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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두 사람을 보게 된 순간 윤도훈의 얼굴에는 개의치 않음과 언짢음이 스쳐 지나갔다.

기고만장한 자태로 사람을 깔보고 있는 구연희를 보고서는 더더욱 싫었다.

그들과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던 윤도훈은 율이의 손을 잡고 바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 않았던 구연희가 비웃으며 말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려는 거죠?”

“여긴 무슨 일이죠? 또 택시 타고 가려는 건 설마 아니겠죠?”

윤도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게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죠?”

구연희는 차갑게 웃었다.

“어디를 가나 그렇게 싼 티 나는 건 콘셉트인가요? 설마 마중 나오는 여자 친구 하나 없는 거예요? 대체 그 나이가 되도록 어떻게 산 거죠?”

말하면서 구연희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문뜩 다른 속셈이 떠올랐다.

“이렇게 하죠. 이따가 나랑 우리 할아버지 마중하러 내 친구가 오는데 가는 데까지 바래다 드리죠. 아이까지 데리고 택시 타고 다니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요?”

윤도훈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구연회와 더 이상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고 말이 통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가치관이 비뚤어진 대로 비뚤어진 사람인 듯싶었다.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는 창피한 일이었으니.

하물며 윤도훈은 구연희가 좋은 마음에 그러한 제안을 했으리라 생각지 않았다.

무엇인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리고 이때 구교환은 자기 손녀를 한번 보더니 단번에 그 속셈을 알아차리고 윤도훈에게 열정적으로 보이는 웃음을 드러냈다.

“그래요. 가시는 곳 가지 모셔다드릴게요. 공항 주변이라 택시 기사들이 다들 과하게 받을지도 모르고요. 아이까지데리고 안전하지 않을 것 같고요. 어찌 됐든 지난번에 신혁 도련님 낫게 해드려 줬잖아요. 윤 선생님 아니었다면 저 역시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지 못했을 거예요. 그때는 좀 불쾌한 감정이 앞섰지만, 생각해 보니 고마움이 더 컸었어요. 보답할 기회를 좀 주지 그래요?”

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덤덤하게 허허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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