구교환에게 향해 물었다.그와 구교환은 동문으로 모두 유명한 스승의 제자로 들어가 가예를 배웠었다.그러나 고교환은 스승에게 의술을 방시혁은 무도를 배운 것이다.그리하여 한 사람은 강성시 한의약 협회 협회장으로 명성이 자자해지고 다른 한 명은역천시에서 한쪽을 제패하는 보스가 되어 대사문이라는 횡포무도한 지하 세력을 만들었다.오늘 대사문 문주 아들과 동문인 구교환의 손녀가 그러한 모욕을 당하게 되었으니 그살의는 가히 짐작할 수 있다.구교환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일의 경과를 한 번 말했다.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제법 엄숙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윤 씨라는 놈이 하나 있는데, 강진시에서 한 가문을 통째로 날아버린 놈이에요.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놈이에요.”구연희는 얼굴을 가리고 울먹이며 방시혁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제발 저와 영석이 형 대신 복수해 주셔야 합니다. 흑흑흑.”“아버지, 저 그 녀석 반드시 죽여버릴 거예요.”“꼭 죽여버리고 말 거예요!”방영석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낮은 소리로 외쳤다.“걱정하지 마. 내가 꼭 복수해 줄게. 그놈도 그놈 딸도 절대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야.”방시혁은 살기등등하게 말했다.이윽고 그는 고개를 돌
늦가을이라 역천시 역시 날이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쌀쌀한 날씨에 샤브샤브를 먹는다는 건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샤브샤브 음식점으로 들어가기 전에 윤도훈은 어느 한쪽을 보고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일렁였다.누군가가 아직도 자기를 미행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비록 상대방도 고수로서 스스로 기운을 숨기는 수단이 아주 고명하다고 여겼겠지만, 윤도훈의 강대한 정신혁을 벗어날 수 없었다.윤도훈이 율이를 데리고 음식점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상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형님, 아이를 데리고 운장 샤브샤브 타운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녁 먹으러 들어간 것 같습니다.”“마지막 만찬이 될 거야.”수화기 너머로 음산한 소리가 울려왔다.어둠이 내려앉게 되면 역천시의 절반이 대사문의 손에 의해 흔들리게 된다.‘움직일 때가 되었어.’...“율이야, 매운 거 좀 적게 먹어.”샤브샤브 타운 안에서 윤도훈은 율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네.”“근데 너무 맛있어요.”율이는 대답하고 나서 소스에 고추기름을 더 부었다.윤도훈은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었지만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율이의 몸은 백혈병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을, 음식 역시 체내의 저주에 영향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건강하게 먹지 않고 있는 건 율이의 지금 체질로서 아무런 영향도 없다.하물며 윤도훈은 그 몸을 잘 조리해 줄 수 있다.이유가 어찌 됐든 여행을 왔으니 즐겁게 먹고 즐기면 그만이었다.“아빠, 어서 드세요. 이거 엄청 맛있어요.”이때 율이는 고개를 들어 자기 먹는 것만 보고 있는 윤도훈을 보고서 작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윤도훈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웃음을 터뜨렸다.자기 역시 다른 부모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면서.“그래. 아빠도 먹을게.”윤도훈이 말했다.“도훈 형님?”바로 이때 깜짝 놀란 소리가 울렸다.윤도훈은 멍하니 있다가 덩달아 깜짝 놀란 얼굴을 보였다.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몸매가 우뚝 솟은 청년 한 명이 웃
“딸 데리고 여행 왔어.”“다들 밥 먹으러 온 거야? 자, 같이 앉아서 한술 떠.”“율이야, 삼촌이랑 이모한테 인사해야지.”윤도훈은 웃으며 말했다.“삼촌, 이모, 안녕하세요.”매운 걸 한껏 먹은 율이는 입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 모습으로 나건운 일행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없었다.윤도훈의 초청에 나건운은 사양하지 않고 일행 중의 여자에게 말했다.“누나, 여기서 같이 먹어요. 이쪽은 제... 친구 윤도훈이라고해요. 실력이 아주 보통이아니에요.”“도훈 형님, 이쪽은 제 사촌 누나 나유희라고 해요. 역천시에서 모두가 알아주는 미녀전관이고요. 그리고 여기 잘생긴 세분은 우리 누나 동료이고요. 모두 다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나건운은 본래 정식으로 윤도훈을 소개해 주고 싶었으나 윤도훈이 군부 편제 외의 인원이고 비밀보호규정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얼렁뚱땅 지나가 간단히 소개하고 말았다.나유희라고 하는 전관은 살짝 그을린 피부로 이목구비도 무척이나 뚜렷한 것이 또 다른 스타일의 미인이었다.일반 미인이 지니고 있는 그러한 이미지가 아니라 또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안녕하세요.”윤도훈은 일어서서 나유희와 손을 잡았지만 약간 쭈뼛거리는 모습이었다.그리고 또 다른 세 명의 청년 전관에게 각각 인사를 했고 세 사람도 모두 자기소개를 했다.나씨 가문은 대가족으로 그 배경이 엄청나다.가문의 자제들은 대부분 군대에서 발전하고 있다.나유희와 같은 나씨 가문 천금이라고 할지라도.나건운은 도운시 경비 구역에 배치되어 경험을 쌓았고 나유희는 이쪽에 있는 특수경찰 부문에 배치되었다.참위로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전관으로 일하고 있다.나건운도 휴가를 틈 타를 나유희 쪽으로 놀러 온 것이다.그리고 나유희 곁에 있는 세 명의 남자 동료는 모두 재벌 2세로 간판 따러 온 것이다.같은 무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함께 어울려 놀 수도 없을 것이다.이런 부서에서 배경이 없는 자신의 실력으로 조금씩 성장해온 전관들은 그들을
“술 마시면서 알게 되셨다고요? 건운이랑 같이 술 마실 수 있을 정도면 집안 배경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디 출신이죠?”또 다른 청년 전관은 하이훈의 물음에 덩달아 같이 물었다.“집안은 별 볼 것 없이 평범하고요. 건운이랑 같이 술을 마신 것도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윤도훈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얼렁뚱땅 말했다.나건운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설명하려고 나서려고 했는데, 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가만히 있었다.두 사람은 술을 마시다가 알게 된 사이가 맞았고 다른 사람이 그 술자리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다만 이원을 따라갔던 것뿐이고 이원 대신 술을 마시다가 장석봉을 사지로 몰아넣을뻔했다.“그런 거였어요. 다른 사람이랑 함께 술을 마시다가 건운이를 알게 된 거였군요.”하이훈은 그말을 듣고서 허허 웃었으나 말하는 사이사이에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배경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은 알고 싶을 의향도 없고 지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것도 온전히 나건운의 체면을 봐서이다.다른 두 명의 청년 전관도 대수롭지 않은 기색을 반짝였다.비록 그렇게 대놓고 경멸하는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었지만.나건운은 헛기침을 하며 윤도훈을 쳐다보았다.윤도훈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그에게 인사했다.“자, 얼른 먹어.”나건운은 바로 대답을 했고 윤도훈이 그들의 말과 눈빛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그와 동시에 하이훈 세 사람을 향해 은근히 입을 삐죽거렸다.‘형님한테 배경이 없는 건 사실이나 홀로 4명의 종사를 없앨 수 있는 분이야. 그런 분이 배경따위가 필요할 것 같아? 자신이 바로 그 배경인데?”‘만약 형님한테 염하국 영패가 있고 명예 총장이라는 전함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들일까? 심지어 양진석께서 직접 접견한 적도 있는데.’물론 윤도훈이 직접 말하지 않는다면 절대 먼저 나서서 입을 놀릴 리가 없다.이때 윤도훈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나서 나유희에게 물었다.“참, 심 장관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